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14)
전직용병 재벌서자-114화(114/305)
114화. 네 거인 듯, 네 거 아닌
며칠 후, 명성철은 아버지 명중환의 부름을 받아 MH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진짜 배성유통을 인수하신다고요?!”
갑작스러운 소식에 명성철은 그동안 찝찝했던 기분이 나아갈 것 같았다.
그의 물음에 명중환은 웃음을 흘리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맞다. 다만, 물류 라인이 급격히 커질 것을 감안해서 MH유통으로 계열사 분리시켜서 운영할 계획이다.”
명성철은 단번에 이해가 되는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덩치가 너무 커질 테니 그렇게 해야겠죠.”
“그래서 말이다. 인수가 확정되면 MH식품과 MH리테일의 물류 라인까지 전부 그쪽으로 같이 밀어 넣을 거니까 알고 있어라.”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하면 DAX 쪽에 인수 제안은 언제 넣으면 됩니까? 생각하고 계신 인수가는요?”
이에 명중환은 눈을 껌벅이며 명성철을 쳐다봤다.
“그건 MH유통을 맡게 될 사람이 신경 쓸 일이니, 너는 MH그룹 물류 라인의 분리만 진행해주면 된다.”
순간 명성철은 자신이 잘못 들은 줄로만 알고 귀를 후볐다.
지금까지 MH그룹 물류 라인은 MH식품과 MH리테일의 공동 사장인 명성철이 맡아왔다. MH그룹을 비롯하여 형제들 중 그 누구보다 그쪽 일을 잘 알았다. 그러니 신설될 MH유통도 당연히 자신이 맡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MH유통을 맡게 될 사람이라뇨? 당연히 제가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아니면 그게 누굽니까?”
“누구긴 누구냐. 배성유통을 인수할 사람이지.”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는 말입니다!”
명중환은 뭐 때문에 아까 미리 말하지 않고서 이제야 이야기를 꺼냈다.
“신우다.”
“…예? 백신우는 지난번에 배성유통 인수를 반대했습니다. 그런 녀석에게 MH유통을 맡긴다니요?”
“애초에 신우가 사온다고 하는 걸 너한테 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거냐?”
“백신우가 인수한다고요? 그룹의 도움 없이 순수 MH퓨처시큐리티 자금으로 말입니까?”
MH퓨처시큐리티가 세워진 지는 불과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투자를 받고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긴 하지만 배성유통을 인수할 자금까지 만들기는 계산상 불가능했다.
그건 명중환도 예상한 부분이긴 했지만, 호기심을 자극한 신우의 제안 때문에 승인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 너도 자신이 있다면 나서보든가. 네가 배성유통을 입찰받는다면 MH유통도 너한테 주마. 그러면 공평하겠지?”
명성철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물론 입찰 참가야 어떤 기업이든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배성유통의 인수에 필요한 자금이었다. 배성유통 주식으로 구멍났던 자금도 전부 메꾸지 못한 상황에서, 그보다 수십 배에 달하는 자금을 구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건… 생각해보겠습니다.”
잉여 자금도 거의 없는 상황. 물론 MH식품과 MH리테일에서 돌고 있는 사업 운영 자금에 손을 댄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배성유통을 인수한 다음이었다.
이에 명중환은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명성철을 쳐다보며 혀를 찼다.
“쯧.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어라. 되지도 않을 것 같으면 가만히 있든가.”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마지막 말에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명성철은 회장실을 빠져나와 앞에서 기다리던 경호원이자 비서인 유태경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주변으로 다른 경호원들도 있었다.
“회사로 가시겠습니까?”
유태경의 손이 지하 주차장이 있는 층 버튼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명성철은 그걸 앞질러 잔뜩 구겨진 얼굴로 MH퓨처시큐리티가 위치한 32층의 버튼을 눌렀다.
분위기만 봐도 회장실에서 좋지 못한 일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32층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신우의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요란한 소리만 울렸다.
쿵― 쿵―
“이거 열어―!”
신우는 이런저런 서류를 살피던 중이었다. 그때 시끄러운 목소리를 듣고서 빤히 쳐다보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벌컥 열린 문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명성철은 성큼성큼 걸어와 신우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의 손을 먼저 낚아채서 옆으로 꺾어버렸다.
“아악―!”
동시에 명성철의 경호원인 유태경이 나서려 했다.
그때 옆에 앉아 있던 웬 웨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그의 앞을 막아서며 대치했다.
“비키시죠.”
“그럴 수는 없겠는데?”
“다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보든가.”
지금도 명성철은 신우에게 팔이 잡힌 채 꺾여서 괴성을 내질렀다.
유태경은 더 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서 웨이를 무시하며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웨이는 그와 실랑이를 벌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팔을 잡아 아래로 꺾으면서 바닥에 메쳐버렸다.
쿠웅―
순식간에 바닥에 얼굴이 닿아버린 유태경은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뒤쪽으로 서 있던 다른 경호원들이 나서려 하자 웨이는 유태경을 깔아뭉갠 채로 빈손을 들어 올렸다.
“워∼ 워∼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가만히 있어. 먼저 시비를 걸어온 건 그쪽이잖아.”
다들 움직이지 못했다.
그사이 신우는 명성철의 팔을 놓아주며 밀어냈다.
“여긴 왜 오신 겁니까?”
“아으… 내가 왜 왔겠어? 내가 사자고 할 때는 말도 안 되는 걸로 제지하더니! 이제 와서 뭐? 배성유통을 인수해서 유통 계열사를 따로 만들어?”
신우도 그가 왜 찾아온 것인지는 처음부터 알았다. 물론 그의 방문은 지난번 제안에 명중환이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회장님이 승인하셨나 보네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잡혔던 팔을 어루만지던 명성철이 인상을 잔뜩 썼지만, 신우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업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은 MH그룹이 유통 업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타이밍이죠.”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주도하려는 것이냐는 말이다!”
MH그룹의 유통 라인은 명성철이 책임져왔다. 거기서 배성유통의 라인까지 전부 삼키게 되면 이상적으로 생각해왔던 자리가 만들어진다.
방금까지 그런 기대를 잔뜩 품고서 명중환의 이야기를 듣다가 모조리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걸 입 아프게 제가 말해드려야 압니까?”
“…뭐?”
“계속 시끄럽게 구실 거면 여기서 나가시죠. 아니면 자리라도 옮기든지요. 설마 계열사가 반토막 난다고 소문내고 싶으신 건 아시죠?”
신우의 손가락이 옆 사무실 쪽을 가리켰다.
방금 명성철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것 때문에 MH퓨처시큐리티 직원들이 유리 너머로 쳐다보는 중이었다.
“크음―! 옮겨서 말하지.”
“그러시죠. 웨이는 그 사람 풀어주고.”
“Ok.”
유태경이 웨이의 손에서 벗어나는 동안 신우는 명성철과 같이 회의실로 들어가 앉았다.
맞은편에서 신우는 등을 깊게 기댄 채 다리까지 꼬았다.
“그래서, 여기는 투정하러 오신 겁니까?”
“…뭐, 뭐?”
“대충 봐도 투정이잖습니까. 아니면 저한테 와서 그 일을 따지신다고 해서 회장님의 결정이 바뀌기라도 합니까?”
명성철도 그렇게 될 것을 생각해서 온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MH그룹이 아닌 MH퓨처시큐리티에서 자체 조달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 제대로 설명이라도 해봐! 왜 이제야 배성유통을 인수하겠다는 건데?”
“아까 말했잖습니까.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요.”
“그때는 왜 아니었다는 거지?”
당시는 DAX를 거치지 않고서 TSF에게 배성유통을 살 수 있던 기회이긴 했다. 지금은 헐값이던 그때보다 높은 가격으로 입찰해야 할지도 모르니 명성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되었다.
“DAX는 배성유통의 주식을 전량 회수 중입니다. 곧 상장 폐지할 예정이라고 하고요. 명 사장님도 파셨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그 순간 명성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DAX를 통해서 들은 건가?”
“위수안 대표가 사들인 지분이 한둘도 아닌데, 굳이 거기서 들을 필요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팔았다는 것은 어떻게 안 거지?”
“제 정보 라인이죠. 그리고 서로 비즈니스가 끝났으면 상관할 바가 아니잖습니까.”
신우의 대답은 명성철의 심기를 더욱 건드렸다.
“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줄 아냐?”
“뭐라도 해보시게요? 지금 상황에서 자신 있으십니까?”
“네놈이 회사 좀 키웠다고 뭐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데! 그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 거 같아? 결국 회장님 돈이 있어서 그렇게 만들 수 있던 거잖아! 지금도 계열사면서 나가지 않고 본사에 빌붙어 사는 주제에.”
더더욱 화가 치민 명성철은 어떻게든 신우를 흔들고 싶었다.
하지만 신우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명 사장님처럼 회삿돈을 이익 없이 까먹거나 빼돌리지는 않잖습니까.”
“뭐? 이 자식이……!”
순간 명성철은 신우의 멱살을 다시 잡으려다가 멈추었다. 불과 몇 분 전에 팔이 잡힌 채로 꼼짝 못 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행동을 보던 신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하실 것이라면 그만 좀 가주시죠. 제가 누구랑은 다르게 할 일이 많아서요.”
이내 명성철은 화가 더 치솟는 걸 참을 수밖에 없었다.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마음대로 해보시죠.”
끝까지 약이 바짝 올라버린 명성철은 얼굴만 잔뜩 구긴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신우는 헛웃음을 흘리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장만수와 웨이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모니터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웨이는 일에 재미 좀 붙였……?”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에 신우는 응원해주기 위해서 그의 뒤쪽으로 가다가 멈칫했다.
“응? 왜?”
“…누가 회사에서 굿스타그램에 올릴 영상 편집하래? 그리고 영상 찍은 곳은 회사 옥상에 있는 헬리포트 아니야?”
영상에서는 웨이가 헬리포트 난간에 매달려 철봉 운동 중이었다. 물론 그 밑은 약 10m의 높이로, 일반인이 잘못 떨어졌다간 골로 갈 수도 있었다.
“처리할 건 다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리고 이건 굿스타가 아니라 위튜브용. 요즘 바빠서 별로 못 올렸거든.”
【HELLGRIP Man】
▷ 동영상 82개/구독자 102만
▷ 협찬, 광고 안 받아요.
지난번에 보았던 굿스타그램 팔로워 수와 맞먹는 수치였다.
“…그랬구나.”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장만수를 보았다.
“만수야, 다른 애들한테 연락은 여전히 없어?”
완성한 연락망으로 릭과 헥터에게 메시지를 남겨뒀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계속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을 안 하네. 다른 애들은 정상적으로 접속되는 걸 보면 문제는 없는 건데.”
“진짜 오지에 있는 건가?”
릭과 헥터는 현재 FA 용병으로 활동 중일 시기였다. 워낙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던 통에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가 불가능했다.
“둘도 생활이 힘들지도 모르잖아. 웨이처럼 사정이 있다면 당장 연락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고.”
장만수의 설명에 신우는 공감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문제만 없으면 다행일 텐데.”
“릭이랑 헥터가 어련히 잘하고 지내겠지. 걔네도 우리처럼 달라진 게 있을 테니까.”
회귀로 인해 오감이 예민해지고 기억력 부분에서도 예전보다 좋아졌다.
그 덕분에 신우도 경영과 진행 중인 사업을 공부할 때 이전보다 빨라진 것도 있었다.
“그거야 그렇겠지.”
“아, 대장! 이번 주에 시간 좀 내라.”
갑작스러운 장만수의 부탁에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간? 왜?”
“투자처 좀 같이 돌아봐줘.”
장만수는 국내에서 어떤 회사가 성공하게 될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자금에 여유가 생기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전부 맡겨놓고 있었다.
“…투자처? 그거야 네가 알아서 잘 관리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문제는 없는데, 쓸데없이 뻐대는 놈들 때문에 막히는 일들이 있어서.”
“뻐대? 뭘 뻐대는데?”
“이상한 갑질하는 놈들이 있어서. 그러니까 네가 나랑 같이 가서 얼굴 좀 비춰주라.”
현재 신우의 경제적 인지도는 최상이었다. 이에 경제계에 종사하는 이들은 그런 신우와 인맥을 맺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워낙 대외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치지 않아 쉽지 않았다.
“내가 가서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긴 한데. 어디에 가려는 거야?”
신우가 승낙하자 장만수는 오래 고민했던 것인지 안도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