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2)
전직용병 재벌서자-12화(12/305)
12화. 객기라고 생각해?
신우는 근무 시간 중 외근으로 바깥에 나와 청계천의 만수전구를 방문했다.
“미행은 없었어?”
“있었는데 따돌렸어.”
“666부대?”
“그랬으면 내가 가만히 뒀겠어? MH그룹 소속의 경호팀이었어. 아마 명인철의 부하겠지.”
MH그룹 경호팀도 미행과 추적 실력이 뛰어났지만, 틈만 나면 생사를 넘나들던 경험의 산물인 신우에게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견제받나 보네. 대외적인 기록만 보면 너한테 특별한 것이 없다는 걸 알 텐데. 혹시 UAD 기록을 찾아낸 거 아니야?”
“그건 모르지. 하지만 내가 전역하기 전에 UAD의 모든 작전 기록은 폐기한다고 들었어. 그건 어떤 식으로든 절대 드러나면 안 되는 기록이니까.”
“무시무시한 작전들도 많았을 테니 그럴 만도 하지.”
장만수도 신우가 UAD 소속이었던 것만 알고 있을 뿐, 거기서 무슨 작전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자세히 들은 적이 없었다. 물론 트라이드 아이에서 해온 임무만 봐도 대략 어떤 형식의 작전일지 가늠은 되었다.
“그 일은 됐고. 투자할 만한 리스트는 나왔어?”
“찾아뒀지. 거기 책상 위에 있어.”
그의 대답에 신우는 두툼한 서류를 들어서 확인했다.
“주식만 있는 게 아니네.”
“투자 기획이라고 해서 부동산도 포함해놨어. 장기적으로 신도시 계획이 진행될 만한 곳이나 추렸어.”
“나쁘지는 않은데, 당장 실적이 드러날 만한 투자면 돼.”
“그런 거라면 주식이지. 14 페이지로 넘겨봐.”
서류는 장만수가 말한 부분이 펼쳐졌다.
그 목록을 보던 신우의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졌다.
【플레이트바이오】
【순명하이텍】
【오세양실업】
【해남유통】
.
.
“주가 상승 예상 근거도 제법 잘 써줬네.”
“국정원에서 주야장천 하던 일이 이거였으니까. 그거 정리하다가 살짝 트라우마 올 뻔했었다.”
주먹을 쥔 장만수는 부들부들 떨었다.
“고생이 많았겠다. 고마워.”
“몸집이나 빨리 키워. 중요한 일 좀 후딱 해결하고서 편히 쉬자.”
장만수는 많이 피곤했는지 목을 좌우로 꺾었다.
“666부대 놈들이 바퀴벌레보다 더한 건 너도 잘 알잖아.”
“누구보다 잘 알지. 근데 다른 녀석들을 찾으면 바로 움직일 거야?”
“일단 중요한 곳들부터 하나하나 찾아내서 도려내야지. 연락망은? 진척이 좀 있어?”
“어려워, 어려워.”
“걔네들한테 만들어줬던 비상용 이메일 주소는 녀석들도 회귀한 것이 확실하면 그걸로 만들어두지 않았을까?”
“나도 혹시나 하고 보내봤는데 전부 미개설 아이디들이야. 그리고 그 녀석들이 그걸 기억할까? 솔직히 아이디도 내가 만들어준 거고, 내 연락망 외에 사용하지도 않았잖아.”
트라이드 아이의 다른 멤버들은 신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전투에 미친 이들이었다.
그런 탓에 전산적인 부분은 거의 몰라서 장만수가 전부 담당했었다.
“하긴. 그것도 그렇네.”
“최대한 빨리 만들어볼게. 그래도 놈들이라면 그 연락망 번호는 기억할 테니.”
“부탁해.”
대답과 함께 신우는 자신의 왼쪽 손목 안쪽에 그려진 트라아드 아이의 눈동자 문신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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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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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투자본부의 부장 송태훈은 결재 서류를 들고서 임희연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서류철은 곧장 임희연에게 넘어가 읽혀 나갔다.
“요청 예산 금액이… 10억이군요. 게다가 주식 투자라…….”
“내용을 보시면 투자 근거는 꽤나 합당합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는 조금 아슬아슬한 부분도 있어서 위험성이 없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주식 투자야 내부자가 아닌 이상 높은 확률을 기대하기는 어렵죠. 송 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송태훈은 본부장인 임희연을 보필하여 지금의 전략투자본부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당연히 그 기반이 된 투자에 관련해서는 그녀만큼이 아니어도 부족하지 않았다.
“당장의 문제는 이 프로젝트가 전략투자운영실이 아닌, 백신우 실장 혼자서 준비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그 안에서 상황이 좋지 못하다죠.”
MH그룹의 직원들은 최소 유명 대학을 나오거나 지방대더라도 능력을 인정받아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런 이들에게 신우는 오너 일가라는 배경만 가진 낙하산에 불과했다.
불편한 시선이 던져질 수밖에 없으니 트러블도 당연한 상황이었다.
“혼자서는 어려운 일이 될 텐데… 따로 지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송태훈은 그녀가 백신우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잘 알았기에 물어본 것이다.
“아니에요. 그냥 두세요.”
“그러다 실패하기라도 하면…….”
“차라리 잘된 일이죠. 제가 바라는 대로 해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 정도 금액이면 제가 충분히 감당할 수도 있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그 대답에 임희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우가 올린 투자 기획 보고서를 보았다.
“그보다, 정말로 이 자료를 신우 혼자서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자료의 내용은 상당히 디테일했다. 게다가 투자를 설득하는 부분도 여러 자료로 적절히 첨부되어 이해하기 쉬웠다.
“부사관으로만 지냈던 사람이 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정도라면 실질적으로 주식 경제 쪽 지식을 공부만이 아니라 실전을 겪어본 듯합니다. 하지만 예상 수익이 300% 이상이라니… 전문적인 자료가 뒷받침되었다고 하지만, 너무 과합니다.”
주식 투자 수익은 작전주에 끼어든 것이 아닌 이상 그 정도로 오르기가 불가능하다.
당연히 그들은 백신우에게 그 정도의 정보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예상 수익은 꿈이 너무 큰 것이겠죠. 다만 정보 부분에서는 신우가 아니라면 이런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거예요.”
“확인해볼까요? 다만, 명인철 사장 쪽에서도 백신우 실장을 주시해서 조심해야 하긴 합니다.”
임희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쪽에서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액션을 취하지는 않을 테니 가만히 계세요.”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 *
명인철은 박상규에게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그의 손에는 재무팀이 전략투자운영실로 지급된 예산 집행 서류가 들려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명인철은 어떤 때보다 흐뭇한 표정이 지어졌다.
“오호? 재무부를 통해서 지급받은 예산이 10억? 냉랭한 거 같더니 그래도 지 자식이라고 임희연 본부장이 힘 좀 써줬나 보군.”
그런 중얼거림에 박상규가 조심히 말을 꺼냈다.
“전략투자본부장 권한으로 재무부 예산 집행에 문제없도록 승인 요청했다고 합니다.”
“애정이 과한 것인지… 아니면 미련한 것인지…….”
“둘 다일 수도 있겠죠. 23년 만에 찾은 아들이 아닙니까.”
“맞아. 그럴 수도 있겠지…….”
고개를 끄덕이던 명인철의 행동에 박상규가 보고를 이어 나갔다.
“일단 백신우 실장이 수상한 행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상한 행적이라면?”
“저희 미행을 따돌렸습니다. 그쪽에서 알아챌까 해서 일부러 널널하게 따라붙기는 했지만, 전문적인 솜씨였습니다.”
순간 명인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자네들을? 대체 어떤 이력을 숨기고 있는 건지… 게다가 먼저 그리 행동했다면 뭔가 켕기는 것이 있다는 건가? 그 외의 사항은?”
“핸드폰도 부하들을 따돌림과 동시에 꺼졌습니다. 물론 기지국을 통해 확인하는 거라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비가 철저한 듯합니다.”
“속을 모를 녀석이군. 하지만 그것도 시작부터 꺾일 모양새이니…….”
이번에 백신우가 전략투자운영 예산으로 지급받은 10억 원을 말함이었다.
“하찮은 객기라고 판단하시는가 봅니다.”
“뭔가 노림수는 있겠지. 하지만 일이 그리 수월하게 풀릴 수 있겠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백신우가 진행하는 일에 대해 알아볼까요?”
최근까지 전략투자운영실 직원들의 상황을 미리 심어둔 사람을 통해서 듣고 있었다.
“어차피 거긴 백신우의 무모한 짓거리 때문에 전부 등지지 않았나. 괜히 쓸데없는 움직임을 보이면 우리에게 틈이 될 수도 있으니 지켜보도록 하지.”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띠익―
그때 내선 전화기가 울리더니 사무실 입구 쪽에 앉아 있는 비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사장님. 전략투자본부 기획실의 명운석 실장이 찾아왔습니다.]“들어오라고 하지.”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명운석이 잔뜩 불쾌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아버지! 백신우한테 투자 기획 예산이 집행됐다고 하는데, 알고 계셨어요?”
그가 명인철에게 다가가는 사이, 옆에 서 있던 박상규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서 바깥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명인철은 잔뜩 흥분한 명운석을 뚫어지게 보며 말했다.
“내가 그걸 어떻게 모를까.”
“그놈은 전략투자운영실장이에요. 애초에 제가 프로젝트를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놈이라고요! 그런 놈한테 왜 그런 예산이 집행된 겁니까?”
“네 상사는 내가 아니라 임희연 본부장인데 그걸 왜 여기 와서 묻는 거냐.”
“임희연 본부장한테도 가봤어요. 그런데 본부장 권한으로 승낙해준 것이라고 하잖아요! 그룹 내 절차를 과하게 무시한 처사 아닌가요?”
명운석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임희연이 본부장 직권 내에서 허용한 범위이기 때문에 명인철도 간섭하기가 어려웠다.
“그 여자 말대로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라.”
“어떻게 그럽니까? 이건 경우가 다르죠! 전략투자기획실 안에서도 그 일로 말이 많다고요.”
전략투자운영실장인 백신우가 기획실과의 협업 절차를 무시하고서 움직인 형상.
당연히 직원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명운석은 명중환 회장의 장손이다.
그런 명운석보다 혼외자 임희연 본부장의 아들인 백신우를 더 밀어주는 상황처럼 느껴지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행동은 누가 봐도 객기야. 제풀에 고꾸라질 녀석을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있겠냐.”
“그런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우리 입지도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명운석.”
차분하면서도 무거운 명인철의 목소리에 명운석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들 사이로 침묵이 흐르다가 명운석도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눈치채고서 조심히 가라앉혔다.
명인천은 그런 명운석의 상태를 보고서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너는 앞으로 내 뒤를 이어 MH그룹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다. 물론 회장님의 생각을 모르니 걱정도 되겠지. 하지만 그건 나나 너에게 중요하지 않아. 그저 믿고 기다리면 되는 일이야.”
“…죄송합니다.”
“백신우에 관한 일은 신경 쓰지 마라. 너는 저번에도 말한 것처럼 네 할 일에 집중해. 임희연 본부장에게 배울 수 있는 것들은 잘 빼먹고.”
“명심…하겠습니다.”
명인철은 그 대답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보다 전략투자기획실에서 프로젝트는 구상 좀 하고 있는 거냐?”
“미래전략기획실에 이용하던 정보 라인으로 취합한 기업들을 리스트업 중입니다.”
“리스크가 큰 곳보다는 안정적인 곳으로 해라.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엎어질 수도 있으니. 물론 너라면 알아서 잘하겠지만 말이야.”
살짝 비치는 그의 우려에 명운석이 고개를 숙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직원들에게도 그런 부분을 확실히 부각시켜 뒀습니다.”
“그래서 규모는 어느 정도로 보고?”
“일단 시작은 200억 원 정도로 기간은 3개월, 최대 이익률 135%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상 이익이 70억 정도 되는군. 나쁘지 않아. 그대로만 진행하면 될 듯해.”
명운석은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래. 지금 회장님은 전략투자본부를 발전시켜서 독자적인 펀드 계열사를 만들고자 함이니, 네가 그 주축이 되면 앞날에도 큰 도움이 될 거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임희연 본부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때가 되면 그 여자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다. 회장님도 나름의 목표를 위해서 놔둔 것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 물론 문제가 틀어진다면 방법을 달리해야겠지만…….”
순간 명인철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MH그룹의 사장인 명인철도 지금의 자리까지 곱게 올라온 것이 아니었다. 오너 일가를 견제하는 그룹 내 파벌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려서 차지한 것이 지금의 본사 사장 자리였다.
MH전자와 MH건설도 그런 업적 안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도 많았다.
다만, 명운석은 그런 과정까지 잘 알지는 못했기에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