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20)
전직용병 재벌서자-120화(120/305)
120화. 피어오른 적의 봉화 (2)
MH그룹 본사 사장실.
명인철은 박상규가 가져온 얼음주머니를 받아 이마에 대고 있다가 벽을 향해 집어던졌다.
파악―
지금 명인철의 이마는 명중환이 던진 생수 페트병에 맞아 빨갛게 올라왔다.
하지만 그곳의 통증보다 명중환의 한마디로 MH전자, MH건설 사장에서 해임된 것이 어이가 없었다.
전부 명중환이 그룹 내의 패권을 꽉 쥐고 있는 탓이었다.
이사회도 그런 명중환의 지시가 떨어진다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명인철은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이자 MH그룹의 지배자인 명중환을 쳐내고 싶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그런 외침 중에 박상규는 벽에 부딪히며 떨어졌던 얼음주머니를 집어 들어 툭툭 털고는 다시 가져왔다.
“사장님, 흥분을 가라앉히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박 실장은 알고 있었지?”
곽치영이 꾸민 MH전자 쪽 일들을 말함이었다.
“저도 자세한 것까지는 몰랐습니다.”
“애초에 박 실장은 TSF의 충실한 개잖아. 그런데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 건가?”
명인철이 곽치영과 손을 잡게 된 시점은 박상규와 휘하의 경호원들을 최측근으로 받아들인 때였다.
물론 감시도 그들의 업무 중 하나라는 것도 잘 알았다.
하지만 MH그룹을 차지하는 것이 더 중요했고, 박상규를 자신의 사람으로 돌릴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지금은 그것마저 의구심이 들고 있지만…….
이에 박상규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제가 이곳에 온 이후로 곽 지사장님께서는 어떤 계획도 말씀해주신 적이 없습니다. 물론 필요한 부분에서 보고를 드리긴 하지만, 그중 기밀 사항은 없었습니다.”
“하아…….”
“그래도 사장님께서는 이번 일의 용의선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채로 계획이 진행될 겁니다.”
진심으로 그걸 위로라고 하는 것일까. 순간 명인철은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계획이란 것이 MH전자를 흔들어 지분을 확보하고 삼키는 것을 말하는 건가?”
“저는 그렇게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상태가 수습은 되나? MH전자가 무너지면 무슨 소용인데?”
MH전자는 그룹의 현재이자 미래였다. 앞으로 디지털 산업은 계속 발전할 테니 명인철이 가지게 될 그룹에서 MH전자는 절대 빠질 수 없었다.
“곽 지사장님이 방법을 강구해두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LAOJIA에 기술 특허까지 넘긴 마당에 무슨 수? 거기가 갑자기 망하기라도 하나?”
띠리리―
그때 내선 전화가 울리자 명인철은 신경질적으로 받았다.
“무슨 일인가?”
순간 움찔한 직원이 조심스레 말했다.
[…명성철 사장이 방문했습니다.]평소라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나 명인철은 회의실에서 있던 일로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명인철의 동생인 명성철인 만큼 무조건 막을 수가 없어서 연락했다.
“알았어. 들여보네.”
명인철은 급히 흥분을 가라앉히려 했다. 그 모습에 박상규는 냉수를 떠다가 그에게 내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문을 열어주면서 명성철이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다짜고짜 용건부터 묻자 명성철은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걸 억지로 참으며 소파에 앉았다.
“왜 왔겠어. 형님 소식 듣고 걱정돼서 와봤지.”
“…걱정?”
옛날부터 명성철은 명인철이 MH전자 사장 자리에 앉았다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MH전자 사장 자리에서 명인철이 쫓겨나버렸으니 놀리러 온 것이 분명했다.
“진짜 아버지도 너무하시지… 다짜고짜 그런 결정을 내리시는 게 어디 있어?”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다. 그 중요한 일들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으니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최소한 일을 해결할 수 있도록은 만들어줘야 하잖아. 그리고 임희연은 뭐야? 왜 그걸 넙죽 받아먹는 건데?”
회의가 끝난 것은 불과 수십 분 전이었다. 그런데 임희연이 MH전자 디자인·기술 유출 사건을 맡게 된 것이 벌써 명성철의 귀에 들어간 것이었다.
“네 소식통이 그렇게나 빠를 줄은 몰랐네.”
“손바닥만 한 회사에서 그것도 모르면 간첩이게?”
명인철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둘러대는 명성철의 태도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너야말로 내 걱정보다는 네 걱정부터 해야 하지 않아? 백신우가 DAX에서 배성유통을 입찰받으면 유통 라인들을 전부 분리시켜 줘야 하잖아. 미리미리 준비해놔야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이번에는 명성철의 얼굴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게 가능할 거 같아? 최소 입찰가만 5,000억이야. 거기 뛰어들 회사가 한둘도 아니고. 못해도 6,000억 이상 봐야 하는데, 아무리 백신우가 대단하다고 한들 MH퓨처시큐리티에서 그 정도 자금은 불가능해.”
“어떻게 그걸 확실하냐?”
명성철도 MH퓨처시큐리티의 사람을 포섭해둬서 보고 받아왔다. 현재까지 그런 MH퓨처시큐리티의 투자 이익률은 계속 상승 중이었기에 명성철은 쉬이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내 걱정보다는 형 걱정이 우선이지 않을까?”
“왜? 입찰가 올려서 덤탱이라도 씌워보려고?”
순간 명성철은 정곡을 찔렸는지 미간이 꿈틀거렸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내가 먹으면 먹었지.”
“가능은 하고?”
명인철도 현재 명성철의 자금 상황이 안 좋다는 걸 알았다. 물론 MH식품과 MH리테일 사장으로 재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수천억 이상을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솔직히 백신우보다 네가 유통 라인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지. 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든가.”
일부러 도발하는 듯한 말투였음에도 명성철은 살짝 솔깃했다.
“아무런 조건 없이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
“내가 도움 주는 만큼의 MH유통 지분이면 돼. 너무하다 싶으면 MH리테일 쪽 지분이랑 믹스해도 되고.”
“…지분? 자금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데?”
명인철은 잠시 고민하고서 말했다.
“4,000억 어때? 그 정도면 나머지는 네가 충당할 수 있겠지?”
“그 정도 자금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정확히 내 돈은 아니야. 인맥으로 알고 있는 사모펀드가 있거든.”
그런 설명에 명성철은 입 주변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나도 펀드를 움직이면 그 정도 금액은 가능할 거 같아. 근데 진짜 도와주는 거 맞아? 나중에 갑자기 발 빼는 거 아니야?”
“내가 돈 가지고 장난친 적이 있던가? 그렇게나 못 미더운 거냐?”
명성철은 배성유통 지분 건으로 큰 손실까지 맞봤다. DAX와의 거래로 웬만큼 메꾸긴 했지만, 이제는 그 배성유통이 신우의 손에 떨어질 수도 있었다.
당장 모든 손실을 메꾸고서 입지까지 단단히 하려면 배성유통이 필요했다.
“진짜 해주겠다는 거야? 농담이 아니라?”
“워낙 큰 금액이라 펀드 내에서도 심사가 있으니 늦어도 일주일은 걸릴 거야. 너는 입찰 전까지 가능하겠어?”
배성유통 입찰까지는 약 보름 정도 남았다. 명인철이 도움을 준다고 해도 명성철에게 추가 자금이 없다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거래는 그렇게 성사되었다.
명성철은 조금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배성유통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기대감이 그런 감정을 덮었다.
* * *
【M식품, 미주 유통 중이던 제품 5종에서 곰팡이가 발견되어… 미국 EPA(환경보건국)에서는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해…….】
【M전자에 이어 M식품? 최근 미주 유통으로 각광받던 M식품의 제품에서 위험군 곰팡이가 나와 피해자 다수 발생하는 사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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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전자 디자인 유출과 기술 도용 사건이 터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뉴스는 또다시 MH그룹 계열사 문제로 도배되었다.
이에 명인철은 곧장 곽치영에게 연락해 지난번 경기도 외곽 별장에서 만났다.
“MH전자는 그렇다 치고, MH식품까지 건드리시는 겁니까?”
명인철의 외침에 먼저 도착해 있던 곽치영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흔들 때는 확실히 흔들어야죠. 덕분에 우리가 계획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지 않습니까.”
MH그룹에서 MH전자와 MH식품은 주력 계열사였기 때문이다. TSF도 그런 이유 때문에 처음부터 두 곳을 타깃으로 잡고서 오랜 기간 계획했다.
“나중에 상황을 마무리하고서 수습할 수 있는 대책은 있는 겁니까? MH전자 건도 그렇습니다. 디자인 정도야 디자인 팀의 문제로 정리할 수 있지만, 기술 유출은 차원이 다르지 않습니까!”
명인철은 일이 터지자마자 묻고 싶었지만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에 조용히 있었다.
하지만 규모가 계속 커지기만 하고 수습할 방법을 언질조차 하지 않으니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해결책이 있는 겁니까?”
“우리 TSF 측에서 LAOJIA와 이야기된 사항입니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는 대로 명중환 회장의 자리까지 치고 들어갈 겁니다. 이후 최대한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죠.”
동시에 명인철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다.
“문제가 없을 수 있습니까? MHD323B 칩 기술 특허권은 어떻게 하고 말입니까? 그거 하나를 위해 무슨 짓을 해왔는데… 중국에서 순순히 놔주겠습니까?”
MH전자의 독자적인 기술로 완성한 결과물은 신제품 발표와 동시에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만큼 역풍으로 돌아와 MH전자를 풍화시키듯 깎아내렸다.
그로 인해 명인철의 입장으로는 지금 곽치영의 말을 순순하게 믿기가 어려웠다.
이에 곽치영은 오한성에게 태블릿을 받아 넘겨주었다.
“그쪽에서 MHD323B 칩 기술 특허 심사를 신청한 서류입니다. 기간은 불과 2개월 전이고, PCT(특허협력조약)에도 손을 써놔서 제가 승인을 넣지 않으면 통과되지 않을 겁니다.”
명인철은 믿기지 않는 듯 서류의 내용을 세세하게 훑어봤다.
“이거… 진짜입니까?”
그런 물음에 곽치영은 실망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우리 사이가 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까?”
“하아… 그게 아니라, 요즘 저만 모르게 진행되는 일들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내부에서 계획을 너무 많이 아는 것도 탈이 날 요소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무턱대고 믿기만 하라는 겁니까?”
“그건 아니죠. 신뢰가 필요하기 때문에 명 사장님께 담보로 저희 TSF의 지분을 0.3%나 넘겨드렸던 거 아닙니까.”
현재 TSF Investment의 시가 총액은 미화 1,230억 달러. 한화로는 약 165조 원이다. 거기서 지분 0.3%는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절대 적은 자금이 아니었기에 명인철도 담보로 받아둘 수 있던 것이다.
“…저도 압니다.”
“절대 실패할 일이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명인철은 그 말을 들으면서도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 곽치영은 명인철을 보며 화제를 바꾸었다.
“듣기로는 동생분인 명성철 사장이 DAX의 배성유통 입찰에 뛰어드신다고요.”
“그런 소식까지 알고 계십니까?”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지요. 자금도 빌려주시기로 한 것 같은데,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순간 명인철은 그가 한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백신우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지금까지 백신우 대표가 노린 것 중에 놓친 적이 없으니 그렇습니다.”
곽치영의 비릿한 중얼거림에 명인철은 실소를 흘렸다.
“맞죠. 놓친 적이 없죠. 덕분에 TSF도 여러 번 물을 먹었으니 말입니다.”
“저 때문에 속상하셨는지 말이 거칠어지시는군요.”
“틀린 말은 아니지 않습니까.”
명인철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에 곽치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명인철 사장님의 손을 잡은 겁니다. 그러니 괜한 도발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
마지막 말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실렸다.
그것을 느낀 명인철은 잠시 쳐다보다가 자리를 파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