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21)
전직용병 재벌서자-121화(121/305)
121화. 꺼져가는 불씨 (1)
【M전자, 진짜 디자인 도용과 기술 특허를 침해한 것인가? 현재까지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M식품 미주 쪽 피해 규모는 현재 52명으로 확인되어… 원인은 M식품 로스앤젤레스 공장 내 시설 문제로 추측되는 가운데…….】
신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았다. 그러다 TV 테두리와 주변 인테리어로 시선이 향했다.
“아, 진짜… 적당한 걸로 고르라니까… 계속 보는데도 익숙해지지를 않네.”
지금 집은 최근에 이사한 한남동의 DN빌리지라는 고급 빌라였다. 크기는 약 50평 대로 커다란 현관부터 시작해 널찍한 거실과 주방, 방 4개와 화장실 2개였다.
게다가 인테리어에 얼마를 들인 것인지 TV는 대략 100인치에 소파와 침대를 비롯한 모든 가구가 하나같이 고급스러운 느낌이 잔뜩 풍겼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대단한 규모였기에 이사 후 며칠 지내봤지만 계속 낯설 수밖에 없었다.
띵동― 띵동―
그때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현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회사 가자!”
장만수였다.
이에 신우는 소파에 놓아두었던 재킷과 8면 주사위들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밖에 서 있던 장만수는 언제나처럼 삐까번쩍한 차림새였다.
“우리가 무슨 학교에 같이 가는 거냐?”
“같이 가면 좋잖아.”
“에휴.”
한숨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지상 주차장인 1층에는 먼저 내려와 있던 릴리안과 웨이, 경호원들이 두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풀 근무를 자처하는 메이안도 함께였다.
문제는 웨이와 메이안이 볼 때마다 싸운다는 것이었다.
“어쭈, 꼬맹이! 주먹질이 어제랑 너무 똑같은 거 아니야?”
“너! 나한테 죽어!”
메이안은 열심히 주먹을 휘둘렀지만 웨이가 요리조리 피하면서 한 대도 맞아주지 않았다.
“…쟤네들은 왜 싸우고 있는 거야?”
그 물음에 신우처럼 두 사람을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던 릴리안이 옆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메이안이 먼저 시비를 걸었어.”
“뭐라고?”
“멸치라고. 근데 웨이가 꼬맹이란 말로 격침시키고서 저 상태네.”
웨이는 겉보기에는 말라 보이긴 했지만, 그 안은 잘게 쪼개진 잔근육으로 돌처럼 단단했다. 게다가 몸까지 유연하니 순수한 근접 격투라면 신우도 웨이에게 이기기란 어려웠다.
“스스로 매를 벌었네. 이기지도 못할 거.”
“맨날 저런 식이지 뭐.”
“그래도 나한테 관심은 조금 멀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야.”
첫 만남의 악연(?)이 지금의 관계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지켜만 볼 수 없었기에 신우는 그들을 향해 소리쳤다.
“출근하자―!”
그 순간 웨이는 메이안의 주먹을 피하면서 품속으로 감아 넣고서는 어깨로 받치면서 허공에 던져버렸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대로 고꾸라졌을 기술. 하지만 메이안은 공중에서 빠르게 몸을 비틀고서 무사히 착지했다.
“칫―!”
오늘도 웨이에게 한 방을 날리지 못한 탄식이었다.
그러다가 신우와 함께 다들 자차나 지정된 차에 올라타고서 출발했다.
장만수는 언제나처럼 신우의 옆자리였다.
“아, 그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TGE8947? 그거라면 어제 새벽까지 4차 테스트까지는 문제없었어.”
방금 말한 모델명은 장만수가 새로 만드는 전자기기였다.
“벌써 4차?”
“우리가 쓰던 WAVE CHAT을 제외하고서는 대부분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장비 부품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기술이고. 우리가 쓰던 장비도 그걸로 썼었잖아. 그래서 어렵지 않았지. 지금 상태면 빠르면 이번 주 안으로 완성될 거 같아. 그리고 이거.”
장만수는 태블릿으로 화면 하나를 띄워 보여주었다.
안에는 방금 말한 제품의 자료가 들어 있었다. 그걸 본 신우는 전부 이해되는 건 아니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잘됐네. 알려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우우웅― 우우웅―
이야기 중에 신우의 핸드폰이 품속에서 울렸다. 명중환 회장의 비서이자 경호원인 구상호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양반은 못 되네. 전화 받았습니다.”
[구상호입니다. 오늘 출근 전에 외부 일정이 있으십니까?]“없습니다.”
[그럼 회사에 들어오시는 대로 회장실로 와주셨으면 합니다.]“…그러죠.”
통화를 마치고서 차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MH그룹 본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지하 주차장에 내리고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신우는 버튼을 누르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나는 바로 회장실에 좀 다녀올게.”
“아침부터 호출이야?”
릴리안의 물음에 신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니 어쩌겠어. 만수는 아까 본 그 태블릿 좀. 아, 탐지기도.”
“Ok.”
장만수는 가방에서 두 가지 물건을 꺼내어 건네줬다.
“잘 다녀와.”
“나는 아침 훈련 점검이 있어서 KITE 좀 들렀다 갈게.”
웨이는 옆 엘리베이터의 아래 버튼을 눌렀다.
“너도 고생이 많다.”
“대장 덕분에.”
“나도 같이 갈래!”
메이안이 신우의 뒤를 따르려 하자 웨이가 그녀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오늘은 특수팀도 같이야. 그러니 너도 훈련 점검 받아야지.”
“왜에―!”
“하기 싫으면 나부터 이기든가.”
“쳇!”
메이안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신우는 위로 올라갔다.
회장실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구상호가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명중환은 미간이 잔뜩 구겨진 채로 MH그룹와 관련된 뉴스를 보고 있었다.
“왔냐.”
TV가 꺼지고, 신우는 그의 옆으로 앉았다.
“아침부터 부르신 것을 보면 많이 급하셨나 봅니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중이지. 그래서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냐.”
신우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 신우는 아까 장만수에게 받아온 탐지기를 꺼냈다.
“내…….”
탐지기를 알아본 명중환이 뭐라 말하려 하자 신우는 손가락을 입술 앞으로 가졌다. 조용히 하라는 의미였다.
탐지기의 램프 쪽에서 빨간색 불빛이 일정한 속도로 반짝였다.
그렇게 탐지기는 책상, 의자, 컴퓨터, 테이블, 소파, 책장까지 훑었다. 그러다 신우는 책상을 밟고서 올라가 형광등 쪽으로 손을 움직였다.
탐지기의 불빛이 빠른 속도로 깜빡이기를 반복했다.
그 의미를 알아본 명중환과 구상호의 표정이 굳어진다.
이에 신우는 형광등 부근을 살펴 손톱만 한 크기의 단추처럼 생긴 물건을 떼어냈다. 그리고 밑으로 가지고 내려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악―!”
한껏 내질러진 신우의 외침에 두 사람은 한 번 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회장실 바깥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울렸다.
“꺅―!”
이에 상황을 눈치챈 구상호가 빠르게 회장실 문을 열고서 뛰어나갔다.
회장실 바깥에 자리한 부속실에서 한 여자 직원이 귀를 부여잡고 있었다. 구상호는 여직원이 급히 빼버린 이어폰을 보았다.
“잠시 감사실로 모셔야겠습니다. 조용히 따라오시죠.”
“왜, 왜 그러세요?”
여직원의 발뺌에 구상호는 휘하 경호원 중 여성을 불렀다.
“확인하지.”
그 지시에 여자 경호원은 여직원의 이어폰을 잡아당겨 그 끝과 연결된 수신기를 찾아냈다.
“이게 MP3나 라디오라고는 못 하시겠죠.”
“…….”
끝내 여직원은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부속실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구상호는 여직원이 가지고 있던 이어폰과 수신기를 들어 회장실로 돌아왔다.
“부속실의 임나연이란 직원이었습니다. 일단 감사실로 데려가라고 조치했습니다.”
명중환은 구상호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물건들을 보고 침음이 흘렀다.
“대체… 이게 무슨…….”
“수신기를 보니 근거리 도청 주파수용입니다.”
옆에서 신우도 자신이 찾은 도청기와 수신기를 보고서 말했다.
“모델명은 EL3423. ELFE EAR라고 불리는 독일 제품이네요. 예전에 독일 정보부 BND에서 첩보 활동 중에 많이 사용하던 것인데, 습기에 취약한 것과 수신 거리에 비례해 노이즈가 심해진다는 단점이 커서 지금은 생산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설명에 명중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굉장히 자세히 아는구나.”
“이런 물건은 용산이나 청계천만 가도 업자한테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대신 이건 벽간 노이즈 문제가 너무 커서 특정 장소가 아닌 대상에게 부착해 미행하며 도청하는 용도로 쓰였습니다. 크기도 작잖아요.”
신우는 엄지손톱만 한 도청기를 들어 보였다. 두께도 얇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도 웬만하면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구 비서, 요즘 군대에서는 이런 것도 가르치던가?”
옆에서 구상호도 명중환처럼 감탄했다.
“제가 있던 NIS에서나 가르칠 겁니다. 다만 거기서도 저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데 신우는 굉장히 잘 알고 있군.”
신우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
“주변에서 주워들은 것이 많아서요. 그보다 내부 보안에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셔야겠네요.”
“회장실 내 점검은 저희가 정기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회장님 휘하 특수경호팀에 첩자가 있는 걸까요?”
순간 구상호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그 의심이 짙어지도록 만들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일단 정기 점검 이후로 누가 형광등에 손을 댄 적이 없는지 확인해보시죠. 부속실 직원이라면 특수경호팀의 점검 일정도 알 수 있었겠고, 회장님은 자주 출근하지 않으시니 기회가 많았을 테니까요.”
“체크하겠습니다.”
“그리고 점검은 공유할 필요 없이 회장님께서 계실 때 바로 진행하세요. 안에 들이는 사람도 철저하게 확인하시고요.”
신우는 이번 MH전자·식품 사태의 배후에 TSF가 있다는 걸 알았다.
MH전자에서 심혈을 기울인 디자인과 기술까지 유출된 상황. TSF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그 계획의 주모자인 곽치영이 움직이는 것이니 어떤 상황이든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주객이 전도된 듯한 지시가 마무리되면서 명중환은 도청기를 발견한 충격에서 헤어나왔다.
“네가 이걸 발견하지 않았다면 정보가 새어 나갔겠구나.”
“그걸로만 끝나지 않았을 테니 더 다행이죠. 그 직원에게 설치한 날짜도 잘 확인하시고요.”
사실 신우는 부속실 직원이 도청기를 설치해놓은 것도 미리 알았다. TSF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장만수에게 부탁해 회장실이 있는 층의 복도 CCTV에 PTA(다각형 추적 알고리즘)을 가동시켜 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임나연이란 여직원이 야근하다가 회장실에 몰래 출입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까 장만수가 차에서 보여준 영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어젯밤에 벌어진 일이니 그사이에 다른 정보가 흘러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본론을 꺼내도 되는 거겠지? 일전에 말했던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는 거냐?”
신우는 재촉하는 명중환의 말투에 태블릿을 꺼내어 내밀었다. 거기에는 장만수가 담아준 자료가 들어 있었다.
“4차 테스트까지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없었고?”
“전혀요.”
그사이에도 명중환은 태블릿 안의 자료를 뚫어지게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생겼다.
“TGE8947에 관해서는 잘 알았다. 솔직히 새로운 고용량 고효율 배터리라니…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생각했건만… 진짜 가능했구나.”
지난번 MH전자 사태가 터졌을 때 신우가 제안한 일이었다.
물론 명중환은 곧바로 믿기가 어려웠다.
MH전자에서도 수년간 연구한 끝에 개발해낸 것을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만들 수 있다고 했으니 말이다.
“저는 불가능한 일은 꺼낸 적도 없는데요.”
너무 자신만만한 태도임에도 명중환은 불쾌하지 않았다. 다만,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특허권을 신청해도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을 때까지는 기간이 상당하지 않겠나.”
당장 내년 MH전자 매출을 책임져줄 신제품이 중요했다. 문제가 터진 탓에 관련 부품을 생산하던 공장까지 전부 올 스톱 되어 난감한 상황이니 다른 해결책도 필요했다.
이에 신우는 명중환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