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26)
전직용병 재벌서자-126화(126/305)
126화. 고요한 시가전 (1)
테이블 위의 분위기는 잠시 가라앉았다.
도로시는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신우에게 말했다.
“단순해요. 저와 손을 잡는 거죠.”
“그게 저한테 무슨 이득이 있는 거죠?”
신우의 반문은 여전히 덤덤했다.
이에 도로시는 흥미롭다는 듯이 쳐다봤다.
“요즘 MH전자가 중국 LAOJIA와의 문제로 시끄럽다죠? 물론 MH전자 쪽이 꺼낸 회심의 수로 결과가 뻔히 보이는 판이긴 하지만, 빨리 정리될 문제가 아니잖아요.”
중국에서 TSF 중국 지사가 가진 영향력은 상당했다. 그런 힘으로 도와주겠다는 의미를 신우도 모르지 않았기에 살짝 호기심을 가졌다.
“TSF에서 정리해주시겠다는 겁니까?”
“그것만으로는 조금 섭섭하시겠죠? MH식품 쪽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원래 미국 본사에서 뉴욕 본부를 맡고 있었거든요. 같이 정리해드리면 어떨까 하는데요.”
굉장히 파격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신우는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와 물었다.
“그건 제가 아닌 MH그룹의 이익과 직결된 일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차피 MH그룹의 회장 자리는 백신우 대표님께서 가지실 거 아닌가요?”
도로시가 신우의 목적을 어떤 방향으로 가늠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제가 그 자리를 노린다고 어떻게 확신하시죠? 그리고 현재 차기 회장은 제가 아닌 명인철 사장이 더 유력한데요.”
수십 년 동안 명인철이 그룹 내에서 갈고 닦아온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물론 도로시도 그런 상황을 모르지 않았다.
“곽치영 지사장은 백 대표님이 아닌 명인철 사장을 선택했죠. 사실 이번 일도 곽 지사장이 벌인 것이기도 하고요.”
순간 신우는 그 사실을 몰랐다는 듯이 표정을 굳혔다.
“MH전자와 MH식품 쪽 일이, 곽 지사장님의 계획이었다는 말씀입니까?”
도로시는 미끼를 물지 말지 고민하는 신우의 반문에 미소가 짙어진다.
“맞아요.”
“그쪽은 곽 지사장과 같은 회사 식구 아닙니까? 아무리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다지만, 그런 중요한 정보를 저한테 말해주셔도 되는 건가요?”
“기브 앤 테이크를 좋아하신다면서요.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도 있지 않겠어요?”
상대가 제안하기 전에 먹이부터 던지는 방식. 지금까지 신우가 사용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안에 담긴 의미도 모를 수 없었다.
그 먹이로 상대가 자신을 믿게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품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좋아하는 편이죠. 그러니 먼저 알려주신 것만큼 저도 드리는 것이 있어야겠네요.”
“…저한테는 무엇을 주실지 흥미롭네요.”
신우는 매우 차분해진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자오둥이란 회사를 아십니까?”
“중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온라인 쇼핑몰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당연히 알고 있죠.”
“거기 투자하신 것이 있다면 빨리 털길 권유드리고 싶네요.”
순간 도로시는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러시는 거죠? 일본의 코가제약 사태와 같은 건가요?”
“비슷합니다. 곧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질 거라는 정보가 있어서요.”
“…어떤 일이죠?”
신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공안부에서 움직였습니다. 다만, 최근 레이셩그룹 사태로 민심이 살벌하다 보니 엠바고를 걸어놨었고 그게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까지만 압니다.”
“MH퓨처시큐리티에서는 중국 사법부를 사찰이라도 하시는 건가요?”
이에 신우는 웃음으로 그녀의 반문을 흘렸다.
“그럴 리가요. 정보력이 조금 남다를 뿐입니다. 그리고 투자 쪽은 바이안, 하투린, 란트테크란 곳을 추천드리고 싶네요. 잘만 만지면 1년 안에 최소 300% 이상은 이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이야기에 도로시는 무조건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말이죠?”
“바이안은 자파르라는 회사와, 란트테크는 샤이엔바이오라는 회사하고 거액의 투자 이야기가 오고 가는 중입니다. 하투린은 음식 배달을 하는 애플리케이션인데 성장률이 좋은 편이고요. 그곳도 여러 회사에서 투자 제안을 받는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사항들은 TSF 중국 지사장인 도로시도 아직 듣지 못한 정보였다. 물론 중국의 모든 회사를 마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연 이익 300%까지 뛸 회사라면 조금이라도 전조가 보였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건 어떻게 아신 것… 아, 어차피 대답은 안 해주시겠죠.”
“아시니 다행이네요. 매번 사람들이 그런 걸 물어대는 통에 상당히 귀찮았거든요.”
지금 도로시는 신우가 불러준 회사의 상황을 알아보고 싶어서 근질거렸다. 그러나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서 다시 말했다.
“제가 알려드린 정보와 딜이 될 수 있는지는 확인 후 알게 되겠네요. 하지만 그게 정말이라고 해도 제가 말씀드린 것과 비등한 가치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도로시는 곽치영의 정보를 판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도로시에게도 위험할 수 있는 정보이니 신우의 신뢰가 더 필요하다는 걸 어필했다.
“맥다니엘 지사장님께서도 곽치영 지사장과 같이 저를 누구와 저울질할 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런 물음에 도로시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생각보다 정말로 의심이 많은 편이시네요.”
“하지 않을 수가 없죠.”
당장은 도로시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인지 알았어요. 그럼 저도 말씀하신 것들을 확인해보고 다시 만남을 청하도록 할게요.”
“그러시죠.”
이후 대화는 근래 중국과 홍콩의 경제에 대한 것들로 진행되었다.
* * *
다음 날.
홍콩 섬 북부의 진카이센터 빌딩으로 고급 승용차들이 줄지어 들어갔다.
그곳 28층에서 DAX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주관으로 배성물산 그룹의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신우는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입찰 진행이 예정된 회의실에 들어섰다.
곁에 웨이와 메이안은 없었다. 웨이는 고아원에 잠시 볼일이 생겨서 넘어갔고, 메이안도 위수안에게 맡겨둔 상태였다.
회의실 안 분위기는 여러 사람으로 인해 어수선했다.
워낙 큰 입찰인 탓인지 한국의 여러 기업 관계자가 있었고, 신우가 들어선 것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 대표잖아.”
“MH그룹에서도 뛰어든다던 게 진짜였어?”
“리비오 소프트에서 시스템까지 국내 독점으로 먹었으면 적당히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물류 라인까지 다 차지하면 다른 회사들은 뭘 먹고 살라고?”
지난번 MH그룹의 창립 40주년 파티로 인해 몇몇 사람이 신우를 알아본 것이다.
그사이 신우는 한쪽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주변 분위기는 계속 어수선했다. 그러다 다른 사람들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낯익은 얼굴. MH식품과 리테일의 사장인 명성철이 사람들 사이에 있었다.
‘펀드를 내세웠으면서 여기까지 직접 온 건가?’
신우가 생각하는 사이, 안쪽으로 걸어온 명성철은 옆의 비서와 함께 신우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다.”
공적인 자리임에도 명성철의 말은 짧았다.
이에 신우는 슬쩍 고개만 들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게요.”
너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한 탓인지 명성철의 이마에 힘줄이 살짝 잡혔다.
“오늘 입찰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실패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준비를 꽤나 잘했나 보구나.”
신우는 그런 물음에 명성철을 뚫어지게 보았다.
“명성철 사장님께서도 준비를 잘하셨나 보네요.”
나름(?) 순수한 의도로 물은 것이다.
하지만 명성철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만만하구나.”
“그보다 곧 입찰이 시작할 거 같으니 자리부터 잡고 앉으시죠. 서서 하실 생각이 아니라면요.”
“…….”
명성철은 미간을 잔뜩 구긴 채 비서와 경호원들을 데리고서 반대쪽 자리로 이동했다.
그사이 안으로 들어온 DAX의 공개 입찰 관계자 중 하나가 단상 앞으로 올라서서 영어로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배성물산 계열사 공개 입찰의 진행을 담당한 지위판이라고 합니다.”
소개와 함께 입찰 순서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공개 입찰에 나온 매물은 본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계열사였다.
배성유통, 배성시멘트, 배성슈퍼. 그 외에는 자회사로 속한 곳이기 때문에 입찰을 받기만 하면 전부 딸려오는 것이다.
물론 입찰가는 계열사 하나당 기본 최소 2,000억에서 최대 8,000억 이상으로 책정되었기에 거기서 얼마나 더 오를지도 관건이었다.
“진행은 단순하게 가장 높은 입찰가를 적어낸 곳으로 인수가 결정되며, 입찰이 결정됨과 동시에 미리 명시했던 서류와 더불어 일주일 내로 계약이 체결될 겁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가요?”
그런 물음에 한쪽의 사내가 건성으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어디서 오셨죠?”
“KD인터내셔널, 이상만이라고 합니다.”
남자의 소개에 주변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는 배성물산 배영철 회장의 장녀에 회장 자리를 노렸던 배민숙의 남편이자 KD인터내셔널 전무이면서, KD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직함만 전무일 뿐이지 KD인터내셔널에서 실세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말씀하시죠.”
“배성물산은 공개 입찰에 내놓지 않은 이유가 있는 겁니까?”
입찰 선택지에는 계열사만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배성물산은 내부에서 결정된 바가 없습니다.”
“일전에 KD그룹을 통해 문의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마찬가지던데, 혹시 인수가 내정된 회사가 있는 겁니까?”
이번 물음으로 이상만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 엿볼 수 있었다.
동시에 조그맣게 울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뭉쳐지며 회의실 안을 크게 울렸다.
신우는 그런 내용들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물론 KD인터내셔널의 입찰 참가도 미리 알고 있던 사항이었다.
‘못 먹었던 감을 찔러보기라도 해보려고 온 건가?’
KD그룹 자체에서 유통 계열사를 만들려던 조짐은 예전부터 있었다. 당연히 그 목적을 위해서 이상만은 배민숙을 이용해 배성물산을 차지하려 했었다.
하지만 배민숙이 스스로 회장 자리에 오르려 하자 남편인 이상만과 틀어졌고, 배성물산이 무너진 지금은 이혼 소송 중이었다.
그사이 지위판이 이상만을 보고 대답해주었다.
“저는 이번 입찰만 담당했을 뿐, 방금 말씀하신 사항은 알지 못합니다. 그 외에 다른 질문이 있을까요?”
다른 질문은 던져지지 않았다.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지위판은 다시 상황을 이끌어갔다.
“입찰은 한꺼번에 진행하겠습니다. 참가하실 기업에서는 먼저 배부되었던 용지를 봉투에 넣은 채로 앞의 상자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각 회사들은 입찰 일정에 맞춰서 미리 인수가를 책정해왔다.
하지만 KD인터내셔널과 더불어 MH그룹의 명성철과 신우까지 인수전에 뛰어든 것을 확인한 탓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다들 먼저 정한 가격대로 제출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그때 신우의 옆으로 서 있던 마크 프리먼이 걸어 나갔다. 그리고 처음부터 들고 있던 봉투를 덤덤한 표정으로 ‘BAESUNG Distribution(배성유통)’이라고 쓰인 상자에 넣었다.
‘명성철도 이제 와서 고민하기 시작하는 건가?’
다들 서류를 하나만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니 자체적으로 최대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해서 무엇으로 낼지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조용히 있던 명성철의 비서 우남용이 마크 프리먼처럼 서류를 상자에 넣고서 돌아갔다.
‘명성철은 준비한 자금을 전부 넣었으려나.’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찰이 마감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