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27)
전직용병 재벌서자-127화(127/305)
127화. 고요한 시가전 (2)
입찰이 끝난 후, 상자는 지위판과 휘하 직원들의 손에 의해 수거되었다.
그동안 회의실 안 사람들은 시험을 갓 마친 학생들처럼 답 맞추기를 하듯 다시 시끄러워졌다.
배성물산 입찰에 참가한 기업은 약 8곳 정도였다. 계열사라고 해도 인수 가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감당이 가능한 곳만 온 것이다.
잠시 후, 입찰가 확인을 마친 지위판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결과가 정해진 듯한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다들 표정이 자신만만했다.
지위판은 봉투에서 종이를 꺼냈다.
“먼저 배성슈퍼는… 입찰가 13억 1천만 홍콩 달러를 적어낸 우상유통.”
한화로 약 2,200억 원.
우상유통은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슈퍼 체인 기업이다. 이번 인수전으로 국내 1위가 되기 위해 꽤나 무리해서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물론 우상유통의 입장에서는 배성슈퍼가 헐값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으니 시도해볼 만한 도전이었다. 게다가 배성슈퍼는 직영점보다 가맹점 비율이 높다 보니 인수가도 다른 계열사에 비해 낮았다.
이에 우상유통 쪽 사람들은 소리 없이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했다.
“다음은 배성시멘트입니다. 입찰가는 20억 2,500만 홍콩 달러를 적어낸 청산시멘트로 결정됐습니다.”
청산시멘트도 우상유통과 비슷한 입장이었다.
그렇게 두 계열사의 입찰이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희비가 갈린 표정은 역력하게 드러났다.
“마지막, 배성유통을 발표하겠습니다. 입찰가는…….”
이번 순서가 입찰의 꽃이자 피크였다. 대한민국 거대 유통 라인을 단번에 장악할 수 있는 기회. 한 번에 유통의 왕좌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MH그룹에서 유통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며 새로운 왕좌로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배성물산이 무너졌기에 가능했던 상황이다.
구식이라고 해도 기반이 있는 회사가 그 유통 라인을 가지게 되면 비등할지언정 모자라지는 않게 될 것이었다.
그로 인해 입찰에 참가한 이들이 침을 삼키는 사이, 지위판은 말을 계속 이어갔다.
“…59억 5,400만 홍콩 달러로… MH퓨처시큐리티가 결정됐습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했다. 그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계산해보니 한화로 약 1조 원. 그걸 MH퓨처시큐리티에서 적어내어 입찰받은 것이다.
동시에 한쪽에서 명성철이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 돼―!”
절대 납득할 수 없는지 명성철은 지위판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가 서류를 뺏으려 했다.
하지만 지위판은 뒤로 물러나고, 주변에 있던 시큐리티 직원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짜고 치는 거 아니야?! MH퓨처시큐리티에서 뭐? 1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MH리테일 쪽에서는 MH퓨처시큐리티의 자금 유동도 관찰했었다. 그리고 운용이 가능한 자금은 아무리 많아야 약 7,500억 원 정도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런데 1조 원이라니…….
명성철은 DAX가 MH퓨처시큐리티와 계획해 일을 벌인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아시다시피 이번 입찰은 제한 경쟁으로 진행된 겁니다. 저희는 그걸 위해서 입찰가를 지급할 수 있는지 재무 상태까지 확인을 마친 상태이고요.”
“하지만…….”
“입찰은 끝났습니다. 이의제기하시려면 제가 아니라 홍콩 법원을 통하시죠.”
“크윽―!”
민사 소송으로 입찰에 대한 문제를 거론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MH퓨처시큐리티가 1조 원이란 자금을 문제없이 제때 지급하면 거품처럼 사라져버릴 것이었다.
이에 명성철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신우를 노려보며 다가갔다.
“대체 너한테 그런 자금이 어디서 난 거냐?”
“제 회사는 투자를 받는 곳입니다. 그러니 투자로 돈을 구하지 않았을까요?”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명성철은 뚫어질 듯이 쳐다보기만 했다.
인수 계약 완료까지 일주일이란 기간이 주어진다. 보통 기업은 큰 자금을 전부 보유하고 있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대출이나 투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 다만, 자금의 용도를 확인해야 해서 인수 계약 같은 것이 확실히 완료된 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인계 측에서도 그런 것을 알기에 일부러 기간을 주는 것이었다.
명성철은 신우에게도 당장 그 정도의 자금이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최대한 훼방을 놓아서 배성유통을 인수하지 못하게끔 만들 생각이었다.
“내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냐?”
“죄송하지만 뭘 하시기에는 명성철 사장님한테 시간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저는 계약을 마무리 지으러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 오늘 전부 마무리할 예정이라서요.”
“…뭐?”
신우는 그대로 일어났다.
“말 그대로입니다. 오늘 인수까지 전부 마칠 겁니다. 마크, 필요한 서류가 든 가방을 잘 챙겨주세요.”
“이미 챙겼습니다.”
마크 프리먼의 손에는 두랄루민으로 된 가방이 들려 있었다.
“…오늘 인수 자금까지 전부 처리한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제가 진행한 일을 질질 끄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신우는 어리벙벙해진 명성철을 지나쳐서 지위판에게 다가갔다. 미리 말이 되었던 것인지 자연스럽게 안내를 받아 회의실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비서와 같이 서 있던 명성철은 또다시 표정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 * *
【DAX 배성물산 계열사 공개 입찰! 승자는 MH퓨처시큐리티, 청산시멘트, 우상유통으로 결정!】
【MH퓨처시큐리티, 배성유통 입찰 성공! 입찰가는 무려 약 1조 원으로…….】
【MH그룹 유통 계열사 설립? 기존 MH식품과 MH리테일에서 분리 관리하던 유통 라인을 통합하여 계열사로 분리시킨다는…….】
.
.
곽치영은 뉴스보다 먼저 MH퓨처시큐리티의 배성유통 인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명인철의 동생인 명성철이 그 판에 뛰어든 것도 말이다.
그건 명인철의 JION 펀드를 통해 4,000억 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던 것이 곽치영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도 명성철이 총 8,000억 원으로 입찰을 받아내면 주기로 했던 것이다.
“결국 백신우가 먹을 줄은 알았지만, 1조 원이라니…….”
인수가는 최대 8,500억 정도까지만이라고 책정했었다.
그런데 백신우는 거기서 1,500억을 더 부어서 누구도 배성유통을 먹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다.
옆에는 언제나처럼 오한성이 서 있었다.
“솔직히 이번 판은 백신우 대표가 과하게 무리수를 둔 것으로 생각됩니다.”
곽치영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그런 생각이 드네. 어디서 자금을 그렇게나 끌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MH유통을 가지면 충분히 만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지. 동시에 MH그룹 모든 유통 라인을 장악해서 명인철과 명성철, 명수연의 계열사 자금을 빨아먹을 수도 있고 말이야.”
어떤 회사든 상품을 팔아 이익을 만들려면 유통이 필요했다. 이전 MH그룹도 자체적인 유통 라인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수요에 비례하려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시스템의 노후화와 물류 센터 부족이었다.
이에 배성유통이나 타사의 유통 라인을 추가적으로 사용했고, 당연히 그만큼 이익 중 일부가 밖으로 흘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상당한 견제는 될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자금이 크게 빠져나갔으니 MH퓨처시큐리티의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겠지…….”
생각이 복잡해지던 중에 오한성의 품속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이에 잠깐 전화를 받던 오한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사장님. 홍콩에서 백신우 대표와 도로시 맥다니엘 지사장이 따로 접촉했었다고 합니다.”
순간 곽치영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자세히 말해봐.”
“맥다니엘 지사장이 먼저 만남을 청했답니다. 백신우 대표가 홍콩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던 중에 앞을 막아 세웠다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당일 저녁 리칭하이 레스토랑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대화 내용은 독대한 탓에 알아내지 못했답니다.”
곽치영은 더욱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도로시 맥다니엘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칠원회 일로 나한테 앙갚음하려는 모양이군.”
현재 도로시는 칠원회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 과정에서 삼흉의 사건이 TSF 한국 지사에서 사주한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을 것이다.
“당장 중국 지사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백신우를 접촉한 것부터 거창한 것을 보니 나한테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였겠지. 그 여자가 보기에도 백신우는 꽤나 먹음직스러웠을 테고 말이야.”
그런 대답 중에 오한성은 문득 떠올린 것이 있었다.
“혹시… 중국 지사가 이번 배성유통에 개입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방금 소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이 하나 더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곽치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백신우는 무엇이든 먼저 받는 법이 없어. 어떤 식으로든 먼저 넘겨주고서 받지. 게다가 자신에게 있어서 절대 빚이 될 정도를 받지 않아.”
곽치영도 신우와 처음 거래했을 때 코가제약과 배성물산에 관한 정보를 받기만 했다. 그러고서 곽치영이 신우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MH퓨처시큐리티 창립 당시 투자금 100억이 전부였다.
게다가 그것도 MH퓨처시큐리티가 운영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돌려받았다. 상당한 이익금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에 반해 당장 TSF 중국 지사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않을까요?”
“조금 조잡한 방법으로라도 손을 쓰긴 써야지.”
“어떻게 준비할까요?”
오한성의 물음에 곽치영은 고민하듯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드렸다.
툭― 툭―
“중앙 지검을 써야겠군.”
“대검이 아니고 말입니까?”
“당장 거기서 물 만한 증거를 찾아낸 것도 아니지 않나.”
지금까지 곽치영도 신우에게 약점이 될 만한 불법 증거를 찾아두려고 애를 썼다.
솔직히 누구라도 털면 먼지가 나오지 않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우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소한 주가 이익에 대한 내부 거래의 미묘한 잔재 정도는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하면… 중앙 지검도 마찬가지이지 않겠습니까?”
“불만 피워도 연기가 나는 법 아닌가. 그 안에서 무엇이 타는지 누가 꺼내볼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피울 계획인 것이다.
오한성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느 정도 선으로 시작할까요?”
“불이 쉽게 꺼지지 않고, 필요할 때 물을 부어서 끄려 한다면 최소 검사장 정도는 되어야겠지.”
“그럼 중앙 지검 라인으로 해서 움직이라고 하겠습니다.”
“찾기 힘든 소스 때문에 고생도 많을 테니 떡값은 넉넉히 전해주지.”
이에 오한성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곽치영은 사무실 한쪽에 놓인 탁자로 다가가 위스키를 잔에 따라 마셨다. 밤이 내려앉기 시작한 저녁 시간, 창문 밖 아래로 도로를 빼곡히 차지한 차들이 보였다.
“도로시 맥다니엘…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치려 하는구나.”
MH퓨처시큐리티를 검찰로 흔들려던 건 도로시가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당장 도로시와 백신우가 손을 잡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중국 내에서 칠원회가 무너진 탓에 도로시의 세력도 커졌으니…….”
걱정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방금 밖으로 나간 오한성에게 전화를 넣었다.
[말씀하십시오.]“지난번에 도로시가 말했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활동 중이라던 2인조 용병을 찾아볼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