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28)
전직용병 재벌서자-128화(128/305)
128화. 새해는 검찰과 함께 (1)
해가 지나갔다.
그런 와중에 임희연은 회장실에 앉아 명중환에게 지시받았던 총괄 감사 보고서를 올렸다.
내용을 확인한 명중환은 자연스레 침음이 흘렀다.
“한 해 동안 썩은 부분이 더 늘어나기만 했군.”
MH그룹의 본사를 비롯하여 모든 계열사를 점검한 결과였다.
특히 재무제표분석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 훤히 드러나 있으니 참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운용 자금에도 문제가 많아서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도 막막했다.
“일단 당장 처리한 직원 개인 문제는 해당 계열사 감사 직후에 바로 처리했습니다. 그 외에는 회장님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겠습니다.”
“무역에서 가족 명의 회사를 중개로 세워서 수수료 횡령, 모터스에서는 부품의 무단 유출? 진짜 가지가지 하는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A4용지 10페이지에 세세한 다른 내용들이 수두룩했다.
물론 공기처럼 투명한 기업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명중환은 최대한 그런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힘을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도 고이면 썩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몇몇 사항은 회장님도 알고 계시지 않았나요?”
그런 물음에 명중환은 헛기침하듯 목을 가다듬었다.
“크음―!”
“아무튼 법적 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법무팀에 자료를 넘겨놨으니 조만간 보고서가 올라올 겁니다.”
“올해의 시작은 경찰, 검찰로 시작하는구나.”
MH전자와 MH식품의 문제로도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MH전자 쪽은 사고 친 이들이 귀국하여 나쁘지 않게 해결될 예정이지만, MH식품은 상당히 심각했다.
일단 곰팡이 식품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미국 법원을 통해 MH식품 LA 공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였다.
물론 임희연도 그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알았다.
“MH식품은 명성철 사장이 직접 미국으로 넘어가서 해결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말해놨다. 문제 발생 원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외면할 수는 없으니 말이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런저런 걱정이 오갔다.
그러다 노크 소리와 함께 구상호가 황급히 들어왔다.
“왜 그러는가?”
구상호의 표정만 봐도 심각한 일이란 느낌이 들었다.
“검찰에서 압수 수색 영장을 가지고 왔습니다.”
“…수색 영장? 무슨 일로?”
MH식품 일이라면 미국 쪽에서 조사 중이니 한국 검찰과 관계가 없었다.
그 외에는 감사에 대한 사항뿐이지만, MH그룹 본사에서 고소를 진행할 일이지 검찰에서 수색 영장을 들고 올 일이 아니었다.
“MH퓨처시큐리티의 주식 내부 거래 혐의에 대한 익명 제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뭐어?!”
“방금 로비에 도착해서 올라가고 있답니다.”
“백신우 대표는 지금 사무실에 있나?”
“아마 그럴 겁니다.”
명중환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물론 MH퓨처시큐리티는 계열사 중 하나이지만 그 위치는 MH그룹 본사였다.
아무리 제보를 받았다고 한들 검찰에서 아무런 언질도 없이 제보만으로 수색 영장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명중환은 무거워진 표정으로 입을 뗐다.
“어디서 나온 누구인지는 확인했나?”
“중앙 지검 부정부패수사부 노승진 검사입니다. 백신우 대표를 대상으로 했답니다.”
“거기 검사장이 누구였지?”
그런 물음에 구상호는 막힘없이 대답했다.
“안상혜 검사장입니다. 바로 연락 넣을까요?”
명중환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구상호가 연결한 핸드폰을 넘겨받았다. 스피커폰으로 바꿔서 임희연도 같이 들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오랜만이에요. 명중환 회장님.]얼마 지나지 않아 수화기 너머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사는 됐고, 방금 저희 본사로 중앙 지검 노승진 검사라는 사람이 수색 영장을 들고 왔습니다. 그것에 대해 설명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MH그룹 본사요? 제가 결제한 영장은 MH퓨처시큐리티와 백신우 대표인걸요.]말장난하는 듯한 분위기에 명중환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내가 그게 어디 있는지 몰라서 말하는 거겠습니까?”
[저도 모르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중앙 지검에서도 나름 수사를 하고서 움직인 거예요. MH퓨처시큐리티의 금융 거래 내역을 보니 수상한 점이 상당하더라고요.]명중환은 더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고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나랏밥 먹는 사람이 허투루 일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증거가 없다면 문제없이 풀려나겠죠.]“하면, 수색 영장이 나온 이유는 뭡니까?”
[증거를 은폐할 위험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아무튼 상황이 이러니 사적인 통화는 자제해야겠네요.]뚝―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잠시 정적이 흐르던 중에 임희연의 숨소리가 봉지를 뒤집어쓴 것처럼 가빠지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희연아! 괜찮냐? 구 비서!”
“스트레스로 인해 과호흡이 온 거 같습니다.”
구상호는 곧장 바깥으로 나가서 종이봉투 하나를 챙겨와 임희연의 입에 씌워주었다.
이에 임희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조금씩 진정되었다. 그러다 품속에서 조그만 통을 꺼내 열어서 약을 먹었다.
“물도 좀 가져오게.”
이번에도 구상호가 움직여서 물을 따라 넘겨주었다.
그렇게 임희연은 약을 삼키고서 잠시 동안 조용히 있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명중환은 걱정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괜찮은 거냐? 그 약은 또 뭐고?”
임희연이 진정될 때까지는 좀 더 걸렸다. 그러다 숨소리가 완전히 잦아들면서 천천히 입을 뗐다.
“후우… 요즘 먹고 있는 약이에요. 중국 때 일로 조금 좋지 못했어서요…….”
폐공장에서 당하던 고문, 고막을 찢어버릴 듯이 울려대던 총성과 비명.
그로 인해 생겼던 PTSD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임희연은 잠들 때마다 그때의 일들이 악몽으로 찾아왔다.
“이걸 어찌…….”
“약 먹어서 조금 괜찮아졌어요. 그보다 신우는 어떻게 해요? 검찰에서 그런 식으로 나올 정도라면 뭔가 단단히 준비했다는 거잖아요.”
명중환 역시 당장 내려가볼까도 했지만 오히려 더 눈에 띌 수 있기에 참았다.
“일단 상황을 보자.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검사장이 안 된다면 더 윗선도 있었다. 물론 중앙 지검에서 뭘 얼마나 준비했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수색 영장을 낸 것만 봐도 작정한 것이 분명했다.
“저도 알아보도록 할게요.”
“너는 몸도 좋지 않으면서 뭘 하려고? 그냥 가만히 있어라.”
“어떻게 그래요?”
“지금 찾아간다고 해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잖느냐. 그러니 나한테 맡겨라. 법무팀도 곧바로 보낼 테니.”
명중환이 구상호를 쳐다보았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한 구상호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 * *
신우는 사무실에 있다가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들에게 임의 동행으로 따라가게 되었다. 그동안 사무실은 수사관들에 의해 뒤집어졌다.
이후 신우는 중앙 지검에 도착해서 취조실에 앉혀졌다.
조용한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들어왔다.
“백신우 씨 사건을 담당하게 된 부정부패수사2부 노승진 검사라고 합니다. 공식 석상에서 뵙기 힘들었던 경제계 유명 인사를 이런 식으로 보게 되는군요.”
구구절절한 인사에 신우는 덤덤히 앉아서 그를 쳐다보았다.
“영장에서 이름 봤습니다.”
“그러면 이해가 빠르시겠네요. 무슨 이유로 들어오신지도 잘 아시죠?”
“내부 거래 혐의라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제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MH퓨처시큐리티의 계좌를 확인하니 수상한 정황들이 잔뜩 발견되어서 말입니다.”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수상한 정황을 말씀하시는 거죠?”
이번 물음에 노승진은 들고 왔던 서류를 펼쳐서 뒤적였다.
“MH퓨처시큐리티가 세워지고 약 3개월 동안 단기 순이익만 최소 150%에서 최대 300%. 초기 투자금 200억을 수십 배로 불리셨던데… 이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서류는 뒤집어져서 신우가 볼 수 있도록 놓아졌다. 그 안의 그래프는 끝까지 상승 곡선만 그려져 있었다.
“돈 잘 버는 것이 죄라는 건 처음 알았네요.”
“그게 죄가 아니라 방법이 문제죠. 확인해보니 백신우 씨는 전남 장흥에서 초중학교를 졸업. 목포에서 고등학교 졸업 직후 부사관으로 입대. 4년 복무를 마치고서 중사로 전역하셨죠? MH그룹에는 그 후에 들어가셨고요.”
“맞습니다.”
“솔직히 경영학, 경제학 같은 걸 공부하신 것도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MH그룹 입사 후 손을 대는 것마다 투자에 성공한다? 백신우 씨라면 그런 말을 믿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그런 사람을 눈앞에 두고 계시잖아요.”
신우의 대답에 노승진은 불쾌한 기분을 느꼈는지 긴 한숨을 흘렸다.
“후우―! 지금 말장난하자고 이 자리에 앉혀둔 거라고 착각하시는가 본데, 상황 파악이 안 되십니까?”
압박하는 외침에도 신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무리수를 두고서 발악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지금 제 앞에 놓인 게 증거는 아니겠죠?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돈 잘 버는 것이 죄는 아니라고. 저는 그저 잘 벌었을 뿐인데, 그게 내부 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됩니까?”
그러던 중에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수사관과 함께 한 중년의 사내가 들어왔다.
“백신우 대표님의 법률 대리인으로 나온 MH그룹 법무팀의 전형범 변호사라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저와 이야기하시죠.”
“생각보다 늦게 오신 듯합니다.”
“상황 파악을 해야 하다 보니 몇 가지 사항들을 확인하느라 이제 왔습니다. 그래서 제 의뢰인을, 내부 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임의 동행 요청하셨다는 거죠?”
노승진은 살짝 짜증이 난 표정으로 전형범을 쳐다봤다.
“맞습니다. 일단 앞에 자료가 있으니 보시죠. 그게 백신우 씨께서 내부 거래 없이 이룰 수 있는 이익률이 될지 말입니다.”
하지만 전형범은 그런 서류를 확인하지 않았다.
“중앙 지검 검사께서는 고작 이런 자료가 증거로써 효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거기에 계좌 자료도 있습니다. 해외로 넘어간 자금도 상당하던데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노승진도 변호사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신우가 아닌 그가 오고 나서야 명확하게 묻는 것이었다.
그제야 전형범은 서류를 넘겨서 계좌 자료를 확인해보았다. 다만,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서 온 것은 아니라서 뭐라 말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신우는 옆에서 그 내용을 보다가 입을 뗐다.
“해외 기업의 투자금입니다.”
“평균 금액이 약 400만 달러. 한화로 하면 52억 원 정도 되는데, 이게 전부 투자금이란 말입니까?”
“수색 영장으로 확보하실 자료를 보시면 이해되실 겁니다.”
“그거야 모를 일이죠.”
그때 다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변호사를 안내했던 수사관이 들어와 노승진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동시에 노승진은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신우를 빤히 보았다.
“저희가 확보한 주식 정보와 고객 정보가 전부 암호화되어 있다는데요.”
“기업 자료이니 보안을 위해 잠가놓은 겁니다. 그래야 고객들도 저희를 믿고 투자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신우의 차분한 설명에 노승진은 미간이 구겨졌다.
“이렇게 협조 안 해주시면 백신우 씨에게 불리할 뿐입니다.”
“임의 동행 아닙니까? 그리고 증거는 검찰 측에서 찾으셔야 할 문제죠. 제가 투자와 고객 정보를 오픈할 의무는 없는 걸로 압니다.”
사실 노승진은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 신우의 회사에 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었다. 증거는 수색 영장으로 확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제보와 더불어 MH퓨처시큐리티의 기업 계좌를 조회하니 나름 수상한 정황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까 전형범이 말했던 것처럼 이거다 싶은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