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
전직용병 재벌서자-13화(13/305)
13화. 궁금해지는 기록
한 달 정도가 흘렀다.
전략투자본부 내의 프로젝트는 담당자와 직속 관리자 외에 기밀로 취급되었다. 당연히 신우 혼자서 진행 중인 이번 프로젝트는 같은 부서인 직원들도 어떤 내용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1팀장 김종수가 파티션 위로 몸을 살짝 일으켜 백신우의 사무실 쪽을 보았다.
“그 소식 들으셨어요? 김 팀장님?”
“…실장님이 이번에 10억을 승인받아서 운용 중인 건 말입니까?”
김종수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에 지영숙은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네… 벌써 이익이 투자한 금액을 넘어서고 있대요.”
“진짜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혼자서 진행하고 있는 건가? 그것도 이익까지 보면서?”
그런 중얼거림에 2팀장 지영숙이 조용히 다가왔다.
“처음부터 재무팀이 10억이나 문제없이 예산을 집행해줬다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실장님은 우리한테 내용을 공유하지도 않으니… 대신 갑자기 엎어져서 문제가 생겨도 같이 끌려 들어가지는 않겠죠.”
“그래도 그렇죠… 10억이 무슨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일단 우리는 기획팀에서 넘어온 프로젝트부터 빨리 검토를 마쳐야죠.”
며칠 전 전략투자기획실에서 자료들이 넘어왔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장인 신우의 승인도 문제없이 떨어져서 실무를 준비 중이었다.
“일단 저희 1팀은 거의 마쳤어요. 2팀은 어때요?”
“저희도요. 대부분 투자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거 같아요. 리스크도 크지 않고요. 명운석 실장님의 업무 능력은 합병되기 이전 부서에서도 좋았다고 하던데, 틀린 말은 없는 거 같아요.”
대외적으로 명운석은 아버지 명인철로 인해 MH그룹의 차차기 계승권자로 꼽혔다.
당연히 그 라인은 어떤 곳보다 탄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명운석은 능력까지 인정받고 있으니, 서자 밑에서 일하는 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대로 투자 운영만 문제없이 진행된다면 명운석 실장님을 지지하는 직원들만 더 많아지겠죠.”
“솔직히 적자와 서자가 같겠어요? 시작부터 다른걸요.”
명중환 회장의 장손인 명운석이 미래전략기획실장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업무 성과를 하나하나 보여주었다.
그의 아버지 명인철도 본사 사장을 비롯하여 MH전자와 MH건설을 같이 운영하고 있었기에 차기 그룹 계승자로 불릴 정도였다.
물론 차남인 명성철과 딸 명수연의 파벌도 있긴 했지만, 그 세력은 명인철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뻔한 싸움인 거죠. 임희연 본부장님도 어디서 갑자기 나타나서는… 차라리 명운석 실장님이 본부장 자리에 앉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나중에 그렇게 바뀔지도 모르죠. 잠시만 본부장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들의 생각은 명중환 회장의 다른 자식이 전부 사장 자리를 하나 이상 꿰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임희연도 혼외자라고 해도 회장의 자식이었다.
그런데 사장은커녕 본사에 신설된 전략투자본부장 자리에 앉혀졌다.
그때였다.
덜컥―
엘리베이터 쪽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전략투자본부장 임희연이 부장인 송태훈과 함께 들어왔다.
깜짝 놀란 직원들은 벌떡 일어나 그런 두 사람을 향해서 고개 숙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듯 빠르게 지나가더니 신우의 사무실 문을 열고서 들어갔다.
잘그락― 잘그락―
신우는 왼손으로 주사위 두 개를 굴리며 컴퓨터로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이었다.
“본부장님께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너무도 덤덤한 반문에 임희연은 심각한 표정을 유지하며 말했다.
“방금 올린… 투자 운영 이익 보고서를 확인했어요. 정말 그 내용대로 이익을 본 건가요?”
“재무부 계좌에 입금도 마무리했는데, 그건 확인하시지 않은 건가요?”
계좌 내역은 보고서에도 첨부되어 있던 사항이었다.
“…확인했어요. 이번 주식 투자 운영으로 순수익만 약 17억 원이더군요.”
“일단 60% 예산 정도에서만 발생한 이익입니다.”
“아직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요?”
“그 정도면 충분하죠.”
기초 투자금 10억 중 6억만으로 3배 가까이 되는 금액을 벌어들인 것이다.
그것도 팀원들이 함께 움직인 것이 아닌, 신우 혼자서 만들어낸 이익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일이 실패할 것으로 생각했던 임희연은 도저히 믿기지 않아 신우를 부르지 않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설마… 내부 거래를 한 건 아니겠죠?”
해당 기업의 임직원을 통한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함이었다.
하지만 그건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이기에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범죄에 해당되었다.
“제가 투자한 회사들과 내부 거래를요? 저한테는 그런 인맥이 없는데요. 군대라면 모를까.”
신우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임희연도 신우에게 내부자 거래를 할 법한 인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 지금과 같이 주가 급등 시점을 정확하게 잡아내서 이익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기업의 주식 종목으로 말이다.
“말장난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저도 장난으로 대답한 거 아닙니다.”
“…….”
잠시 침묵이 맴돌던 중에 직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무실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회, 회장님!”
김종수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임희연과 송태훈의 고개도 같이 돌아갔다.
방금 전 외침대로 MH그룹의 회장 명중환이 옆에 구상호를 끼고서 걸어오는 중이었다.
“전략투자운영실에서 단기간에 상당한 사업 이익을 냈다고 하여 직접 와봤는데, 임희연 본부장도 있었군.”
“…네. 회장님.”
“밖에서 얼핏 들으니 언성이 높아진 것 같던데. 무슨 일이 이유 때문인가? 아, 축하해주던 중인가?”
사무실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상당히 컸기에 명중환이 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일부러 대화의 방향을 튼 것이다.
그것을 알아챈 임희연은 자신이 신우에게 던졌던 말들을 되짚지 않았다.
이에 명중환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내 방으로 가지.”
소란스러워진 주변 분위기 탓이었다.
이에 신우는 임희연을 따라 명중환과 함께 회장실로 올라갔다.
다들 회장실 가운데에 놓인 소파에 둘러앉았다.
명중환은 일렬로 앉아 있는 임희연과 신우에게 시선을 던졌다.
“백신우 실장은 입사한 지 이제 한 달을 막 넘겼으면서 이만한 성과를 만들어내니… 대단하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자칫 건방져 보일 수도 있는 신우의 행동에도 명중환은 미간을 찌푸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 좋다는 듯이 쳐다보며 되물었다.
“후훗. 자네 사전에 겸손은 없는 건가?”
“겸손이란 단어를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요.”
“오만하게 볼 수도 있지 않나.”
“그럼 저에게는 좋죠.”
신우의 대답에 명중환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좋다? 왜 그렇지?”
“그만큼 상대가 방심한 것 아닙니까. 목을 노리기 딱 좋은 포지션이죠.”
뭔가 섬뜩한 대답에 명중환과 조용히 있던 임희연은 깜짝 놀랐다.
“백신우 실장! 그건 어감이 상당히 과한 듯싶어요.”
“과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네요.”
“백 실장에게는 사람의 관계가 아군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는 의미처럼 들려서요.”
“그건 제가 아니라 상대가 결정할 입장이죠. 아군이든, 적군이든, 중립이든 선택의 권한은 상대에게 있으니까요.”
신우가 평생을 누볐던 전장에서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 아군이었던 동료가 적이 될 때도 있었다.
반대로 적이었다가 상황에 따라 잠시 아군이 될 수도 있었다.
트라이드 아이에서는 그런 적이 별로 없었지만, 이전 용병부대에는 돈으로만 움직이는 이들이 많았기에 긴장하지 않고 살 수 없었다.
물론 그런 경험을 명중환과 임희연은 알지 못했다.
“허허허! 피아의 선택지는 상대에게 있다라… 틀린 말은 아니군. 그럼 백신우 실장은 상대가 적(敵)을 택할 시에 어떻게 하는가?”
“목부터 따야죠.”
단순하면서도 섬뜩한 대답에 회장실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
“…….”
그러다 명중환은 아까처럼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허허― 내 알기로는 군대에서 군수과 일을 했다고 하던데. 지금 들은 것만 생각하면 월남전에 참전했다고 해도 믿겠어.”
공식적인 기록으로는 그렇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신우는 수많은 작전으로 부대가 아닌 밖에 나가 있던 적이 더 많았다.
“그렇습니다.”
“요즘 군수과에서는 주식에 대한 것도 가르쳐주나?”
“쉬면서 틈틈이 배웠습니다.”
“누구는 아등바등 배워도 이익을 보기 어려운 곳인 주식 판인데, 틈틈이 배운 것으로 17억이라…….”
“비꼬시는 건가요?”
너무 대놓고 물은 탓인지 명중환은 다시 한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나름 칭찬이라네.”
“제 귀에는 칭찬처럼 들리지 않아서 말입니다.”
“내 어감이 좋지 못했나 보군.”
“애매모호한 위치는 언제든 발을 빼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만 주고받으실 거라면, 이만 내려가도 괜찮을까요? 제가 보기보다 할 일이 많아서요.”
아직 주식 장 시간이 끝나기 전이었다.
신우는 장만수가 알려준 자료로 주식 상황을 확인하던 중이라서 진심으로 바빴다.
“내 바쁜 사람을 너무 붙잡아두었군. 나는 그저 이번 일이 더 잘될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싶었네.”
“그 격려는 이제 다 받은 듯하니 내려가보겠습니다.”
신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안에 남아 있던 명중환이 조용해진 임희연을 보며 말했다.
“백신우 실장은 저번에 처음 만났을 때도 느꼈지만, 맹수 같은 분위기를 가졌어.”
“공격적이라는 말씀이시군요.”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자신의 적이라면 언제든 목을 물어뜯을 기세이니 말이야. 아까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더군.”
살짝 장난이 섞인 말투였다.
그런 명중환의 말을 듣던 임희연은 코로 한숨을 흘렸다.
“회장님께서는 지금 상황이 재미있으신가 보군요.”
“자네는 아닌가? 다들 내 앞에만 서면 잔뜩 주눅부터 든 모습이니… 솔직히 나는 다른 녀석들도 백신우 실장처럼 했으면 좋겠어.”
MH그룹에 속한 사람 중에 명중환 회장의 앞에서 당당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점에 있어서 명중환은 신우가 자신을 대할 때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았다.
“쉬운 일은 아니죠.”
“후훗. 그러고 보니 백신우 실장에게 이익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다지?”
“순수익의 5%예요.”
“이번이 약 17억 원이니 8,500만 원 정도 되겠군.”
“그것도 투자금의 60% 정도라고 해요.”
그 대답에 명중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남은 투자금도 이번과 같은 수익을 낸다면 한 달 만에 연봉의 몇 배를 벌어가겠어.”
“회장님은 이번 수익이 정상적으로 발생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까 얼핏 들으니 내부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더군. 하지만 백신우 실장이 말한 것처럼 그런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겠나?”
임희연도 이제 막 군대에서 나온 신우에게 그런 정보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심쩍을 정도의 수익을 본 것이기에 좋지 못한 일과 엮였을까 걱정되었다.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자칫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펀드 계열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니까요.”
MH그룹은 대규모 헤지펀드 계열사를 준비 중이다. 자본 투자만으로 수익을 만들어 기업 부채 비율을 낮추고, 그룹의 기반 자금을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그 외의 다른 여러 문제도 같이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나머지 40%의 투자금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면… 실력인지 운인지 알 수 있겠지.”
“회장님께서는 백신우 실장이 순수한 실력으로 그 수익을 만들었다고 믿으시는 건가요?”
“인맥도 수단이야. 그게 문제가 되는 관계라도 들키지 않는다면 불법도 아니고.”
“…쓸모가 없어진다면 가차 없이 버리시겠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리스크는 자신이 감수해야 하는 법이지 않겠나.”
순간 정적이 맴돌던 중에 뒤쪽으로 조용히 서 있던 구상호가 나섰다.
“회장님.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셔야 합니다.”
“음? 뭐가 있었지?”
“…MH테크 신규 프로젝트로 국방부 고승원 장관과의 미팅입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그럼 임희연 본부장도 돌아가보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