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0)
전직용병 재벌서자-130화(130/305)
130화. 죽인 자의 흔적
새벽에 들어선 시각.
곽치영은 서울 외곽의 폐차장에서 안상혜 검사장을 만났다.
“뭐 좀 찾아내셨습니까?”
기대가 실린 곽치영의 물음.
이에 안상혜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투자 기록은 MH퓨처시큐리티에서 풀어준 덕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하게 잡힌 것은 없습니다.”
“깊게 파헤치시진 않아도 됩니다. 조그만 꼬투리라도 길게 늘리면 될 일이니까요.”
안상혜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노승진 검사에게 보고받아서 저도 확인을 해봤는데…….”
“…그래서, 어떻습니까?”
“너무 깔끔합니다. 투자 내역과 자금의 경로를 전부 체크했는데도 나오는 것이 없었어요.”
순간 곽치영의 표정이 구져졌다. 어떤 식으로든 구멍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 결과가 의외였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입니까?”
“전혀요. 솔직히 너무 이상해요. 주식으로 그만큼 벌어들인 것만 보면 분명히 뭔가 있다는 건데… 통신 기록을 확인해봐도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이 극소수예요. 다른 기업 관계자는 거의 없고요.”
“대포폰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수색 영장으로 사무실을 전부 뒤졌죠. 하지만 숨겨진 공간이나 금고 비슷한 것도 없어요. 수상한 점을 굳이 꼽자면 릴리안 포스터라는 본부장 자리에서 나온 군용 나이프와 접이식 삼단봉 정도고요.”
이번 설명에 곽치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물건이 왜 사무실에서 나옵니까?”
“저야 모르죠. 아무튼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게다가 여기 오기 전에 대검에서도 연락받았고요. 그거 때문에라도 오래 끌기는 어려울 듯싶어요.”
곽치영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명중환 회장이 움직였나 봅니다.”
“저한테 먼저 연락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생각보다 명중환 회장이 백신우 대표를 끔찍하게 여기는 듯싶어요.”
“MH그룹에 엄청난 돈을 벌어다주는 손자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사이 안상혜는 고민이 깊어졌다.
“이제 어떻게 하죠?”
“최대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겠습니까?”
“대검에서 받은 기간은 지금부터 3일이에요. 그때까지 공식 발표를 해야 하고요. 만약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면 제 자리가 위험할 수도 있어요.”
“흐음…….”
한숨과 함께 곽치영의 표정이 깊게 가라앉았다.
상황이 막막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낮에는 신우의 법률 대리인을 맡게 되었던 전형범에게서 포기하겠다던 말까지 들은 탓이었다.
대검의 압박까지 들어오니 억지로 일정을 더 끌었다간 안상혜 역시 변심할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까…….”
타다다닥―
안상혜가 말하던 중에 뒤쪽에서 급한 발소리가 울리며 오한성이 달려왔다.
“지사장님! 도로시 맥다니엘 지사장이 왔습니다.”
“…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곽치영은 험악한 표정이 지어졌다.
어둠 속에서 한 무리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 모습에 곽치영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이거, 늦은 시각에 귀한 손님이 오실 줄은 몰랐네.”
“오랜만이에요. 곽 지사장님.”
도로시는 미소와 함께 손까지 흔들면서 인사를 건넸다. 물론 그녀는 혼자서 온 것이 아니었다. 옆으로 최측근 경호원인 브래든 크로스와 휘하 666부대원이 함께였다.
이에 곽치영 휘하의 666부대원들도 주변에서 나와 그들과 대치하듯이 섰다.
그 모습을 보던 곽치영은 굳어진 표정을 뒤로하고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게나 말이야. 맥다니엘 지사장께서 오시는 줄 알았으면 진작 마중을 나갔을 텐데. 연락도 없이 한국까지는 무슨 일이지?”
“저번에 곽 지사장님께서도 깜짝 방문을 해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이벤트 좀 준비해봤죠.”
지금의 만남은 이벤트 정도가 아니었다.
현재 곽치영은 중앙 지검의 안상혜 검사장을 만나고 있었기에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는 서울 외곽의 폐차장에 자리를 마련했던 것인데 도로시가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다.
“이거, 이벤트 두 번 받았다간 심장부터 떨어지겠군.”
“어디 심장만일까요. 그런데 제가 너무 눈치 없이 끼어들었나요? 중앙 지검이란 곳에 소속되신 거면 꽤나 중요하신 손님 같은데요.”
도로시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상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깜짝 놀란 안상혜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지사장님. 저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나머지 사항은 따로 연락을 주시면 찾아뵙겠습니다.”
“…그러시죠.”
눈치를 보며 말한 안상혜는 위험한 분위기 속에서 도망치듯 밖으로 향했다.
그사이 도로시의 시선은 다시 곽치영에게 꽂혀 들어갔다.
“반갑지 않으세요? 자꾸 표정이 안 좋아지시네요.”
“…너무 놀라서 그렇지. 한데,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 중국 쪽 일도 꽤나 많은 걸로 아는데. 바쁘지 않나? 여러모로 말이야.”
중국 측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의미했다. 특히 레이셩그룹의 비자금이 사라진 탓에 TSF 중국 지사의 책임이 클 것이니 일부러 부각시키듯 말한 것이다.
“중요하게 찾을 사람이 있어서요.”
“누굴…? 혹시 백신우를 말하는 건가?”
얼마 전 중국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건 만날 사람이죠. 찾을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분위기가 심각해진 곽치영은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도로시를 쳐다봤다.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
“…추이쉰.”
“추이쉰 지사장? 그 여자는 허베이 폐공장의 일로 죽지 않았나. 중국 지사에서 시신까지 처리한 걸로 아는데.”
“최근 저희 감시망에 걸렸어요. 혹시 몰라서 동남아시아와 러시아 쪽 위조꾼들에게 마킹을 해놨더니 잡혔더라고요. 거기서 만든 여권으로 인천공항에 들어온 것까지 확인했고요.”
더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곽치영은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 여자가 살아서 여기로 왔다고?”
“맞아요. 일단 저는 추이쉰이 BGP(Black Ground Project) 자금을 빼돌렸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에 합당한 증거도 있었고요.”
도로시는 대답과 함께 칠원회의 마카오 지부장 루웬스가 핸드폰에 저장해둔 영상 통화 기록을 곽치영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추이쉰이 자신의 얼굴까지 비추고서 루웬스에게 맡겨두었던 비자금 컨테이너를 옮기겠다는 대화 내용이 버젓이 찍혀 있었다.
“허어… 이 사실을 지금까지 숨겼다고?”
비자금 분실은 곽치영도 짐작하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죽은 줄 알았던 추이쉰이 나타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TSF가 뒤통수를 맞은 일이니 신중해야죠. 물론 본사에는 보고를 올렸어요. 그래서 제가 여기 오게 된 것이고요.”
“솔직히 너무 이상한 거 아닌가?”
“뭐가 말이죠?”
“레이셩그룹의 비자금으로 나온 금액이 얼마나 되지?”
“100억 위안이에요.”
곽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상당하군. 그런데 100억 위안이나 되는 자금을 가지고 왜 한국에 왔을까? 다른 나라도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야.”
“그거야 저도 당장은 모르겠지만… 가정을 해본다면… 누군가를 꼭 만나야 하는 것이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위조 여권으로 위장 신분도 만들었으니 말이죠.”
동시에 도로시는 여러 의미가 잔뜩 담긴 듯한 표정으로 곽치영과 눈을 마주쳤다.
“…설마 내가 의심받고 있는 건가? 추이쉰과 짜고서 레이셩그룹의 자금을 빼돌렸다고?”
“솔직히 추이쉰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단신으로 그런 일을 벌였을 리가 없잖아요. 자금을 옮기는 것도 인력이 들어가니까요. 당연히 협력자가 있었을 테고, 현재 상황에서 그 여자와 손잡고서 일을 벌일 만한 위치의 인물은?”
잠시 허공에서 맴돌던 도로시의 손가락이 곽치영을 가리켰다.
“그게 나라는 것이군.”
“칠원회의 루웬스와 영상 통화 한 것만 봐도 그녀가 직접 자금을 옮기지는 않았다는 거죠. 그리고 곽치영 지사장님은 예전에 중국에서 꽤나 오랫동안 활동하셨잖아요. 칠원회와도 각별한 사이였고요.”
곽치영에게는 한때 칠원회의 간부로도 활동한 이력이 있었다. 그 덕분에 지난번 삼흉에게 의뢰를 넣어 부릴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끝내는 배신하여 도로시의 손에 처리되도록 만들었지만…….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하군.”
“오해일지는 상황을 파악해봐야 알겠죠.”
“그래서 지금 내 구역인 한국을 중국 지사에서 뒤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왜 못 하죠? 곽 지사장님은 LAOJIA를 멋대로 움직이셨잖아요. 제게는 허락도 구하시지 않고서 말이죠.”
말끝에 뾰족한 가시가 맺힌 듯했다.
“필요한 일이었을 뿐이지. 그리고 기업 하나 이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제대로 하셨으면 이렇게 말이라도 안 하죠.”
순간 곽치영의 이마에 힘줄이 꿈틀거렸다. MH전자 쪽 일이 완전히 틀어졌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말이 조금 심한 듯하군.”
“한국 쪽 BGP 자금 마련에도 제동이 걸려버렸으니 그렇죠. 본사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고요. 어떻게 하실래요?”
곽치영은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았다.
“내 구역에서 오래 움직일 수는 없으니 보름을 주도록 하지. 그 안에 찾아보고, 찾지 못하더라도 조용히 돌아가도록 해.”
당장 여기서 도로시의 행동을 제지하면 더 의심을 사게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네요. 아, 그리고 백신우는 제가 가져도 되죠? 곽 지사장님은 명인철 사장을 선택했으니 괜찮잖아요.”
이번 물음에도 곽치영의 심기가 꿈틀거렸다.
반면, 도로시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왜 백신우를 가지려고 하지?”
“능력 있잖아요. 조직에서 그 정도 능력자를 찾기가 어렵기도 하고요.”
“하지만 백신우는 MH그룹의 사람이야. 거길 접수하게 되면 끝내 정리해야 할 사람 중 하나고.”
“에이, 서자잖아요. 거기가 망한다고 해서 복수 같은 걸 하겠어요? 지금까지의 행보만 봐도 감정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것 같던데요.”
물론 곽치영도 백신우를 처리할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MH그룹을 정리하는 대로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여 부릴 생각까지 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도로시가 그걸 눈치챈 듯이 백신우를 노렸다.
“하나 말하는 걸 깜박했는데 말이야.”
“뭘 말이죠?”
“백신우가 자신의 모친이 당한 일이 중국 쪽 666부대와 연관된 것을 조금 알아챈 듯하더군. 감정이 좋지 못할 듯한데, 정말 괜찮겠나?”
이번에는 도로시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곽 지사장님이 알려주신 건가요?”
“내가 어떻게 조직의 일을 말하겠나. 공식적으로는 폐공장 사건을 설표돌격대가 해결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청우그룹이 나섰지. 하면 어디서 정보가 흘러들어갔겠나.”
고민하기 시작한 도로시는 입을 이리저리 삐죽거렸다.
“그건 제가 아니라 추이쉰이 한 일이죠. 이번에 그 여자를 잡아서 백신우나 임희연에게 가져다줘도 나쁘지 않은 선물이 될 수 있겠네요.”
“조직원을 내부에서 처리해도 모자란 판국에, 외부인에게 가져다 바치겠다?”
민감해진 반문에 도로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답했다.
“백신우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웬만큼 일이 정리되면 본사에 추천도 해볼까 싶어요.”
“그걸 본사에서 들어주겠나?”
“시도는 해봐야죠. 어쩌면 곽 지사장님보다 높게 평가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어요?”
두 사람 사이의 기류가 서로를 물어뜯을 듯이 팽팽해졌다.
이내 곽치영이 침묵하자 도로시는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저는 보름밖에 시간이 없으니 먼저 가볼게요. 아, 한국 지사 쪽 시설도 이용 좀 할게요. 여긴 제 기반이 별로 없어서요.”
도로시는 그렇게 말하며 브래든과 휘하 666부대원들을 데리고서 사라졌다.
그사이 곽치영은 이를 악물고서는 도로시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