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1)
전직용병 재벌서자-131화(131/305)
131화. 누가 떡 준댔나? (1)
밤이 늦은 시각.
치이이익―
한남동 DN빌리지 C동 옥상에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구수한 고기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곳에서 장만수는 바비큐 그릴 위로 삼겹살을 잔뜩 올려 구웠다.
“유후∼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옆으로는 신우의 경호원인 마크 프리먼과 세 사람이 함께 서 있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장만수는 그들을 보면서 눈이 지그시 떠졌다.
“계속 그렇게 서 계실 겁니까?”
“…예?”
“손 놀고 있지 말고 저기 가서 상추랑 깻잎 좀 따오세요.”
장만수의 손가락이 옥상 한쪽에 자리한 7평 규모의 온실을 가리켰다. 그 안에는 텃밭이 있어서 상추와 깻잎, 고추, 방울토마토 등이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었다.
동시에 마크는 한국 생활이 익숙하지 못한 탓에 어리둥절했다.
“…저기서 말입니까?”
“상추는 단단한 이파리 부분을 꺾으시면 되고, 깻잎은 그냥 잎만 따시면 돼요. 저기 바구니에 담으시고요.”
다른 이들도 마크처럼 서로를 쳐다보며 어안이 벙벙했다.
이에 장만수는 고기를 집어 올리던 집게로 소리내며 외쳤다.
딱― 딱―
“Right now! Hurry up!”
마크가 바구니를 챙기고서 다른 세 사람과 함께 텃밭으로 향했다.
그사이 옥상 문이 열리더니 신우와 웨이, 메이안이 들어왔다.
“벌써 굽고 있는 거야?”
“왔냐?”
“이 늦은 시간에 고기는 왜 구워 먹겠다고 하는 거야? 그것도 한겨울에.”
“원래 고기는 추울 때 구워 먹어야 제맛인 거야. 거의 다 됐으니 얼른 들어가서 앉아.”
옥상 가운데에는 포장마차처럼 생긴 캐노피 천막과 그 안으로 테이블, 의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진짜 사서 고생을 하는구나.”
“중요한 계획이 열매를 맺고 있으니 축하는 해야지. 근데 저 둘은 왜 저래?”
신우의 뒤로 서 있던 웬 웨이와 메이안이 티격태격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툭하면 저러지 뭐.”
“징하다 징해.”
장만수의 투덜거림에 신우는 그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건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본다.”
“내가 왜?”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냐?”
쾅―
그 순간 옥상 문이 거세게 열리더니 릴리안이 들어왔다.
“야! 장만수! 누가 D3 포인트의 차량을 그딴 걸로 세워두래?!”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잔뜩 화가 난 듯한 분위기였다.
“내가 뭐? D3이면 네가 요청한 대로 눈에 띄는 페르쉐 911로 세워뒀잖아.”
“핑크색이잖아! 내가 그거 때문에 이동하면서 얼마나 쪽팔렸던 줄 알아?”
“추이쉰으로 변장한 채로 이동하는 거면 확실히 눈에 띄어야지. 그리고 그 색상은 핑크가 아니라 러블리 레드거든?”
마지막 말은 동료들끼리만 사용하는 음어였다.
이에 릴리안도 음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레드든 핑크든! 나 저격당하라고 제사를 지내는 거지?”
“어차피 놈들도 추적까지만 가능했을 거라 그럴 일 없네. 아, 차는 잘 처리했지? 흔적 남기면 안 된다.”
“내가 넌 줄 알아?!”
장만수와 릴리안은 여느 때처럼 말다툼을 시작했다.
이에 신우는 한숨을 내쉬다가 옆으로 다가온 마크와 그의 동료들을 보았다. 그런데 상추와 깻잎이 잔뜩 담긴 바구니를 든 것을 보고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그건 뭡니까?”
“장만수 부장님이 저기서 따오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건 저도 알 거 같은데… 그걸 오늘 전부 드시려고요?”
바구니에 쌓인 양은 마크의 허리에서 시작되어서 목 아래까지였다. 지금 들고 있는 상태도 아슬아슬해서 바람이 조금 세게 불어도 금방 무너질 것만 같았다.
이내 릴리안과 싸우던 장만수도 그걸 발견했다.
“뭘 얼마나 따오신 거예요? 텃밭 아작냈어요?”
장만수는 신우에게 집게를 넘기더니 곧장 온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줄기와 밑동만 앙상하게 남은 상추와 깻잎 구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순간 장만수는 뭐라 할까도 했다가 자신이 얼마나 따오라고 말하지 않았던 걸 떠올리고서 한숨을 흘리며 돌아왔다.
이에 신우는 다 구워진 고기를 접시에 옮기고서 장만수의 어깨를 다시 두드려주었다.
“쑥대밭이야?”
“작살을 내놨네.”
“고기를 좀 더 사올까?”
마크가 든 상추, 깻잎 양이면 고기를 한 점씩 싸서 먹어도 부족할 것 같았다.
“됐어. 고기는 많아.”
“이제부터는 내가 구울 테니까 들어가서 세팅하고서 먹자.”
“안에서는 한우로 구울 거니까 적당히 하고서 들어와.”
“Ok.”
장만수는 마크와 동료들을 데리고서 들어갔다.
그사이 릴리안은 장만수를 살짝 노려보다가 신우에게 다가왔다.
“폐차장 쪽은 잘됐어? 아까 들으니 도로시가 왔다며.”
사실 신우는 중앙 지검의 안상혜 검사장을 미행해 곽치영과 폐차장에서 만나던 것을 확인했다. 물론 주변에 곽치영 휘하의 666부대원들이 깔려 있었기에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하고 장거리에서 집음기로 도청만 할 수 있었다.
“추이쉰 때문에 움직일 줄은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왔더라고.”
“대장 계획이 제대로 먹힌 거네.”
“우리가 들은 상황대로면 도로시는 추이쉰이 곽치영과 붙어먹은 거라고 생각할 거야. 물론 그 오해가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의심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겠지.”
처음에는 레이셩그룹의 비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우연으로 시작했다. 그 일로 도로시 맥다니엘의 새로운 의심은 싹을 피웠고, 신우와 동료들이 거기다 물을 주어서 지금처럼 꽃까지 열리도록 만든 것이다.
“치밀한 놈들이 그렇게 헛다리를 짚을 줄은 몰랐네.”
“단단할 거라고 생각한 결속력이 생각보다 허술했던 거지. 그리고 고생했어. 이곳저곳에서 계속 변장 바꾸면서 다니느라 힘들었을 텐데.”
대외적으로 출장으로 되어 있었던 릴리안은 동남아시아부터 러시아, 한국까지 추이쉰의 모습으로 돌아다녔다. 일부러 추적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그것도 도로시가 흔적을 잡아냈어야 가능했고, 그 바람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덥석 물어버렸다.
“나야 예부터 툭하면 하던 일인걸. 이동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놈들한테 엿 먹일 수 있으면 땡큐지.”
“좋게 생각해줘서 고맙네. 우리도 빨리 들어가서 먹자.”
신우는 마저 다 구운 고기를 챙기고서 릴리안과 함께 천막으로 들어갔다.
* * *
며칠 후.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업무를 하려던 신우는 갑자기 MH그룹 본사에서 회의가 잡혀서 12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미리 연락받고 온 본사 임원들과 각 계열사의 사장단 사람들이 먼저 도착해서 앉아 있었다.
신우의 등장과 함께 살짝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그렇게 사람들의 뒤를 지나가 빈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다들 신우를 힐끗힐끗 쳐다보며 뭐라 말했다.
“혹시 그 소문이 사실인가? 이번 일로 MH유통의 대표 자리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솔직히 작은 일도 아니고, 그럴 만도 하겠지.”
“하지만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지 않나.”
“그게 중요한가? 주주들 원성이 자자하다고 하네. 가뜩이나 MH전자랑 MH식품 일로…….”
마지막 말을 하던 사람은 회의실 가운데 근처로 앉아 있는 명인철과 명성철의 눈치에 말을 끝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동시에 신우는 오늘 이 자리가 왜 만들어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웬 뜬금없이 회의냐고 생각했는데, 저번처럼 청문회 같은 거였나?’
시간이 더 지나고, 명중환이 임희연과 구상호를 대동하고서 들어와 맨 안쪽의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오늘 이렇게 모이자고 한 것은, 이래저래 말이 많다고 해서 말이야.”
“…….”
다들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에 명중환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을 훑어보았다.
“얼마 전, 나에게는 왈가불가 말도 많더니 오늘은 왜 조용한가? 자리를 마련해줬으면 뭐라도 꺼내야 하는 거 아닌가?”
분위기가 무거워지던 중에 본사 임원인 이병진 전무가 나섰다.
“백신우 대표의 혐의는 가볍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그 일로 MH그룹과 전 계열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고 말입니다.”
신우의 예상대로 지금 회의는 자격을 운운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이병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지금과 같은 일이 왜 일어났겠습니까? 애초에 MH퓨처시큐리티의 임원 구성도 하지 않고서 운영했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만약 누구라도 관리 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검찰에서 움직이기 전에 방지라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병진은 예전에 MH퓨처시큐리티에서 떡고물이라고 떼어 먹으려고 달려들던 이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신우가 유치해온 투자금과 기반 자금으로 차단당하자 그때부터 더욱 이를 갈고 있던 듯싶었다.
“이에 저는 MH그룹을 위해서라도 백신우 대표의 권한을 제한하고, 지금이라도 MH퓨처시큐리티의 임원을 구성해 전체적인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구절절한 설명에도 명중환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 모습을 재차 확인한 이병진은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다시 입을 뗐다.
“또한 현재 신설 및 개편 중인 MH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상태로 만들어지면 이와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유통입니다. 휘하에 물류, 택배, 화물 등등 백신우 대표가 경험도 없는 자회사들이 수두룩합니다. 그걸 감당이나 하겠습니까?”
몇몇 임원과 계열사 사장, 대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우는 그들 중 누가 이병진의 편에 서 있는지 알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서 제대로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거네.’
이내 이병진의 편을 들어주듯 강원숙 상무가 나섰다.
“저도 이 상무님 말에 동의합니다. 권한도 정도라는 것이 있죠. 임원도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니까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맞습니다! 이제라도 임원을 구성해서 자사 측에서도 충분한 대비를 해야 합니다!”
임원과 사장, 대표들 몇몇이 물꼬가 터진 듯 나서기 시작했다.
그사이 신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발전이 없는 건지, 창의성이 없는 건지…….’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그때 명중환이 마이크를 켜고서 두드렸다.
퉁― 투퉁―
동시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명중환에게로 시선을 보냈다.
“아까부터 이번 일의 주인공이 조용하군. 지금까지 나온 사항에 대해 할 말은 없나?”
이번에는 그 시선들이 신우에게로 향했다.
신우는 명중환이 어떤 이유로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후우… 진짜 지겹네요.”
그 순간 이병진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제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거 같은데요. 못 알아들으셨습니까?”
너무 황당한 말인지 다들 어안이 벙벙했다.
신우는 그 모습들을 지켜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제가 회사 꾸리는 데 보태주신 사람 있습니까?”
태클이면 모를까.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없다. 그건 스스로도 잘 아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MH퓨처시큐리티 안에 들어와서 뭘 하시게요? 굴리는 자금이 상당하니 떡고물이라도 있을 것 같습니까?”
이병진이 버럭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심하십니다!”
“예전에 추천하신 임원들의 신상 때문에 벌어진 일을 벌써 잊어버리셨습니까?”
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몇몇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러면서 품속에서 8면 주사위를 꺼내 손으로 굴리며 계속 말했다.
잘그락― 잘그락―
“룸살롱 폭행에 리베이트, 일진 놀이까지. 아, 룸살롱 사건 당사자셨던 오진광 이사님은 얼마 후에 기소되어서 징계 해직 당했죠? 김정욱 상무님은 소송 중이시고요. 강원숙 상무님의 아들은 강제 전학 간 학교에서도 말썽이 많다고 하던데, 인성 교육이 아직 덜 된 듯싶습니다.”
지금 자리에 있는 강원숙을 비롯하여 오진광과 김정욱의 회사 사장인 MH카드 남의성, MH리테일의 명성철은 얼굴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일들이야 지난 일이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제대로 숨겨서 추천하시겠다고요? 이런 자리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준비도 해놓으셨을 것 같은데요.”
눈을 마주친 이병진은 심기가 크게 뒤틀어진 듯 이마의 힘줄까지 꿈틀거렸다.
“일단 준비는 해놓았습니다. 물론 제대로 말이죠.”
“한번 볼 수 있습니까? 정말 문제가 없다면 말씀하신 대로 MH퓨처시큐리티의 임원으로 수용하겠습니다.”
그 순간 이병진과 측근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정말입니까?”
최근 임희연이 총괄감사본부까지 움직이는 바람에 본사와 계열사의 대대적인 전수가 이뤄졌다.
그 사이에서 이병진과 측근들은 이번 기회를 위해 흠잡을 곳이 없으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여줄 사람으로만 리스트에 골라 넣었다.
“문제 삼을 부분이 없다면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하죠. 어떻습니까?”
미끼를 물었다고 생각한 이병진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에 밖에서 대기하던 비서에게 추천 리스트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