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4)
전직용병 재벌서자-134화(134/305)
134화. 니들 이름이 왜 그래?
아침이 되어가는 시각.
경기도 모처, 최근 매매된 2층 피시방 안으로 오한성과 한 무리가 조용히 들어갔다.
문이 굳게 잠기자 중간에 서 있던 세 사람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컴퓨터를 켜고서 앉았다. 화면이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각자 가지고 있던 USB를 컴퓨터에 꽂았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오한성이 그중 한 사람에게 다가섰다.
“공략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남자의 정체는 다크웹을 통해서 오한성에게 섭외된 해커 유동식이었다.
“MH그룹이 아무리 대단한 시스템 보안 체계를 가졌다고 해도 우리가 준비한 디도스 공격이면 뚫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후에는 루핑으로 공격 페이크를 한 번 주고, 라우터를 개방시켜서 필요한 자료들을 빼오면 됩니다.”
그 옆에는 같이 섭외된 남민준과 김석환도 있었다. 다들 빨리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다는 듯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딴 건 모르겠으니 얼마나 걸리는지만 말해주시죠.”
유동식은 혀를 찼다.
“쯧! MH그룹의 서버 규모를 생각하면 빠르면 삼십 분. 딜레이가 걸려도 거기서 십 분 정도? 그거면 될 겁니다.”
“절대 추적당해서는 안 됩니다.”
“걱정 마시죠. 저희 실력은 얼마 전에도 확인하시지 않았습니까?”
얼마 전 유동식과 다른 해커들은 국방부 메인 서버를 공격했었다. 테스트용 목표가 국방부인 이유는 단순했다.
국방부라면 해킹으로 공격당하더라도 피해가 크지 않다면 자체적으로 숨길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해킹 공격이 끝난 후에도 따로 발표된 소식은 없었다.
물론 유동식과 해커들의 실력이 좋았기에 추적당하지 않은 덕분도 있었다.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번에는 MH그룹과 MH퓨처시큐리티의 기밀 자료를 전부 빼와야 하니 더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중요도가 높은 자료부터 말입니다.”
유동식은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사이 오한성이 시계를 확인하니 오전 9시까지 15초 정도 남아 있었다.
“이제 준비하시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한 시간은 30분, 늦어도 10분 딜레이 안에 끝내야 합니다. 미처 끝내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에 모든 전원을 차단하고서 탈출할 겁니다.”
“에헤이∼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유동식과 동료들은 몇 초밖에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손가락을 풀고서 자세까지 잡았다.
이내 컴퓨터의 시간이 9시가 되었다.
타다다다닥―
키보드와 마우스 소리가 피시방 안을 시끄럽게 울렸다.
오한성은 의자의 먼지를 한번 닦아내고서 그들 뒤에 앉아 지켜보았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유동식의 오른쪽에서 좀비 PC로 디도스 공격을 실행하던 남민준의 입에서 의문 가득한 목소리가 터졌다.
“…어?”
그런 목소리는 유동식과 김석환으로 이어졌다.
“…이거 왜 이래?”
“왜 막히는 거지?”
디도스 공격은 서버의 트래픽을 상승시켜 마비시키는 용도로, 매우 단순한 방법인 만큼 실패하기도 어려웠다.
그런 반응에 오한성도 이상함을 느끼고서 일어나 화면을 보았다.
“뭐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유동식은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MH그룹 보안 시스템에서 우리 디도스 공격을 역으로 돌리는 중… 젠장!”
그 순간 유동식의 컴퓨터 화면이 멈춰버렸다. 이에 오한성의 옆을 지나쳐 다른 자리로 곧장 옮겨 앉았다.
“뭐가 제대로 안 되는 겁니까?”
“시끄러우니까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남민준과 김석환도 컴퓨터가 고장난 듯 자리를 옮겼다.
그때부터 세 사람은 여유롭던 모습이 사라지고, 모니터에 얼굴을 박을 듯이 들이밀었다. 동시에 키보드를 바쁘게 두드려대며 MH그룹의 보안 시스템으로 뚫기 위해 계속 디도스 공격을 퍼부었다.
【ERROR CODE 30020222】
【ERROR CODE 30020222】
【ERROR CODE 30020222】
.
.
하지만 MH그룹의 보안 시스템이 아닌 그들의 컴퓨터만 계속 역풍을 맞았다.
“계속해서 공격해야 하니 다른 컴퓨터도 전부 켜주세요!”
미간을 구긴 오한성은 주변에 있던 몇몇 경호원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에 피시방의 모든 컴퓨터가 차례대로 켜지고, 유동식을 비롯한 해커들이 더욱 바쁘게 움직였다.
“민준아, 석환아. 둘이 최대한 퍼부어. 내가 준비해놨던 백도어 타고서 들어가볼 테니까.”
“벌써? 지금 들어갔다가는 들킬 거야. 그럼 추적당할 수도 있잖아.”
“지금 상황만으로도 이미 위험해.”
상대가 디도스 공격을 되돌리는 것만으로 알아챈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유동식은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돌려서 MH그룹의 보안 시스템으로 침투했다.
명령 프롬프트 화면이 뜨면서 프로그램과 연동되더니 수많은 문자가 자동으로 복잡하게 채워져갔다.
십 분 정도가 더 흘렀을까. 화면 마지막에 원하던 문자가 떠올랐다.
【Connection completed…….】
“됐다! 이것들, 정문만 막으려고 정신이 없었나 보네.”
“진짜? 그럼 빨리 움직여!”
“이미 그러… 응?”
갑자기 명령 프롬프트 화면의 문자 픽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유동식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니, 무의식적으로 키보드를 계속 두드리고 있었지만 어떤 키도 먹히지 않았다.
“이 자식… 대체 뭐야?”
그때 완전히 무너진 픽셀들이 화면 가운데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버렸다. 유동식의 모니터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방금 오한성의 부하들이 켜놓은 피시방의 모든 컴퓨터 화면이 그렇게 바뀌어버렸다.
“…이거, 블랙홀 바이러스잖아. 여기서 이게 왜…….”
오한성은 컴퓨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지금 분위기와 그들의 행동으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실패한 겁니까?”
“…….”
유동식과 남민준, 김석환은 의기양양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어진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에 답답해진 오한성은 유동식의 멱살을 잡아 들어 올릴 수밖에 없었다.
“실패한 거냐고 묻지 않습니까!”
“…실패입니다.”
“지금부터 여길 빠져나갈 겁니다.”
지시와 함께 오한성은 피시방 전원을 내려버린 후 사람들을 이끌고서 밖으로 나갔다. 피시방까지 타고 왔던 커다란 승합차는 모든 사람을 태우자마자 출발했다.
그사이 오한성은 맞은편에 앉아 있던 유동식을 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는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놈입니다.”
“…그놈이라니요?”
다른 두 사람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러다 유동식은 어렵게 입술을 뗐다.
“해커 등급을 아십니까?”
“당신들이 위저드급이라는 건 압니다.”
“정확히는 바닥인 레이머부터 시작해 스크립트 키디, 디벨롭 키디, 세미 엘리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저드급이라고 불리는 엘리트가 있죠.”
이해 못 할 유동식의 설명에 오한성의 미간이 더욱 일그러졌다.
“갑자기 그 이야기를 왜 하는 겁니까?”
“해커들 사이에 위저드급 이상을 칭하는 등급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주. 크리에이터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던 해커가 블랙홀이라는 놈입니다. 아까 본 것이 그놈의 전매특허인 블랙홀 바이러스라는 것이고요.”
오한성은 얼굴을 더욱 구기며 유동식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니까, 그 블랙홀이라는 해커가 MH그룹 보안 시스템에 방어벽을 구축했다는 말입니까?”
“방어만 한 것이 아니라 역공까지 먹었죠! 그것도 제대로요!”
심각해진 오한성은 의자 뒤로 등을 기대면서 한숨을 흘렸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유동식에게 다시 물음을 던졌다.
“블랙홀이란 해커는 누굽니까?”
“다크웹에서도 블랙홀은 전설로 불려요. 근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4년 전쯤에 보이지 않았고요. 소문으로는 CIA나 인터폴에 잡혀갔다거나, 북한에 끌려갔다던 말도 있었고요. 그런 사람의 정체를 내가 어떻게 압니까?”
누가 들어도 허무맹랑할 수밖에 없었다.
오한성은 긴 한숨이 흘러나오며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부터 되었다.
“알아낼 방법이 전혀 없는 겁니까?”
“놈에게 당했던 크래커들이 한둘도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있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예요.”
“흠… 일단 알겠습니다. 숙소에 내려드릴 테니 한동안은 조용히 지내고 계세요. 물론 일전에 말한 비용도 지급할 겁니다. 대신 어떤 소란도 없이 계셔야 합니다.”
고요하면서도 힘이 실린 목소리였다.
그 의미를 알아챈 유동식이나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같은 시각.
MH퓨처시큐리티 대표 사무실에서는 장만수가 섬뜩한 웃음소리를 흘리는 중이었다.
“크크크크크! 너희들이 날 상대로 어떻게 할 수 있을 거 같아?”
한참 바쁘게 뭔가를 하다가 웃던 탓인지 반대쪽에서 일하고 있던 릴리안과 웨이가 파티션 위로 고개를 빼꼼히 올렸다.
“야, 장만두! 뭐 하는데 변태 같이 웃어? 진짜 변태야?”
“뭐 좋은 일 있어?”
그런 물음에 장만수는 한껏 만족한 표정이 지어졌다.
“가소롭게 MH그룹의 서버를 노리고 들어온 녀석들이 있어서.”
“해킹 시도가 있었다는 말이야?”
“진짜? 어떻게 됐는데?”
릴리안과 웨이는 곧장 일어나 장만수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 잡아서 조졌지. 누군지도 알아냈고.”
“누군데?”
“피라냐, 그린웨일, 개미지옥. 다크웹에서 활동하던 위저드급 크래커들이야. IP를 추적해보니 경기도 광주네.”
그 순간 릴리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류에 포유류, 구덩이야? 무슨 이름들이 그래?”
“원래 다들 이렇게 지어.”
“그럼 너는 뭔데?”
“나? …블랙홀.”
조그만 목소리로 한 대답에 릴리안과 웨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개뿔―! 그냥 구멍이겠지.”
“야! 그거 내가 쓰는 말이거든?”
“특허 냈냐? 상표권 등록했어? 누가 쓰든 무슨 상관이야?”
“쳇!”
릴리안은 심통이 난 장만수를 옆으로 밀어내고서 화면을 보았다.
“이상한 이름 말고! 놈들 신원까지 알아낸 거야?”
“당연하지. 예전에 혹시 몰라서 위저드급 해커들은 싹 조사해놨거든. 뭐 해외는 LEUCO 좌표 제한을 걸어놨던 때라 어렵지만, 다행히 한국인들이더라고.”
그렇게 대답한 장만수는 세 사람의 신원을 띄웠다.
“유동식, 남민준, 김석환? 이 어린놈의 새끼들이!”
“여기 유동식은 너보다 고작 1살 아래야.”
“정신연령이란 게 있잖아!”
“예∼ 예∼ 아줌마.”
퍼억― 쿵!
발끈한 릴리안의 주먹질에 장만수는 머리가 고꾸라지면서 키보드를 찍었다. 얼마나 세게 눌렸는지 가운데 자판 5, 6, 7, 8 키캡이 고개를 든 장만수의 이마에 딸려 올라왔다.
“아오! 아프잖아! 악! 내 키보드!”
“그럼 안 아프라고 때리냐? 다른 건 없어?”
“주변 CCTV도 확인해봐야지.”
장만수는 이마에서 떼어낸 키캡을 꽂고서 다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물론 이마에는 키캡 모양의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사이 화면이 바뀌면서 여러 개의 영상이 떠올랐다.
“어떤 놈들인지 작정했네.”
“왜?”
“편집당했어.”
영상이 재생되면서 미세한 노이즈와 함께 차량이 순간이동을 한 듯이 넘어가버렸다.
“놈들이 한 거야?”
“맞아. 피시방 위치의 주변 CCTV만 이 상태야. 피시방 옆 건물 편의점 CCTV도 마찬가지네. 솜씨를 보니 피라냐 유동식이네. 해킹에 쓰인 소스가 그놈이야. 이러면 꽁꽁 숨었겠는데?”
장만수는 심히 안타까운지 왁스 바른 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못 알아내?”
“PTA(다각형 추적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적해볼 수는 있어. 일단 대장한테도 알려줘야겠는데?”
“대장이면 중앙 지검에 갔잖아. 지금 시간이면 슬슬 도착했겠네. 아, 대장이 출발하기 전에 부탁했다던 일은?”
“이따가 시작될 거야.”
다들 그 말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