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5)
전직용병 재벌서자-135화(135/305)
135화. 불가피한 헛스윙
신우는 중앙 지검 앞에 도착했다.
검찰청 건물 앞에는 어디서 소식을 듣고 온 기자들이 저번처럼 몰려와 있었다.
“백신우 대표님! 정말 내부 거래로 투자를 성공시키신 건가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번 검찰에서 어떤 대화를 나누셨나요?”
질문들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전부 의혹뿐이고, 확실한 증거 하나 나오지 않은 상태인데도 MH퓨처시큐리티를 저격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이에 신우는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로 묵묵히 걷다가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며 뒤를 돌았다.
눈을 마주친 기자들은 그런 신우를 보며 압도된 듯이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검찰은 공익 제보로 저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고, 그 과정에서 검찰은 제가 내부 거래를 통해 주식 투자를 성공했다며 일방적인 주장만 하는 중입니다.”
“백 대표님은 그 주장에 어떤 답변을 주셨나요?”
“검찰에서 어떤 증거를 제시했습니까?”
“수색 영장으로 나온 것은 있습니까?”
다시 질문이 쇄도하자 신우는 검지손가락으로 입술을 막듯이 올려 보였다.
신우에게 집중한 기자들의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부정도 없었음을 말씀드립니다. 만약 문제 삼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건 누구보다 먼저 앞을 내다본 혜안을 가졌다는 것이겠죠.”
그렇게 말한 신우는 곧장 검찰로 들어갔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무관의 안내를 받아 검사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번에 함께 오셨던 변호사는 동행하지 않으셨습니까?”
신우보다 늦게 들어온 노승진이 신우에게 물은 것이었다.
“일이 생겨서 해임했습니다. 그보다 검찰 측에서는 압수 수색까지 하셨으니 증거를 찾아놓으셨겠죠? 필요하다고 하셔서 자료의 락도 풀어드렸잖습니까.”
그 순간 노승진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안상혜 검사장에게 준 기간은 고작 3일. 오늘이 그 기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동안 노승진은 압수 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들을 밤새워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증거라고 할 만한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굉장히 자신만만하시네요. 그만큼 꽁꽁 잘 숨겨놓으셨나 봅니다.”
“딱히 숨긴 것은 없습니다. 전부 보여드렸는데 거기서 필요하신 것을 찾지 못하신 거 아닙니까?”
누구든 MH퓨처시큐리티 자료의 허점을 찾아내기란 어려울 것이었다. 그만큼 장만수가 철저하게 대비해놓았고, 진짜 중요한 자료는 LEUCO로 인해서 아예 검찰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습니까?”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데요.”
노승진은 신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정말 저희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보여주시…….”
우우웅― 우우웅―
그때 신우의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리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말을 하다가 만 신우는 내용을 확인하고서 미소가 지어졌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비꼬는 듯한 노승진의 물음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은 일이네요.”
“증거라도 확실히 처리했답니까?”
“아니요. 제가 기다리던 일이 해결될 것 같아서요.”
똑똑―
사무실 문이 두드려지자 한쪽에 앉아 있던 사무관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 앞에는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대검찰청 감찰부’라고 적힌 신분증을 목에 걸고 있었다.
“대검 감찰부에서 나왔습니다. 노승진 검사님,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책상에 창문을 등지고서 앉아 있던 노승진은 깜짝 놀라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예? 대검에서 저를 왜……?”
“뇌물 수수 혐의입니다. 구속 영장도 떨어진 상태이니 시끄럽게 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검 감찰부 검사는 품속에서 구속 영장 서류를 꺼내어 내밀었다.
노승진은 거기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보고서 미간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제가 뇌물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3년 전, 천수건설 천민현 본부장의 뺑소니 사건을 무마시켜 주는 대가로 청담동 고급 오피스텔 2채를 분양받으셨죠? 사촌 명의로 말입니다. 그 외에 다른 건들도 있습니다. 증거도 확보했으니 발뺌은 하지 마시죠.”
순간 노승진의 얼굴빛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그사이 감찰부 검사들과 동행한 수사관들이 노승진의 옆으로 다가갔다.
“가시죠.”
“아, 아니!”
순간 노승진은 아까 신우가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받고서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제가 기다리던 일이 해결될 것 같아서요.】
“너, 너! 이 자식!”
그의 외침에 신우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끝내 노승진은 감찰부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신우는 그 상황을 지켜보다가 노승진 휘하의 사무관과 눈이 마주쳤다.
“저는 계속 이대로 있어야 할까요?”
“예? 아… 그게…….”
사건의 담당 검사가 용의자 조사 중에 감찰부로 끌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일개 사무관이 그런 상황에서 신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기는 곤란할 수밖에 없었다.
“부장 검사님께라도 물어봐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많이 바빠서요.”
“잠시만… 기다려주시죠.”
그렇게 말한 사무관은 곧장 밖으로 나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가도 됩니까?”
“그러셔도 될 듯싶습니다.”
“고생하세요.”
신우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이안과 마크를 대동하고서 나가려 했다. 그러던 중에 맞은편 복도에서 검은 정장의 사내들에게 둘러싸인 안상혜 검사장이 다가왔다.
거리가 바로 앞까지 가까워지자 안상혜는 신우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녀도 노승진처럼 대검 감찰부에게 잡힌 것이었다.
그러다 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올라탈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가 무겁고 고요하게 흐르던 중에 안상혜가 신우의 앞에 등을 돌리고 선 채로 물었다.
“혹시 이번 일… 백신우 대표님이 벌이신 건가요?”
“무슨 일 말입니까?”
“지금 저와 노승진 검사의 상황 말이에요.”
신우는 오른쪽 거울에 비친 안상혜의 모습을 보았다.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방금 안상혜는 거울 너머에서 살짝 미소 띤 신우의 얼굴을 얼핏 보았기 때문이다.
“제게 무슨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을 만들겠습니까.”
솔직히 안상혜 역시 자신이 말을 꺼내고서도 이해되지 않았다. 이번에 대검 감찰부가 구속한 중앙 지검 검사들은 두 사람 외에 셋이나 더 있었다.
다들 기업이나 개인을 통한 뇌물 수수로 걸린 것이었다.
안상혜는 MH퓨처시큐리티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 결재를 내리기 전에 백신우에 대해 조사했다. 거기서는 신우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낼 정도의 인맥과 권력을 가진 내용이 전혀 없었다.
그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가시죠.”
끝내 안상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서 대검 감찰부 검사들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신우는 로비에 잠시 멈춰 섰다. 다른 엘리베이터에서도 감찰부에 걸린 검사들이 나와서 걸어갔다.
밖에서 신우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있다가 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중앙 지검 검사들이 기업 스폰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보도 내용으로는 한둘이 아닌데! 특정 브로커가 있는 겁니까?”
“안상혜 검사장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이 방금 나간 안상혜에게 몰려든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신우의 비릿한 미소가 짙어졌다.
이에 옆에서 같이 상황을 지켜보던 마크 프리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상황을… 정말 대표님께서 만드신 겁니까?”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신우와 안상혜가 나눈 대화는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도 타이밍이 너무 절묘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크 프리먼도 FEROX에서 용병으로 일하면서 이런저런 경제·정치인을 많이 호위했다. 그 과정에서 재력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대충은 알았다.
이에 검찰에서 수사받는 도중 담당 검사를 비롯한 동료 검사들이 감찰부에 끌려가는 건 상당히 이례적일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일을 꾸미지 않는 이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우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마크 프리먼을 쳐다봤다.
“제가 한 것이라면, 마크가 경호 업무를 하는 데 문제가 될까요?”
“…그건 아닙니다.”
그의 대답에 신우는 중앙 지검 앞에서 난리가 난 상황을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요란하긴 하네요. 이 정도면 검찰에서도 저희 일에 더 신경 쓰지 못하겠죠. 뭐, 꼬투리 잡을 것도 없겠지만요.”
“역시 대표님이셨나 보군요.”
지금 벌어진 일은 다방면 조사와 인력이 붙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신우는 쭉 경호받으면서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오래 걸린 것도 아니었다. 압수 수색 영장으로 일이 벌어진 지 고작 3일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렇게나 짧은 기간 동안 지금처럼 일을 벌일 수 있는지도 믿기지 않았다.
“갑자기 필요하게 된 일이라서요.”
“대단하신 듯합니다.”
마크의 감탄사가 이어지던 중에 메이안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둘이서 영어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해?”
아까부터 신우와 마크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궁금하면 너도 영어를 배우든가.”
이에 메이안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쳇―!”
“회사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영어교육 동호회도 있으니 참석해보든가.”
“공부는 싫은데…….”
“그럼 계속 그렇게 못 알아듣고 있든가.”
그러면서 신우는 품속에서 느껴진 진동에 핸드폰을 꺼냈다. 안에는 장만수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Emergency Clear.】
“…뭐지?”
임무를 완료했을 때나 보내는 내용이었다.
이에 신우는 WAVE CHAT으로 전화를 걸었다.
[오∼ 대장! 조사는 깔끔하게 마쳤어?]“덕분에. 이번에도 큰 도움 받았네. 근데 뭔가 완료되었다는 거야?”
둘은 음어로 이야기를 나눴다.
[해커들이 서버에 침입했어.]“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게 말이지…….]장만수는 일련의 상황들을 전부 설명해주었다.
이에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부 들을 수 있었다.
“잘 처리되었다니 다행이네. 나머지는 돌아가서 들을게. 그리고 여기 일도 잘 처리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잘 해결됐어.”
안상혜 검사장을 비롯한 중앙 지검 검사들의 뇌물 수수 사건은 장만수의 말대로 미래에 터졌어야 할 일이었다.
물론 뇌물 수수는 이미 진행 중인 일이라 터뜨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증거는 흔적 없이 넘겼지?”
[중앙 지검에서 좋아하는 공익 제보로 했어. 차명 재산으로 받아둔 뇌물 증거의 경로까지 명확하게 넘겨놨으니 문제없을 거야. 솔직히 그렇게까지 해줬는데 받아먹지 못하면 병신들이지.]“대검 감찰부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잘 받아먹겠지. 여론까지 움직였으니 조용히 정리하기도 어려울 테고.”
[여론을 계속 흔들 만한 정보가 주기적으로 뿌려질 거야.]신우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짜 고생 많겠네.”
[내가 고생하나? LEUCO가 고생하지. 정보 업로드와 댓글 같은 건 LEUCO AI 알고리즘이 올리는 거거든.]“LEUCO가 그렇게까지 일을 처리한다고?”
지금까지 LEUCO는 수많은 컴퓨터를 감염시켜서 필요한 정보들을 빼낼 수 있게 만드는 마스터키라고만 생각했었다.
이에 신우가 살짝 놀라면서 물으니 장만수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예전에 못 했던 업그레이드를 했거든. 일단 회사로 들어오면 더 자세히 설명해줄게.]“알았어. 이제 중앙 지검에서 나가니까 가서 보자.”
신우는 통화를 마치면서 대검 감찰부에서 나온 차량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 걸어갔다.
동시에 감찰부와 안상혜의 인터뷰를 따내지 못한 기자들이 신우를 발견하고서 승냥이처럼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