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8)
전직용병 재벌서자-138화(138/305)
138화. 어쩌다 보니 암행 사이다 (1)
수화기 너머로 장만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릭이랑 헥터가 같이 있는 거 같다고?!] [대장! 지금 한 말, 진짜야? 릭이랑 헥터가 예멘에 있다고?]옆에서 릴리안의 목소리도 같이 들려왔다.
이에 신우는 설명을 마치자마자 깜짝 놀라며 수화기에서 귀를 급하게 떼버렸다.
“이것들아, 귀 아파. 아무튼 그런 거 같아. 근데 곽치영이 아스마라에 갔어. 그게 우연일까?”
[곽치영이 릭과 헥터를 스카우트하러 간 거라고? 그 인간 성격이면 릭이 주먹으로 머리를 뭉개놓을지도 모를 텐데.]곽치영은 점잖은 거 같으면서도 내뱉는 말마다 뼈와 가시가 심어져 있었다. 사람을 살살 건드리는 느낌이 있는데… 릭은 그런 성향의 말을 본능적으로 싫어했다.
“뭐, 일단 진짜로 그 둘인지는 확인해봐야지. 앰버의 말로 헥터는 긴가민가하지만 일단 저격총을 사용한다고 했고, 릭만 한 덩치가 흔한 건 아니잖아. 중화기를 이용하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해? 바로 에리트레아로 넘어갈 거야?]“거긴 LEUCO로 탐색이 어렵지?”
잠시 생각을 정리한 장만수는 한숨과 함께 설명했다.
[안 그래도 돌려봤는데 인터넷 보급률이 높지 못한 곳이라서 힘들어. 게다가 그쪽 정보상이면 일반적인 공용 회선이 아니라 위성을 이용한 전용 다크웹 브라우저를 사용할 확률이 높고.]“내가 움직이기에는 곽치영의 눈길을 끌 수밖에 없을 거 같은데.”
지금은 TSF 중국 지사장인 도로시까지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 얼마 후면 곽치영까지 들어올 수도 있으니 주시하는 눈이 늘어날 것이다.
옆에서 같이 통화 중이던 릴리안이 나섰다.
[아니면 나라도 다녀올까?]“거기서 야태아카브란 곳을 진짜 다녀간 거면 사람이 붙어 있을 수도 있어. 일단 곽치영이 들어온 후에 상황을 보자.”
[만약 그 하운즈라는 2인조 용병이 진짜 릭과 헥터이고, 아무것도 모르고서 곽치영의 손을 잡았으면 어떻게 해?]“걔네가 666부대원을 못 알아볼 리는 없잖아. 뭐, 릭이 조금 걱정되지만. 옆에 있는 것이 헥터라면 어떻게든 컨트롤해주겠지.”
그때 릴리안은 뭔가가 떠올렸는지 말을 꺼냈다.
[맞다! 그러고 보니 헥터는 원래 올해쯤 KDB에 들어갔다고 했었어.]“벨라루스의 KDB?”
한국의 국정원인 NIS와 같은 정보 조직을 말함이었다.
헥터는 원래 한국계 러시아인으로 성인이 된 후에 러시아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소속이었다가 해외 정보국인 SVR에서도 근무했었다.
그러다 모종의 이유로 러시아를 떠나 자유 용병으로 지냈던 것이다.
[올해부터 5년 정도 KDB 소속이라고 했어. 내가 CIA에 있었을 때 만나서 그렇게 들었어.]“그래? 만수야, 혹시 KDB 쪽을 털어봐줄 수 있어? 신입 요원 정보만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좀 더 확실히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확인해볼게. 근데 정확한 시기는 몰라?]수화기 너머에서 장만수가 릴리안에게 물었다.
[나도 거기까지는 모르지.] [대략적인 시기도 모르면 올해가 끝날 때까지 계속 서칭해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럼 해∼!] [이게, 지가 하는 거 아니라고!] [어쭈! 누님한테 지? 죽을래?]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 신우는 두 사람이 또다시 붙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여간… 이것들은 조용할 날이 없어.”
결국 통화를 끝냈다.
그사이 차는 송파구에 위치한 MH유통 본사 근처에 도착했다.
“장 비서. 혹시나 하고서 묻는 건데… 오늘 내가 방문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나와 있는 건 아니지?”
“…아마 나와 있을 겁니다.”
동시에 신우는 긴 한숨을 흘렸다.
“당장 전부 들어가라고 해. 나는 조용히 둘러보고서 돌아갈 거니까.”
“…예? 하지만 꽤나 기다렸을 텐데요. 인사만이라도 받고서 들어가시죠.”
“됐어. 그냥 내가 오늘 가기로 했던 거 취소됐다고 해.”
장진호는 난감해졌지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예? 하지만…….”
“본사 출입증으로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거지?”
“MH퓨처시큐리티 보안 시스템과 동기화되어 있어서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취소됐다고 하라시는 건지…….”
“혼자 다녀오려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차에서 대기해주세요.”
“…예?!”
다들 깜짝 놀라면서 신우를 쳐다봤다.
“다 같이 몰려다녀봤자 시선만 끌잖아. 대충 안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조용히 둘러보기만 할게. 어차피 경비원들은 KITE 소속이라 내 얼굴을 알아볼 테니 문제는 없을 거고.”
“암행하시겠다는 겁니까?”
“솔직히 전체적으로 고용 승계한 것 때문에 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니까. 있는 그대로 보려면 혼자 다녀오는 것이 나아.”
신우는 예의상 하는 방문이라고 해서 대충할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오해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하라면 하라지. 그러니 다들 조용히 차에서 기다리세요. 특히 메이안. 쓸데없이 튀어나오지 말고.”
“에이…….”
누가 봐도 몰래 따라오려던 뉘앙스였다.
“저는 저기 앞에 내려주시고, 공용 주차장이든 주변에 세워두고서 기다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운전 중이던 마크 프리먼은 갓길로 빠져서 신우를 내려주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따라오지 말 것. 메이안은 따라왔다간 바로 중국으로 귀환 조치.”
“…칫.”
차는 뒷좌석 문이 닫히자마자 떠났다.
오랜만에 혼자가 된 신우는 인도 위에서 기지개를 시원하게 켰다.
“아으―! 상쾌하다.”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가 되고, 특수경호팀을 옆에 두기 시작하면서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에 치이면서 자유롭지도 못하니 하루하루 답답함이 커져갔다.
신우는 그렇게 상쾌한(?) 공기를 들이쉬다가 MH유통이라는 간판이 걸린 건물로 걸어갔다. 그 건물로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건물 1층으로 들어가자 보안 업무를 보고 있던 경비원과 눈이 마주쳤다.
외부인 티가 났는지 그는 곧장 신우에게로 다가왔다.
“무슨 일로 오셨…….”
잠시 긴가민가하던 경비원이 깜짝 놀라며 허리부터 숙이려 하자 신우는 곧장 손을 들어서 막았다.
“조용히 둘러보려고 온 거니 인사는 삼가세요.”
“예? 하지만…….”
경비원도 오늘 MH유통의 대표가 된 신우가 방문한다는 걸 미리 들었기 때문이다.
“업무 지시입니다. MH유통 내 KITE 소속 경비원들은 저를 알아보더라도 아는 척하지 말라고 전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신우는 그런 경비원의 어깨를 두드리고서 로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정장 차림의 젊은 남녀들이 1층 강당 쪽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오늘 회사 내에 무슨 행사 같은 게 있습니까?”
아까 그 경비원에게 물은 것이었다.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 설명회가 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요?”
“4박 5일로 진행되는 정식 오리엔테이션 전에 먼저 모여서 과정을 설명해주는 자리입니다.”
“아,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쪽으로 가보았다.
‘그러고 보니 MH유통으로 바꾸면서 신입 사원과 경력직 사원을 대거 뽑으라고 했지.’
나중에 추가적으로 개편하면 썩은 물부터 쉽게 갈아치우기 위해서였다.
그런 생각과 함께 입구의 팸플릿 하나를 챙겨 강당으로 들어가니 수십 명의 신입 사원이 옹기종기 앉아 설명회가 진행되길 기다렸다.
신입 사원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그 이유는 MH유통이 본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관리·운영 업무를 담당할 정사원의 수가 많이 필요했다.
“저 사람도 신입 사원이야?”
“지금 입고 있는 거… 명품 아닌가? 시계랑 구두도 그렇고. 대체 저게 다 얼마야?”
몇몇 신입 사원이 신우의 옷차림을 보고 수군거렸다. 그들의 말처럼 지금 신우는 백화점에서 구입한 고급스러운 명품 정장에 구두, 시계 등등을 착용한 상태였다.
물론 옷을 골라준 사람은 천만다행히도 장만수가 아닌 릴리안이었다.
‘옷을 좀 평범하게 입고 올 걸 그랬네.’
대표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후줄근하게 입고 다닐 수 없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신우는 그런 신입 사원들의 말들을 무시하고서 맨 뒤쪽 구석 자리에 앉으려고 했다. 그러던 중에 뒤쪽에서 묘하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 백신우 맞지?”
이름까지 튀어나오자 신우는 앉던 것을 멈추고 고개부터 돌렸다.
뒤에는 목에 사원증을 건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제가 백신우는 맞는데… 누구시죠?”
“뭐야? 너, 나 기억 안 나? 영휘고. 너보다 1년 선배였던 김재민.”
영휘고등학교는 신우가 고아원에서 지내며 졸업한 곳이 맞긴 했다.
하지만 당시는 학교생활에 큰 관심이 없던 터라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같은 반 학생들도 가물가물한데 선배는 더 기억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김재민? 누군지 모르겠는데요.”
그런 대답에 김재민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실소를 흘렸다. 동시에 살짝 안도하는 표정이 흘러나왔다.
백신우라는 이름. 그건 MH그룹 오너 일가이자 이번에 MH유통의 대표가 된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와 같았다.
물론 검색도 해보았다.
뉴스에서도 여러 번 이름이 거론되었지만, 사진은 얼굴을 정확히 알아보기 어려운 측면이나 뒷모습뿐이었다.
오늘 그런 대표의 방문 일정은 갑자기 취소되었고, 지금 신입 사원들이 모인 이 자리에 옛날에 알던 백신우가 있으니 확실히 동명이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넌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개 빳빳한 건 여전하네.”
“제 고개가 어떻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뭐? 그쪽?! 너 여기 신입 사원으로 온 거 아니야? 이거 안 보여?”
김재민은 목에 걸고 있던 사원증을 가리켰다.
【MH유통 본사 총무부】
【대리 김재민】
사진과 함께 부서, 직급, 이름이 나란히 적힌 걸 보았다.
“아, 대리시군요.”
“대. 리. 님이겠지.”
“그러죠. 대리님. 근데 저한테는 무슨 볼일입니까?”
아까보다 기분이 불쾌해진 김재민은 미간을 와락 구겼다. 그리고 김재민의 시선이 신우가 착장한 재킷, 셔츠, 넥타이와 핀, 시계, 커프스 버튼, 바지, 구두까지 훑었다.
“오리엔테이션 담당자가 신입 사원한테 말을 거는 게 문제야? 그리고 네 옷차림, 그게 뭐야?”
“제 옷에 문제가 있습니까?”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깔끔하고 착장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주변의 다른 남자 신입 사원들도 비슷한 느낌의 정장 차림이었으니 걸릴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그런 가품 티가 팍팍 나는 옷을 입고 오는 건데? 차라리 저렴한 브랜드로 살 것이지.”
김재민은 아까 말한 것처럼 신우의 고등학교 선배였다. 그리고 신우가 아기 때 버려져 고아원에서 쭉 자랐던 것까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바닥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신우가 온갖 명품으로 도배된 차림새를 하고 있으니 전부 가짜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거 진짜인데요.”
“무슨… 너 그게 진짜면 전부 얼마인지는 아냐?”
신우는 릴리안이 골라주고 카드만 긁었던 거라서 가격까지는 알지 못했다.
“잘 모릅니다.”
“이것도 옛날이랑 똑같구나. 아무튼 됐고, 이딴 가품 입고 다니지 마라. 그리고 앞으로 회사 생활 제대로 하고 싶으면 행동부터 똑바로 해. 설명회랑 오리엔테이션 둘 다 부서 정해질 때 점수 들어가니까.”
김재민은 그렇게 말하고서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던 신우는 아직까지 김재민이 누군지 기억나지 않았기에 무시하고서 자리에 앉았다.
“저거 다 가짜였던 거야?”
“어쩐지… 난 또 임원 아들이 낙하산으로 들어온 건 줄 알았네.”
“근데 저 사람은 이제 어쩌냐? 정식 입사 전부터 대리님한테 찍힌 거 같은데.”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봤던 신입 사원들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김재민의 목소리가 컸던 탓에 다들 그렇게 믿기로 한 것 같았다.
물론 신우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설명회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무부장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MH유통의 기업 소개와 4박 5일 오리엔테이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곤지암 센터 부근의 연수원에서 지내면서 물류 실무 실습을 겸하는 거구나.’
신우는 아까 챙겨온 팸플릿을 읽으면서 설명회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