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39)
전직용병 재벌서자-139화(139/305)
139화. 어쩌다 보니 암행 사이다 (2)
오리엔테이션 설명회는 50분 정도가 지나서 끝났다. 신입 사원들은 다음 날 출발할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줄지어 나갔다.
그사이 단상에서 내려온 총무부장 박규준은 휘하 직원들에게 넌지시 물었다.
“오늘 정말 대표님이 안 오시는 거 맞지?”
혹시나 갑자기 들이닥치지 않을까 신입 사원들에게 설명하는 중에도 안절부절못했다.
이에 총무부 차장인 강신배가 그에게 생수병을 전해주었다.
“이 정도면 정말 안 오시는 거 아닐까요?”
“허어… 그러면 다행이긴 한데. 워낙 신출귀몰한 데다가 위험한 인간으로 유명하니.”
소문의 시작은 원래 MH테크의 자회사였던 KITE였다. 대표로 백신우가 취임하자마자 기존의 시스템을 모조리 뒤집어버렸다던 걸로 유명했다.
물론 그 덕분에 KITE가 크게 성공한 것으로도 소문이 자자했지만, 기존 시스템을 원하는 보수파가 그득그득한 회사에서는 전혀 반길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투자 쪽으로야 대단하다고 한들, 유통 쪽까지 잘 알겠습니까?”
강신배의 아부 같은 대답에 박규준은 미소가 지어졌다.
“배성유통이 워낙 좋은 매물이니 잡은 거겠지. 놔두면 알아서 잘 굴러갈 테니 말이야.”
“게다가 박 부장님께서 임원에 오르시면 전보다 더 잘 굴러가겠죠.”
고용 승계 중에 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MH유통에는 임원이 없어서 기존 부장급 사이에서 누가 올라갈지 여러 말이 돌았다.
특히 배성유통 때부터 15년 가까이 근무한 박규준 부장은 그런 임원 후보 중 하나였다.
“아직 정해진 것도 아니지 않나.”
임원 선정은 MH유통 대주주이자 대표인 백신우가 결정할 예정이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장급 인사 서류는 이미 넘어간 상태였다.
“솔직히 부장님이 아니면 누가 선정되겠습니까?”
“…그런가? 하하하하!”
박규준과 강신배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당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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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강당에서 나온 신우는 신입 사원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출입 카드를 찍은 후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천천히 거닐면서 사무실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각 부서를 나눈 벽은 절반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안쪽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다들 바쁘게 일하는 중이네.’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외부인(?)이 지나가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위에서부터 4개 층 정도를 내려와 잠시 휴게실에 앉아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셨다.
얼마 후, 직원들이 휴식 시간을 가지는지 그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 임원 선정에 마케팅부장님이 확실하다는 거 같던데. 너희들도 들었어?”
“김 대리님. 솔직히 마케팅부장님보다 총무부 박 부장님이 더 유력하지 않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에 신우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귀가 쫑긋 세워졌다.
“총무부 박 부장님이야 예전부터 파워가 남다르긴 했잖아. 배민선 대표님이 계셨을 때부터 온갖 일을 다 하기로 유명했고. 금방 물러난 배성욱 회장님 라인이란 말도 있었어.”
“그 말이 사실이었습니까?”
“원래 차기 본부장 후보까지 올랐었잖아. 그게 왜 그랬겠어?”
“아∼!”
그 외 다른 직원들도 오더니 아까 두 사람처럼 임원 선정에 대한 이야기로 꽃다발을 피웠다.
“이번에 마케팅2팀장으로 들어온 김지효 차장 얘기 들었어?”
“팀장? 솔직히 그게 팀장이야? 낙하산으로 꽂혔다는 소문이 있어서 초장부터 밑의 직원들한테 무시당한다던데.”
“원래 마케팅 정해수 부장이 내정하고 있던 박근후 과장을 밀어내고 들어간 거라 그렇다잖아.”
“아, 박 과장님이 그렇게 물 먹은 거였어?”
“전부 배성 출신인데, 거기서 MH리테일 사람이 굴러들어 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들려왔다.
사람이 계속 늘어나자 신우는 종이컵을 버리고서 아래층 탐방을 다시 시작했다.
보통이면 외부인 티가 났겠지만, 최근 MH유통은 신입 사원과 더불어 경력직 직원들도 대거 들어온 상태였다.
처음 보는 직원들이 꽤 들어온 덕분에 신우도 그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게다가 대외적으로 신우의 사진은 정면이 없었다. 일부러 못 찍게 한 것도 있었고, 웨이까지 찾은 후 장만수가 LEUCO로 국내와 몇몇 국가로 나가는 기사에서 신우의 사진이 지워지도록 조치한 덕분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UAD로 활동할 때 얼굴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김칫국 마시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거 같네.”
신우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다른 사무실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때 복도 맞은편에서 괴성이 울렸다.
“야! 너 뭐야!”
아까 강당에서 신우를 보고 귀찮은 소리만 나불대던 김재민이었다.
그나마 신우를 알아볼 만한 사람 중 하나였다.
“…….”
신우가 조용히 서 있기만 하자 김재민은 얼굴을 잔뜩 구기면서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너 뭐냐고! 회사 안까지 어떻게 들어온 거야?!”
“그냥 걸어서 들어왔는데요.”
“내가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김재민의 언성이 높아진 탓에 다른 사무실 사람들이 복도로 머리를 내밀었다.
“저는 딱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요.”
“뭐가 없는데? 사원증도 못 받은 신입 사원이 여길 어떻게 들어와? OT 전에 잘리고 싶어?!”
“대리님한테 신입 사원을 자를 권한이 있습니까?”
“이게 진짜 미쳤나! 넌 진짜 어떻게 예전이랑 달라진 게 하나도 없냐? 언제까지 그딴 식으로 뻣뻣하게 굴 건데? 지금 뭐가 문제인지 몰라?”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무리 중에서 한 명이 김재민에게 다가왔다.
“김 대리! 무슨 일이야?”
아까 강당에서 박준규 부장을 보필하던 총무부 차장 강신배였다.
“잘 오셨습니다. 강 차장님. 이 자식이 신입 사원이면서 회사 안에 들어와 있는 거 아닙니까.”
“뭐? 신입 사원? 그게 정말이야?”
지금 층은 MH유통의 총무부, 회계부, 경리부, 인사부가 모여 있던 곳이었다.
강신배는 황당해하며 신우를 빤히 쳐다봤다.
“신입 사원! 이름이 뭐지?”
“…이름은 백신우입니다. 그보다 저는 신입 사원이 아닌데요.”
오늘 방문하기로 했던 MH유통의 대표와 이름이 같은 탓에 강신배는 깜짝 놀랐다. 그도 대표인 신우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김재민이 괜히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쳐다봤다.
“뭐? 신입 사원이 아니야? 김 대리, 신입 사원이라며?”
“아까 OT 설명회 때 강당에 있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강신배의 시선은 다시 신우에게로 향했다.
“신입 사원도 아니면 불법 침입한 건가? 직원인 척 안에 들어온 거고? 김 대리, 일단 여기로 시큐리티 직원 좀 불러!”
“알겠습니다!”
김재민은 제대로 걸렸다는 듯이 신우를 쳐다보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렇게 통화가 이어지는 사이 강신배의 말이 이어졌다.
“우리 직원도 아니면서 여긴 왜 들어왔어? 절도범인가?”
“그런 거 아닙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 직원이라면 직원이긴 한데요.”
“아까는 아니라며!”
“신입 사원이 아니라고 한 거죠.”
밑에서 연락을 받은 KITE의 경비원들이 복도에 도착했다.
그들이 다가오자 강신배는 아까 신우의 대답을 무시하고서 지시하듯 말했다.
“회사에 불법 침입한 사람이니까 당장 끌고 나가.”
경비원 중에는 아까 로비에서 신우를 발견했던 사람도 있었다.
동시에 다른 사람도 그런 신우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예?”
“내가 하는 말, 이해 못 했나? 당장 끌고 나가라고!!”
“아니, 그게…….”
경비원들은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그 모습에 강신배는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신우의 목에 걸린 사원증 줄을 발견했다.
“허어, 뭐야? 사원증까지 위조해서 들어왔던 거야? 이 새끼! 초범이 아니잖아?!”
강신배는 신우의 목에서 사원증을 벗기더니 가져갔다.
이에 옆에서 상황을 같이 보던 김재민은 진심으로 쌤통이라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저 새끼, 제 고등학교 후배인데 옛날에도 저랬습니다. 언제나 사람들 말은 듣지도 않고서 멋대로 하고 말입니다.”
“뭐? 고등학교 후배?”
주변으로 더 몰려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갔다.
강신배는 고까운 표정으로 신우를 쳐다보다가 방금 뺏은 사원증으로 시선을 돌렸다.
“…MH퓨처시큐리티? …대표?”
사원증에 정확히 쓰여 있던 내용은.
【MH Future Security】
【Ceo 백신우】
강신배는 뭔가 잘못 봤다고 생각하는지 눈을 깜박이고서 다시 봤다.
“이게 왜……?”
신우는 탄식을 가득 흘리며 강신배를 쳐다봤다.
“신입 사원이 아니고 이번에 MH유통의 대표를 겸하게 된 백신우라고 합니다. 그 사원증이 못 미더우시면 옆에 KITE 직원분들에게 물어보시죠.”
“…백신우 대표님이 맞으십니다.”
강신배가 쳐다보기도 전에 대답이 나왔다.
“…진짜입니까?”
“그럼 가짜겠습니까? 요란한 걸 싫어해서 조용히 둘러만 보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누가 이목을 끌어주셨네요.”
신우는 짜증이 가득해진 눈빛으로 김재민을 쳐다봤다.
그 순간까지 김재민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진짜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네, 네가… 대표라고?”
김재민도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의 대표 이름이 백신우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자신이 아는 백신우와는 동명이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만큼 김재민의 기억 속에서 백신우는 고아원 출신이면서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고, 생활고 때문에 부사관으로 군대를 간 찌질이였기 때문이다.
“왜? 내가 위조라도 했을까봐?”
이제 신우의 말도 짧아졌다.
“마, 말도 안 돼.”
“지금 모습을 보니 누군지 얼핏 기억나네. 학교에서 싸움 좀 한다고 뻐기고 다니던 놈. 나한테 삥 뜯으려다가 처맞았던 그놈 맞지? 그때 나한테 맞고 어금니 두 개가 날아갔잖아.”
그때 웅성거리던 목소리 중에서 김재민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김재민 대리가 고등학교 때 혼자서 다섯 명이랑 싸우다가 어금니 날아갔다고 했던 그거 아니야?”
신우는 그 말을 듣고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풋―! 5대 1로 싸웠다고 포장해서 말하고 다니기까지 했어?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네.”
이에 김재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에 신우는 다시 강신배를 쳐다봤다.
“강신배 차장님이시라고요?”
“예? 아, 예! 총무부 차장 강신배입니다!”
너무 놀란 강신배는 군대에서 관등성명 대듯이 대답했다.
“시끄러우니 목소리는 좀 줄이시고요.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조용히 지켜만 보고 돌아가려 했는데, 상황을 보니 그럴 수가 없을 듯하네요.”
“그럼 뭘 어떻게…….”
강신배를 비롯하여 주변에 있던 직원들은 불길함을 감지했다.
“제한 시간 10분. 1층 강당으로 MH유통 본사 차장급 이상 전부 모이세요.”
“…지금 말입니까?”
“그럼 제가 내일을 말하는 거겠습니까?”
날카로워진 신우의 물음에 강신배는 침을 삼켰다.
순간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빨리 움직이시죠!”
다시 한번 울린 신우의 외침에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사이 신우는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장진호에게 전화했다.
[전화받았습니다. 대표님.]“1층 강당에 있을 테니까 들어와.”
[…예? 조용히 둘러만 보시려던 것 아니었습니까?]“조금 귀찮게 만들 일이 생겼어.”
[알겠습니다.]신우는 통화를 끝낸 후 강당으로 먼저 내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진호와 경호원들이 도착했다.
“대표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
“돌아다니다가 들켰어. 근데 조금 짜증나는 일이 생겨서 말이야.”
“…짜증이요? 누가 대표님한테 시비라도 걸었습니까?”
“시비라면 시비지.”
장진호는 그 말을 듣고서 더 깜짝 놀랐다.
“어떤 미친놈… 왜 그랬답니까?”
“신우한테 누가 시비 걸어? 죽일까?”
마지막 대답은 메이안이 한 것이었다.
“넌 조용히 있고.”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너니까 그래.”
“칫―!”
그사이 열려 있던 대회의실 문을 통해서 각 부서의 차장 이상 직원들이 들어왔다.
맨 앞에 앉아 있던 신우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먼저 오신 분들은 서 있지 마시고 앞줄부터 채워서 앉으시죠.”
잠시 우물쭈물하던 이들은 그 말대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삼삼오오 앞뒤 옆자리 사람들끼리 소곤거렸다.
“장 비서. 인사부 직원 찾아서 각 부서별로 차장급 이상이 다 모였는지 확인해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진호는 곧장 움직였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지나고, 인원 확인을 마친 장진호가 돌아왔다.
“전부 모였답니다.”
“그래?”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당 앞의 단상으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