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
전직용병 재벌서자-14화(14/305)
14화. RESTRICTED AREA
명중환은 구상호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용산의 국방부 청사에 도착했다.
앞에 마중 나와 있던 국방부 장관 담당 보좌관의 안내로 장관인 고승원의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하하― 명 회장님! 잘 오셨습니다.”
“오랜만입니다. 고 장관님.”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면서 소파에 앉았다.
“갑자기 MH테크 쪽과의 일로 보자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MH테크는 방산산업으로 MH그룹에서 운영 중인 계열사였다.
최근 군용 차량과 엔진 보급 문제로 협의가 오고 갔었다.
게다가 MH테크는 명중환이 직접 신경 쓰는 계열사이기도 했다. 그래서 청와대와 국방부하고 직접 만나 해결하는 일이 많았다.
“그것도 있고, 겸사겸사 여쭐 것도 있어서 말입니다.”
고승원이 소파에 깊이 기대며 웃었다.
“어째, MH테크 쪽 일보다 그게 더 중요할 듯싶습니다.”
“제 욕심에 본심을 너무 드러냈나 봅니다.”
“이미 마무리된 일을 가지고 번복하실 분은 아니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명 회장님께서 저를 갑자기 만나고자 하신 연유가 무엇입니까? 그것도 청사까지 직접 찾아오셔서 말입니다.”
보통 외부에서 만나거나 업무 관계자가 직접 MH그룹 본사나 MH테크로 찾아갔다. 국방부 장관인 고승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게 평소와 다른 만남이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저희 일가에서 시끄러운 일이 많았다는 건 아시지요?”
“기사로 확인했습니다. 명 회장님께 혼외자라니… 나름 사연이 많았다지요?”
“제가 뿌린 업이지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하시는 겁니까?”
잠시 뜸을 들인 명중환은 제대로 본론을 꺼냈다.
“그 딸에게 결혼도 하지 않고서 낳은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올해로 스물셋이고, 최근 군대에서 부사관으로 있다가 전역했죠.”
“손자분이 군인이었군요. 한데 따님께서 미혼모라니… 회장님 못지않게 사연이 많았나 봅니다.”
“못난 아비를 두어서 적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 손주 녀석의 복무 기록을 보았는데, 의문점이 많았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방부 장관을 앞에 두고서 대기업 회장이 군대 복무 기록을 열람해봤다고 말한 것이다.
순간 고승원의 표정은 살짝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너무 대놓고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알게 될 일을 굳이 숨길까요?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 핏줄의 일입니다.”
“하아… 그래서 뭐가 이상해서 그러시는 겁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물음이었다.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군수과 부사관이었습니다. 제 손주 녀석의 군 생활이 어땠나 싶어서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같은 소속 병사들을 통해 수소문해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군요.”
옅은 미소가 자리 잡고 있던 고승원의 얼굴이 한순간 서늘해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병사들이야 부사관들과 마주칠 일이 많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제 비서인 구상호 부장이 만난 사람은 그곳 특전사령부 군수과 일원이던 병사였습니다. 제 손자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더군요.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걸까요?”
“소속을 잘못 알아보셨거나, 그 병사가 착각한 것이지 않을까요?”
“저희 MH그룹의 정보력이 잘못되었다는 말씀이라면… 그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승원도 명중환 회장의 비서인 구상호가 굉장히 철두철미하다는 걸 알았다.
그런 구상호가 지시를 받아 조사한 정보라면 자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틀리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혹시 손자분의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괜찮다면 제가 알아봐드리죠.”
대외적으로 알려진 건 혼외녀인 임희연의 이름뿐이었다. 그 외 아들의 존재만 있을 뿐 신우의 이름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백신우입니다.”
아까처럼 고승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하기를 반복했다.
“백신우라… 당장은 어렵고 육군 특전사령부에 문의해보겠습니다.”
“정확한 결과를 들을 수 있는 겁니까?”
“제가 국방부 장관이란 위치에 있긴 하지만, 모든 사령부와 국군 조직의 연결 고리이자 대표자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각 사령부마다 지휘관계 규정된 체계가 있으니 그 이상 관여할 수는 없습니다.”
뭔가 둘러대는 느낌이 강했다.
명중환도 그걸 알아채고서 미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장관께서 일개 부사관의 복무 기록 확인에 약한 모습을 보이시는군요.”
“각자의 영역을 존중할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죠.”
이후 명중환은 고승원과 MH테크 관련한 사업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서 돌아갔다.
현관까지 배웅을 마친 고승원이 옆에 서 있던 보좌관에게 말했다.
“육군 특전사령관 좀 바로 들어오라고 하지.”
“알겠습니다.”
고승원은 곧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육군 특수작전사령관인 윤태인 중장이 반듯한 군복 차림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장관님.”
갑작스러운 국방부 장관의 호출이었기에 윤태인의 얼굴에 걱정이 살짝 비쳤다.
“확인해볼 것이 있어서 불렀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윤태인이 자리를 잡자 고승원은 잠시 고민하고서 말했다.
“얼마 전 육군 특전사령부에서 군수과 부사관으로 전역한 백신우라고 압니까?”
“…예? 제가 인사과 담당은 아니라… 그런 이름을 가진 부사관이 저희 특전사령부에서 전역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묻는 것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으로서 말하는 겁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해진 고승원의 목소리와 표정에 윤태인은 침을 한번 삼켰다.
“…장관님과 제가 아는 그 백신우가 동일인이라면… 알고 있습니다.”
이내 고승원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예전에 기밀 서류에서 보았던 이름 같아 혹시나 했는데. ‘UAD 프로젝트’에서 무악재란 코드명을 가진 부대원이었지요?”
“…맞습니다. 다만, 그 프로젝트는 종료되어서 자료와 인사 기록 전부 폐기 처리했습니다.”
“저도 압니다.”
UAD(Underground Attack Department).
직역하면 지하공격부서라는 명칭으로 육군 특전사령부에서 비밀리에 단기간 조직한 작전팀이다.
고승원은 그런 UAD의 최종 관리자로서 윤태인에게 임무 결과 보고를 주기적으로 받았기에 잘 알았다.
“그런데 그 백신우 중사에 대해서는 왜 물으시는 겁니까?”
“백 중사의 현재 소재는 알고 있습니까?”
“그는 비밀 서약까지 마친 후 전역한 상태입니다. 이후 뭘 하는지는 따로 파악하지 않아 모르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골치가 아파진 고승원은 의구심이 잔뜩 든 윤태인을 보며 말했다.
“코드명 무악재… 그 백신우 중사가 명중환 회장의 서손이라고 하는군요.”
서손이란 서자 또는 서녀의 자식을 말함이다.
그 말을 이해한 윤태인은 깜짝 놀라면서 눈이 커졌다.
“백신우 중사는 갓난아기 때 버려진 고아입니다. UAD 프로젝트 부대원을 구성했을 때 최소한의 조건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걸 누가 모릅니까?”
고아는 작전 중 부대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그런 기준과 능력으로 부대원이었던 백신우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MH그룹 명중환 회장의 사손이라고 하니 기가 찰 수밖에 없었다.
“한데… 서손이라면 이번에 명중환 회장의 혼외녀로 보도된 사람의 아들이라는 뜻이군요.”
“맞아요. 게다가 명 회장이 백신우 중사의 위장된 복무 기록에 맹점을 찾아내서 나에게 알아봐달라고 하더군요.”
“네? 하지만 그건…….”
UAD의 주 임무는 대한민국 국방의 위기 요소가 되는 요인 암살 및 우군 요인을 향한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임무 기간 동안 UAD의 손에 처리된 적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백신우는 그런 임무에서 최전방 위치에서 움직였던 암살, 격투, 근접 사격의 프로였다.
당연히 진짜 복무 기록은 1급 기밀로 구분되어 UAD 프로젝트 종료 후 아까 말한 대로 완전히 폐기되었다.
“있어도 줄 수가 없죠. 하지만 그쪽에서도 뭔가 감을 잡은 듯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명중환 회장 옆에 구상호가 있지 않습니까.”
“아…….”
구상호가 국정원 출신이라는 건 윤태인도 잘 알았다.
그만큼 정부에 결속된 조직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으니 기록 진위 여부를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골치가 아프게 됐습니다. 하필이면 명중환 회장의 핏줄이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전역이라도 하지 않았으면 조치할 방도라도 마련해볼 텐데 말이죠.”
그 순간 고승원의 날카로운 눈빛이 윤태인에게 꽂혔다.
“저도 만류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장관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원래 UAD 프로젝트의 부대원은 최소 위관급 이상으로 구성하려 했었다.
백신우는 그런 조건에서 부사관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을 입증받아 중요한 포지션에 선정되었다.
그래서 백신우가 전역 요청을 했을 때도 특전사령관인 윤태인이 직접 면담하여 말리기도 했었다.
“누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오죽했으면 윤 중장이 사관에서 위관으로 진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없겠냐고 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솔직히 반 이상은 진심이었습니다.”
“나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런 인재가 전역이라니…….”
“그런데 명 회장 쪽은 어떻게 합니까? 구 비서가 있다면 위장 서류로는 소용이 없을 텐데요.”
“어차피 더는 숨길 수도 없고, 사업적인 관계도 생각해야 하니… 최대한 명중환 회장 선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설명이 필요하겠죠.”
두 사람의 표정이 잔뜩 어두워졌다.
“하지만 작전에 대해서는…….”
“나도 압니다. 그래도 남긴 기록이 없으니 그들도 찾을 수는 없겠죠.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확인해주시고요.”
“예, 다시 검토해두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
* * *
며칠 후.
국방부 장관 고승원은 직접 MH그룹 본사를 방문했다. 그 앞에는 명중환 회장이 앉아 있었다.
“장관님께서 청사로 불러주시면 될 텐데, 직접 찾아주셨군요.”
“볼일이 있는 사람이 찾아와야지요. 어찌 한 그룹의 회장님을 부르겠습니까.”
예의상의 인사가 오고 갔다.
그러다 명중환은 고승원이 찾아온 이유를 뻔히 알았기에 차분히 말했다.
“제 손주 녀석에 대해서는 어찌 나왔습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고승원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뗐다.
“…손자분이신 백신우 씨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자료를 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순간 명중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어렵군요. 친족으로서 요청하여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런 것인지요.”
“첫 번째 이유는 제 권한으로 백신우 씨의 군 복무 기록을 내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 눈앞에서 그런 설명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다.
그런 사람의 권한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니 더욱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두 번째는 뭡니까?”
“기록이 전부 폐기되어 지금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와 말장난하자는 겁니까?”
“사실입니다. 백신우 씨가 군 내에서 복무한 기록은 어디로든 공개될 수 없기에 전역과 함께 전부 폐기 처분되었습니다.”
정확히 전역이 아닌 작전 종료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실대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이유를 붙인 것이다.
다만, 명중환은 그걸 모르기에 표정을 서늘하게 굳혔다. 물론 고승원의 설명이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손자가 굉장히 위험한 일을 했다는 의미로 들리는군요.”
“…자세히는 설명드리지 못하지만, 안전한 임무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백신우 씨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요.”
“특수부대 같은 곳에 소속되었다는 말이군요.”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적인 특수부대보다 몇 배나 더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임무에 대해 설명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비슷합니다. 국가 기밀에 속하는 문제이니 그 점을 감안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마음에 드는 답변은 되지 못하는군요. 게다가 MH그룹의 핏줄이 목숨이 오가는 임무에 투입되었다라…….”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당 이야기는 원래 여기서 꺼내서도 안 되었습니다. 그러니… 명중환 회장님께서도…….”
“무슨 말씀인지 잘 압니다. 그래도 궁금했던 점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화가 정리되자 고승원은 명중환에게 인사를 마치고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