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0)
전직용병 재벌서자-140화(140/305)
140화. 어쩌다 보니 암행 사이다 (3)
MH유통 본사의 강당 안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 앞으로 선 신우는 자신이 모은 부장, 차장인 직원들을 쭉 둘러보았다.
“제가 대표로 있는 MH퓨처시큐리티가 배성유통을 인수한 금액은 홍콩 달러로 59억 5,400만. 한화로 약 1조 11억 6,500만 원입니다.
“…….”
다들 대답 없이 조용했다. 여기 오기 전에 위층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건너 건너 들은 탓이었다.
“저는 최소한 2년 이내에 그 자금의 2배 이상 MH유통으로 뽑아낼 생각입니다. 그걸 목표로 고용 승계를 통해 여러분들을 포함한 전 배성유통의 모든 직원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고요.”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물론 그 결과를 위해서 저를 비롯한 MH유통을 같이 이끌어주실 임원도 선출해야 할 겁니다.”
부장급 인사들의 귀가 쫑긋 세워지기 시작했다. 그들 중 대부분이 이전에 배성물산 회장이 바뀌면서 유통 계열사 임원 자리를 물 먹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에게 지금 상황은 전화위복이었다. 그 기회를 놓쳤기에 이전 임원들이 전부 쫓겨났고, 새로운 기반 위에 설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강당 위로 찬물을 끼얹은 듯한 신우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는 임원 선정에 있어서 부장급만 심사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순간 부장들의 미간이 구겨지면서 표정까지 어두워졌다.
몇몇은 곧장 손을 들려다가 신우의 말이 끝나지 않았기에 다급히 부여잡았다.
“심사 대상은 차장급 이상부터 포함될 겁니다. 물론 내규를 따지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MH유통 이전의 배성유통에서는 부장급 이상, 근속 10년 이상, 임원 추천 2인이 기준이었죠.”
신우의 시선은 얼굴을 구긴 몇몇 부장들과 마주쳤다.
“하지만 지금은 배성이 아니라 MH입니다. 해당 내규는 대주주의 권한으로 수정될 것이니 괜한 태클로 쓸데없이 체력 낭비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자, 그럼 제가 할 말은 끝났는데 질문하실 분 계실까요?”
내규 변경에 대한 것까지 못을 박아버린 상황이었다.
거기서 누가 무슨 질문을 할 수 있을까. 다들 입을 꾹 다문 채 신우에게 날카로운 시선만 던졌다.
이에 신우는 편안히 시계를 확인했다.
“질문 없으면 여기서 마치시죠. 업무에 지장을 줄까 싶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래 걸리지는 않았네요.”
마지막 말과 함께 직원들은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신우의 옆으로 장진호가 다가와 생수를 내밀었다.
“너무 세게 선전포고하신 거 아닙니까?”
“어디든 썩은 물이 너무 많아.”
“회사 살피시면서 안 좋은 말이라도 들으신 겁니까?”
“뭐,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중에 밖으로 나가던 무리 중 여자가 빠져나와 신우에게로 다가왔다.
신우는 그녀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마케팅부 김지효 팀장님이시군요.”
“대표님 덕분에 MH리테일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김지효의 인사에 신우는 단상에 몸을 기댔다.
“회사 일은 할 만하십니까?”
“좋습니다. 제가 원래 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이직 전 MH리테일에서 일하던 김지효는 처음부터 마케팅팀이었다. 그 분야에 관심도 많았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업4팀으로 갑자기 발령이 나서 이동하게 되었다. 일의 배후에는 이병진 전무가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자 MH퓨처시큐리티 전략투자운영1부장인 나정현을 입맛대로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다행이네요.”
“그런데… 정말 괜찮으신가요?”
“뭐가 말입니까?”
“임원 선정 조건이요. 저는 딱히 관심 없지만, 회사 내에서 반발이 많을 거예요. 자칫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고요. 특히 부장급 인사들은 지방 물류센터장들하고도 사이가 각별해요. 그 사람들도 같이 움직일 수 있어요.”
배성유통 출신 부장급들은 임원들이 전부 퇴출된 상황에서 대표 다음으로 최고의 권력자나 다름이 없었다. 그 밑, 차장급 이하의 직원들이 그런 부장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도 당연했다.
이에 신우는 아까 설명회에서나 회사를 돌아다니면서 그에 관한 이야기와 상황을 많이 듣고 목격했다.
“센터장들이랑 친분이 두텁다면 조금 까다롭긴 하겠네요.”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걸 저한테 알려주셔도 괜찮습니까?”
김지효가 강당에서 나가다가 방향을 틀었을 때 다른 부장이나 차장들도 전부 보았다. 당연히 신우와 따로 이야기하는 것을 알 테니 그녀의 회사 생활에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저희 남편이 대표님께 한 것이 있는데도 남편도 모자라 저한테까지 큰 도움을 주신 분이니까요.”
“남편분이 부인을 잘 만나셨네요. 앞으로도 옆에서 진짜 잘하셔야겠습니다.”
“…네?”
“제 걱정은 괜찮으니 회사 일을 잘해주시죠.”
신우는 손바닥으로 출구 쪽을 가리켰다.
“어떻게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그녀의 진지한 인사에 신우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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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총무부장 사무실에서는 김재민이 호출되어 벌 받듯이 서 있었다.
그런 모습을 고깝게 보던 박규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내규 변경? 게다가 아까 사무실 앞에서 벌어졌다던 일은 대체 뭐고!”
김재민은 그의 외침에 순간 움찔거렸다.
이에 박규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강신배가 그 상황을 코앞에서 겪었기에 설명했다.
“백신우 대표가 김재민 대리의 고등학교 후배랍니다. 대표 얼굴도 모르고서 백신우 대표와 안면이 있던 탓에 오해가 있던 것 같았습니다.”
“…오해? 복도에서 지랄 염병을 다 떨었다고 하던데, 뭐가 오해야!”
일개 대리가 오늘 첫 방문한 MH유통 대표를 신입 사원 취급한 걸로 모자라 절도범으로까지 몰았다.
그것 하나만으로 총무부는 대표에게 이미 찍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죄송합니다.”
김재민의 기어들어가는 대답에 박규준은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그래서 백 대표에 대해서 아는 것 중에 제대로 된 건 있고?”
“…예?”
“가감 없이 전부 말해봐. 같잖은 자존심으로 이상한 소리 끼워 넣지 말고. 또다시 쓸데없는 이야기를 보탠다면 네 아버지 면을 봐주던 것도 여기까지일 거다.”
올해 김재민의 나이는 25세. 지방 전문대를 졸업해서 배성유통 본사에 들어온 것부터 엄청난 일이었다. 거기다가 벌써 대리를 달고 있으니…….
그 배경에는 배성유통 목포 물류센터장인 김재민의 아버지가 있었다.
이에 잠시 망설이던 김재민은 어렵게 입을 뗐다.
“…제 고향인 전남 장흥의 고아원 출신입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거기서 고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그리고?”
“동네에서는 주변에 관심이 없기로 유명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고2 때 대표님…이 입학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생활은 어땠고?”
“조용했습니다. 누가 건드리지 않으면 딱히 나서는 경우도 없었고요.”
박규준의 눈꼬리 끝이 씰룩거렸다.
“김 대리가 대표한테 맞아서 어금니 두 개가 날아갔다고 하던데?”
“치기 어린 시절의 잘못이었습니다. 괜히 시비를 걸었다가 맞았죠.”
대답과 함께 박규준은 앞에 서 있던 김재민을 훑어봤다. 키는 대략 185cm, 몸집도 제법 되었기에 어디서 맞고 다닐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자네가 정말 맞았다고?”
물론 신우도 작은 키는 아니었다. 김재민보다 조금 작은 정도? 하지만 몸집만 본다면 김재민이 월등히 컸기에 싸움이 된다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엄청 날랬습니다. 운동 같은 걸 배우지 않은 걸로 아는데 제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서 반격까지 당했습니다.”
“천부적으로 싸움을 잘한다는 건가?”
“이후에 주변 고등학교 일진들이 제 소문을 듣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표님을 찾아왔었습니다.”
“결과는?”
“전부 박살났습니다. 사실 그 소문까지 나고 목포에서 유명한 조폭들이 대표님을 스카우트하려고 해서, 그게 귀찮아 졸업식도 참석하지 않고 부사관으로 입대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김재민은 그랬던 신우가 잘되어봤자 바닥을 벗어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벌 3세? 그것도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중 하나인 MH그룹 회장의 서손이었다.
솔직히 김재민은 백신우와 동명이인라고 생각한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전부 집안의 후광으로 이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사이 박규준은 그 설명을 듣고서 더 어이가 없어졌다.
“조폭? 진짜 가관이군.”
“그 부분은 소문이긴 하지만, 학교 주변에서 조폭들이 돌아다니던 걸 직접 보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잘했나?”
“…중간이었던 걸로 압니다.”
박규준은 생각이 깊어졌다.
“그랬던 인간이 출신을 찾고서 MH그룹에 들어가자마자 1년 만에 지금과 같은 일들을 이뤘다는 건가?”
그의 조용한 중얼거림에 맞은편에서 강신배가 말을 보탰다.
“아무리 그래봤자 여기서 뭘 하겠습니까? 백 대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부장급들을 제치고 차장급 인사를 임원으로 올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진 않을 겁니다.”
“나도 그건 걱정하지 않아. 다만, 백 대표의 행보가 언제나 조용하지 않으니 문제인 거지.”
백신우는 오늘도 방문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더니 몰래 들어와서 신입 사원 오리엔테이션 설명회와 더불어 회사 안까지 훑고 다녔다.
거기서 김재민이 문제만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나마 조용히 지나갔을지 모를 일인데… 쓸데없이 일을 키워버린 느낌이었다.
“유통은 일반적인 투자랑 결이 다릅니다. 백 대표가 대단하다고 한들 이쪽 생리는 잘 알지도 못하니 무슨 일이든 함부로 벌이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걱정할 일은 없겠지. 그리고 김재민 대리.”
침묵하고 있던 김재민은 몸을 들썩이며 깜짝 놀랐다.
“예!”
“앞으로는 조금 조용히 지내도록 하지. 특히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건 다신 보고 싶지 않아.”
“조, 조심하겠습니다.”
“그럼 나가봐. 강 차장도.”
두 사람은 문 앞에서 고개를 숙인 후에 밖으로 나갔다.
* * *
이른 저녁이 되어갔다.
MH퓨처시큐리티 전략투자운영1부장 나정현은 퇴근하고서 집에 들어왔다.
아내인 김지효가 먼저 도착해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아빠아아∼!”
하나뿐인 아들이 거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나정현에게 달려들었다.
“어이쿠! 우리 아들! 오늘도 잘 놀았어?”
“응―!”
아들을 안아 든 채 주방이 보이는 거실까지 들어와 요리 중인 김지효를 보았다.
“오늘 늦는다고 하지 않았어? 정우도 내가 데려오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일이 좀 있어서 정시에 끝났어.”
김지효는 방금 끓인 김치찌개를 반찬 사이로 옮겨놓았다.
이에 나정현도 재킷과 넥타이만 벗은 후 손을 씻고 나와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대표님이 방문하신다고 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발칵 뒤집어놓으셨지.”
“…뭐?”
“갑자기 방문을 취소하셨다가 몰래 회사 안을 돌아다니셨어. 그런데 대표님이랑 고등학교 동문인 사람이 사이가 안 좋았는지 신입 사원으로 착각한 것으로 모자라 난리까지 피웠어.”
“동문?”
“내가 말한 적 있잖아. 총무부 김재민 대리라고.”
“아, 아버지가 목표 물류센터장이면서 업무 능력도 없이 여직원들한테 찝쩍댄다던?”
MH유통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된 김지효도 김재민에 대해서 알 정도였다. 그만큼 회사 안에서 김재민이 벌이고 다닌 짓은 수도 없이 많았다.
“맞아. 제대로 걸린 거지. 그리고…….”
김지효는 신우가 강당에 직원들을 소집하여 말했던 것도 설명해주었다.
이에 나정현은 더 깜짝 놀라며 입에 머금던 밥알을 뿜어냈다.
“뭐?!”
그 밥알은 정면에 있던 김지효의 얼굴에 잔뜩 달라붙었다.
“…….”
“아, 미안.”
“진짜…….”
휴지로 밥알을 털어낸 김지효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남편인 나정현을 째려봤다.
한편, 그 모습을 가운데 앉아 보고 있던 아들은 깔깔거리며 웃기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