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3)
전직용병 재벌서자-143화(143/305)
143화. 신랄한 가지치기 (1)
MH유통 5층 대회의실에는 각 부서의 부장들이 앉아 있었다.
이내 입사식 인사를 마친 신우도 도착했다. 동시에 부장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우를 맞이하고서 같이 앉았다.
“전 배성유통 때부터 현 MH유통으로 이어진 기업의 운영 구조와 재무제표 그리고 새로 도입한 유통 시스템의 전환율에 대해서 검토해봤습니다.”
다들 그 뒤로 무슨 말이 나올까 잔뜩 걱정하는 눈치였다.
“일단 시스템 전환율이 썩 좋지 못하네요. 이 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은데, 운영부장님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운영부장인 김병석이 앞쪽 마이크를 켜고서 말했다.
“각 물류센터에 새로 설치된 장비가 익숙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당 전환율은 그 부분이 익숙해지면 점차 나아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스템은 물류의 자동 분류 속도를 높여주기 위해 설치된 거 아닌가요? 설치만 문제없이 되었으면 따로 익숙해질 문제가 없을 듯싶은데요.”
김병석은 거기에 지지 않으려는 듯 대답을 이어갔다.
“대표님께서 물류 운영 쪽을 잘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물류 시장에서 기계가 아무리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물류 쪽은 제가 잘 알지는 못하죠. 하지만 물류 분류 쪽 인건비를 줄이고, 거기서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서 운영하기로 했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 때문에 오늘 제가 입사식을 하고 경력직을 충원시킨 것으로 아는데요.”
신우는 배성유통의 인수를 끝내자마자 부장급 인사들과 원격으로 소통하여 필요한 것들을 전부 채워주었다.
그런데 김병석은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처럼 뒤집으려 했다.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요. 경력직을 괜히 뽑습니까?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사람을 뽑는 거잖습니까. 아니면, 배성 출신이다 뭐다 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느라 제대로 된 실무를 시키지 않는 거 아닙니까?”
순간 김병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떤 조직이든 파벌이란 것이 존재했다. 특히 기업의 경우, 인수·합병 과정에서 원래 기업의 직원들이 자신들의 라인과 영역을 지키기 위해 더 똘똘 뭉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원래 배성유통 출신이 아닌 경력직은 방해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저희 배성… 아니 MH유통에서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자사의 이름까지 헷갈렸다.
이에 신우는 메이안에게 USB를 하나 넘겨주고서 회의실 노트북에 꽂게 시켰다.
빔 프로젝터가 작동하더니 그 안의 내용이 회의실 앞 가운데 벽을 한가득 채웠다.
【경력직으로 들어왔는데 업무는 알려주지 않고 잡일만 시키고 있네요. 내가 이러려고 들어왔나…….】【신입 사원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그러면서 배정받은 일과 상관없는 일을 시켜놓고, 못 하면 뭐라고 하고…….】【텃세가 너무 심해요. 자기들끼리만 이야기하면서 따돌리고, 문제 생겼는데 전화도 안 받고, 그사이에 일 처리해놓으면 왜 이렇게 했냐고 뭐라 하고…….】【본사에 얘기를요? 거기다 말해봤자 물류센터 권한이라고 둘러대기만 하는걸요.】.
.
“최근 MH유통 각 물류센터에 경력직으로 가신 분들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아까 파벌이나 텃세 같은 건 없다고 하셨는데, 여기 나와 있는 것들은 뭐죠?”
“…….”
침묵이 이어졌다.
잘그락― 잘그락―
그 속에서 신우는 8면 주사위를 굴리며 부장들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봤다.
“직원들을 하나하나 단속할 수 없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최소한 일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신경은 써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김병석 운영부장님.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현재 본부장이 없으니 물류센터 쪽에 대해서는 운영부가 총괄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좀 더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신우는 탄식 어린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미국의 KEDEX는 해당 시스템으로 분류 오차율 3.4%, 처리 속도는 220%까지 높였습니다. 물론 그곳은 우리 한국보다 처리하는 물류의 양이 수십? 아니 수백 배나 많죠. 그렇다면 MH유통 물류센터에서는 어느 정도로 끌어올려야 할지 감이 오십니까?”
“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한…….”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면적도 작아 도시별 거리가 짧죠. 그런데도 어렵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물류센터의 시스템 도입에 차질이 생긴 것은 기존 사람들 때문이었다. 일을 제대로 할 생각보다 자신들의 입지를 지키고 승진을 위해서만 움직이며,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기 바빴으니 말이다.
신우는 그런 고질적인 문제를 전부 뜯어고칠 생각이었다. 물론 그걸 위한 공부와 더불어 기존 배성유통 물류센터의 상황들을 웬만큼 파악해두었다.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주 단위로 보고하세요. 그럼 다음은 재무제표에 관한 사항으로 넘어가죠.”
노트북 앞에 있던 메이안이 화면을 넘겼다.
거기에는 배성유통에서 MH유통으로 바뀌면서 이어진 작년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에 관한 항목들이 그래프와 함께 길게 나열되어 있었다.
동시에 재무부장 오대영과 회계부장, 경리부장의 얼굴이 석탄을 칠한 듯 어두워졌다.
“배성유통 때 발생한 문제로 인해 적자가 많았던 것은 압니다. 게다가 지금은 돌아가신 배영철 초대 회장님이 정치계와 사법부 쪽으로 뿌린 비자금 조성으로 인해 재무제표에도 구멍이 심하죠.”
과거의 잘못으로 치부하면서 조용히 넘어갈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자 몇몇 사람의 얼굴이 살짝 펴졌다.
“그런데 제가 인수하면서도 그 구멍들이 쉽게 메워지지 못한 듯한데요. 그 이유가 뭔지 아시겠습니까? 오대영 재무부장님.”
이미 예정되어 있던 질문의 화살이 날아들자 오대영은 깜짝 놀랐다.
“미뤄져 있던 인건비와 물류, 택배, 화물 쪽에서 사용되는 차량의 수리비, 각 부처에서 사용되는 비품 비용. 그 외에 운반 중 손상된 상품의 누적 배상금과 업무 중 사고에 대한 산업재해 처리 비용 등으로 지금 상황에 도달한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꽤나 자세한 설명이었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대영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신식 장비 도입과 노후 장비의 교체도 큰 비용을 차지했습니다. 해당 사항은 대표님께서 지시하셨던 것으로, 향후 대비를 위해 업체를 선정하여 진행한 사항입니다.”
마지막 설명은 현재 문제의 책임이 신우에게 일부분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신우도 그 의도를 너무나 잘 알았기에 웃음마저 나왔다.
“지금 말씀하신 사항이 현재 실질적인 영업 이익률이 마이너스 2%까지 간 원인이라는 말씀이군요.”
배성유통이었을 때 연 매출은 수천억인 것에 비해서 영업 이익률은 약 10∼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거기서 마이너스 2%라는 건 엄청난 손실일 수밖에 없었다.
“아시다시피 물류 계통은 예상치 못하는 부분에서 손실이 꽤나 발생합니다. 그래도 매출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늦어도 3년 안에 흑자 전환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운영은 결국 돌려막기와 비슷한 구조였다. 부족한 것은 기업 대출 또는 유동자산으로 메우고, 새로운 매출이 발생하면 또 돌리는 식으로 말이다.
잘그락― 잘그락―
신우의 손에서 또다시 8면 주사위가 굴려졌다. 잠시 적막이 흐르는 회의실에서 그 소리가 울리며 부장들의 관자놀이를 살며시 짓눌렀다.
“3년… 나쁘지 않은 수치라고 생각하지만, 구멍의 원인이 진심으로 그런 문제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대영은 나름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처음과 달리 좀 더 당당해진 표정이었다.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이에 신우는 메이안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화면은 또다시 바뀌더니 다른 항목을 띄웠다.
【해운 차량 정비소】
【만상 카센터】
【KR 차량 정비센터】
【금상 트럭 버스 전문점】
【새동 자동차 공업사】
.
.
“꽤나 눈에 익은 이름들인 것 같은데요.”
“저게… 뭡니까?”
“정말 모르십니까? 그럼 아시는 분을 불러와야겠네요.”
다시 한번 던져진 눈짓에 메이안은 평소와 달리 차분한 태도로 대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동시에 밖에서 대기 중이던 두 중년의 남자가 사색으로 물든 얼굴로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그들은 이번에 MH유통으로 바뀌면서도 자회사 대표를 연임하고 있던 MH택배의 유종운과 MH화물의 장태진이었다.
부장들은 그 얼굴을 모를 수가 없기에 깜짝 놀랐다.
“두 대표님. 여기 뜬 리스트의 이름들이 뭔지 알고 계시죠?”
회의실 테이블 옆으로 앉혀진 두 사람은 여전히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화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습니다.”
“…압니다.”
순간 부장들은 오늘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자회사 대표들이 왜 빠졌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뭡니까? 유종운 대표님이 말씀해보시죠.”
신우의 물음에 유종운은 천천히 입을 뗐다.
“저희 MH택배의… 차량 점검과 수리를 전담하는 제휴 정비소들입니다.”
“그럼 저곳들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도 아십니까?”
잠시 뜸을 들이던 유종운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수리비를 고액으로 책정한 후, 회사에 비용을 청구하고서 정비업체를 통해 일정 금액을 돌려받았습니다.”
순간 크게 술렁이면서 몇몇 부장들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신우의 질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럼 리베이트라는 건데, 그 자금은 어떻게 했습니까?”
이번에는 유종운의 입이 쉽게 떨어지지 못했다.
그 모습에 신우는 그를 빤히 보면서 다시 물었다.
“제가 말할까요? 물론 그렇게 되면 앞으로 유종운 대표님께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납득하셔야 할 것이고요.”
“아, 아닙니다! 리베이트 자금의 10%는 정비소가 가져갔고, 저한테 15%. 나머지 75%는 저희 MH택배 경리부 예비비 계좌에 넣었다가 OZ오피스라는 회사에 비품을 사는 대금으로 넣었습니다.”
띠익―
그 순간 화면은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다.
거기에는 OZ오피스라는 회사에 대한 내용과 대표자 이름이 명시되어 있었다.
【대표자 : 오대승】
“OZ오피스 대표분 이름이 꽤나 눈에 익네요. 안 그렇습니까? 오대영 재무부장님.”
“지,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뭐긴요. 오대영 부장님이 자회사에서 발생한 리베이트 자금을 유령 회사로 빼돌린 정황을 말씀드리는 거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물론 제 사촌 동생이 운영하는 곳이긴 합니다. 하지만 친인척이라고 해서 특혜를 준 것도 없습니다! 물건도 제대로 납품하고요. 게다가 자회사만이 아니라 저희 MH유통 본사에도 비품을 납품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것도 준비했죠.”
띠익―
또 다른 내용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MH유통에서 OZ오피스에서 납품받는 비품과 배송유통이었을 때 사용되던 비품 수량과 금액의 대치표였다.
동시에 신우는 오대영을 살벌하게 쳐다보면서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
“1년간 OZ오피스로 납입된 비품비는 23억. 그런데 실질적으로 사용한 비품의 양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5억. 나머지 18억 원은 어디로 간 겁니까?”
“당연히 재고로 남아…….”
“내가 재고도 파악하지 않고서 이런 걸 들이밀겠습니까!”
회의실을 쩌렁쩌렁 울린 신우의 목소리에 오대영과 더불어 모든 이들은 얼어붙어버렸다.
“남은 재고량은 고작 1억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폐기된 것도 전부 합쳐봐야 천만 원어치가 될까 말까고요.”
동시에 오대영은 무슨 변명을 할지 고민하고 있는지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