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4)
전직용병 재벌서자-144화(144/305)
144화. 신랄한 가지치기 (2)
회의실 안의 웅성거림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다 오대영은 실낱같은 끝을 붙잡듯 소리쳤다.
“그건 전부 배성유통 초대 회장님의 지시로 벌였던 겁니다! 저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란 말입니다!”
“하면 리베이트와 OZ오피스를 통한 납품이 왜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겁니까?”
“당장 바꾸면 의심받게 될 테니까요! 자금은 그대로 있습니다. 그래서 시기를 봐서 천천히 돌려놓으려 했습니다. 게다가 이게 저만의 잘못입니까? 김 부장! 채 부장! 당신들도 같이했잖아!”
동시에 오대영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고 있던 회계부장 김상식과 경리부장 채두인이 움찔거렸다.
오대영도 혼자 죽을 수 없다는 각오로 질러버린 것이다.
“거기다가 왜 나를 끌어들이나?”
“우리가 무슨 상관이라고!”
“하아… 이제 와서 발뺌하겠다고?”
MH화물도 택배와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의 문제는 처음부터 재무부만의 힘으로 진행되기가 어려웠다.
당연히 그 외의 자금을 다루는 부서들과 짝짜꿍이 맞아야 모든 자금 처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콰앙―
이내 상황을 지켜보던 신우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시끄럽게 굴던 이들은 다급히 입을 다물고서 신우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제가 김상식 부장과 채두인 부장. 두 분이 연관된 걸 몰랐다고 생각하십니까?”
“…….”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짜여진 판이었다.
신우는 거기서 문제가 있는 부장들을 올려서 가지를 치듯 잘라내려는 것이다.
“해당 일과 연관된 부장 또는 휘하 직원들은 공지를 통해 대기 발령 상태로 전환합니다. 그리고 MH퓨처시큐리티 법무팀이 MH유통으로 들어와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겁니다.”
“대, 대표님!”
“또한, 내일부터 회계 법인이 들어와 대대적인 회계 감사도 진행할 겁니다. 대표인 제가 전부 승인한 사항이니 각 부서는 요청하는 자료들을 전부 내어주시면 됩니다.”
“아니 그게 무슨―!”
“대표님!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다! 갑자기 회계 감사라뇨?”
총알처럼 쏟아지는 그들의 반문에도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 * *
【MH유통 자발적 회계 감사 진행!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 대표인 백신우 대표는 배성물산 때 잔재를 전부 털어버리기로 결정하여, 투명한 경영을 위해 회계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MH유통으로 고용 승계된 배성물산 출신 부장 및 휘하 인사 13명에 대한 장기간 횡령 혐의 고소! 횡령으로 발생한 자금은 배성물산 배영철 초대 회장의 비자금으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은 배성물산이 무너진 후에도 자금을 지속적으로 착복한 것이 알려져…….】.
.
며칠 후 터진 기사는 세상을 또 한 번 뒤흔들었다.
그로 인해 검찰에서도 MH유통과 자회사인 물류, 택배, 화물에 압수 수색 영장까지 나와서 회계 감사와 함께 폭풍이 되어 덮쳤다.
쾅―
인터넷 메인 화면을 가득 채운 기사를 보던 명인철은 책상 위로 주먹을 내리찍었다.
“진짜 미친놈 아닌가!”
맞은편에는 지금 상황 때문에 명인철을 만나러 온 명운석도 함께 앉아 있었다.
“제가 봐도 제정신은 아닌 듯싶어요. 자발적으로 회계 감사라니…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요.”
“그걸로 더 골치 아픈 일이 생긴 것이 문제지.”
그런 중얼거림에 명운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MH유통 일인데 아버지한테 문제가 될 게 있어요?”
명인철은 말을 꺼낼지 말지 고민하다가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후우―! 배성유통 직원들 중 고용 승계 과정에서 임원들이 제외된 것은 알고 있지?”
“대부분 지분을 가지고 있던 주주들이라 주식 정리 매매 때 털고서 나가지 않았습니까.”
“맞아. 거기서 MH유통은 구조상 임원 없이 갈 수 없는 구조이고. 어쩔 수 없이 몇 명이든 부장급 인사에서 임원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지.”
그 순간 명운석은 명인철이 어떤 움직임을 보였던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설마 배성유통 출신의 부장급 인사들을 포섭해두셨던 겁니까?”
“백신우가 내규 변경까지 하는 바람에 차장급까지 더 폭넓게 잡아뒀지. 근데 횡령으로 대부분 모가지가 날아갔으니…….”
배영철 회장의 비자금 조성 방법은 명성철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같은 유통업계인 덕분도 있었고, 명성철 또한 유사한 방법을 몇 차례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명인철은 그걸 덜미로 MH유통 부장급 인사를 포섭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신우의 말도 안 되는 행보로 전부 망쳐버린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나머지 역시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
“설마… 백신우가 거기까지 알고서 벌인 짓일까요?”
순간 명인철은 명운석의 반문에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흐음… 그건 모르겠다. 만약 알고 있었다 해도 이런 식으로 처리했을지도 의문이고.”
회계 법인이야 외부에서 들이는 것이니 쿵짝을 맞춰놓으면 문제가 없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사항을 대대적으로 공표해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동시에 자회사 리베이트를 통한 횡령으로 기사까지 나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회계 법인을 통한 감사로 횡령에 상응하는 것을 내놓지 않는다면 더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백신우가 미쳤으니 이럴 수 있는 거겠죠.”
“냉철하게 미친놈이라는 걸 감안해라. 네가 말한 대로 그럴 의도가 포함된 것이라면 우리 측에서 MH유통을 더 건드리기도 힘들어져.”
“근데 백신우도 회계 법인이랑 입을 맞춰놓지 않을까요? 배영철 회장이랑 배민선 대표가 거기서 뭘 더 해놨을지 모를 수가 없을 텐데요.”
명인철도 명성철이 배성유통을 인수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찬성해주면서도 속으로는 가장 우려했던 일 중 하나였다.
배성물산 장부 게이트로 거론될 만큼 거액의 비자금이 대기업 안에서 조성되었던 것이니, 그 구멍을 하나하나 전부 찾아 메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런 회사를 인수하게 될 곳은 이전의 잔재를 드러내기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 때까지 최대한 감출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회계 법인이 광호(光湖)라는 것이지.”
MH유통을 감사할 회계 법인의 이름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명인철은 인맥을 동원해서 알아냈던 것이다.
“광호요? 거긴……!”
“회계 법인 중에서 미친 호랑이라고 불리는 곳이지.”
원래는 빛날 광(光), 호수 호(湖)라고 해서 빛나는 호수란 의미였다.
그러나 어떤 기업과도 절대 타협을 보지 않기로 더 유명해져서 발음만 그대로 따와 미친 호랑이란 의미의 광호(狂虎)라고 불렸다.
동시에 실력이 매서운 만큼 문제가 감지된 기업의 지정 감사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걱정된다면 어떤 식으로든 광호가 지정 감사 법인으로 걸리지 않게끔 손을 썼다.
더불어 마음에 들지 않는 기업을 썰어낼 때 지정 감사로 쓰는 곳이기도 했다.
“거기라면 어디라도 탈탈 털릴 텐데요. 설마 아무것도 모르고 광호에 요청한 것은 아닐까요?”
“그것도 모르지. 어차피 거기서 뭐가 나오든 연루될 이들은 전부 배성 출신들일 테니. 게다가 배성유통의 모든 지분을 MH퓨처시큐리티가 쥐고 있으니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지.”
지금도 배성 출신 부장급과 휘하 직원들이 대거 잡혀들어갔다. 앞으로 여죄가 더 나오거나 추가 횡령 사항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나도 고민 중이다.”
“그러고 보니 본사의 전형범 법무팀장은 갑자기 사직계를 냈다고 하던데요.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명운석도 뒤늦게 소식을 접한 일이었다.
이에 명인철은 머리가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개인 사정이라고만 안다.”
“실력 좋았잖아요. 은퇴할 시기도 꽤나 남았고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전 변호사는 이미 그만둔 사람이니 신경 쓰지 마라.”
뭔가 찜찜한 대답이었다.
MH본사에서 전형범 법무팀장은 원래 명중환 회장의 사람이었다가 명인철로 갈아탔다는 걸 명운석도 잘 알았기에 이상하게 느껴졌다.
“…알겠습니다.”
“요즘 MH전자 쪽 상황은 어떠냐? 일은 할 만하고?”
“다행히 LAOJIA 쪽 일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잘 해결될 듯싶습니다.”
“잘… 해결될 거 같다니 다행이네.”
말에 미묘한 뜸이 들여졌다.
“무슨 걱정 있으세요?”
“아니다. 너도 이만 가봐라. 업무 시간 아니냐.”
명운석은 묘하게 느껴진 기분을 지우지 못하고 사장실에서 나갔다.
혼자 남게 된 명인철은 잠시 후 들어온 박상규에게 물었다.
“곽치영은 여전히 부재중인가?”
“안 그래도 곧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는 건지…….”
“중요한 업무차 나간 걸로만 압니다.”
“일단 입국하는 대로 보자고 연락해놓지. 지금 상황이 매우 좋지 않게 꼬이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야.”
“전달하겠습니다.”
박상규는 고개를 숙이고서 밖으로 향했다.
그사이 명인철은 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까 명운석이 전형범에 대해 물은 이유도 있었다.
사실 전형범 법무팀장은 MH전자 쪽에서 벌어진 기술 특허권 문제에 관여한 사람 중 하나였다. 애초에 수석 연구원 혼자서 그런 일을 전부 벌일 수는 없었다.
물론 그 말고도 연관된 사람은 더 있었다.
특허권 신청에 관한 방법과 순서. 거기에 필요한 법적인 자문. 후발 보고가 조직적으로 조작될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인력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명인철도 나중에야 그 전말을 파악했지만, 자신도 덮어쓸 수 있을 오물이기에 연결책인 전형범의 사직서를 최대한 빨리 수리해줬던 것이다.
* * *
MH유통은 갑자기 시작된 회계 법인 광호의 감사로 정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신우는 MH퓨처시큐리티에서 웬만큼 업무를 마치고서 MH유통에 들어왔다.
“장 비서는 아직도 좀 피곤해 보인다?”
옆에 서 있던, 다크서클이 깊게 내려온 장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대표님도 전국의 물류센터를 이틀 만에 다 돌아보시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휴가도 이틀이나 주고, 특근 수당까지 넉넉히 챙겨줬잖아.”
“하하. 그건 언제나 감사할 일이죠.”
금융 치료는 잘된 것인지 장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할 거면서 괜히 툴툴거리기는.”
“근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터뜨려도 괜찮은 겁니까? 대표님이 회계 법인 광호를 감사에 부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혹시… 거기가 어딘지 모르고 지정하신 건 아니죠?”
장진호는 KITE 경호원 출신으로 시작한 비서이지만 회계 법인 광호에 대해서는 건너 건너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워낙 무서운 곳이라는 소문이 자자했으니 나름 걱정된 것이다.
“미친 호랑이?”
“…진짜 알고서 부르신 겁니까?”
“소문만큼 어떤지 궁금해서. 어차피 칼같이 쳐낼 사람도 필요했고.”
“그러다 대표님께서 표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신우는 계속 걸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럴 용기까지 있으면 더 좋고.”
발걸음이 향한 곳은 5층, 회의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때 한쪽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우직하게 생긴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목에는 MH유통의 임시 출입증이 걸려 있었다.
남자는 신우에게 고개부터 살짝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 회계 법인 광호의 시니어 매니저 주호연입니다.”
신우는 그와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안 그래도 방문하려 했는데 먼저 나오셨네요. 그런데 꽤나 젊으신 것 같은데 이번 회계 감사를 책임지신 시니어 매니저셨군요.”
시니어 매니저는 회계 법인에서 차장급 인사로 최소 9∼11년 차는 되어야 했다. 그런데 주호연의 외모는 많아봤자 20대 후반처럼 보였다.
“맞습니다. 저도 뵙고 인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또래 정도로 보일 뿐입니다. 시니어 매니저는 이제 막 달았고요.”
주호연은 올해로 35세였다.
다만 신우는 회귀로 인해 정신연령이 그보다 높았던 탓에 어린 축으로 생각한 것이다.
“능력이 있으니 다셨겠죠. 근데 막 다셨다는 이야기를 그렇게 해주셔도 됩니까? 주변에서 얕잡아볼 수도 있을 텐데요.”
“그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나 숨기는 거겠죠.”
말투에서부터 자신감이 충만하게 느껴졌다.
“좋네요. 필요하신 자료는 무엇이든 요청해주세요. 각 부서에서 문제없이 협조해드릴 겁니다.”
“덕분에 수월하게 조사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가 말끝을 흐리자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찰에서도 수사가 진행 중인데,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회계 감사를 진행하는 쪽에서 제 걱정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네요.”
“검찰 수사랑 회계 감사가 동시에 벌어진 상황은 저도 처음이라서요.”
“저도 처음입니다. 근데 해보니 대청소하는 기분도 들고 나쁘지 않네요.”
주호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회계 법인의 감사는 어떤 기업이든 덜덜 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깨끗하다고 한들 먼지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서 검찰 조사까지 이뤄지는 상황. 그런데도 신우는 덤덤한 걸 넘어서 시원한 반응이니 이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