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5)
전직용병 재벌서자-145화(145/305)
145화. 신랄한 가지치기 (3)
신우는 주호연과 헤어지고서 재무부, 경리부, 회계부 등이 모인 층에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총무부장 박규준이 직원들에게 말을 듣고서 곧장 달려 나왔다.
“박 부장님을 뵈러 가던 중이었는데. 알아서 먼저 나오셨네요.”
“예? 저를… 말입니까?”
이미 십수 명이 횡령, 배임, 뇌물 등으로 걸려서 들어갔다. 검찰 조사는 현재 진행형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직원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이유로 현재 MH유통 안에서는 신우를 저승사자라고 부를 정도였다.
“제 사무실은 아직 공사 중이니 부장님 사무실로 가시죠.”
“아, 알겠습니다.”
신우는 다들 이끌고서 박규준 부장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가운데 자리를 신우에게 내준 박규준은 대각선 옆자리로 앉았다.
“어떤 음료로 드시겠습니까? 커피랑 차, 전부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둘이서만 조용히 이야기 나누고 싶으니 다들 나가주시죠.”
이에 장진호와 메이안, 박규준을 따라 들어왔던 총무부 직원까지 전부 나가고서 문이 닫혔다.
잠시 사무실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신우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박규준은 연신 침만 삼켜댔다.
“요즘 총무부는 어떤가요? 경력직·신입 사원들 입사 일도 웬만큼 마무리되었으니 좀 널널해졌을 듯싶은데요.”
총무부는 일종의 경영지원 파트로 MH유통에서 인사, 회계, 재무가 따로 분리되어 있기에 그 외의 모든 잡무를 처리한다.
실질적인 기업 내 영향력만 본다면 큰 힘을 가지기 어려운 부서였다.
하지만 박규준은 그런 기반의 부서장임에도 임원 선정 후보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불릴 정도의 인물이었다.
“뭐… 언제든 다른 부서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원해주는 일이 생기는 거죠.”
“꽤나 오랫동안 총무부장으로 계셨는데,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으셨습니까?”
박규준은 배성물산 영업부 신입 사원으로 시작해 배성유통으로 넘어와 인사부를 거쳐 총무부에 들어가 부장까지 올랐다.
그 세월만도 무려 27년… 거기서 총무부장으로는 7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무료한 적도 많지만… 나름 천직으로 느끼며 지내는 중입니다.”
신우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러실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오늘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는 뭡니까? 이렇게 직접 오실 정도면 중요하게 하실 말씀이 있는 것 같은데요.”
계속 초조해하던 박규준이 더는 참지 못하고 먼저 용건을 물은 것이다.
“이번에 검찰 조사와 회계 감사가 끝나는 대로 인사 개편을 진행하려 합니다. 그래서 계획을 생각해보던 중에 총무부가 조금 애매해서요.”
“…하긴, 저희 총무부 업무가 좀 애매하죠. 그래서 다른 기업에서는 인력관리본부 휘하에 있거나 인사총무에 포함되니까요.”
이전에 배성유통은 근래의 방식을 따르기보다 총무부를 계속 유지했던 것이다.
“잘 이해하고 계시는군요.”
“…그럼 총무부를 인사부와 합치시겠다는 걸까요?”
“고려 중입니다. 일단 현 총무부장님의 생각도 중요하니까요.”
대체 무슨 의도로 그렇게 묻는 것일까. 그때부터 박규준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당장 부서를 합친다고 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부서 간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부서장만 봐도 남은석 인사부장과 저. 둘 중에 누가 부서장이 될지도 말입니다.”
신우는 그 말을 들으며 미소가 지어졌다.
“남은석 인사부장님도 배성시멘트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일하신 지가 30년 가까이 되었죠.”
“…그것까지 아십니까?”
“박규준 부장님은 배성물산 영업사원으로 시작해서 27년 되셨고요. 정말 오랫동안 일하셨네요.”
지금의 설명으로 박규준은 더욱 신중해졌다. 신우가 자신들을 웬만큼 파악해뒀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저희에게 그렇게나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제 회사 직원분들이니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죠.”
“…그래서 대표님은 어떻게 하시고 싶은 겁니까? 저와 남은석 부장… 솔직히 말씀드리면 둘 중 하나는 통합되는 부서의 장이 될 테고, 다른 하나는 임원으로 올리실 생각인 거 아닙니까?”
정확히는 아니었지만, 신우의 의도를 일부분 알아챘다.
“당장 방법은 그거뿐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럼 임원으로는 누굴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신우는 입꼬리를 길게 늘였다.
“아직 여러 부분에서 고려 중입니다. 근데… 총무부에서도 OZ오피스에서 납품한 비품을 꽤나 많이 사용하고 있었죠?”
갑자기 화제가 돌아가자 박규준은 표정을 굳혔다.
“…그렇긴 합니다. OZ오피스는 독점적으로 저희 비품을 납품했으니까요. 근데 실소유주가 오대영 부장의 사촌 동생일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솔직히 그때 상황을 알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놀라실 만도 하죠. 바로 옆 사무실의 동료가 뒤에서 딴짓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정말 큰일이죠.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대표님께서 정말 잘하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박규준은 최대한 신우를 치켜세우며 아부했다.
물론 신우도 그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를 잘 알았다.
“더 잘하려고요. 그러던 중에 OZ오피스에서 최근 퇴사한 이경수 대리라는 사람을 찾았고요.”
그 순간 박규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경수 대리가 누구입니까?”
“모르십니까? 총무부 쪽에서 급하게 비품이 필요할 때마다 가져다주던 영업 사원이라고 하던데요.”
“아∼ 이 대리요? 다들 이 대리라고만 부르니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경수 대리라면 압니다. 말씀하신 대로 오리엔테이션 때나 이런저런 상황에서 추가 비품이 필요할 때 요청했죠.”
살짝 느슨해졌던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이경수 대리가 이상한 소리를 하더군요. 배성유통에서 요청한 비품의 금액 일부를… 총무부로 돌려줬다고 말입니다.”
“저희 총무부에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그 일과 관련된 직원들은 대표님께서 색출하셔서 전부 대기 발령 상태이지 않습니까.”
신우도 처음에는 딱 거기까지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OZ오피스의 장부를 살피다가 상당한 금액의 오차를 발견했고, 그 기점이 이경수 대리가 OZ오피스를 퇴직한 이후에 딱 끊긴 것이다.
“그 사람들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그럼 이경수 대리가 리베이트 자금을 정말 총무부 사람에게 넘겨줬다면… 그게 누구랍니까?”
신우는 소파 위로 몸을 깊게 기댔다.
“지금 제 눈앞에 계시네요. 그 사람이요.”
“저 말입니까?! 비품 요청은 밑에 직원들이 합니다. 저는 결제만 하는 사람이고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총무부 사람이 OZ오피스에 빨대를 꽂은 기간은 이경수 대리가 입사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법인카드.”
“……!”
“그건 총무부 명의로 나와서 사용 권한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상관이 없죠. 총무부 명의 법인카드가 정기적으로 OZ오피스에 사용된 기록도 있고요. 근데 일정과 대조해보니 아무것도 없던 날에도 사용된 흔적이 있었습니다.”
박규준은 그제야 왜 신우가 직접 자신을 찾아온 것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으로 오셨던 겁니까?”
“빨대 꽂은 곳에 또 다른 빨대라니. 무슨 커플 빨대입니까?”
“…….”
“저는 저번에 말한 것처럼 MH유통에 남아 있는 배성의 오물을 전부 털어낼 생각입니다. 그런데 박 부장님도 그중에 하나였네요.”
“백신우 대표님―!”
그 순간 박규준은 신우를 힘껏 부르더니 소파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신우는 그런 모습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뭐 하시는 겁니까?”
“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번 일은……!”
방금까지도 박규준은 신우를 얕잡아 봤다. 그만큼 OZ오피스에 다른 빨대를 꽂아 넣었던 일이 절대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배성물산이 완전히 무너지자마자 빨대로 사용되던 이경수를 해결해뒀기에 더 안심할 수 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무마시켜 달라는 겁니까?”
“이번 한 번만 봐주신다면! 대표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탓에 바깥 사무실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이에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리창의 블라인드를 바깥에서 보이지 않게 세웠다.
“필요할 때 굽히는 것도 좋긴 하죠. MH유통으로 바뀌기 전에 정리한 것도 나쁘지 않고요.”
“맞습니다. 저도 욕심이 컸다면 오대영 부장처럼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니지 않습니까. 이번만 무사히 넘겨주시면 대표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뭐든 따르겠습니다.”
신우는 계속해서 조아리며 외치는 박규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럼 MH그룹 본사의 강원숙 상무님하고는 왜 만나신 겁니까?”
“…네?”
“이유를 듣고서 박 부장님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죠. 그리고 보기가 너무 안 좋으니 제대로 앉으세요.”
잠시 서 있던 신우는 그와 같이 소파에 앉았다.
“그게…….”
박규준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어쩔 수 없겠네요. 물론 굳이 말하시지 않아도 이유는 알겠지만요. 임원으로 올려주기 위해 뭔가 해준다는 조건이었겠죠. 이후에는 대표인 나를 견제해달라는 것이겠고요.”
“…….”
미리 마크했던 것은 박규준이 아닌 MH그룹 본사 임원들이었다. 이전부터 귀찮게 굴어서 확인했던 것인데, 강원숙 상무 쪽에서 박규준이 걸려들었다.
“조치는 다른 분들처럼 진행될 겁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신우는 조용하면서도 무거운 대답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 후, 박규준은 이를 악물었다가 사무실이 떠나가라 소리까지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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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그룹 본사.
강원숙 상무는 다급한 걸음으로 명인철 사장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분위기만 봐도 심상치 않았기에 명인철은 미간부터 구겨졌다.
이에 강원숙은 조심히 문을 닫고서 그에게 다가섰다.
“사장님! MH유통의 박규준 부장과 그 외 대비시켜 뒀던 직원들이 모조리 걸렸습니다.”
“…전부 말입니까?”
“어디서 꼬리가 밟힌 듯합니다.”
명인철은 표정이 더욱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설마… 백신우가 전부 알고 있다는 말인가?”
“박규준 부장 말로는 저랑 만난 것도 안다고 했습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어떤 방식으로 우리를 마크하고 있던 거지?”
순간 등골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저도 모르겠어요. 분명 최대한 조심한다고 했는데…….”
“미행 같은 것은 없었고요?”
“그건 사장님의 경호원들과 동행했으니 잘 아시잖아요.”
그녀에게 빌려준 사람은 박상규 휘하의 666부대원들이었다. 첩보 부분에서 실력도 좋기에 미행이 있었다면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죠?”
“남은 끈은 없습니까?”
“당장 쓸모를 찾기 어려운 하부 직원들 정도예요.”
명인철은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대로면 MH유통은 문제없이 백신우의 손아귀에 그대로 올라가겠군요.”
“MH유통은 현재 영업 이익률이 마이너스 2%까지 떨어진 상태예요. 당장 검찰 조사는 둘째치고, 회계 감사로 드러날 자금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다면 부정적 의견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부정적 의견은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총체적인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업 입장으로는 경영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타기업에서 투자나 은행의 기업 대출 등을 지원받기도 어려워진다.
“그 말대로면 MH유통이 고스란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건가요?”
“솔직히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도 백 대표는 말도 안 되는 무리수를 두고 있어요. 이미지야 청렴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후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거죠.”
순간 명인철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강 상무님은 백신우를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백 대표가 구명할 방법을 마련해두었다는 의미인가요? 하지만 당장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상태로는 유통업계 특성상 영업 이익률도 10% 이상 끌어올리기도 불가능합니다.”
“그 외의 방법이 있다면요?”
“MH퓨처시큐리티를 말씀하시는 거면 이미 배성유통 인수로 1조 원 이상 썼어요. 거기서 더 자금을 투입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문제가 되겠죠.”
명인철은 머리가 아파왔다. 그러면서 백신우가 절대 아무런 방비도 없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그 이야기는 여기서 잠시 접죠. 상황이 어떻게 되든 스스로 무너지면 우리에게야 좋은 일일 테고, 아니라면 백신우의 저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날카로워진 명인철의 대답에 강원숙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