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6)
전직용병 재벌서자-146화(146/305)
146화. 미처 하지 못했던 말
【DAX 인베스트먼트 홍콩 지사, MH유통에 500억 투자! 이번에 DAX 인베스트먼트에서는 배성물산 본사를 처분하지 않고서 당사를 통한 DAX 인터내셔널 한국 지사 설립을 발표해…….】【MH유통 & DAX 인터내셔널 MOU 체결! MH유통에 500억 투자가 진행되기로 한 가운데…….】【리비오 소프트, MH유통에 200억 투자 유치! 최근 리비오 소프트에서 새로운 스마트폰 OS개발을 발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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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중환은 태블릿으로 방금 보도된 기사를 확인하며 탄식이 흘렀다. 그러면서 앞에 앉아 있는 신우에게 시선이 돌아갔다.
“어김없이 엄청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구나.”
“해야 할 일이었죠.”
“이번에는 솔직히 네가 꽤나 무리수를 둔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된 거냐? DAX와 리비오 소프트 쪽으로는 어떻게 투자를 받은 거고?”
그런 물음에 신우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두 회사에서 MH유통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거죠.”
“회계 감사로 드러난 각종 부정부패로 구멍이 숭숭 뚫린 회사에 말인가?”
“그건 제가 거기로 가기 이전의 문제이니까요.”
허탈한 웃음을 흘리던 명중환은 의자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네 말대로면. 두 기업이 기업의 상황을 떠나서, 너 하나만을 보고서 투자해준 것이라는 말이구나.”
“그렇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명중환의 입에서 얕은 한숨이 나오며 말이 이어졌다.
“뭐… MH유통에는 잘된 일이니 문제는 없지. 구멍 난 자금까지 모조리 채웠으니.”
“아, 미처 말씀을 못 드렸는데. 조만간 방 빼겠습니다.”
“…음? 무슨 방?”
“사무실 말입니다. MH퓨처시큐리티와 KITE. 전부 MH유통 본사 건물로 옮길 겁니다.”
동시에 명중환은 표정이 미묘해졌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지금도 일하는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을 건데. 다시 옮기려면 번거롭기도 할 테니 말이다.”
“능력이 되면 세 들어 사는 것도 적당히 해야죠.”
“나를 주인집 취급하는 건가? 딱히 눈치를 준 적은 없던 것 같은데…….”
명중환의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났다.
물론 신우도 눈치받은 적이 없었다.
“MH그룹 본사에 있으면 귀찮게 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여전히 본사 임원들이 MH퓨처시큐리티 직원들을 통해 빨대를 꽂으려고 난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중환은 다른 생각이 든 것 같았다.
“혹시 나를 말하는 건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는 말 못 하겠네요.”
“허어―!”
“아무튼 MH유통 쪽의 사무실 공사가 끝나는 대로 옮기겠습니다.”
“이미 시작하고서 통보를 하는구나.”
“중요한 일일수록 선조치 후보고를 지향하는 편이라서요.”
명중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마디를 지지 않네. 그런데 본사 법률팀의 전형범 법무팀장이 관둔 것은 아나?”
“전형범이라면… 저번에 제가 검찰에 갔을 때 대리인으로 보내주신 변호사죠?”
“맞다. 무슨 일인지 개인 사정으로 사직계를 냈다. 나름 능력도 있는 친구인데, 너를 담당하고서 갑자기 그렇게 됐구나. 혹시 무엇 때문인지 아는 사항이 있나 해서 말이다.”
물론 그 이유를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말하기는 어려웠다. 전형범이 곽치영과 명인철을 뒤에 두고서 움직인 것을 문제 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일을 대외적으로 드러내기에는 겨우 마무리 중인 사건들도 있어서 이미지 타격을 더 감수하기 힘들 것이었다.
“저는 모르겠네요.”
순간 명중환의 눈빛이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정말 모르는 거냐. 아니면 모르는 척하려는 거냐?”
“궁금하시면 전형범 변호사에게 물어보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명중환도 전형범의 사직서를 넘겨받고서 너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대답해주지 않았으니 묻는 거지. 물론 짐작하는 바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짐작하시는 쪽으로 파보시든가요.”
신우의 설렁설렁한 대답에 명중환은 코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흐음… 이제라도 말해주면 안 되는 거냐?”
“어떤 사항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내가 일을 당할 뻔했던 병원에서 네가 하려다 말았던 말…….”
그때는 명인철이 복도에 갑자기 나타나면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신우는 조금 고민하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던졌다.
명중환은 그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여긴 네가 오기 전에 탐지기로 확인을 마쳤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지난번 도청기가 발견됐던 일로 명중환의 조심성은 더욱 높아졌다.
신우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에 천천히 입을 뗐다.
“회장님의 목숨이 다시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위험해졌었지 않나. 게다가 지금까지 잠잠한 걸 보면, 놈들도 당장 무리수를 두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겠지. …내 말이 틀린가?”
명중환도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지금의 MH그룹을 만든 인물이었다. 외지에서는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일도 많았다.
물론 저번처럼 병사로 위장한 살인을 당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과정에서 적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을지 계산은 가능했다.
“그럼 하나만 약속하시죠.”
“가능한 것이라면.”
“아무 말 없이 따로 관여하시지 말 것.”
“…이유는?”
“제 계획에 방해가 되니까요.”
명중환의 미간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나도 하나만 묻자. 그걸 제대로 대답해준다면 그 약속, 지켜주도록 하지.”
“말씀하시죠.”
더욱 무거워진 긴장감이 맴돌자 명중환은 계속 고민하던 질문을 던졌다.
“네가 MH그룹에 들어온 것이 그 계획의 시작이었던 거냐?”
날카로운 지적에 신우는 웃음이 살짝 나왔다. 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진짜 계획은 회귀 직후 임희연과 카페에서 만났을 때 666부대원을 발견한 이후부터였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맞히셨네요.”
“역시… 처음에는 네가 희연이에게 원한을 가지고서 뭔가 뜯어먹을 것이 있다고 생각해 들어온 줄로만 알았다. 근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말도 안 되는 실적을 만든 데다가 지금까지 와버렸지.”
“꽁으로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보답치고는 꽤나 과했지.”
“거스름돈 주실 건 아니잖습니까.”
“그간 월세로 치면 되겠지. 그래서 누구냐? 나와 내 MH그룹을 노리는 놈이.”
살짝 풀릴 것만 같았던 명중환의 분위기는 살얼음이 맺힐 듯 더 냉랭해졌다.
“TSF 한국 지사장 곽치영.”
“…TSF 곽 지사장?”
“그리고… 명인철.”
잠시 뜸을 들이다 나온 신우의 마지막 말에 명중환은 얼굴이 굳어졌다.
“내 큰아들, 명인철 사장 말인가?”
“둘이 손을 잡았습니다. 회장님과 임희연 상무가 죽을 뻔했던 일. MH전자, MH식품까지 TSF에서 벌인 짓이고요. 전형범 법무팀장도 둘 중 한 사람에게 붙어서 MH퓨처시큐리티에 비밀이 있는지 캐려 했습니다.”
신우는 최대한 간추려서 설명해주었다.
그럼에도 명중환은 대략적으로 MH그룹 관계자들이 당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명인철 사장은… 어디까지 관여한 건지도 아나?”
“정황을 본다면 전부죠. 다만, MH전자, MH식품 쪽 일은 뒤늦게 안 듯했습니다. 물론 그 후에는 TSF가 차명 계좌로 두 기업의 주식을 하락세 때 사들이는 데 일조했죠.”
명중환도 당시에 정확한 타이밍으로 지분을 쓸어간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아…….”
“솔직히 회장님도 예상하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당시 회장님이 돌아가시게 된다면 누가 큰 이익을 보게 될지는 뻔하잖습니까.”
“…….”
어떤 사건이든 첫 번째 용의자는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TSF의 휘하에는 666부대라는 용병조직이 있습니다. 제가 차 사고를 당했던 것도 놈들 때문이죠.”
“…그것까지?”
“뒤에서 무력으로 움직인다면 누구든 위험할 수 있죠. 회장님도 마찬가지고요.”
“나보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한 이유가 그것이었구나.”
“놈들이 조금이라도 과격한 수단을 썼다면 회장님은 지금 여기 계실 수 없었을 겁니다.”
명중환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확실히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겠어.”
“그러니 모른 척 가만히 계시라는 겁니다.”
“내 아들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는 걸 알고서도 말이냐?”
“증거가 있습니까? 목격자가 있습니까?”
그때 병원 일로 잡힌 두 사람은 신원도 밝혀내지 못한 상태에서 이송 중에 탈옥했다. 현재까지 조사 중임에도 그들의 흔적이나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기에 명중환 살인 미수 사건은 여전히 미제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지…….”
“놈들과 싸울 방법은 힘으로 찍어 누르든가 아니면 뿌리를 뽑아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계획이 틀어지지 않게끔 다른 움직임을 보이시지 말라고 한 겁니다.”
실질적으로는 장만수의 기억 속 미래가 더 크게 틀어지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미 저지른 일과 지금 말한 것만으로 많은 것이 바뀌겠지만…….
“희연이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지?”
“TSF와 666부대가 이 일의 배후라는 정도까지만요. 명인철에 대해서는 짐작 정도만 할 거예요. 일단 그걸로 MH그룹 본사에서는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하니 표정 관리 문제를 생각해서 함구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물론 회장님도요.”
“…노력해보도록 하지.”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려고 인간. 그런 인간을 돕는 배후.
그런 이들을 눈앞에 두고서 아무렇지 않게 있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 제가 나가고서 황 변호사님에게도 연락하지 마시고요. 그쪽도 명인철 사장이 마크하고 있을 겁니다. 그가 움직인다면 바로 알아차리겠죠.”
방금 말한 사람은 명중환의 개인 변호사인 황봉준을 말함이었다.
“…황 변호사도 알고 있었나?”
“회장님의 유서를 관리하는 분이잖아요. 명인철 사장에 대해서 아셨다면 당장 유서부터 뜯어고치시겠죠.”
유서를 담당한 변호사인 만큼 명중환은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대한 비밀에 부쳤다.
하지만 신우가 알고 있으니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허허… 이거 생각보다 너무 많은 걸 파악당하고 있었군.”
“제가 아는 것만큼일지는 모르지만, 명인철도 웬만큼 알고 있을 테니 부디 주의하세요.”
“…걱정은 고맙구나.”
신우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할 말은 다 끝났으니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런데 말이다.”
“왜 그러십니까?”
“네 어미한테 조금 더 신경 써주는 건 어떠냐. 중국 때 일로 마음고생이 심한 거 같더라.”
사실 신우도 임희연의 상태를 웬만큼 알고 있었다.
“제가 신경 쓴다고 해서 빨리 낫거나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걸로 압니다.”
“그래도 네가 아들이지 않냐. 물론 네 어미의 잘못이 크다는 것도 안다. 그런 네 어미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나도 마찬가지이지. 그걸 이제 와서 어찌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지만…….”
감정이 잔뜩 섞인 명중환의 중얼거림에 신우는 선 채로 한숨을 흘렸다.
“저보다는 회장님이 더 신경 써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도저히 안 되는 거냐?”
“솔직히 지금은 생각이 없네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은 꼭 지켜주시고요.”
밖으로 나온 신우는 사무실이 아닌 1층으로 내려갔다. 로비에서 연락이 갔는지 지하에서 메이안과 경호원들이 곧장 올라와 신우에게 다가오려 했다.
“잠시 혼자 걷겠습니다. 메이안도 따라오지 말고.”
“괜찮으시겠습니까?”
“생각 좀 하고 싶네요.”
머리가 복잡해진 신우는 저녁이 되어가는 빌딩 사이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진짜… 지랄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