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7)
전직용병 재벌서자-147화(147/305)
147화. 금고지기를 구합니다
며칠 후.
MH유통의 검찰 조사와 회계 감사가 마무리되어 갔다. 다행히 총 700억의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부실채권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재무제표의 구멍들을 하나하나 잘 메운 덕분이었다.
이에 신우는 회계 법인 광호가 사용하던 회의실을 방문했다.
자리를 정리 중이던 회계사들은 그런 신우를 발견하고서 고개부터 숙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 말에 책임자인 시니어 매니저, 주호연이 걸어 나왔다.
“솔직히 회계 감사를 하면서 부적정 의견까지 고려했던 참인데, 대표님께서 가뿐히 뛰어넘어주셨습니다.”
“사업적인 신뢰가 도움이 된 거죠. 이제 바로 광호로 돌아가시는 겁니까?”
“그래야죠. 한데, 시작 전이나 후나 달라진 것이 없으시네요. 보통은 조마조마하시다가 후련한 표정인데, 대표님은 너무 덤덤하시니 말입니다.”
신우는 씨익 웃어 보였다.
“좋게 봐주시는 거겠죠?”
“그렇죠. 정말 대담하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아, 시간 괜찮으시다면 잠시 담소 가능하십니까?”
그런 물음에 주호연은 조금 고민하다가 말했다.
“의견서도 넘겨둔 상태이니 문제없을 듯합니다. 나머지는 먼저 내려가 있으세요.”
회계사들이 짐을 챙겨서 나갔다.
그사이 장진호가 따뜻한 캔 커피를 챙겨와 앞에 놓아주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런데 조금 특이하시네요.”
“뭐가 말입니까?”
“보통 대표님이나 회장님들은 고급 차나 커피 같은 걸 내려서 드시는 것만 봐서요.”
신우는 캔 주변을 만지작거리고서 웃어 보였다.
“편하게 마시는 걸 좋아해서요. 많이 이상한가요?”
“아닙니다. 저도 불편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사실 신우가 캔 음료를 고집한 이유는 누군가 장난질을 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캔 음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수작질에 시간이 들고 표면에 흔적이 남아서 알아채기가 쉬웠다.
“다행이네요.”
“잘 마시겠습니다.”
서로 캔 커피를 한 모금씩 마셨다.
“회계 감사에서 구멍이 많아 고생이 많으셨죠?”
“이전에 제보로 뜬 장부 내역 때문에도 문제가 적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회계 감사 중에 각 부서마다 문제가 더 터졌으니까요.”
자회사의 협력업체 유착 리베이트와 OZ오피스를 통한 자금 세탁과 배임·횡령들을 말함이었다.
거기다 총무부장 박규준이 몰래 빨래까지 꽂았던 정황이 나와, 그 일은 밝혀내지 못했다면 회계 감사가 더 복잡해질 뻔했다.
“그런데 서른다섯에 이 정도 능력이라면 기업 재무관리 쪽으로 스카우트도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까?”
“적지는 않습니다.”
“하긴… 능력 있는 회계사라면 기업의 자금 누수를 잘 관리하고, 그 외에도 관리 부분이 철저하겠죠. 광호에서도 꽤나 많은 편이죠?”
이에 주호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생각보다 저희 광호에서는 적은 걸로 압니다.”
“광호는 대한민국 4대 회계 법인 중 하나로 아는데 왜 적죠?”
순수한 호기심처럼 들렸는지 주호연은 미소까지 보이며 말해주었다.
“이번에 회계 감사를 받아보시면서 느끼셨다시피 저희 광호는 좀 빡빡한 스타일입니다. 기업의 비리에 눈을 감아준다거나 감춰주는 건 하지 않거든요.”
“보통 기업들은 빡빡하지 않은 걸 잘해주는 회계사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솔직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죠.”
“하면, 주호연 SM께서는 빡빡하게 관리할 권한까지 줄 회사라면 이직하실 생각이 있을까요?”
신우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주호연은 살짝 어리둥절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말 그대로 스카우트 제안입니다. 직책은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의 총괄 재무이사이고요.”
매우 진지한 목소리였다.
순간 주호연은 표정이 묘해졌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계약금 1억에 연봉은 5억으로 시작하시죠. 물론 추가로 회계 법인에서처럼 업무에 따른 인센티브도 보장해드리고요.”
현재 4대 회계 법인 평균 연봉은 약 1억 3천만 안팎. 거기서 주호연은 8년 차면서 시니어 매니저 연봉으로 현재 1억 조금 넘게 받는 중이었다.
물론 업무 케이스에 따른 인센티브가 거기서 더 붙긴 한다.
그런데 신우가 제안한 금액은 그런 연봉에 자그마치 5배였다. 거기다 인센티브도 따로 지급된다면 엄청난 조건이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광호는 일반적인 회계 법인과 색이 다릅니다.”
“그러니까요. 그 이유 때문에 스카우트하고 싶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한 신우의 표정은 여전히 덤덤했다.
절대 장난 같지 않았기에 주호연은 허탈하게 흘리던 웃음기를 완전히 지웠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광호를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신우도 주호연이 거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그에 따른 방법을 생각해두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당장 결정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저는 두 기업의 재무관리가 어떤 곳보다 청렴하게 운영되길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수에도 뜯겨 나가지 않을 금고지기가 필요하죠.”
“…대표님이 생각하는 그 금고지기 자리에 제가 어울릴 거라는 말씀이군요?”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주호연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신우의 눈동자를 보았다.
“대체 뭘 보고 그러시는지 모르겠군요.”
“이번 MH유통 회계 감사로 확인했으니까요. 사실 주호연 SM께서는 제가 총무부장을 쳐내기 전부터 재무제표를 통해 횡령 사항을 이미 알고 계셨던 거 아닙니까?”
그 순간은 주호연의 눈동자가 신우와 다르게 흔들렸다.
“숫자를 보고 이상한 부분을 찾긴 했습니다. 상당한 양의 비품 재고 관리가 미흡한 부분, 더불어 자회사에서 OZ오피스로 흘러 들어간 자금이 예비비치고는 흐름이 오버플로우된 상태였거든요.”
해당 부정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증빙할 자료가 필요했다.
그런데 신우는 이전에 그걸 찾아내 증거까지 확보하여 박규준 총무부장을 해결해버렸다.
“저도 그 점을 수상하게 여겼습니다. 역시, 주호연 SM께서 제가 원하는 실력을 가지신 거죠.”
“죄송하지만, 제 대답은 아까와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더 생각해보시고 말씀해주시면 어떨까요?”
신우는 책상 위로 명함을 꺼내어 내밀었다.
그걸 본 주호연의 표정은 여전히 굳건했다.
“철저한 관리를 원하시는 거면 저 말고도 능력 좋은 회계사가 많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주호연 SM의 실력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쉽게 변질되지 않을 사람이 필요하니까요.”
재무이사 자리는 기업의 운영 자금을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승인해주는 자리이다. 그런 직책에 있는 사람이 조금만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이번에 비리로 걸린 오대영 재무부장처럼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조차 배성물산 본사에서 벌어졌던 비리와 비교한다면 약과에 속할 정도였다.
“쉽게 포기하지 않으실 생각이군요.”
“그럴 생각이었다면 권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무튼 제 명함은 챙겨두시죠.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신우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회계 법인 광호에서 맡게 될 비상장 기업의 흡수합병 M&A 케이스가 하나 있을 겁니다. 웹툰 스튜디오라는 곳인데, 자산가치 평가에서 자금 유동성 비율, 콘텐츠 재산, 재고 실사에서 주의하셨으면 좋겠네요. 뭐, 주호연 SM이 맡게 되실지는 모르지만요.”
동시에 주호연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MH퓨처시큐리티의 정보력이 상당하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회계 법인 쪽 동향으로도 수집하십니까?”
“돈이 되는 정보라면 최대한 모으는 편이죠. 그래야 어떻게 자금을 불릴지 계산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순수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한 주호연은 신우가 건넨 명함을 집어 들었다.
“명함은 받아두긴 하겠습니다.”
“언제라도 긍정적인 답변을 듣게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신우는 주호연과 인사를 마치고서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해주었다.
그와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장만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 제안은 던졌다.”
[주호연은 뭐래?]“당장은 거절당했지. 네가 말한 대로 성격이 대쪽 같던데.”
[그래서 더 유명하기도 했어. 대장 마음에는 들었고?]“괜찮더라. 그 정도면 누구든 흔들기 쉽지 않을 거 같고.”
주호연을 추천한 사람이 바로 장만수였다.
물론 그 기반에는 미래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장차 주호연은 갑작스럽게 회계 법인을 떠나 특채로 국세청에 들어가, 수년 후에 최연소 국세청장까지 오르게 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한 실력 기준치로는 최고지. 근데 국세청장이 될 사람을 이렇게 데려와도 괜찮을까 몰라. 내가 너무 센 사람을 추천했나 걱정되네.]장만수는 자신이 알려준 것이면서도 걱정했다.
이에 신우는 웃음이 나왔다.
“주호연이 나중에 떠나고 싶다고 할 때 놔주면 되지.”
[뭐, 대장이 필요하다고 하면 상관없긴 해.]“앞으로 금고지기는 꼭 필요하니까. 재무 쪽은 너도 감당이 어려워지고 있잖아.”
현재 장만수는 MH퓨처시큐리티와 함께 자금을 굴리는 페이퍼 컴퍼니 쪽의 모든 재무를 관리했다.
그 외에도 MH테크 방산기술, 리비오 소프트 OS 프로젝트, 텔리콤 프로그래밍 등등 맡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았다.
[그건 그렇긴 한데…….]“우리만 생각해. 앞으로도 할 일이 많잖아.”
[알았어. 바로 회사에 들어올 거야?]“이따 보자.”
신우는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 * *
MH유통에서 나온 주호연은 휘하 회계사들과 함께 회계 법인 광호로 돌아갔다.
다들 제자리로 돌아가는 사이, 주호연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대표 사무실을 방문했다.
대표인 임유광은 자리에 앉아 검토 마친 서류에 서명한 후 덮었다.
“일을 잘 처리했다고 들었습니다. 고생했네요. 다른 문제는 없었습니까?”
“딱히 없었습니다.”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에서 우리와 계약을 해주다니, 올해는 숨통이 좀 트이겠네요. 솔직히 자네가 칼춤 추는 거 때문에 그쪽에서 마음이 상할까 걱정했는데 말입니다.”
“오히려 그 칼춤을 너무 쉽게 피하더군요.”
지금도 주호연은 신우가 기업의 위기 상황에서 투자까지 끌어온 일이 신기했다.
“거기서 자네를 요청하길래 설마 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군요.”
그 순간 주호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백신우 대표가 저에게 담당을 맡겨달라고 했단 말입니까?”
“아, 내가 깜박하고 말을 안 했네요. 그쪽에서도 업무 중에만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 상관없겠지만요.”
“하지만 저는 백신우 대표와 면식조차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저를……?”
임유광은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저는 모릅니다. 어딘가에서 주호연 SM이 칼춤을 잘 춘다는 소문이라도 들은 거 아니겠습니까? 이번 상황만 봐도 백 대표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듯하고요.”
“제가 그 정도로 유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주호연은 시니어 매니저를 단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책임 업무를 맡은 것도 얼마 되지 않으니 소문 같은 것이 날 리도 없었다.
“뭐, 일이 잘 처리되었으면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아, 그리고 이번에 백주선 SM 쪽에서 특이케이스를 하나 맡았어요. 거기에 자문 좀 가능하겠습니까?”
이제 막 MH유통 회계 감사가 끝난 상황이라 당장 급한 일은 없었다.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특이케이스인 겁니까?”
주호연은 임유광이 책상 위를 뒤져서 건넨 서류철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안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두 눈이 크게 떠질 수밖에 없었다.
“화이트라이즈 스튜디오라는 웹툰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입니다. 이번에 BNS 스튜디오라는 동종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M&A 작업 케이스인데, 비상장 기업이면서도 기존에 다루던 기업과 차별성이 있어서요.”
그런 설명에 주호연은 더욱 놀랐다.
“이 케이스… 언제 들어온 겁니까?”
“일단 주호연 SM이 비슷한 결의 엔터 쪽 M&A를 진행해본 경험이 있어서 부탁드립니다. 정식 요청은 일주일 정도 되었고요. 그런데 요청 일자는 왜 묻죠?”
주호연은 그가 대답하는 사이에 잠시 멍해졌다.
“…예? 아, 아닙니다. 일단 해당 케이스와 관련된 M&A 자료를 확인하고서 투입하겠습니다.”
신우가 말한 것과 같은 케이스였다.
이에 얼떨떨해진 주호연은 대표 사무실에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