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48)
전직용병 재벌서자-148화(148/305)
148화. 도난당한 휴지통 (1)
경제 사회가 바쁘게 돌아가는 와중에 국방부도 조용하지 않았다.
국방부장관 고승원은 컴퓨터로 요즘 경제면 기사에 뜬 이름을 보고서 침음을 흘렸다.
“…백신우.”
1년 전쯤 MH그룹 명중환 회장이 자신의 손자가 복무한 기록을 내놓으라고 했던 일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의 기록은 모두 폐기된 상태였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코드명 무악재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솔직히 처음에는 잘 싸우는 것만 특기로 가진 군인 출신이 대기업에 들어가 뭘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그런데 엄청난 수익금을 만들어내던 것으로 모자라 MH퓨처시큐리티부터 시작해 MH유통까지 집어삼켰다.
거기다 자발적 회계 감사와 압수 수색 영장을 통한 검찰 조사까지. 일반적인 기업인이라면 몇 번의 각오를 다지고서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냈다.
“그 할아버지에 그 손자라는 말인가?”
의문과 호기심은 하루하루 깊어져만 갔다.
그러다 내선 전화가 울리며 최측근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군사 보좌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장관님. 육군 특수전사령부 윤태인 중장이 방문했습니다.]예정에 없던 방문이었기에 고승원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들어오라 하죠.”
대답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윤태인 중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연락 없이 찾아와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그런 물음에 윤태인은 최대한 조그만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 국방부 서버 해킹 사건 있지 않습니까.”
순간 고승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얼마 전 국방부의 시스템 보안이 뚫리고서 해커들이 헤집고 갔던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일단 뒤에서 수사하는 걸로 조용히 마무리된 걸로 아는데 왜 다시 나오는 겁니까?”
다행히 해커들의 흔적은 모든 자료가 폐기 완료된 휴지통 공간만 뒤지고 사라졌다. 그 외에는 자료가 복사된 기록이 전혀 없었기에 상황만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함구시켰다.
물론 안에서는 해킹 범인을 찾기 위해 최대한 흔적을 추적 중이었다.
“당시 해커들이 뒤집어놨던 리사이클 빈 서버 중 그 기록을 처리했던 곳도 있었습니다.”
“그… 기록? 무슨 기록을 말하는 겁니까?”
살짝 답답해진 윤태인은 더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UAD 프로젝트 작전 기록 말입니다.”
그 순간 고승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건 완전히 다 처리됐던 거 아니었습니까?”
“저도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이번 해킹 사건으로 각 처부 사령관에서 확인용으로 보낸 비밀 공문을 보다가 그곳이 있는 걸 알았고, 혹시 몰라서 확인해봤더니…….”
“자세히 말해보세요. 지운 기록들이 왜 해커 놈들에게 넘어갔다는 겁니까?”
잠시 망설이던 윤태인은 다시 입을 열었다.
“초기에 특수한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파일이라 미처 다 지워지지 못한 듯합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복사가 불가능하도록 락이 걸려 있지 않았습니까? 외부에서는 절대 열람할 수 없는 걸로 아는데요.”
“분명 그랬었는데… 삭제 과정에서 뭔가 오류가 생겼던 것인지 가능해진 상태였습니다.”
“그럼 그 기록이 진짜 유출됐다는 겁니까?!”
흥분한 고승원은 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자, 장관님!”
“후우―! 유출이 확실한 겁니까?”
“정황상 그 가능성을 전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태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이에 고승원은 한숨을 길게 흘렸다.
“해킹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진척은 좀 있는 상태인가요?”
“안 그래도 확인해봤는데, 전문 해커인 탓인지 추적하기가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군요. 기록은 설마 전부 남아 있던 겁니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국방부를 떠나 정부 선에서 어떻게 할지 결정될 것이었다.
윤태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처음부터 들고 있던 태블릿을 고승원에게 건네주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UAD 작전 일지의 일부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뭡니까?”
“요원들의 신원 정보 일부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쾅―!
고승원은 주먹을 책상이 부서져라 내리찍었다. 그 후 태블릿에서 잔여 기록 페이지를 계속 넘기다가 부분 부분이 노이즈로 일그러진 신상 정보들을 발견했다.
“이 이미지대로 유출된 겁니까?”
“일단은 그럴 겁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부대원들 사진과 대부분의 정보들은 손상된 상태군요.”
“프로그램을 제작한 ADD(국방과학연구소)에 문의해보니 특수 프로그램으로 인해 꼬여서 복구는 불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잠시 고민한 고승원은 다시 입을 뗐다.
“코드명 위례와 남영은 현재 어디에 소속되어 있죠?”
“위례는 작전 종류 이후 중령으로 진급해서 302항공대대장으로, 남영은 소령으로 진급하여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중대장으로 있습니다.”
윤태인도 그가 물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미리 조사해온 것이었다.
이에 고승원은 엄지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천천히 두드렸다.
탁― 탁― 탁―
“이 상황을 무악재에게 주의하라고 말해줘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이야 여전히 군인이니 정보만 잘 관리하면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었다.
하지만 무악재란 코드명을 사용한 백신우는 이제 일반인이었다. 해킹범들이 강탈한 정보가 작전과 연관된 사람들 손에 넘어간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다.
“무악재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그 사실이 명중환 회장의 귀에 들어간다면 상당히 시끄러워질 겁니다.”
“이번 일을 빌미로 뭘 내세울지 우려가 될 수밖에 없죠. 하아… 가뜩이나 MH테크와 논의할 것도 많은데 말입니다.”
국방부에서는 얼마 전부터 MH테크에서 개발된 R2ED(레이더 방사 확장 장치)를 가지고서 생산·납품 계약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군사 무기로 사용하던 레이더 장치들의 성능을 교체가 아닌 보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군사력 강화와 더불어 국방비 절감 효과까지 확정될 것이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사고가 터진 것을 무마한 데다가, 그 일의 피해자로 명중환 회장의 서손인 MH퓨처시큐리티의 대표 백신우까지 연루되어 있으니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제가 백신우 대표만 조용히 따로 만나서 이야기해놓을까요?”
“가능하겠습니까?”
윤태인은 육군 특전사령관이다. 물론 조용히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위치는 아니었지만, 상대가 MH퓨처시큐리티 백신우인 만큼 우려되는 것도 있었다.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해당 자료는 흔적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처리해두세요. 해킹범을 잡기 위한 수사팀도 좀 더 보완하시고요. 비밀 엄수가 가능한 선이라면 외부에서 지원받아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대답과 함께 윤태인은 그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 * *
경기도 양주시 외곽, 오래된 단독주택이 하나 있었다.
주변으로는 널따란 밭과 흉가 2채 정도만 방치된 채였다.
그런 집 거실에는 최근 피시방에서 블랙홀이란 크리에디터급 해커에게 탈탈 털린 세 사람이 빈둥거리며 앉아 있었다.
“더럽게 지루하네.”
해커 삼인방 중 둘째인 남민준은 소파 위에 누워 기지개를 켰다.
그 모습에 옆 소파의 김석환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민준이 형. 나도…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거야?”
“몰라. 그 아저씨 말로는 다음 프로젝트가 잡힐 때까지 조용히 지내라잖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장비도 사용 못 하게 할 거면 바깥에서 술이라도 마실 수 있는 곳에서 지내게 해주든가.”
김석환의 시선이 굳게 잠긴 방으로 향했다.
그 안은 세 사람이 해커로서 너끈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컴퓨터와 기계 장비들이 가득한 작업실이었다.
물론 각자에게 편의를 위한 노트북과 핸드폰이 지급되긴 했지만, 사양이 심하게 부족해서 재미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심심하면 게임이라도 하든가.”
“저 똥 사양 노트북으로 뭘 하라고?”
“아니면 나처럼 숨만 쉬고 있든가. 산책도 좋고.”
“고작 여기 마당 산책?”
그 마당도 주변에서 검은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지키고 있다 보니 바깥으로는 나갈 수 없었다.
“그럼 그냥 뒤지든가.”
“뭐라고?”
주절주절 투덜거리던 중에 김석환은 맞은편에서 노트북을 사용 중인 유동식에게 시선이 갔다.
“근데 동식이 형은 뭐 해? 그 노트북으로 뭐가 돼?”
“…….”
유동식은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김석환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에 김석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어? 형! 그거!”
그제야 유동식은 깜짝 놀라며 옆을 돌아봤다.
“시끄러우니까 입 다물어.”
“형! 그거 저번에 국방부 리사이클 빈 서버에서 빼왔던 파일 아니야?”
“…맞아.”
“아저씨가 전부 회수해간 거 아니었어?”
김석환이 말한 아저씨는 지난번 피시방 계획의 책임자였던 오한성이었다.
“백업 폴더에 카피 떠놨었어.”
“아저씨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이상한 게 있어서.”
소파에서 빈둥거리던 남민준까지 그 대화에 호기심을 가지며 옆으로 달라붙었다.
“이거, 국정원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보안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거네. 근데 국방부 완전 삭제 프로그램이랑 충돌하는 바람에 살아남은 거 같은데. 근데 숨이 간당간당할 거야.”
“맞아. 완전히 뻑났어.”
“근데 이건 숨 붙어 있어도 전용 프로그램 아니면 못 보잖아.”
“그래서 변환 프로그램 돌리는 중이야.”
노트북 화면에는 해당 프로그램이 가동되는 중이었다.
“가능하겠어?”
“해봐야지.”
현재 노트북 사양은 파일 특성과 프로그램 가동 소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느린 속도로 게이지가 채워지고 있었다.
“얼마나 작업한 거야?”
“이틀째.”
“더럽게 오래 걸리네.”
“그래도 얼마 남았어.”
얼마 지나지 않아 프로그램 게이지가 전부 채워지더니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됐다.”
유동식의 외침에 다른 두 사람도 머리를 모았다.
“뭐야 이게? U…AD PROJECRT? 군대 작전 서류 같은 거 아니야?”
“나도 모르지. 근데 특수 프로그램까지 써서 제작한 걸 지웠을 정도면 뭔가 있지 않을까?”
“에이! 근데 이거 삭제 프로그램으로 손상 나서 멀쩡한 곳이 없네.”
페이지 전부 중간중간 깨져 있어서 일부분만 알아볼 수 있었다.
“무슨 특수작전 같은 건가?”
유동식은 그런 자료들을 하나하나 살피다가 신상 정보가 쓰인 페이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군대 자료가 아니고 무슨 살생부 같은데? 누굴 죽였다는 기록이 왜 이렇게 많아?”
그것도 손상된 부분이 많아서 전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군대에서 무슨 특수작전 같은 걸 펼친 거 아니야?”
“에이, 군대가 무슨 국정원도 아니고. 그리고 특수작전이면 이런 식으로 해놨겠어? 전투 지원 같은 걸로 해놨겠지.”
세 사람은 내용을 계속 같이 보았다.
그러다 신상 정보에서 노이즈가 걸리지 않은 이름 부분이 눈에 띄었다.
“…백신우? 이 사람… 요즘 유명한 그 사람 아니야?”
다만, 사진은 노이즈로 지워진 상태여서 긴가민가한 말투였다.
“누구? 아, 혹시 MH그룹의 백신우? 근데 이름이랑 참가한 작전만 조금 남아 있고, 나머지는 전부 지워져서…….”
“그 사람도 군인 출신이라고 했잖아.”
“에이! 대한민국 남자 대부분이 가는 게 군대잖아. 거기서 백신우라는 이름을 몇 명이나 쓰겠어?”
옆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남민준이 중얼거렸다.
“한국에서 백 씨 성을 가진 사람만 약 3만 8천 명. 그리고 신우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은 한 3천 명 되네.”
그런 대답에 유동식은 황당한 듯이 입꼬리를 씰룩였다.
“쓸데없는 조사 말고. 아무튼 이거 심상치 않은 기록 같네. 만약 여기 나온 일들이 진짜면 문제가 크겠는데?”
“하나하나 대조 검색이라도 해볼까?”
의견이 오고 가던 중에 현관 쪽에서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띠리릭―
안으로 들어온 것은 오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