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50)
전직용병 재벌서자-150화(150/305)
150화. 도난당한 휴지통 (3)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윤태인은 다급히 표정을 풀면서 물었다.
“…왜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저를 만나자고 하실 이유가 그것 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당장 국방부 쪽의 시선을 억지로 끌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신우는 당장 자신이 아는 것을 꺼내지 않고 짐작되는 것만 꺼내놓았다.
“하긴, 그렇겠군요.”
“정확히 UAD 프로젝트의 무슨 일로 보자고 하신 겁니까?”
윤태인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UAD 프로젝트 기록이 밖으로 유출된 정황을 발견했습니다.”
역시나 라고 생각한 신우지만, 일부러 표정을 굳혔다.
“…그 기록이라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서 전부 폐기된 거 아니었습니까?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죠?”
“이유는 대외비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내용이 손상된 상태로 나갔다고 추정됩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백신우 대표에게도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아 오늘 보자고 한 겁니다.”
그런 설명에 신우는 윤태인을 빤히 쳐다보았다.
“범인을 아직 찾지 못하셨군요.”
정곡을 찌른 탓인지 윤태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 전에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가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 거죠? 손상된 파일이라고 해도 프로젝트 미션과 연관된 이들에게 넘어간다면, 저만이 아니라 연관된 사람들이 전부 위험할 텐데요.”
UAD 프로젝트의 주된 임무는 암살이었다. 그 외 비밀 경호와 탈환 같은 것도 있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UAD 부대원들에게 죽은 이들의 수도 상당했다.
게다가 암살 대상들은 대한민국 안보에 해가 되거나 그것과 연결된 우방국의 적대 세, 조직 또는 위험인물이었다.
“저희도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신우는 왼쪽 귀에 미리 꽂고 있던 이어폰으로 메이안의 목소리를 들었다.
[신우. 잡았어.]신우는 그 대답과 함께 얕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끌고 나와.”
그 말은 메이안에게 한 것이었다.
동시에 윤태인은 아까보다 더 굳어진 표정으로 신우를 쳐다봤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산책로 바깥쪽 숲에서 메이안이 기절한 군복 차림의 남자를 흙바닥에 질질 끌며 걸어 나왔다.
그것을 본 윤태인은 어떻게 된 상황인 것이지 모를 수 없었다.
“제 안전을 위해 비치된 사람일 뿐입니다.”
신우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다.
“압니다. 저를 진짜 죽이실 생각이었다면, 고작 저격만 배치해놨을 리 없을 테니까요.”
“그럼 왜 잡아 온 겁니까?”
이번 물음에는 신우의 시선이 윤태인을 향해 날카롭게 꽂혔다.
“아셔야 하니까요. 만약 윤 중장님께서 선을 넘으려 하신다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후우―! 백 대표의 전역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나 흘렀군요. 게다가 그 기간 동안 생각보다 많은 것이 변해버린 듯합니다.”
“안 변할 수가 없죠. 그래서 조사는 어느 정도까지 진행된 거죠? 유출한 범인은 찾을 수 있는 겁니까?”
윤태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건 아까도 말했다시피…….”
“제가 찾아드리는 건 어떨까요?”
말을 끊고서 던진 신우의 질문에 윤태인은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백 대표가 말입니까?”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방금 상황을 듣고서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도 있고요.”
“진짜입니까? 그게 누굽니까?”
흥분한 윤태인의 물음에 신우는 산책로 주변의 숲을 둘러봤다.
“저한테 맡긴다면 말씀드리죠.”
“국방부 문제입니다. 당연히 안 된다는 걸 알지 않습니까.”
“그럼 지금 상태로 지지부진하시든가요. 말씀하신 대로 조심은 하겠습니다.”
신우는 메이안과 함께 차로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윤태인은 신우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 한 말, 정말입니까? 범인으로 추정한 사람이 있다는 거 말입니다.”
“맞습니다. 제 조건은 하나뿐입니다. 유출된 경로와 관련 자료, 잔여 파일의 사본. 그거면 유추한 범인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윤태인은 한숨을 길게 흘렸다.
“…이건 저 혼자서 결정할 사안은 아닐 듯싶습니다.”
이에 신우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
윤태인은 잠시 몇 걸음 떨어져 통화를 하더니 매우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백 대표가 말한 대로 진행하라 하십니다.”
“그럼 자료부터 최대한 빨리 넘겨주시죠. 여기에 적힌 곳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대답과 함께 신우는 명함을 내밀었다. 거기에는 장만수가 만들어둔 추적이 불가능한 메일 주소가 쓰여 있었다.
“기간은 얼마나 예상합니까?”
“빠르면 며칠 안으로 나올 겁니다.”
“누군지 먼저 말해줄 수는 없는 겁니까?”
“무고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걸 괜히 알려드렸다가 국방부에서 쓸데없이 헤집어놓으면 좋을 것 없고요.”
윤태인도 그 가정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럼 부탁드리죠.”
신우는 그와 인사를 나눈 후 메이안과 함께 차로 돌아갔다.
옆자리에 탄 메이안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신우를 쳐다봤다.
“나 잘했어?”
“잘했어. 앞으로도 그렇게 조용히 처리해주면 돼.”
“히힛―!”
메이안은 뿌듯한 표정이었다.
그사이 차는 출발해서 국방과학연구소를 벗어났다.
* * *
용산 덕산저수지 근처의 별장이었다.
며칠 전부터 그곳에서 지내고 있던 유동식은 갑자기 방문한 중년의 남자와 마주 앉아 있었다.
“복구 작업은 어떻게 됐나?”
질문을 던진 사람은 곽치영이었다.
이에 유동식은 다시 복구한 파일이 담긴 태블릿을 곽치영에게 내밀었다.
“여, 여기 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말까지 더듬었다.
곽치영은 그런 태블릿을 받아 들고서 페이지 하나하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Underground Attack Department Project… 국방부에서 제대로 황당한 짓거리를 했었군.”
옆에는 오한성이 서 있었다.
“대외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던 만큼 극비로 진행했던 듯합니다.”
“이 나라 국방부에서 이 정도로 은밀히 진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부터가 신기해. 마무리는 심히 어설펐지만 말이야…….”
대답하면서도 페이지는 계속 넘어갔다.
그러다 몇몇 작전 리스트에서 곽치영의 손이 멈췄다.
“마하바드의 카람? 그 인간을 죽인 것도 UAD였다고?”
카람은 중동 쪽에서 크게는 핵미사일까지 판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무기 거래상이었다.
게다가 예전에 666부대와도 몇 차례 거래한 전적이 있어서 한때 로비스트였던 곽치영도 웬만큼 알았다.
그 외에 다른 작전 리스트에서도 낯익은 이름들이 보였다.
전부 사망한 이들이었기에 곽치영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거… 예상보다 문제가 큰 사안이군. 그런데 복구치는 이게 한계인 건가?”
내용 대부분이 손상되어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물음과 함께 곽치영의 시선은 유동식과 마주쳤다.
“처음부터 손상된 파일이라서 그, 그게 한계입니다.”
“흐음―! 국방부 서버에 다시 침입해서 원본을 찾아볼 수는 없고?”
“뒤져볼 수는 있겠지만, 저 혼자서는…….”
아무리 국방부가 허술하다고 해도 보안 체계를 우습게 볼 정도는 아니었다.
유동식도 남민준과 김석환과 함께였기에 서버 침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옆에서 그런 이야기를 듣던 오한성은 고개부터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남민준과 김석환을 처리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하지만 곽치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됐네. 어차피 그 녀석들이 있었다고 한들, 죽이려던 걸 알고서도 문제없이 자료를 빼주겠나? 그걸 빌미로 살 궁리부터 했겠지. 아니면 뒤통수를 치거나. 안 그런가?”
곽치영의 날카로워진 눈빛이 유동식에게로 쏘아졌다.
순간 유동식은 눈동자만 굴려대며 아무런 말도 못 했다.
곽치영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리사이클 빈 서버에서 찾은 것이라면 국방부 안에서도 원본을 전부 파기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겠고 말이야.”
“일단 처리부터 할까요?”
“그러지. 혹시나 그 사건이 문제가 될 듯싶다면 연결해줘도 좋고 말이야.”
“문제없도록 하겠습니다.”
오한성은 유동식의 뒤쪽에 서 있던 666부대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무거운 분위기 탓에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던 유동식은 그걸 보지 못했다. 그 순간 밧줄이 그의 얼굴 앞을 지나쳐 목으로 떨어지더니 졸려졌다.
“커억―! 컥!”
유동식의 숨 막힌 비명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 목을 부여잡던 손에서 힘이 빠지더니 아래로 축 처졌다.
그와 동시에 현관에서 대기 중이던 666부대원들은 곧장 거실로 들어와 유동식의 시신을 비닐에 감싸고서 빈틈없이 꽁꽁 싸매서 가지고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곽치영은 오한성에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적당히 생활 반응도 남겨두지. 그래야 먼저 죽음 놈들과 접점이 발견되더라도 의심의 방향이 복잡해질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러면서도 곽치영의 시선은 UAD 프로젝트 자료를 떠나지 않았다.
페이지는 계속 넘어가다가 부대원들의 신상이 기록된 부분에 도달했다.
대부분 알아보기가 어려웠지만, 이름 하나만은 발견할 수 있었다.
“…백신우. 공교롭게도 진짜 군대 복무 기록을 찾아낼 수 없던 백신우와 이름이 똑같군.”
“만약 그 백신우가 UAD의 백신우라면 구급차에서 우리 부대원 셋을 혼자서 상대한 그의 실력이 납득됩니다.”
666부대원 중에서도 CELLA 출신은 어릴 때부터 사람 죽이는 방법을 배운다. 어떤 상황에서든 주춤거릴 감정이 없기 때문에 동등한 실력의 사람과 싸운다고 해도 각오부터 달라 차이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상대도 그와 비슷하게 살인해본 사람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확인 가능한 것은 이름뿐이지만, 지금까지 정황을 본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겠지.”
“현재 백신우 대표의 MH그룹과 경제계 인지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만약 이 정보를 푼다면 거기에 타격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십에 달하는 암살을 포함한 특수 임무. 그 배경은 다른 곳도 아닌 대한민국 국방부였다.
물론 곽치영도 생각해본 가정이었다.
“자료의 신빙성이 부족해. 게다가 이 기록의 임무들을 누가 지시해서 진행했겠나?”
“대통령이겠군요.”
“임무를 조건으로 타국과 거래가 있던 것이겠지.”
“그렇다면 뭐가 나오든 절대 인정하지 않겠군요. 관련된 나라들도 그에 따라 비호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 말입니다.”
곽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료까지 멀쩡하지 않으니 확실한 증거조차 되지 못하겠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됐어. MH그룹의 서버를 털지는 못했어도 나름 수확은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이 깊어진 곽치영은 태블릿 화면에 띄워진 백신우의 이름 부분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UAD… 우리는 그나마 남은 자료의 키워드를 토대로 정보를 찾아보도록 하지. 정확히 녀석들이 무슨 짓을 어떻게 해서 어떤 이득을 보았는지 알아야 하니까.”
“본사를 거치지 않고 다른 정보망으로 움직일까요?”
오한성도 곽치영이 원하는 바를 잘 알았다.
“그래야지. 괜히 본사와 얽힌 일이라도 나왔다가는 내가 그 책임을 면치 못할 수도 있으니.”
“최대한 흔적이 남지 않게끔 움직이겠습니다.”
“좋군.”
자리에서 일어난 곽치영은 태블릿을 오한성에게 넘겨주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아까 시신을 들고 간 666부대원들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숲 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