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51)
전직용병 재벌서자-151화(151/305)
151화. 흔들리는 회계 속에서
MH유통의 회계 감사를 전담했던 회계 법인 광호(光湖)의 주호연은 화이트라이즈 스튜디오라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했다.
대표인 임유광의 지시로 BNS 스튜디오란 곳과 M&A를 위해 케이스를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케이스 책임자는 다른 팀의 백주선 SM이었다.
“선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옆에서 주호연이 서류를 뚫어지게 보기만 하고 아무런 말이 없자 물은 것이다.
“응? 아, 먼저 봤던 BNS 스튜디오 유동성 자산 내역 때문에 조금 걸리네.”
“어떤 부분?”
백주선은 단발머리를 찰랑이며 옆으로 바짝 붙었다.
“크음―! 여긴 일반적인 기업이랑 다르게 재고 자산이 제작된 콘텐츠 작업물로 잡히는 것 같아. 실물이 없으니 정확하게 추산을 못 한 듯하고.”
“여기 보니까 실사 재고에서 12개 작업물로 잡힌 금액이 22억 원이네.”
“이거 어떤 식으로 재고 금액으로 책정된 건지는 확인했어?”
“BNS 스튜디오에서 말하길 제작해두고서 오픈 일정을 확인 중이라고 했어. 거기서는 편당 제작비랑 인건비 등으로 계산했다고 설명했고.”
주호연은 조금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화이트라이즈에서 자체적으로 책정한 금액보다 BNS가 원하는 금액이 좀 더 크지?”
“30억 정도 높아요. 지금 보는 실사 재고 자료가 그걸 받쳐주는 증빙이고.”
여기까지 사항만이라면 주호연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신우가 던졌던 조언이 귓가에 맴돌자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없었다.
【…자산가치 평가에서 자금 유동성 비율, 콘텐츠 재산, 재고 실사에서 주의하셨으면 좋겠네요.】
무언가 알고 있지 않으면 절대 말해주지 못했을 내용이다.
“재고 가치가 확실히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문제가 있다는 말이야?”
“BNS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비싸게 팔고 싶겠지. 화이트라이즈는 이번 기회로 회사 규모를 키울 생각인 거고.”
“그거야 당연한 거잖아.”
어떤 회사든 덩치를 키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그 기반을 전부 가진 다른 회사를 삼키는 것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인수될 회사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거고.”
“아까부터 당연한 말을 왜 이렇게 해?”
“잠깐 네 사무실로 좀 가자.”
주호연의 부탁에 백주선은 회의실에서 같이 나가서 사무실로 들어갔다.
“왜 그러는 거야?”
“다른 게 아니라, BNS 자료에서 아까 말한 실사 재고 때문에. 그게 좀 이상해서.”
“혹시 재고 내역에 허수라도 있다는 말이야?”
“계산법이 BNS에서 말한 걸 기반으로 잡은 거잖아. 그리고 엔터 쪽에서는 음반이랑 영화 제작비 같은 것으로 허수 재고가 있었어.”
이에 백주선도 조금 찜찜한 표정이 지어졌다.
“이럴 때는 전자기기나 명품매장 같은 곳 실사가 확실히 편한데… 그래서 선배 생각은 정확히 어떤 거야?”
“재고 실사를 다시 파악해봐야 알 것 같아. 단순하게 제작비랑 인건비만 볼 게 아니라, 이쪽 콘텐츠 판매와 관련된 전문가도 구해서.”
당장 주호연도 재고 문제의 유무를 파악하기에는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전문가를 어디서?”
“제작된 콘텐츠를 파는 곳에 물어봐야지. 그 작품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확실히는 알지 못해도 대략 유추는 가능할 수 있잖아.”
“오∼! 역시 선배! 광호의 에이스답네.”
솔직히 주호연은 자신의 생각만으로 해답을 찾은 듯한 느낌이 아니라 찜찜했다.
그러다 백주선의 사무실 선반에 놓인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등학생 때의 백주선이 한 남자에게 꼭 안긴 채로 찍힌 사진이었다. 사이가 얼마나 좋아 보이는지 누가 보면 친동생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백주선이 외동이란 것을 알기에 관심이 갔다.
“에이스는 무슨… 응? 이건 못 보던 사진이네. 옆에는 누구야?”
“정훈 오빠랑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이야.”
그런 설명에 주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빠?”
“친가 쪽 사촌 오빠. 그 사진은 얼마 전에 이사하면서 찾았어.”
“멋지게 생기셨네. 지금은 뭐 하시고?”
주호연은 백주선과 고등학교 때부터 선후배 사이였다.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났음에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기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백주선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조심히 입을 뗐다.
“…하늘나라에 갔어. 만약 살아 있었으면 지금쯤 소아과 의사가 됐을지도 모르겠네.”
“아… 돌아가셨어? 미안하다. 내가 괜한 걸 물었네.”
“됐어.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미국에 가 있던 오빠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하더라고.”
“미국에는 무슨 일로?”
“대학 때문에. 하버드 의과대학에 붙어서 간 거였거든. 공부도 엄청 잘해서, 어릴 때는 나도 자주 가르쳐줬고.”
백주선의 눈빛에는 그리움이 잔뜩 묻어났다.
이에 주호연은 조금 머쓱해져서 뒷머리를 긁을 수밖에 없었다.
“공부를 진짜 잘하셨네.”
“집안의 자랑이었지. 그래서 오빠가 갑자기 그렇게 되자 큰아버지네도 근심이 많았고.”
“네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면 꽤나 친했던 것 같네.”
주호연은 선반 위의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듯이 만졌다.
“우리 부모님이 너무 바빠서 큰아버지 댁에서 자주 놀았거든. 거의 친오빠였지.”
“근데… 누구랑 좀 닮은 느낌인데.”
“누구?”
그 순간 주호연의 머릿속에 스치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사진 속 남자와 이목구비가 꽤나 흡사했다.
물론 분위기 면에서는 백신우가 몇 배나 더 무겁고 날카로웠지만 말이다.
“…백신우 대표?”
“선배가 이번에 회계 감사 다녀온 MH유통의 그 백신우 대표를 말하는 거야?”
“응. 좀 닮은 거 같아서.”
“그래? 난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백신우 대표는 인터넷에도 사진이 거의 없잖아. 그리고 정훈 오빠가 특이하게 생긴 건 아니라서 닮은 사람이야 좀 있을 수도 있지.”
그녀의 설명에 주호연도 그러려니 넘어갔다.
이내 백주선은 마음이 싱숭생숭한지 주호연의 손이 닿았던 액자에 시선을 던졌다.
* * *
며칠 후.
주호연은 화이트라이즈의 BNS 스튜디오 M&A 관련 감사에 충분한 자문을 해주고서 사무실에 앉아 다른 업무 중이었다.
그런데 그때 바깥에서 백주선이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선배! 선배!”
“무슨 일이야?”
“BNS에서 문제가 되는 재고 사항을 찾아냈어!”
그녀처럼 놀란 주호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진짜?”
“선배 조언대로 콘텐츠 플랫폼 쪽에 자문을 구했더니 문제가 많았던 작품들이었나봐.”
“어떤 문제?”
“우선 원작 소설의 표절 시비가 걸린 작품이 있었고, 재고로 기재된 작업 완료 편수보다 한참 적은 항목이 꽤나 됐어.”
“규모는 어느 정도나 차이가 나는데?”
이에 백주선은 처음부터 들고 있던 서류를 내밀었다.
“22억 중 19억 정도가 허수야. 실제 자산성 재고는 아무리 크게 잡아봐야 3억밖에 안 되는 거지. 그 외에 작품 투자로 예정되었다던 계약도 문제가 있었고.”
“기대수익 수치도 잘못됐다는 거네. 그건 어느 정도인 건데?”
“15억. 아까 그거 때문에 BNS 스튜디오에 갔는데 대표가 무릎 꿇고서 난리였어.”
주호연은 그 말을 듣고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정도면 화이트라이즈에서 원하던 금액보다 더 다운시킬 수 있겠네.”
“확실히 가능하지. BNS야 울며 겨자 먹기겠지만. 진짜… 선배 덕분에 살았어. 그쪽으로 조언을 주지 않았으면 모르고서 지나갔을 뻔했네.”
그런 칭찬에 주호연은 살짝 머쓱해졌다.
반면 백주선은 안도하면서 사무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사이 주호연은 BNS 스튜디오 쪽에서 벌어진 일들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정리했다.
‘백신우 대표는 이런 것들을 어떻게 미리 알고 있던 거지? 정보 라인이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광호 안에도 뻗어 있는 건가?’
책장을 살피던 백주선이 주호연에게 물었다.
“선배는 언제 넘어갈 생각인 거야?”
“응? 뭐가?”
“국세청 말이야. 이번에 5급 공경채 시험 준비 중이라며. 올해 보려는 거 아니었어? 국세청에 공지는 올라와 있던데.”
공개경쟁채용 시험을 말함이었다. 물론 공무원 5급까지 한 번에 올라가는 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꼽히기도 했다.
“아, 그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찜찜한 대답과 표정 때문인지 백주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주호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시험은 조금 고민 중이야.”
“계속 광호에 다니게? 그럼 나야 좋긴 한데.”
“그보다 주선이 너는 100% 문제가 없는 기업이 있을 거 같아?”
갑작스러운 물음에 백주선은 다시 고개를 반대로 기울였다.
“웬 생뚱맞은 질문이야? 혹시 MH유통 때문에 그래?”
MH유통의 자발적 검찰 조사와 회계 감사는 워낙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보도되던 통에 누구든 모를 수가 없었다.
“맞아. 사실 거기서 나한테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의 총괄 재무이사 자리를 제안하더라고.”
“뭐?! 총괄 재무이사? 미친 거 아니야? 선배한테 회계 감사까지 받아봤으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텐데.”
그런 외침에 주호연은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졌다.
“욕을 칭찬처럼 하네.”
“에이! 선배가 어떤 법인 회계사보다 철두철미하다는 칭찬이지. 그래서 선배는 갈 생각이 있는 거야? 국세청보다?”
잠시 망설이던 주호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처음에는 딱히 관심도 없었는데, 이번에 너희 일을 도우면서 생각이 나네.”
“내가 담당한 BNS 스튜디오 MA&A 케이스? 그게 왜?”
“백신우 대표는 그 건이 우리한테 올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던 거 같더라고. 그 외에도 콘텐츠 재산, 재고 실사에 대해서 나한테 조언을 해줬고.”
“그게 정말이야?!”
이번 BNS 스튜디오 M&A 케이스는 회계 법인 광호에서 담당하는 케이스 중 소규모에 속했다.
반면, MH퓨처시큐리티에서 다루는 투자는 그것에 수십 배에 달하니 크게 관심 가질 만한 케이스도 되지 못했다.
“정말이야.”
“그럼 재무이사 자리를 받아들이게?”
“생각은 좀 해보려고.”
백주선은 놀란 표정으로 주호연을 빤히 쳐다봤다.
“그 정도라고? 근데 선배는 생각 오래 안 하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두 사람이 선후배 관계로 알아온 세월만 17년이었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만큼 백주선은 호언장담하듯이 말했다.
“내가 선배랑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그걸 모르겠어? 솔직히 이미 결정도 내리고서 물어보는 거 아니야?”
“…….”
주호연이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백주선은 이미 알고 있는 눈빛이었다.
“대표님이 안타까워하시겠네. 국세청에 들어가는 걸로 알았는데, 다른 곳도 아니고 MH퓨처시큐리티라니.”
“아직 결심한 건 아니야.”
“예∼ 예∼! 생각 잘하세요. 나는 마저 마무리 지으러 가볼게.”
그렇게 말한 백주선이 밖으로 나갔다.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주호연은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하아―!”
한숨과 함께 맨 위의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사직서’라고 적힌 봉투가 들어 있었다.
국세청 5급 공경채 시험 때문에 제출하려고 미리 준비해뒀던 것이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주호연은 뭔가 결정을 내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