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52)
전직용병 재벌서자-152화(152/305)
152화. 금고지기 GET!
아침이 되고, 신우는 MH그룹 본사가 아닌 MH유통으로 향했다.
건물과 가까워지자 새롭게 바뀐 간판이 보였다.
【MH퓨처시큐리티 & MH유통】
그렇게 커다란 간판이 걸린 건물 안으로 출근 중인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갔다.
옆에서 그 모습을 같이 보던 장만수는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잘 만들어졌네.”
“그러게. 깔끔하게 잘 만들었네. 새 사무실은 문제없이 준비된 거지?”
“깔끔하게 싹~ 세팅해놨지.”
오늘이 이사한 사무실로 정식 출근하는 첫날이었다.
그들을 태운 차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꼭대기 층에 도착하니 다 같이 옮겨온 비서실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총괄 비서실장이 된 장진호의 인사였다.
“오늘도 수고하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인사 없이 일에 집중해주시고요.”
“알겠습니다!”
다들 뿔뿔이 흩어져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장진호만 신우의 곁으로 다가와서 오늘 일정에 대해 읊어주었다.
그리고 신우는 장만수를 따라가려다가 멈췄다.
“넌 왜 들어와?”
앞에서 먼저 멈춰 선 장만수가 물은 것이다.
“응?”
“네 사무실은 여기가 아니라 옆이잖아.”
“아―!”
지난번 장만수가 사무실을 분리시킨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잘 들어가서 열심히 일해라.”
“그래. 너도.”
신우는 장진호와 함께 몇 걸음 더 나아가서 문을 열었다.
“…이 자식은 쓸데없이 뭘 이렇게 크게 만들었어?”
대표 사무실의 크기는 대략 30평 정도였다. 이전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그건 동료들과 함께 썼을 때였다.
지금은 커다란 공간에 신우의 책상과 테이블, 소파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쾌적하고 좋은 듯합니다. 그리고 두 계열사의 대표님다운 크기네요.”
“놀리냐?”
“그럴 리가요.”
신우가 책상에 앉자 장진호는 들고 있던 서류들을 올려놓았다.
“전산화되기 이전의 결재 서류들입니다. 자금 집행이 급한 건은 빨간색 포스트잇으로 표시해뒀으니 먼저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이에 신우는 감탄사를 흘렸다.
“오, 비서 일이 경호원보다 적성에 맞나보네.”
“적성보다는 연봉이 잘 맞았죠.”
장진호는 이번에 대리에서 비서실장 직책의 차장으로 올라갔다.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 KITE 쪽의 모든 보고를 도맡으면서 일의 양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따라서 연봉은 두 배가 넘게 올라갔다.
“금액은 만족스러웠나?”
“당연하죠. 게다가 부모님은 경호원 일이 위험하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
“그건 좋은 거네.”
신우는 확인한 서류에 서명하고서 옆으로 하나씩 넘겼다.
“솔직히 제 나이 서른에 차장을 다는 것도 엄청나죠. 그것도 이런 대기업에서요. 주변 친구들이 부럽다고 난리입니다.”
“…친구도 있었어? 맨날 회사에 있는 것만 봐서 없는 줄 알았는데.”
그 순간 장진호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졌다.
“…제가 대표님입니까?”
“요즘 좀 기어오르는 거 같다? 그리고 내가 왜 친구가 없어?”
“릴리안 본부장, 웨이 본부장, 장만수 부장을 말씀하시는 거면 친구라기보다는 거의 가족 아니십니까? 거처도 다 같은 빌라시고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신우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됐고. 물류센터 처리 속도랑 분류 오차율 보고는 어떻게 됐어?”
“그건 여기 있습니다.”
장진호는 프로페셔널하게 서류철 더미에서 하나를 집어 올려 내밀었다.
“일 처리는 똑 부러지네.”
“그간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죠.”
맞받아친 듯한 그의 대답에 신우는 서류의 내용을 확인했다.
“오차율 15.2%에 처리 속도는 132%?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 문제가 많아 보이네. 물류센터 쪽 인사 고과표는?”
“그건 여기 있습니다.”
이번에도 장진호는 서류를 바로 찾아주었다.
“흐음… 여전히 끼리끼리 편 먹고서 고과 매기기를 꽃 피우듯 하고 계시네.”
“…그게 보이십니까?”
“작년 4분기 사항이랑 다를 게 없으니까.”
“그걸 전부 기억하신다고요?”
깜짝 놀란 장진호의 반문에 신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봤으니 기억하지. 진급 추천자도 3분기 때 좋은 점수를 받았던 인원 그대로이고 말이야.”
“…….”
신우의 설명에 장진호는 더욱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전부터 느낀 건데 말입니다. 대표님께서는 머리가 진짜 좋으신 것 같습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성적도 고만고만했는걸. 취업은 어렵겠다 싶어서 군대에 갔던 거고.”
“보시는 자료마다 대부분 외우고 계시지 않습니까. 자주 보시는 것도 아닌데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주던 신우도 순간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업무를 익히던 초반 때보다 점점 더 수월해지긴 했던 거 같은데.’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장진호와 눈이 마주쳤다.
“아, 일이 익숙해져서 그런가 보네.”
“머리 좋다는 말을 너무 겸손하게 하셔서 더 자랑처럼 들립니다.”
신우는 급한 서류들을 마저 다 서명하고서 넘겨주었다.
“쓸데없는 말은 접어두고 일이나 하지. 그리고 인사 고과는 새로 체계를 잡을 거니까 작년 3분기 것부터 보류한다고 공지해.”
“작년 3분기면 물류센터 쪽 올해 진급자 후보 선정부터 문제가 생길 텐데요.”
“문제가 있는 직원들은 어차피 갈아엎을 생각이었으니 상관없어. 고과 기반 자료는 다른 방향으로 잡을 테니 그렇게 알고.”
그런 지시에 장진호는 마무리된 서류를 챙겨 들고서 나갔다.
이후 신우는 전자결재로 넘어온 것들도 마저 처리하고서 아까 들어온 문이 아닌 다른 쪽 문으로 걸어갔다.
조용히 들어가자 장만수와 다른 동료들이 일하는 사무실이 나왔다.
‘내 기억력이 좋아진 거면… 만수는 우리처럼 오감이 뛰어나졌으려나?’
기척을 바싹 죽이고 있던 신우는 가슴 주머니에 꽂고 있던 만년필 뚜껑을 뽑아 장만수의 뒤통수를 향해 던졌다.
따악―
“아악―!”
장만수의 비명이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렸다.
되려 깜짝 놀란 신우는 그런 장만수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아…….”
“뭐야? 대장! 이거 대장이 던진 거야?!”
머리에 맞고서 바닥으로 떨어진 만년필 뚜껑을 발견한 것이었다.
“미안, 미안. 뭐 좀 시험해보느라.”
“시험? 두 번 시험해봤다간 내 대가리에 빵꾸나겠다! 대체 뭔데?”
반문과 함께 장만수는 전력으로 만년필 뚜껑을 집어던졌다.
하지만 신우는 그걸 가볍게 잡아내고서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놓았다.
“요즘 내 기억력이 옛날보다 좋아진 거 같아서. 너도 우리처럼 반사 신경이나 오감이 좋아진 게 아닐까 생각했지.”
“그렇다고 방심한 틈을 노리냐? 더럽게 아프네.”
장만수는 머리 한쪽을 손바닥으로 계속 문질러댔다.
“다른 녀석들이야 그 정도는 쉽게 잡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근데 릴리안이랑 웨이는 아직이야?”
두 사람은 출근할 때부터 없었기에 아직 얼굴을 보지 못했다.
“릴리안은 이따가 출장 복귀한다고 했어. 웨이는 시설경비부 계약 업체 불시 점검 돈다고 했으니 오늘 들어오기 힘들 수 있고.”
“그랬구나.”
“국방부에서 보내준 자료는 검토 끝났어. 내가 복구한 파일이랑 내용이 똑같더라. 완전히 손상된 건 맞아.”
육군 특전사령관인 윤태인이 보내준 자료를 말함이었다.
“유동식이 카피한 자료도 마찬가지라는 거네.”
“맞아. 폐기된 원본이 크게 손상된 거라서 복구는 불가능해. 이건 내 할아버지가 와도 못한다.”
“네 할아버지는 뭐 하시던 분이었는데?”
“태백에서 고물상 하셨지. 나는 그때 할아버지가 모아온 컴퓨터 부품을 조립하면서 놀았고.”
순간 신우는 괜한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닌가 싶었다.
“너, 여기로 돌아와서 할아버지 찾아뵌 적은 있냐?”
“…아직. 마지막 기억으로는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 한번 가긴 했는데, 그 이후로는 못 갔네.”
장만수는 어릴 적에 사고로 부모님을 둘 다 잃었다. 이후 할아버지 손에 컸지만, 그런 할아버지도 장만수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병으로 갑자기 떠났다.
“나중에 시간 내서 한번 가봐.”
“지금이 예전이랑 같냐. 손에 피만 한가득 묻히고서 돌아온 거잖아.”
생존을 위한 익숙함으로 아무리 무뎌졌다고 해도, 손가락질 한 번에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느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신우는 물론이고, 작전 중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장만수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내가 미안하네.”
“그런 놈이 만년필 뚜껑으로 내 대가리에 구멍이나 내려고 했냐?”
“그것도 미안하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에 투명한 사무실 문 너머로 장진호가 서 있었다.
이에 장만수가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대표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구?”
반문과 함께 장진호의 뒤쪽으로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백신우 대표님.”
“결국 이렇게 와주셨네요. 주호연 회계사님.”
얼마 전 MH유통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 법인 광호의 시니어 매니저 주호연이었었다.
“녀석들 자료는 답장으로 보내줘. 거기서 얼마나 더 캐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대 쪽에서도 살짝 긴장은 할 테니까.”
“Ok―!”
신우는 밖으로 나와 주호연과 함께 대표 사무실로 들어가 앉았다.
“결정을 내리셨나 보네요.”
“안부 차 근처를 지나가다가 들른 것일 수도 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거 아닙니까?”
“회계사님은 겉치레를 안 좋아하시잖아요.”
정곡을 제대로 찌른 것인지 주호연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주호연은 백주선의 사무실에서 보았던 사촌 오빠의 모습이 신우와 살짝 겹쳐 보였다.
하지만 많이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대화에 집중했다.
“…생각보다 저에 대해서 많은 걸 알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서 생긴 관심이죠. 그럼 언제부터 일하실 수 있을까요?”
바로 결정했다는 듯이 넘어가려 하자 주호연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진짜 제가 어떤 결정을 했는지 묻지도 않으시고 진행하시려는 겁니까?”
“결정하시지 않았습니까.”
“하기는 했죠. 그런데 최소한 이유라도 물어보실 줄 알았습니다.”
신우는 그 물음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가 궁금해하길 바라셨군요. 죄송합니다. 너무 눈치가 없었네요.”
순간 주호연은 괜히 왔나 싶은 찜찜한 기분에 휩싸였다.
“됐습니다. 일단 저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결정했습니다. 정말 재무이사로서 전권을 주시는 거겠죠?”
“회계부, 경리부가 재무부 휘하에 들어갈 겁니다. 각 부장직의 자리는 현재 공석이니 주호연 재무이사님께서 원하시는 인원으로 세우시면 됩니다.”
“그것까지 제 마음대로요?”
“바깥에서 인재를 영입해오셔도 됩니다.”
연봉부터 필요에 따른 인사 권한까지… 주호연에게는 여전히 너무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혹시 저희가 일면식이 있었던가요?”
“회계 감사 때 뵈었죠.”
“저도 압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저를 예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대하셔서 말입니다.”
신우가 아닌 장만수가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런 식으로 설명해줄 수는 없었다.
“들이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조사를 하니까요.”
“대표님 마음에 들었다는 표현 정도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앞으로 잘해보겠습니다. 다만, 제가 꽉 막힌 부분이 많아서 대표님이 속 썩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신우는 주호연과 악수로 인사한 후에 일어났다.
“저도 주변을 가만히 두는 성향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무실 안내와 추가적인 설명은 장진호 비서가 해줄 겁니다. 이후에 재무이사님 비서도 따로 뽑으시죠.”
“어떠실지 기대가 되네요.”
그렇게 밖으로 나온 주호연은 장진호와 함께 배정된 사무실로 갔다.
기본으로 놓인 가구들은 이미 배치가 되어 있었다.
“앞으로 쓰실 방입니다. 책상과 의자, 소파, 테이블은 원하시는 상품을 말씀해주시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 교체해드릴 수 있습니다.”
장진호의 설명에 주호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쓸데없는 곳에 돈 낭비는 하지 말죠. 그런데 대표님은 일하실 때 원래 저런 스타일입니까?”
“어떤 스타일 말입니까?”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요.”
이에 장진호의 입꼬리가 길게 늘어졌다.
“저 정도는 밀어붙이시는 것도 아닙니다. 진짜를 보시면 그때는 제대로 놀라시겠네요.”
“그렇게나 말입니까?”
“기대하셔도 좋을 정도죠. 그럼 재무부와 회계부, 경리부도 마저 안내해드릴까요?”
“아니요. 거긴 제가 알아서 가죠.”
“이번에 사무실 재배치가 있었으니 못 찾으실 것 같으면 연락주십시오.”
장진호는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사이 혼자 남게 된 주호연은 창밖으로 보이는 주변 풍경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 회계 법인 광호에 있다가 사직서를 내고서 옮겨온 것이다.
물론 광호에서도 반대가 심했지만, 한 번 결정한 주호연의 마음을 다시 바꿀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