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54)
전직용병 재벌서자-154화(154/305)
154화. 시작된 땅따먹기 (1)
며칠 후.
신우는 평소처럼 열심히 일하던 중에 중국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생각했던 도로시 맥다니엘과 마주 앉아 있었다.
“갑자기 찾아오셔서 놀랐습니다.”
두 사람 사이로 따뜻한 커피가 놓아지면서 김이 올라왔다.
“곧 중국에 들어가야 해서 급하게 찾아뵈었어요.”
“한국에서의 업무는 잘 보셨습니까?”
그 질문에 도로시의 표정은 미묘하게 찡그려질 듯하다가 펴졌다.
“딱히 좋지 못했어요.”
추이쉰을 찾기 위함이었다. 이후로 서울과 인천, 목포, 부산에서 흔적만 나올 뿐, 계속 뒷북만 치며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깝네요.”
“그보다 제가 찾아온 건 백신우 대표님께 미처 드리지 못한 선물 때문이에요.”
지난번 도로시는 신우를 얕잡아보고 LAOJIA의 신제품 생산량으로 사기를 치다가 뒷덜미를 잡혔다.
물론 그 과정이 계획대로 흘러갔다면 TSF 중국 지사가 LAOJIA를 통해 커미션이나 리베이트를 받게 될 것이었다.
이후 나름대로 둘러 말해서 좀 더 시간을 벌긴 했지만, 도로시의 입장에서는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빠르게 해결할 방법이 있는 겁니까?”
“LAOJIA 쪽은 제가 늦어도 한 달 안에 해결해볼게요. 그럼 MH전자 쪽에서도 신제품 출시가 살짝 늦어지긴 하겠지만, 큰 문제는 없어질 거예요.”
그 대답에 신우는 도로시를 지그시 쳐다봤다.
“너무 후하게 말씀하셔서 다른 조건이 달릴 듯싶네요.”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 백 대표님이 저에게 주셨던 정보의 값어치도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LAOJIA 일을 깔끔하게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쪽에서 생산량을 부풀린 건 포함하지 않은 듯한데요.”
순간 도로시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LAOJIA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든 손해 본 대가만큼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평생이 걸리더라도 물고 늘어지겠다는 입장이거든요.”
솔직히 배 째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두 기업이 평생 그 제품에만 매달리지는 않겠지만, MH전자 입장에서 미래의 기반으로 삼던 기술이 유출된 것이니 어떤 식으로든 장기적으로 데미지가 쌓이게 된다.
“그래서 맥다니엘 지사장님이 내거실 조건은 뭐죠?”
“백 대표님께서 제가 원하는 기업에 투자를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
“투자요?”
어차피 지금 신우가 하는 일이 투자였다.
그걸 해달라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도로시가 멀쩡한 조건을 부탁으로 내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간단한 투자예요. 규모도 중소기업이죠. 대신 투자와 더불어 받아야 할 것도 있어요.”
역시나 다른 옵션이 붙었다.
“그게 뭡니까?”
“지분이요. 말씀드릴 기업들은 전부 비상장 기업이거든요.”
비상장 기업은 대부분 대표가 지분을 틀어쥐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전자의 경우라면 신우도 투자를 빌미로 그것을 요구하기 어려울 수도 있었다.
“제가 그걸로 얻을 이익은 뭐죠?”
“백 대표님을 불쾌하게 만든 사람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요.”
솔직히 신우는 지금 도로시와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곽치영 지사장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그런데 두 분은 같은 뿌리를 둔 기업인이지 않습니까.”
“한 뿌리에서 뻗어 나왔다고 해서 위에 열리는 열매의 크기까지 같을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제대로 된 열매를 키우기 위해서라면 어떤 열매는 봉우리조차 피우지 못한 채 잘려 나가기도 하니까요.”
그녀의 비유는 차가우면서도 날카로웠다.
신우는 미동조차 없는 도로시를 보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맥다니엘 지사장님에게 그 대상은 곽치영 지사장이라는 뜻이군요.”
“곽 지사장도 저를 그렇게 보고 있는데, 저야 다를 수 있나요.”
“전쟁을 치르시는 중이었네요.”
“매 순간이 전쟁이죠. 그래서 생각이 있으신가요? 물론 손해는 없을 거예요. 제가 말씀드릴 회사들은 TSF 한국 지사의 비상금 같은 곳이거든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신우는 눈치챌 수 있었다.
“TSF 한국 지사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해진 것 같군요.”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저는 그 자금을 틀어막고 싶은 것이고요.”
도로시의 설명에 신우는 TSF 중국 지사에게 들어갈 뻔했던 레이셩그룹의 비자금을 떠올렸다.
무려 1조 8천억 원의 자금. 현재는 위수안을 통해 세탁하고서 자신들이 굴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TSF 한국 지사의 자금은 신우가 MH그룹을 지켜내면서 막힌 상태였다.
‘아주 서로 물어뜯지 못해서 안달이네.’
신우가 생각하는 사이 도로시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분만 확보한다면 절대 손해 보실 장사는 아닐 거예요.”
“그런데 지금 말씀하시는 걸 보면 곽치영 이사장님은 해당 기업들에게 지분을 확보한 상태라는 거군요. 그걸로 재미있는 일을 꾸미시는 중이고요.”
아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도로시는 조금 미묘한 표정이 되었다.
“죄송하지만, 예민한 문제가 끼어 있어서 거기까지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물론 신우도 그럴 거라고 예상하며 물은 것이었다.
“확보된 지분은 어느 정도 규모인 거죠? 저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고요.”
“13개 기업이에요. 금액은 합쳐서 1,000억 정도 될 것이고요.”
무리한 수준의 요청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우는 의문이 들었기에 질문을 던졌다.
“당장 자세한 기업 규모를 추측하긴 어렵지만, 아예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나요? 곽치영 지사장이 비상금으로 둔 곳이라면 가치가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괜히 돈 버리는 짓을 할 수는 없잖아요.”
도로시의 힌트는 해당 회사들이 위험한 상태라는 것과 같았다.
동시에 신우는 곽치영의 목표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회사들을 고의 부도 낼 생각이군요. 곽치영 지사장이 은행에도 손을 뻗은 겁니까?”
“저는 거기까지 말씀드릴 수가 없겠네요.”
처음부터 정답에 대한 힌트가 전부 던져진 말장난이었다.
“곽 지사장이 고의 부도 낸 회사로 이득 볼 것이 있고, 그걸 저보고 막으라는 부탁을 하시는 것이군요.”
“대신 지분 확보에 필요한 비용은 저희 쪽에서 치를게요. 나중에 일이 정리되고서 저희에게 소유권만 넘겨주시면 문제될 것도 없을 거예요.”
그것도 신우의 명의와 실력만 빌려달라는 의미였다.
“표면에는 저를 내세워서 곽치영 지사장의 발목을 잡은 후 끝내시겠다는 거네요.”
“아무래도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사람끼리 치고받으면 애꿎게 다른 열매까지 같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도로시 나름대로 안전장치를 해놓으려는 것이 뻔히 보였다.
“하지만 그걸로 제가 얻을 이익은 LAOJIA 뿐입니까? 그걸로는 많이 부족한 듯싶은데요.”
“MH식품까지 해결해드리죠. 거기다 지분 확보 비용의 50%를 우회해서 따로 지급해드리죠. 백 대표님의 개인 자금으로요.”
최소 500억이라는 의미였다.
이에 신우는 손안에서 8면 주사위를 굴리며 소리를 냈다.
잘그락― 잘그락―
“…알겠습니다. 자금과 리스트를 보내주시면 진행하도록 하죠.”
“고마워요. 일은 말씀드린 대로 해결해드리죠.”
그렇게 말한 도로시는 선글라스를 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해서 돌아가시죠.”
“또 봬요.”
밖으로 나간 도로시의 모습에 신우는 같잖음을 느꼈다. 어떻게든 자신을 휘둘러보려는 분위기가 대화 중간중간에 풍겼기 때문이다.
똑똑―
그때 사무실끼리 연결된 문이 두드려지더니 장만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에 신우는 도로시와 경호원인 브래든이 머물렀던 자리에 탐지기를 돌렸다. 다행히 뭔가 설치한 흔적이 없자 안도하며 장만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여자는 뭐래?”
장만수의 물음에 신우는 소파에 다시 주저앉았다.
“브릴리언트그룹에 필요한 자금 납기 일이 얼마 안 남았나 봐. 곽치영은 MH그룹이 멀쩡한 탓에 자금을 전부 준비하지 못해서 다른 수를 준비 중이고, 도로시는 그걸로 곽치영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어.”
“와― 정글이네, 정글. 이거 무서워서 살겠나. 그래서 뭘 해달라는 건데?”
“특정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확보해달래. 이미 지분을 먼저 확보해둔 곽치영이 그 회사들을 고의 부도 나게 만들어서 챙길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이미 한 번 풀린 곳이면 뚫기 어렵지는 않을 건데. 은행 쪽과도 커넥션이 있다는 걸 테고. 거기서 부도까지 가려면 대출이랑 어음, 채권까지 묶여 있어야 확실한데.”
중얼거림과 함께 장만수도 계산이 끝난 눈치였다.
물론 신우도 예상했던 범위였다.
“아마 어음이나 채권을 곽치영이 일부 소유하고 있겠지. 아니면 최소한 채권자와 연관이 있거나. 그래야 어음이 돌아올 날짜에 맞춰서 회사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부도가 날 테니.”
“그건 도로시가 말해주지 않았어?”
“딱히. 지분으로 나랑 곽치영을 다투도록 만들 생각만 가득하더라고. 그사이에 도로시는 다른 일을 꾸미려는 것일 테고 말이야.”
장만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곽치영이 그 회사들을 망하게 해서 무엇으로 이득을 보냐는 거네. 리스트는 받았어?”
“보내주기로…….”
우우웅―
마침 메시지가 도착했다. 내용에는 도로시가 제안한 회사의 리스트들이 적혀 있었다.
“…양반은 못 되네. 여기.”
리스트는 장만수의 손으로 넘어가 검토되기 시작했다.
“이거, 자세히 확인 좀 해봐야겠는데?”
“뭔데?”
“따라와 봐.”
신우는 핸드폰을 들고 앞장선 장만수와 함께 옆 사무실로 넘어갔다.
자신의 자리에 앉은 장만수는 메시지의 내용을 컴퓨터로 보내더니 뭔가를 빠르게 입력했다.
그 모습에 다른 일을 하던 릴리안과 웨이도 옆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장만수가 집중하는 모습에 신우는 두 사람의 머리를 모아 아까 전 일을 설명해줬다.
“아―! 근데 지금 얘는 뭐 하는 거고?”
“몰라. 말도 안 해주고서 이러네.”
일단 조용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장만수는 뭔가를 찾아냈는지 화면에 띄우고서 돌아봤다.
“역시, 곽치영이 뭘 노리는 건지 알았다.”
“뭔데?”
다들 장만수의 모니터로 시선이 향하자 설명이 이어졌다.
“기술 특허랑 지분.”
“중소기업이니 특허는 이해되는데, 지분은 뭐야?”
해당 기업의 지분을 의미하는 건 아닐 테니 의문을 가진 것이다.
“일단 특허는 가치가 있어. 내 기억으로는 빠르면 2∼3년 뒤에 다른 기업이란 연계되는 기술 특허랑 같이 묶여서 대박 날 것들도 있어. 늦어도 5년 안에.”
“그럼 지분은?”
신우의 물음에 장만수는 뿌듯하다는 듯이 대답을 이어갔다.
“대기업 소액 지분들이 기업 명의로 등록되어 있어. 근데 말만 소액이지 다 합치면 최소 2,000억 정도는 되겠네. 잘 판다면 2배 넘게도 가능하고.”
“그 정도나 된다고? 하지만 대출 심사랑 어음, 채권 같은 것으로 압박한다면 그걸 팔아서 해결할 수도 있는 거잖아.”
“이미 그걸 담보로 돈을 끌어다 썼으니 가능한 거지. 당연히 그 채권자는 곽치영이거나 그와 관계된 사람일 테고.”
회사를 인수하려면 그보다 몇 배의 자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회사가 망하는 데는 문제가 생기고 빠져나갈 길만 막아두면 끝이었다.
곽치영은 그 방법으로 비상금처럼 쟁여두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빼낼 계획인 것이다.
“생각보다 미친놈이었네. 돈이 급하다고 회사를 망하게 할 방법부터 떠올렸으니.”
“제대로 미친놈이지. 그보다 부탁은 수락했으니 지분 확보는 진행해야겠고. 방해는 어떻게 할까?”
그런 장만수의 물음에 신우는 머리를 빠르게 굴려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