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59)
전직용병 재벌서자-159화(159/305)
159화. 사채시장의 마녀와 사자
TSF Investment 한국 지사장 곽치영은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중국 MSS에서는 여전히 소식이 없나?”
MSS(Ministry of State Security)는 중국의 정보조직인 국가안전부를 의미했다.
그런 질문에 오한성은 보조석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 대답했다.
“그쪽에서도 민감한 문제이다 보니 확인이 오래 걸리는 듯싶습니다.”
곽치영은 얼마 전에 입수한 UAD 자료 중 일부를 중국 정부에 보냈다. 폐기 프로그램으로 손상된 자료가 섞여 있다 보니 그쪽에서 의심만 던질 정도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예민해질 내용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군의 군사 기밀을 빼돌려 북한 측에 넘기려다 암살된 일이니, 민감할 수밖에 없겠지.”
“혹시 모르니 다시 연락을 넣어볼까요?”
“아니야. 우리가 재촉하는 모습을 보여봤자 좋을 것이 없을 거야.”
“그럼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조용해지는가 싶다가 오한성의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떴다.
이에 곽치영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무슨 일이지?”
저번부터 오한성에게 어디선가 연락이 올 때마다 안 좋은 일이 터졌기 때문이다.
“아이린을 미행하던 부하들에게 온 연락입니다.”
“뭔가?”
“현재 아이린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곽치영은 불길함이 느껴졌다.
“…뭐? 거긴 왜?”
이에 오한성은 곧장 전화를 걸어서 자세한 상황부터 확인했다. 오래 걸리지 않은 통화가 끊기면서 설명이 이어졌다.
“출국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 상황에서 돌아간다고?”
현재 곽치영의 입장에서는 아이린과 오큘러스 펀드가 자신을 농락하고서 도망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런 듯합니다.”
“하아―!”
“어떻게 할까요?”
곽치영은 침음을 흘렸다.
“이제 와서 뭘 어쩌게. 항공기라도 폭파시킬까?”
“아닙니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오한성의 핸드폰으로 또 다른 자료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또 뭔가?”
“아이린의 경호원에 대해서 넘어왔습니다.”
“어디서 나온 거지?”
“FEROX라고 합니다. 유럽에 본사를 두어 그쪽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이들을 경호원으로 쓴 듯합니다.”
곽치영도 FEROX의 유명함은 익히 들어서 알았다.
“위험에 철저하게 대비한 것만 봐도, 자신들이 어떤 짓을 한 건지 잘 알았군.”
“출국 후에 처리할까요? 차라리 해외라면 한국보다는 수월할 겁니다.”
“아이린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는 확인되었나?”
그사이 오한성은 메시지로 지시를 내렸다.
우우웅―
“목적지는 두바이국제공항이라고 합니다.”
순간 곽치영은 에리트레아에서 만났던 TSF 중동·아프리카 지사장, 사미르 지란 쿠르디가 떠오르며 불쾌해졌다.
“그 여자가 거긴 왜 간 거지?”
누구도 아이린이 두바이에 간 이유를 알기는 어려웠다.
동시에 오한성은 곽치영의 기분이 무엇 때문에 안 좋아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른 말을 덧붙이지 못하고 조용히 기다렸다.
“…….”
잠시 침묵이 이어지던 중에 곽치영은 다시 입을 뗐다.
“중동 쪽을 괜히 건드려서 우리에게 좋을 건 없으니 아이린을 추적하는 건 그만두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대화하다가 에스원파이낸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곽치영은 착잡한 기분을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곧장 회장실로 올라가니 유지영이 살짝 흐뭇한 표정으로 기다리는 중이었다.
“약속 시간에 딱 맞춰서 오신 걸 보면 TSF에서도 꽤나 급하셨나 보네요.”
“원래 약속은 잘 지키던 편이니 괜히 비꼬지 마시죠.”
두 사람은 소파에 마주 보고 앉았다.
대충 상황을 전해 들은 탓인지 유지영의 표정에 여유가 가득했다. 게다가 그 안에는 곽치영을 어떻게 이리저리 굴려볼지 고민하는 분위기도 섞인 것 같았다.
“그래서, TSF에 자금이 얼마나 부족하길래 저한테 자금 융통을 부탁하시려는 거죠?”
곽치영은 그런 물음을 듣고서 안색이 깊게 가라앉았다.
“4,000억. 가능하겠습니까?”
그러자 유지영의 얼굴에서는 한순간에 장난기가 사라졌다.
“…그 정도나 필요하다고요?”
처음 자금 융통에 대해 언질을 받았을 때는 아무리 많아 봐야 1,000억 안쪽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곽치영은 한숨을 길게 흘렸다.
“늦어도 2개월 안까지 준비되어야 합니다.”
“솔직히 쉬운 금액은 아니네요.
“그러니 에스원파이낸스의 유지영 회장님을 찾아온 거 아니겠습니까. 국내에서 현금 동원력으로 손가락에 꼽히는 분이시니 말입니다.”
유지영도 그처럼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한테도 어려운 금액이네요. 물론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저희 쪽에서도 안심할 만한 담보가 있어야 하고요.”
무려 4,000억 원이다. 당연히 그 정도의 자금을 아무것도 없이 빌려주는 건 에스원파이낸스 입장에서도 불가능했다.
곽치영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처음부터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그걸 받아 든 유지영은 내용물을 확인하고서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MH전자 162만 주, MH식품 360만 주. 지금 주가로 치면 다 합쳐도 총 3,000억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인데요. 부동산도 있긴 하지만 대충 시세를 따져본다면 500억이 되기 어려울 듯하고요.”
MH전자의 주가는 최근 LAOJIA 사태가 해결되어 가면서 복구되는 중이었다. 반면, MH식품은 완전히 정리된 것이 아니다 보니 초반의 피해가 상당히 남아 있었다.
물론 곽치영은 그 지분이 전부가 아니었다. 두 가지 사건과 명중환이 쓰러질 때의 일로 모아둔 지분이 더 있었지만, 전부 풀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많았다.
“MH전자의 주가는 회복세를 넘어서 조만간 기존보다 더 치고 올라갈 테니 문제될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사이에 그 정도는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요.”
순간 유지영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우리 사이의 일은 배성물산으로 전부 정리되었던 거 아닌가요? 물론 TSF에서는 그렇게 했음에도 좋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되었지만 말이죠.”
일부러 심기를 건드리는 듯한 말투였다.
곽치영도 이마에 핏줄이 올라왔지만,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한 만큼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장부로 인한 실책이 컸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웬만큼 문제는 해결했습니다.”
“DAX에 넘기고서 말이죠. 결국 그 일로 이득을 본 것은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 대표 아닌가요?”
물론 그 상황에 대해서 곽치영도 할 말이 많았다.
“그건 백 대표가 작은 외삼촌인 명성철 사장을 이겨보겠다고 무리수를 둔 것이죠. 솔직히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아무리 높아봤자 8,000억을 넘지 못할 배성유통에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겠습니까.”
유지영도 당시 상황은 유통시장 인맥을 통해서 들었다. 당장 망해도 모자라던 배성유통 인수에 최대가보다 무려 2,000억을 더 쏟아부었으니 말이다.
“저도 알고는 있어요. 이후에 자발적으로 검찰 조사에 회계 감사까지 진행해서 난리였고요. 하지만 이후 추가 투자까지 받으면서 MH유통의 이미지는 확실히 좋아졌잖아요.”
거기까지는 곽치영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참으로 대단한 실력이죠. 아무튼, 자금은 준비해주시는 거겠죠?”
이에 유지영은 잠시 생각하고서 말했다.
“대신 연 금리는 15%로 하죠.”
“그건 현재 은행의 기업 대출 금리의 3배나 되는 수치이지 않습니까.”
“아직 안 끝났어요. 기간은 4년. 방식은 매월 원리금균등상환으로 하죠. 저희도 무턱대고 빌려드릴 수는 없는 거니까요.”
원리금균등상환은 연이나 월 기준으로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4,000억 원에 이자율 15%면 4년간 매월 원금과 이자를 포함한 약 111억 3,230만 원을 상환해야 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무 무리한 처사 아닙니까.”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은행에 가서 문을 두드려보시든가요.”
하지만 곽치영은 이미 여러 은행을 통해서도 자금을 당겨둔 상태였다.
물론 유지영도 금융회사를 운영하기에 은행을 통해서 그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일부러 그의 심기를 더 건드리듯 던져본 것이었다.
“하지만 15%는 너무 과합니다. 10%로 하시죠. 그리고 지급 방식은 이자만 매월 드리고, 만기에 원금 전부를 드리는 것으로 말입니다. 대신 기간은 2년이면 됩니다.”
에스원파이낸스 입장에서 원금을 빨리 돌려받는 조건이라면 나쁘지 않았다.
“4,000억이나 되는 자금을, 2년 안에 가능하시겠어요?”
“충분합니다.”
“흐음…….”
현재 조건에서 2년이면 이자만 800억 원이다. 게다가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약 3,500억 원의 주식과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있으니 크게 우려될 사항은 없었다.
“만약 제가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이에 곽치영은 서늘해진 눈빛으로 유지영을 빤히 쳐다봤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고 하죠. 그런데 사자를 궁지에 몰면 어떠실 것 같습니까?”
순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가라앉았다.
유지영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챘기에 침음과 함께 긴 한숨을 내뱉었다.
“죄송해요. 제가 괜한 걸 물은 듯하네요.”
현재 유지영이 에스원파이낸스 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곽치영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가 손을 써서 전대 회장이던 안근석과 그의 아들이자 유지영의 남편인 안병인을 한 번에 처리해주었기 때문이다.
방금은 다음 순서가 자신이라고 착각할 만큼 섬뜩했기에 곧장 말을 거둔 것이었다.
“빨리 이해하셨으니 다행입니다.”
“늙었으면 눈치라도 빨라야죠. 일단 2개월 내로 4,000억을 준비해드릴게요. 그런데 전부 현금일까요? 아니면 이체?”
“편하신 쪽으로 하시죠.”
“괜히 물은 것이 아니라 당장 그만한 자금은 세탁이 덜 되어서요. 그래서 현금으로 넘기면 저희는 편하죠. 다만, 이체가 필요하시면 마저 세탁해서 페이퍼 컴퍼니나 차명 계좌로 옮겨야 하니 조금 번거롭고요.”
곽치영은 무엇이 더 나을지 고민했다.
“조금 번거롭더라도 이체로 가시죠. 거기에 필요한 페이퍼 컴퍼니 자료는 저희가 준비해서 넘기겠습니다.”
“이거, 우리 쪽 서비스가 너무 과하게 들어가는 것 같네요.”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되면 유 회장님에게도 나쁠 일이 아닐 겁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다행이겠죠.”
대화가 이어지던 중에 곽치영은 살짝 의문을 가졌다.
“자금은 어디서 조달되는 것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언제부터 그런 거에 관심을 두셨나요?”
“이번에는 안정성이 중요하니 알려주시죠.”
유지영도 곽치영이 평소와 다르게 예민한 것을 느꼈다. 방금 살기도 그렇고, 신경이 꽤나 쓰였기에 어쩔 수 없이 말을 꺼냈다.
“…곽 지사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절반 정도는 사채시장에서 끌어올 거예요.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자금이고요.”
“사채시장 자금의 세탁이 가장 중요하겠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부탁드리죠.”
곽치영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서 에스원파이낸스를 빠져나갔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한성이 옆으로 붙었다.
“잘 해결되셨습니까?”
“다행히. 그보다 MSS 쪽에서 소식이 들어오면 바로 알려주지. 골치 아픈 일이 해결되어 가니, 그걸 빌미로 백신우 대표를 좀 흔들어줘야 할 것 같으니까.”
그런 중얼거림에 오한성은 걱정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정보가 사실로 드러나면 우리가 그걸 이용하기 전에 MSS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듯한데요.”
“뭔가 움직임은 있겠지. 어떤 것이든 백신우의 행동에 제약이 걸릴 수 있을 것이고 말이야.
곽치영은 순탄하게만 흘러가는 백신우의 성공을 시기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런 신우를 어떤 식으로든 한 번 끌어내려야 현재의 흐름이 조금이나마 멈출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