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60)
전직용병 재벌서자-160화(160/305)
160화. 사냥해달라는 거지?
신우는 장만수가 있던 사무실에 앉아 심각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잠시 후, KITE에 가서 경호원들을 한바탕 굴리고 돌아온 웬 웨이도 그런 분위기를 읽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나 심각해? 어디 테러 조직이라도 쳐들어왔어?”
이에 장만수가 웨이를 앉히고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다.
“대장의 군 시절 기록이 중국 MSS로 넘어갔어.”
웨이도 신우가 활동했던 UAD 시절의 일들을 조금은 알았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럼 어떻게 해? 해킹은? 자료 유출을 알았으면 손도 쓸 수 있는 거 아니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거기서 오프라인으로 떠놨어. 그래도 어디서 기록을 보냈는지는 알아냈지.”
“어딘데?”
그런 물음에 신우는 옆에서 한숨을 흘렸다.
이내 장만수도 비슷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TSF 한국 지사.”
“…곽치영? 그 새끼가 중국에다가 대장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
“피라냐랑 그린웨일, 개미지옥이 누굴 배후로 두고서 국방부를 털었나 했더니… 거기였던 거지.”
지난번 장만수는 피시방 IP까지 추적하고서 주변 CCTV가 해킹당한 것까지만 알아냈다. 이후 계속 뒤져보기도 했지만, 세 해커도 나름 철저하게 대비한 것인지 그 이상 추적이 어려웠다.
“그러니까, 저번 MH그룹 서버를 털려고 했던 놈들이 TSF라는 거지?”
“맞아. 그 과정에서 테스트로 치고 들어갔던 국방부에서 UAD 기록이 폐기되지 못한 채 유출된 거고.”
다들 골치가 아파지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장만수는 계속 생각 중인 신우를 보면서 물었다.
“대장! 이제 어떻게 할까? TSF가 절대 좋은 의미로 MSS에 UAD 기록을 넘긴 건 아닐 거잖아. 이제라도 우리가 잘하는 걸로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
우리란 신우와 동료들의 원래 모습인 트라이드 아이를 의미했다. 어떤 일이든 무력으로 해결하는 그런 방식을 말한 것이기도 했다.
“왜? 1km 바깥에서 저격이라도 할까? 아니면 릴리안한테 IED(급조폭발물)라도 하나 만들어달라고 해서 차를 날려버릴까?”
“못 할 것도 없지. 어차피 놈들도 실력 행사는 넘칠 정도로 했잖아.”
신우의 차 사고, 임희연이 죽을 뻔한 중국과 파티장에서의 사건… 거기다 명중환의 목숨까지 노린 일들을 말함이었다.
“그런 쉬운 방식으로 처리되는 거면 진작 그렇게 했지.”
“브릴리언트그룹 때문에?”
제일 중요한 문제는 그 기반이 된,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TSF Investment와 666부대였다.
“중국에서만 100억 위안이란 자금이 준비될 정도야. 한국도 마찬가지겠고.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계획이 진행 중이거나 이미 마무리되었을지도 몰라.”
장만수도 이해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브릴리언트그룹의 규모가 어마어마했으니. 그래서 곽치영을 당장 없애봤자 소용없을 거라는 거지?”
“다른 대체 인원이 들어올 뿐이겠지.”
이미 중국에서 추이쉰이 죽자마자 도로시 맥다니엘을 보낸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놈들이 먼저 대장이랑 줄을 끊었잖아. 그래서 명인철의 뒤를 밀어주려고 MH전자랑 MH식품으로 장난질을 친 거고.”
원래 신우는 곽치영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내부에 파고들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곽치영이나 도로시를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할 건데…….”
“하지만 곽치영은 이번에 중소기업들을 작업 쳐서 궁지에 몰렸을 텐데.”
도로시가 던져준 정보 덕분에 해결할 수 있던 일이었다.
“자금이 부족해진 곽치영이 다음에 손을 벌릴 만한 곳.”
“중소기업이 보유했던 기술 특허와 지분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4,000억 정도였어. 당장 그 정도 자금을 확보할 만한 곳이 국내에 있을까?”
그런 대화 속에서 웨이는 끼어들지 못하고 입만 굳게 다문 채 가만히 있었다.
이내 신우는 머릿속으로 정리를 마치고서 말했다.
“에스원파이낸스.”
“응? 저번에 네가 양쪽 무릎 작살낸 걔네 엄마가 있는 데?”
안승주의 모친이자 에스원파이낸스의 회장인 유지영을 말함이었다.
“일단 생각나는 곳은 거기네. 예전에 놈들한테 찾아낸 핸드폰 암호에서 그만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사람은 거기뿐이잖아.”
“아―!”
장만수는 자신이 만든 암호 해독 프로그램을 완성해서 찾아냈던 내용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대한민국 내에서 666부대가 움직여 죽인 이들의 몇몇 기록이 담겨 있었다.
“유지영 쪽 동태를 확인해줘.”
“기다려봐. 바로 프로그램 돌려볼게.”
대답과 함께 장만수는 컴퓨터 쪽으로 몸을 당겼다. LEUCO가 가동되고, 에스원파이낸스 건물 주변의 CCTV가 떠오르더니 유지영과 곽치영의 정보들이 교차되기 시작했다.
이내 뭔가 잡았는지 화면이 바뀌면서 에스원파이낸스로 출입한 차량의 모습에서 멈췄다.
“어떻게 됐어?”
“곽치영 차야. 시간을 보니까 몇 분 전에 들렀는데?”
“역시 자금 때문에 유지영을 찾아간 거네. 혹시 유지영이 당장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알 수 있겠어?”
“지하 방공호에 들어가 있지 않은 이상 어렵지 않지.”
장만수의 손가락은 다시 바쁘게 움직였다. 그로 인해 유지영과 에스원파이낸스의 금융 기록들이 샅샅이 훑어지면서 수많은 리스트를 만들어냈다.
“얼마나 될 거 같아?”
“음… 차명 계좌를 통해서 나가 있는 자금이 대략 2,000억 조금 넘네. 이런 모양새면 사채 같은데? 그 외 에스원파이낸스 자체 유동성 자산은 2,300억 정도 되고. 돈 굴리는 회사이다 보니 역시 장난 아니네.”
옆에서 신우도 그런 내용을 확인하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에스원파이낸스로 모자란 자금을 확보하려는 거네.”
“어떻게 할까? 이 자료를 통째로 검찰에 넘겨버릴까? 사용 정지 먹게?”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에스원파이낸스는 당장 2,000억이 넘는 자금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곽치영은 자금을 얻지 못하니 말이다.
“곽치영도 이를 갈고 있는 상태일 거야. 게다가 유지영까지 연관되어 있고. 그 정도 문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틀어막겠지. 검찰에서 수사를 조금만 지연시키면, 그동안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어째?”
다시 머리를 굴리던 신우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수야.”
“왜. 대장.”
“혹시 아는 보이스피싱 조직 있냐?”
“……?”
장만수는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곽치영은 호텔 방에서 새벽이 찾아온 창밖을 보았다.
침묵이 흐르다가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평소 사용하던 것이 아닌 다른 핸드폰이었다. 계속 기다리고 있던 전화였기에 목을 한번 가다듬고서 받았다.
“오랜만입니다. 오르트로스.”
[그러게 말입니다. 라이언. 잘 지내셨습니까?]“썩 좋지는 못했습니다.”
오르트로스라고 불린 것은 중년 사내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잠깐의 대화만으로 곽치영의 윗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그간 한국에서 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고생이 많았다죠?]뭔가 비꼬는 듯한 질문이었음에도 곽치영은 받아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고생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연락을 주신 건 어떤 용무 때문일지요.”
곽치영이 지금 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기다린 이유는 상대가 편한 시간을 고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동시에 현재 통화 상대인 오르트로스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수확을 위해 관리 차원으로 연락드린 겁니다.]“…오르트로스가 말입니까? 키마이라가 담당한 것이었지 않습니까.”
키마이라는 곽치영의 직속상관이자 TSF Investment의 회장이었다. 당연히 휘하 TSF 지사들의 관리도 회장이 해야 맞았다.
그런데 조직의 다른 구역을 담당한 오르트로스가 블랙 그라운드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꺼내니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던 통에 상부에서는 일시적으로 수확제의 확인 업무를 제게 일임했습니다.]“아… 그랬군요.”
[특히 한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잡음이 많지 않았습니까. 그래서인지 내 듣기로는 도로시와도 분쟁이 생겼었다고 하던데요.]곽치영과 같은 TSF Investment 지사장들은 조직에서 사냥개에 불과했다.
반면, 오르스트로는 666부대(SHASS)의 총대장을 맡고 있는 케르베로스와 같이 조직의 입구를 지키는 번견(番犬)이었다.
둘 다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존재이긴 했지만, 안과 밖의 차이로 위아래가 결정되었다.
“살짝 시끄러웠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딱히 문제될 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요. …그래서 수확을 위한 자금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다시 날아든 질문에 곽치영은 조금의 뜸도 들이지 않았다.
“계획에는 전혀 지장 없습니다.”
[진심으로 다행이네요.]그러다 곽치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몇이나 남았습니까?”
[죄송하지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을 듯하군요.]“아닙니다. 아, 그리고… 오르트로스에게 제안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마침 따로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말씀드려도 될까요?”
곽치영의 목소리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이에 수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시죠.]“다른 게 아니라, 한국에 실력이 좋은 기술자가 하나 있습니다. 제 쪽에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터라 오르트로스가 접근해보시면 어떨까 해서 말입니다.”
[어떤 기술자인 거죠?]그런 물음에 곽치영은 반쯤은 먹혀들어갔다고 여겼다.
“이번에 한국 국방부 쪽을 통해서 발표된 R2ED를 개발한 인재입니다. 그 외 다른 기술도 연구 중인 걸로 아는데, 조직과 오르트로스의 구역을 위해서도 그런 인재를 확보해둔다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R2ED 개발의 주역인 장만수를 말함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 그 이름이 공표된 것은 아니었지만 곽치영의 국내 정보력이라면 그 이름을 알아내는 건 힘들지 않았다.
특히 MH그룹과는 명인철과 손을 잡고 있으니 정보의 접근이 더욱 쉬웠다.
[그 기사라면 저도 봤습니다. R2ED 때문에 최근 준비하던 신형 레이더 수출에 문제가 생겼죠.]“저도 그 소식을 접했기에 제안드리는 겁니다.”
이에 오르트로스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하아―! 관련 자료를 보내준다면 검토는 해볼 수 있겠습니다. 정말 필요한 인재라면 어떤 조건으로든 들이는 것도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수 있겠죠.]“통화가 끝나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나는 듯싶더니, 이번에는 오르트로스 쪽에서 말이 나왔다.
[얼마 전에 에밀 더글라스 쪽으로 연락을 넣었다고 들었습니다.]베네수엘라에서 마약 사업을 하는 에밀 더글라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때 곽치영은 에콰도르에 숨겨두었던 MH전자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정체불명의 무장집단에게 털리면서 계획들이 제대로 꼬이기 시작했다.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666부대원들을 잠시 사용했습니다.”
[해외에서 대기 중이던 부대원들을 무단으로 움직인 것도 그 이유와 연관된 것일까요?]곽치영은 그런 물음에 침음을 길게 흘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