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62)
전직용병 재벌서자-162화(162/305)
162화. 엎친 데 덮쳐서 박살나는 (1)
KITE의 훈련장은 MH그룹 본사 때처럼 MH유통 건물 지하에 마련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서는 웬 웨이와 메이안이 수많은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채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련 중이었다.
파팍― 팍―
“어허! 거기서 또 급해진다!”
웨이는 호통을 치며 허리 쪽에 날아든 메이안의 삼단봉 쪽으로 몸을 더 집어넣었다. 동시에 손목을 잡아채면서 회전하더니 왼쪽 팔꿈치를 휘둘렀다.
퍽―
머리로 날아든 웨이의 팔꿈치를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메이안은 몸이 뜨더니 남은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낙법으로 굴렀다.
“젠장!”
메이안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곧장 일어나지 않고 바닥을 구르면서 웨이의 발치를 노렸다.
후웅―
삼단봉으로 인해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울린다.
그럼에도 웨이는 가볍게 몸을 뒤로 빼 피하고서 발차기를 날렸다.
퍼퍽― 퍽― 퍼퍼퍽―
“견제 공격은 절대 페이크처럼 보이지 않게!”
메이안은 발치 공격 이후에 곧장 반격을 이어가려 했지만, 웨이가 틈을 찔러 들어오는 바람에 방어하기 급급해졌다.
그러다 웨이의 무릎 쪽에서 빈틈이 보였다. 바쁘게 발차기를 찔러대는 사이, 반대쪽 다리의 방어가 빈 것이다.
이에 메이안은 몸을 빠르게 돌려 방어가 허술한 웨이의 다리 쪽 무릎에 발뒤꿈치를 휘둘렀다.
“잡았다!”
“그럴 리가!”
무게 중심이 실린 줄 알았던 웨이의 다리는 가볍게 위로 들리더니 메이안의 몸통으로 찔러 들어갔다.
퍼억―
다행히 양손을 들 틈은 있었다. 메이안은 어렵게 막아내고서 바닥을 미끄러지듯이 쓰러졌다.
“크읍!”
“페이크는 진짜 같이. 몰라?”
약간 놀리는 듯한 물음에 메이안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웬 웨이는 가소롭다는 듯이 쳐다봤다.
“이걸로 딱 49전 49승 0패. 하나만 더 모으면 딱 50승이네. 다 채우면 뭐 없냐?”
“내가 무슨 중화요리 집 쿠폰이야?!”
“서비스로 탕수육 정도는 줄 듯싶었지.”
“에이 씨―!”
버럭한 메이안은 삼단봉을 웨이에게 던졌다. 그러나 웨이는 맨손으로 가볍게 잡아채고서 회전시킨 다음 바닥으로 내리찍어 접었다.
촤악―
“무기를 던지면 쓰나. 그리고 아까 회심의 일격 타이밍은 좋았는데, 힘이 너무 들어갔어. 그러니 중요한 순간에 틈이 생기는 거잖아.”
“나도 알거든? 진짜 싫어!”
“싫어도 이해해야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제대로 낚이더만.”
“방금 그건 뭐야? 분명히 그 다리에 무게 중심이 실렸었잖아!”
웨이의 반대쪽 다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간 기술을 말함이었다.
“뭐긴 뭐야. 너처럼 겉으로만 무식하게 싸우는 척하면서 머리는 조잡하게 돌리는 애들한테 써먹기 딱 좋은 기술이지.”
놀리는 말이 절반 이상이란 걸 메이안도 이해했다.
“뭐어?! 내가 무식하다는 말이야?”
“잘 알아들었으면서 뭘 또 물어?”
두 사람은 중국어로 티격태격하며 대련을 마무리했다.
그러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속에서 신우가 걸어 나왔다.
“메이안은 실력이 상당히 늘었네.”
“신우!”
메이안이 그런 신우를 반기며 다가와 안기려 했다.
하지만 신우는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잡아서 세웠다.
“얼렁뚱땅 꼼수 부리지 말고. 그리고 똑바로 부르라고 했잖아.”
“칫―! 알았다고. 신우 대표.”
정정한 호칭마저 제대로 되지 못했다.
그러다 웨이가 신우의 앞으로 걸어오며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기는 이제 신경 쓰지 말고 각자 훈련에 집중하도록.”
사람들은 더 이어지지 못한 대련에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흩어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웨이는 신우를 보고서 말했다.
“여기까지는 웬일이야?”
“중요한 일이 생겨서.”
“무슨 일? 분위기를 보니 심상치 않은 거 같은데.”
신우는 그의 말처럼 심각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본 다음에 동료들끼리 사용하는 음어로 말했다.
“Nafikiri niende Ufaransa sasa. (지금 프랑스에 가줘야 할 것 같아.)”
“갑자기?”
“안덕칠이 위조 여권을 사용해서 프랑스로 갔어. 절대 좋은 일은 아닐 거 같아서.”
“길로틴 말이야? 그 녀석은 지금 곽치영의 밑에 있잖아.”
“그렇지. 게다가 프랑스에는 FEROX가 있으니까. 다른 일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녀석이 움직인 이상 정상적인 일은 아닐 거야.”
지금 상황은 신우도 장만수를 통해 듣고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곽치영의 동태에 따라 신우가 대응할 것도 있다 보니 직접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나야 대장이 시키면 하는 거지. 근데 혼자서?”
“아니. 쟤랑.”
웨이는 신우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보고서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냥 혼자 갈게.”
그사이 메이안은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듣지 못했음에도 불쾌해진 느낌이었다.
“뭔데? 나를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중요한 일로 네가 웨이랑 같이 출장을 좀 다녀와야 해서.”
“출장? 쟤랑? 내가 왜?”
사실 신우는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었다.
“굉장히 은밀함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서 그래.”
“그럼 대표도 같이 가면 되잖아.”
“나는 바빠. 그리고 하기 싫으면 그만둬도 되고.”
메이안은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
“어떻게 할래?”
“알았다고!”
이번에 신우의 시선은 웨이에게로 향했다.
“너도 문제없지?”
“Ok―!”
“만수가 안덕칠을 추적해서 가능한 범위까지 서포트해줄 거야. 찾아내면 거기서 뭘 하는 건지 확인하면 돼.”
“만약 위험한 짓 중이면?”
신우는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 은폐가 확보된 장소면 조금 시끄러워도 되고.”
처음에는 안덕칠의 이동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곽치영의 측근이 따로 움직인 상황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안덕칠만이 아니라 오한성 휘하의 666부대원들 몇몇도 같이 움직이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알아서 해볼게.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면 돼?”
“만수한테 장비 받고서 가. 메이안 너도.”
“알았어.”
대답과 함께 웨이는 메이안을 데리고 대련장에서 나갔다.
이에 신우는 한숨을 내쉬다가 품속에서 울리는 핸드폰의 진동음을 느꼈다.
“이 여자가 왜…….”
의문과 함께 통화 버튼을 누르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네. 의손자.]목소리의 주인공은 임희연의 의모이자 중국 청우그룹의 천혜린 회장이었다.
반면, 신우는 달갑지 않은 연락이었기에 표정을 굳혔다. 그러면서 대련장을 벗어나 조용한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 회장님께서 저한테 전화하실 일이 있습니까?”
중국에서 임희연을 구한 일 이후로 처음 연락하는 것이었다. 그때 다시는 안 보고자 했던 것도 있기에 연락할 일도 더 없다고 생각했다.
[의손자한테 용건이 있으니까.]“흐음, 뭡니까?”
[예민하게 굴기는. 우리 쪽에서 캐치한 정보가 있는데, 그게 의손자에게 중요한 사항 같아서 말이야.]“일부러 시간을 끄시는 거면 끊겠습니다.”
신우는 조금도 기다리지 않고서 핸드폰을 귀에서 떼려 했다.
그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천혜린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UAD!]동시에 신우는 잠시 손이 멈췄다가 핸드폰을 다시 귓가로 가져왔다. 그리고 오래 생각하지 않고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걸 천 회장님이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청우그룹이 MSS와도 연결되어 있었습니까?”
[오호, 그 정보가 MSS에서 나왔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네?]“제 정보력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라서요.”
천혜린의 얕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우리 의손자의 실력이 대단하네. 진심으로 말이야.]“불편한 호칭은 저번에도 거절한다고 했던 걸로 아는데요.”
[그거야 부르는 의조모 마음이지. 한데, UAD에 쓰인 이름이 진짜 의손자일 줄이야.]사실 천혜린도 UAD 프로젝트 자료에서 신우의 이름을 발견하고서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군대 기록과 폐공장에서 보여준 실력을 생각하니 모자랐던 퍼즐을 찾아낸 듯한 느낌이었다.
“기록으로 저를 협박하시려는 겁니까?”
[그럴 리가. 나는 그저 도움을 줬다는 걸 알리고 싶었을 뿐이야.]신우는 의아한 표정이 지어졌다.
“…도움이요?”
[MSS 쪽에서 움직이려던 것을 막았으니까. 그리고 자료의 내용을 보면 중국에서도 쉽게 움직일 수 없던 것이기도 하고.]중국 MSS 요원이 북한군에게 대한민국 군사정보를 유출하려다 암살당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 입장으로는 대외적으로 손을 쓰기 어려우니 뒤에서 움직이려 했을 것이다.
“청우그룹이 거기까지 관여할 수 있던 겁니까?”
[내가 중국 정부에 해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 정도도 못 해주겠어. 어때? 의조모가 꽤 든든하지 않아?]넉살이 좋은 것인지, 관심이 과한 것인지…….
신우는 안도와 함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저한테 원하시는 건 뭡니까?”
[내가 뭘 원해야 하나?]“그렇지 않으면 제게 도움을 주실 이유도 없으니까요.”
[딱히 바라는 건 없어. 의손자가 안전하지 않으면 내 딸도 위험해지는 거니까. 그래서 도와준 것일 뿐이야.]그 말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지금까지 살면서 앞에서는 웃다가 뒤로는 총을 뽑아 든 사람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준 것도 없이 받는 걸 싫어합니다. 그러니 합당한 수준의 유용한 정보를 넘겨드리죠.”
[굳이 주겠다고 하는 걸 받지 않을 수는 없지. 기대하고 있을게.]“…할 말 다 하셨으면 끊겠습니다.”
[아, 요즘 TSF 중국 지사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던데. 아는 바가 있니?]신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국 쪽 기업 정보를 왜 저한테 물으시죠?”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TSF Investment라면 나보다 의손자께서 많이 알 것 같으니까.]그런 물음에 어디까지 공개할지가 고민되었다.
일단 천혜린은 신우가 폐공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웬만큼 알았다.
게다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몰라도 천혜린은 신우가 회귀하기 전, 트라이드 아이에 의뢰까지 했었다.
그녀의 성향을 고려해본다면 현재 시점에서 핏줄이 이어진 이들보다 믿을 수 있을지 몰랐다.
“…자금을 모으는 중입니다.”
[거대 투자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는 건가?]“비슷하죠. 최근 각 나라마다 상당한 규모의 기업이 다수 쓰러졌거나, 막대한 자금이 움직인 정황이 있을 겁니다.”
길지 않은 설명에도 천혜린은 중국에서의 상황 하나가 뇌리를 스친 듯했다.
[설마… 레이셩그룹도 그 일과 연관된 건가?]청우그룹의 회장인 만큼 신우의 말만 듣고서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에 신우는 얕게 탄식을 흘리며 계속 설명했다.
“맞습니다. 거기서 벌인 일이죠. 물론 그걸 들춰낼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추이쉰은 철저하게 움직여서 레이셩그룹의 비자금을 빼돌렸다. 자금의 흔적도 남지 않게끔 차명의 차명으로, 페이퍼 컴퍼니까지 복잡하게 운영하여 전부 지워놓은 덕분이었다.
물론 그런 추이쉰의 수고가 있었기에 신우는 그 자금을 빼돌려 위수안에게 넘길 수 있던 것이기도 했다.
[거기라면 그랬겠지. 이거 좀 더 유심히 지켜봐야겠네.]“제가 아는 건 거기까지입니다. 지지고 볶든 삶든 마음대로 하시죠. 그리고 정보는 빠른 시일 내에 보내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중국으로 한번 놀러 와∼!]통화를 마친 신우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