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65)
전직용병 재벌서자-165화(165/305)
165화. 어라? 꿈틀거리네 (1)
프랑스 파리 북서쪽의 빌딩숲.
그곳의 새하얀 빌딩을 차 안에서 주시하던 두 사람은 어둠이 깔리길 기다렸다.
이내 나선휘는 운전석에 앉아 있던 안덕칠을 보면서 무전기 버튼을 눌렀다.
“다시 한번 확인한다. A조는 타깃 확인 후 S1 포인트까지 미행. 그사이 B조는 S2 지점에 침입, 타깃이 출입한 직후 최대한 조용히 빠르게 확보한다.”
치지직―
무전기 노이즈와 함께 다른 차량에서 대기 중인 666부대원들의 대답이 들려왔다.
[Roger.]안덕칠이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타깃을 잡으면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겁니까?”
“물론. 대신 절대 죽이면 안 돼.”
“그거야 제 전문이죠. 그동안 훈련 때문에 손이 근질근질하던 것만 생각하면…….”
안덕칠은 손을 듬뿍 적실 피의 촉감과 비릿한 냄새가 그리웠다.
옆에서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나선휘는 자연스레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미친 새끼가 따로 없군.’
곽치영이 숨겨둔 비격도의 666부대 캠프에서도 안덕칠은 같이 훈련받던 부대원들에게 이런저런 상해를 자주 입혔던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동시에 안덕칠은 전투 기술을 익히는 속도 또한 빨랐기에 캠프를 빨리 나올 수 있었다.
“확보 전까지 절대 시끄럽게 굴어서는 안 돼. 특히 비상 상황 시 상대가 자신보다 강할 경우에는 무조건 후퇴다.”
“저도 그 정도는 압니다.”
순간 안덕칠은 예멘에서 만났던 정체불명의 2인조 용병들을 떠올렸다. 하운즈라고 불리던 이들은 조그만 기척도 없이 나타나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게다가 방아쇠를 당기는 데도 조그만 망설임조차 없었다. 그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예멘에서 죽었을지도 몰랐던 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때의 녀석들을 떠올리는 거냐?”
나선휘도 그 자리에 있었기에 안덕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것이다.
“세상에 그런 놈들 같은 인간이 그렇게나 많은 겁니까?”
“솔직히 나도 그 정도 실력을 본 건 손가락에 꼽힐 정도야. 상부의 GRAY 등급 용병이면 모를까.”
그런 설명에 안덕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GRAY가 그 정도입니까?”
“나도 직접 만난 적은 없으니 가늠만 할 뿐이야.”
“장로급 분들에게만 붙어 있다죠?”
“총 8명. 그중 5명은 장로에게, 나머지 3명은 파악된 바가 없어. 듣기로는 최상부의 지시를 따로 받아서 개인 활동을 한다는 소문이니까.”
666부대원에게 GRAY는 언젠가 올라가야 할 목표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CELLA 출신은 어릴 때부터 세뇌로 인해 사명감을 부여받아 그 목표가 그 누구보다 뚜렷했다.
“그럼 저는 뭡니까?”
“캠프에서 안 알려줬나?”
“거기서 훈련병은 GREEN이라고 했습니다.”
“하면, 이제 고작 BLUE인 거지.”
“나 대리님은 뭡니까?”
“나는 WHITE.”
순간 안덕칠은 그 말을 자랑처럼 들으면서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럼 어떻게 하면 WHITE로 올라가는 갈 수 있습니까?”
“어렵지 않아. 실적이 되는 임무를 수행하거나, GRAY나 BLACK 휘하의 WHITE T/O가 생기던가.”
“…그렇군요.”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다가 조용해졌다.
밤이 찾아오고, 빌딩 안에서 차가 나오는 걸 확인한 나선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이내 안덕칠도 보고서 말했다.
“…따라붙겠습니다.”
그사이 나선휘는 무전기를 들었다.
“타깃 이동. B조 출발.”
[Roger.]대답과 함께 안덕칠이 운전을 시작한 차량은 타깃으로 지정된 차와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붙었다.
차의 주인은 용병기업 FEROX의 에이전시 담당자인 앰버 몽고메리였다.
나선휘와 666부대원들은 그녀를 납치할 계획이었다. 물론 최대한 흔적이 남지 않도록 며칠 동안 앰버 몽고메리의 동선을 철저하게 파악해왔다.
[B조 침투 완료.]“Ok.”
30분 정도 지났을까. 파리 남서쪽의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로 들어섰다.
타깃인 앰버 몽고메리는 상당히 큰 규모의 마당으로 들어가 내렸다.
“타깃, S2 포인트로 입장.”
[Roger.]답변이 들리고서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다 나선휘는 몇 분이 지나지 않아 미간이 찌푸려졌다.
“우리도 들어간다.”
“벌써 말입니까?”
프로들이 고작 여자 하나를 납치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리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어.”
이내 두 사람은 이미 꺼내 든 총과 함께 차 문을 열고서 나가려다가 뭔가에 막힌 것을 느꼈다.
터억―
양쪽 창문 앞에는 마스크를 눌러쓴 두 괴한이 서 있었다. 동시에 총을 겨누려고 했지만, 그들은 주먹과 막대기로 유리를 깨고서 공격했다.
유리 파편이 차 안으로 튐과 동시에 손이 뻗어 나와 총을 쥔 손부터 잡아 비틀었다.
“아악―!”
하지만 나선휘와 안덕칠도 곱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왼팔로 허리춤의 칼을 뽑아 안으로 들어온 팔에 휘둘렀다.
“케블라 아머?”
칼로 그은 곳에서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사이 바깥의 두 사람은 틈을 놓치지 않고 그들의 목을 향해 뭔가를 찔러 넣었다.
파지지지지직―
전기충격기였다. 그로 인해 나선휘와 안덕칠은 한참 동안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정신을 잃었다.
“와, 고기 굽는 냄새 나는데?”
“…MANDU 이 자식은 FEROX에다가 뭘 만들어준 거야. 죽은 건 아니겠지?”
두 사람의 정체는 메이안과 웬 웨이였다.
“죽지는 않은 거 같은데?”
메이안은 그들의 목에 손을 짚어서 확인했다.
이에 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전을 쳤다.
“Emergency Clear.”
그러자 무전기 너머에서 장만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쪽도 마무리가 다 됐어. 곧 나올 거야.]“Ok―! 근데 이 충격기, 대체 출력을 얼마나 잡은 거야? 애들이 완전 구워졌잖아.”
지금도 나선휘와 안덕칠에게서 고기 굽는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거? 45mA.]“미친! 배터리가 돼?”
시중 전기충격기의 출력 제한은 10mA이었다. 그러나 지금 웨이에게 중요한 것은 출력이 아니라 다른 문제였다.
[이번에 TGE8947이라고, 소형 고용량 배터리를 개발했거든. 테스트용으로 만들어봤는데 괜찮아?]일전에 MH전자 사건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배터리였다.
웨이는 그런 설명을 듣고서 감탄했다.
“완전히 쓸 만하네.”
[그리고 666부대 놈들을 상대로 쓰는 거잖아. 웬만한 고문에는 소용이 없으니, 약으로 재울 거 아니면 확실한 다른 방법이 필요할 거 같았지.]“잘했네. 주변은 웬만큼 정리해둔 거지?”
[깔끔하게 처리했어.]무전은 수신기를 통해서 한국에 있는 장만수에게 연결된 상태였다. 그로 인해 인근 CCTV부터 전자식 차량을 해킹해 블랙박스까지 확보해두었다.
그때 집에서 앰버와 여러 사내가 다른 사내들을 어깨에 들쳐메고 나왔다.
“이쪽은 잘 끝내셨나요?”
“문제없습니다. 차에 실어주시면 이들은 저희가 마무리하겠습니다. 정리만 부탁드리죠.”
앰버의 손짓에 커다란 승합차가 집 앞으로 들어왔다. 그 안으로 기절한 다섯 명의 사내들이 포박된 채로 실렸다.
“정말 여기 정리만 해드리면 되는 건가요? 괜찮다면 더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
“FEROX의 입장도 있으니 너무 깊게 관여하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러니 저놈들은 납치를 실패하고서 도망친 것으로만 해두죠.”
“흔적은 잘 만들어두겠습니다.”
“아, 플라이어 가지고 계신 분 있습니까?”
그런 물음에 한 FEROX의 부대원이 멀티툴 공구를 건네주었다.
멀티툴을 넘겨받은 웨이는 승합차에 실어둔 이들에게 다가가 입을 벌렸다.
“이건가?”
잔뜩 찡그린 얼굴로 뭔가를 찾더니 어금니 하나를 뽑아버렸다. 그렇게 다른 사람으로 하나씩 넘어가 다섯 개의 어금니가 모아졌다.
앰버는 그 모습을 보며 깜짝 놀랐다.
“…뭐 하는 거죠?”
“자살용 독이 든 어금니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기계를 꺼내더니 사내들의 어깨 쪽으로 한 번씩 가져갔다.
기계에서 빨간 불빛이 반짝이더니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이내 웨이는 기계 하단에서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장치를 빼냈다.
“이건 놈들의 몸에 심어진 추적기 신호를 옮긴 겁니다. 차량이랑 같이 이동시키고서 흔적이 끊기도록 부수시면 됩니다.”
“…어금니로 위장한 독에 신체 내 추적 장치요? 대체 이들의 정체가 뭐죠?”
“설명은 제가 아니라 대장이 해줄 겁니다. 나머지는 잘 부탁드리죠.”
“…그러죠.”
앰버는 어이가 없어진 표정이었다. 그사이 FEROX의 용병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 수다스러운 모습을 완전히 지운 웨이는 인사를 마치고서 메이안과 함께 승합차에 타자마자 출발했다.
.
.
.
시간이 꽤 지난 후.
천천히 눈을 뜬 나선휘는 자신의 머리에 두건이 씌워진 것을 깨달았다. 입에도 재갈이 물려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태였다.
‘우리가 잡힌 건가? 이 정도면 정보가 내부에서 샜다는 건데.’
이번 계획은 곽치영과 오한성, 작전을 나온 부대원밖에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선휘는 케이블타이에 뒤로 묶인 손목과 발목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꼼지락거렸다.
훅―
움직였던 탓인지 누군가의 의해 두건이 벗겨졌다.
앞에는 아까 차 창문에서 공격해온 정체불명의 사람들 중 하나가 복면을 쓴 채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깼나 보네.”
“…….”
눈앞의 사내는 웨이였다. 그런데 지금 목소리는 원래 것과 완전히 달랐다. 릴리안이 사용하는 보이스 체인저를 장착한 것이다.
물론 나선휘는 그런 웨이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고, 재갈까지 물린 상태라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웨이는 나선휘의 재갈을 빼주고서 달라진 목소리로 영어까지 사용해 말했다.
“It’s so nice to meet you. (진짜 반갑다.)”
나선휘는 그 말을 듣고서 미간부터 찌푸려졌다.
“…뭐지? 나를 아나?”
“너는 몰라. 대신 너희는 알지. SHASS.”
웨이도 신우와 같이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에서 싸우고서 죽었다. 당연히 666부대에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회귀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666부대와 만나면 찢어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대장인 신우의 계획이 있었기에 도로시 맥다니엘과 마주했을 때처럼 꾹 참아왔다.
그사이 나선휘는 666부대의 진명(眞名)인 SHASS가 언급되자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이었나? 우리를 방해하고 있던 것이?”
“방해는 너희들이 하는 중이지. 우리 계획에 계속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까.”
“대체 그게 무슨 말이지?”
“굳이 알아들을 필요는 없어. 우리는 너희를 전부 박멸하고 싶은 거뿐이니까.”
그때 한쪽에서 아까부터 땅을 파던 메이안이 외쳤다.
“地都?完了! (땅 다 팠어!)”
메이안도 웨이처럼 목소리가 변조된 상태였다.
“잘했어∼!”
대답과 함께 웨이는 나선휘가 입속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자살용 어금니는 내가 빼버렸으니 안 찾아도 돼.”
“그것까지 알고 있다고?”
“추적기도 신호 옮겨서 다른 곳으로 돌려놨으니, 아군이 데리러 올 거란 기대는 하지 말고.”
“…….”
모든 것이 파악되었다는 사실에 나선휘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데 복면에 감춰진 웨이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근데 너희 조직에서는 너희의 실력을 믿지 못했던 듯하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