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72)
전직용병 재벌서자-172화(172/305)
172화. 생각지도 못한 상황
MH퓨처시큐리티 건물의 KITE 훈련장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 대련 중이었다.
다만, 일반적인 대련과 달리 세 사람이 다수의 경호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퍼퍽― 퍼퍼퍽―
“사람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싸워?”
“저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야?”
“덩치부터가 괴물이네. 그런데도 저렇게나 빠르다고?”
지금 경호원들과 대련 중인 세 사람은 웬 웨이, 헥터 하몬드, 릭 왓슨이었다.
그곳에서 헥터는 빠른 태클로 상대에게 달라붙어 관절기와 조르기를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릭은 기술이 없는 힘과 속도뿐이었다. 그럼에도 다수의 경호원을 압도하면서 밀어붙였다.
반면, 웨이만 메이안을 혼자 상대하며 원래 스타일인 실전 권법을 구사했다.
그렇게 세 사람은 갑자기 KITE 소속 경호원으로 고용되어 지금처럼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총괄 교관인 정강호는 한쪽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웬 웨이 본부장님도 그렇고, 대체 저런 사람들을 어디서 데려오시는 겁니까?”
그의 옆에는 신우가 같이 서서 지켜보던 중이었다.
“하늘이 내려주신 인연이 닿은 덕분이죠.”
“…대표님께 감상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군요.”
“원래는 안 그랬는데, 기적을 겪고 나니 그런 부분이 조금은 생기는 거 같네요.”
“기적이요?”
“그런 게 있습니다.”
대화가 오가던 중에도 대련은 마무리 단계까지 흘러갔다.
이내 대련에 참가한 경호원들은 전부 쓰러지고, 세 사람만 서 있었다.
그사이 웨이는 바닥에 쓰러진 메이안을 보며 기고만장하게 웃어 보였다.
“50전 50승 0패. 훗―!”
“아이씨!”
메이안은 결국 50번째도 이기지 못했다.
그런 모습에 정강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대련으로 직원들 사기만 떨어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도 되는군요.”
“겪는 만큼 성장하는 것도 있을 텐데 괜한 걱정이네요. 지금 KITE 상황만 봐도 그렇고요.”
정강호는 신우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본부장인 웬 웨이가 틈틈이 실전 훈련을 도맡으면서 경비·경호원들의 실력도 늘고, 자신감까지 붙어서 업무 쪽 성장률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죠.”
대련을 마친 세 사람이 신우에게 다가왔다.
“고생했네.”
“대…표님은 안 해? 오랜만에 붙어볼 줄 알았는데.”
릭의 물음이었다.
“그럴까? 누가 해볼래? 릭? 헥터?”
웨이, 릴리안과는 가끔 몸풀기로 대련했기에 물었다.
게다가 신우도 요즘 많이 바빴던 통에 몸을 제대로 풀어본 것이 가물가물해서 관심이 갔다.
“나랑 하지.”
앞으로 나선 것은 헥터였다. 릭도 손을 들려 했던 것인지 아쉬운 표정이었다.
“오랜만에 둘이서, 어때?”
그런 물음에 헥터와 릭은 살짝 놀랐다.
“우리 실력을 확인해보려는 건가?”
“오∼ 대장! 나랑 헥터 형님은 얼마 전까지 전장에 있다가 왔는데 너무 자신만만한 거 아니야?”
실전에서는 조금만 실수해도 생사가 오간다. 그로 인해 어떤 훈련보다 강렬한 경험치가 몸에 새겨질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그런 실전이 빗발친 전장에서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지냈다.
“그래서 확인해보려는 거야.”
신우는 재킷과 넥타이를 벗어 비서인 장진호에게 맡긴 후 대련장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그 모습에 헥터와 릭도 같이 따라 나와 2시, 10시 방향에서 자세를 잡았다.
오랜만에 신우가 참가한 대련인 탓인지 훈련 중이던 다른 경호원들도 몰려들었다. 그러다 헥터가 릭과 신호처럼 시선을 주고받더니 곧장 달려들었다.
선공은 릭이었다.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는 커다란 주먹이 신우의 얼굴을 향해 휘둘렸다.
‘왼쪽으로 피할 수밖에 없도록 틈을 만들었다면―!’
생각과 함께 신우는 몸을 좌측으로 뺐다. 그와 동시에 코앞까지 다가온 헥터가 신우의 다리를 감싸며 기술을 들어가기 위해 뒹굴려 했다.
파팍― 팍―
그 순간 신우는 옆으로 뛰면서 발차기로 헥터의 팔을 쳐내고 굴렀다.
릭이 그 방향으로 곧장 따라붙어 묵직한 공격을 휘둘렀다.
후웅― 훅―
두 사람의 복잡한 공격이 신우를 향해 빗발쳤다. 그럼에도 신우는 반격으로 공격의 방향을 바꾸거나 피하면서도 틈틈이 주먹과 발차기를 찔러 넣었다.
퍼퍼퍽― 퍼퍽―
“둘이 어떻게 붙어 다녔길래 이렇게나 호흡이 잘 맞아?”
대답 없이 두 사람의 공세는 더욱 빨라졌다.
신우는 더욱 긴박하게 옆으로 피하다가 미처 반응하지 못한 방향에서 튀어나온 헥터에게 태클이 걸리고 말았다.
콰당―
바닥을 구르면서도 신우와 헥터는 킬링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기술이 더 날카로워졌어. 릭도 공격이 더 무거워졌고. 예전에는 조금 모자랐던 속도까지 빨라졌어.’
헥터의 전문 기술인 사격은 조준이 어려울 정도로 가까워진 상대에게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헥터가 익힌 무술인 컴뱃 삼보는 조준이 어려운 상황에서 적을 조용히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신우는 헥터에게 팔과 다리의 관절이 잡힐 때마다 재빨리 몸을 돌려서 빼냈다.
파악―
끝내 그런 헥터의 기술에서 빠져나온 신우는 바닥을 구르고서 몸을 일으켰다.
“잡았다―!”
그 순간 신우의 회피 방향을 추측한 릭이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통나무로 후려치는 것 같은 발차기를 내질렀다.
퍼억―
신우는 아슬아슬하게 팔을 들어 막았지만 충격에 의해 옆으로 몇 바퀴를 굴렀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서는 릭에게 달려들었다.
“오∼ 정면!”
즐겁다는 듯이 소리친 릭은 신우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사이 헥터가 릭의 뒤로 돌아가 사각에서 신우의 회피 방향을 노리기 위해 기다렸다.
찰나였다.
동시에 신우는 그런 릭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한 후 빠져서 뒤돌려차기로 중심축 다리의 오금을 차 자세를 무너뜨렸다.
“어―?”
그 뒤에서 연계 공격은 빠르게 이어졌다.
역회전한 신우의 발차기가 짧은 공격으로 몸통을 가격하며 릭은 뒤로 무너지듯 완전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쿠웅―
신우는 곧장 릭의 위로 올라가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Give up!”
릭의 외침이었다.
이에 주먹은 끝까지 질러지지 않고 릭의 얼굴 앞에서 멈췄다.
“둘의 공격이 생각보다 매섭네. 진짜 위험했다.”
“우리 둘을 상대로 이긴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신우는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몇 번은 진짜 위험했어. 다른 사람이었으면 무조건 당했을걸.”
이에 릭은 누운 채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런데 누군가 릭의 뒤(?)에서 어깨를 두드렸다.
“…비켜.”
헥터는 지금 약 130kg인 릭의 밑에 깔린 상태였다.
깜짝 놀란 신우는 릭의 위에서 내려와 그를 일으켜주었다.
“미안하다. 미처 생각을 못 했네.”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말한 헥터는 옷을 털며 일어났다.
“Sorry. 헥터 형님.”
“됐다.”
다들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사이, 주변 사람들은 방금 본 대련에 턱이 떨어질 듯 벌어졌다.
헥터와 릭의 역량도 대단한데, 신우 혼자서 버틴 것으로 모자라 이기기까지 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그런 반응이 나오던 중에 신우는 훈련장 입구 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곳에는 장만수와 브레스필름의 대표인 엄아영이 서 있었다.
“너희는 정리하고 있어.”
신우는 곧장 그들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급한 일이 있어서요.”
“네가 직접 안내해서 온 거야?”
“급한 일이라고 하셔서 같이 왔지.”
고개를 갸웃거린 신우는 다시 엄아영을 쳐다봤다.
“연락도 없이 오실 정도면, 굉장히 급한 일인가 보네요.”
“…혹시 명중환 회장님께 아무런 연락도 못 받으신 건가요?”
“회장님이요?”
여전히 신우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일단 지금 제 꼴이 좀 그러니… 제 사무실에서 잠깐만 기다려주시죠. 장 비서, 안내 좀 해드려.”
“천천히 오셔도 돼요.”
엄아영은 장진호와 함께 복도로 나갔다.
그사이 신우는 샤워실로 가려다가 장만수를 바라보았다.
“…넌 표정이 왜 그래?”
“응? 내가 뭘?”
뭔가 흐뭇해하는 느낌이었다.
이내 웨이, 헥터, 릭도 따라왔다. 다들 대련으로 땀을 흘린 탓에 같이 샤워하러 가려는 것이었다.
이내 릭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장! 아까 그 여자는 누구야?”
“사업 때문에 아는 사람.”
“…사업?”
릭의 물음에 장만수와 웨이가 신우를 묘하게 쳐다봤다.
“과연 그럴까?”
“유후∼!”
신우는 그들의 이상한 추임새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샤워실로 들어가 씻었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보다 빠르게 마친 후 엄아영이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사무실로 올라왔다.
안에서 엄아영은 장진호가 내준 커피를 마시던 중이었다.
“정말 천천히 오셔도 됐는데요.”
“손님을 오래 기다리시게 할 수는 없죠.”
장진호가 시원한 캔 음료를 가져와 신우의 앞에 놓아주고서 나갔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그래서, 저희 회장님이 저한테 무슨 말씀을 안 하셨다는 겁니까? 웬만큼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이렇게 엄 대표님께서 갑자기 오실 일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 물음에 엄아영은 살짝 한숨을 내쉬고서 천천히 말했다.
“제가 요 근래 일로 집에다 조금 호들갑을 떨었더니… 오해가 생긴 듯해요.”
“…무슨 오해 말입니까?”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반면, 꽤 곤란한 사항인지 엄아영은 계속해서 머뭇거렸다.
“맞선을… 제안하셨다나 봐요.”
더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신우는 의문이 깊어졌다.
물론 맞선이란 단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엄아영의 나이는 올해로 28세. 집안도 미디어 산업으로 중무장한 QA그룹이니, 정략결혼을 조건으로 한 맞선 이야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
“일단 맞선은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엄 대표님의 맞선을 왜 저한테 말씀하시는 거죠?”
“…….”
엄아영은 조금 답답해졌는지 목을 가다듬고서 다시 말했다.
“…제 맞선 상대가 백신우 대표님이시니 그렇죠.”
“푸우―!”
음료수를 마시던 신우는 지금의 말을 듣고서 뿜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엄아영이 맞지는 않았다.
그 모습에 엄아영은 깜짝 놀라며 테이블에 놓인 티슈를 뽑아주었다.
“괜찮으세요?!”
“큼! 큼! 괜찮아요. 그런데… 그 맞선 상대가 저라고요?”
신우는 그렇게 물으며 엄아영에게 받은 티슈로 입과 옷, 테이블 위를 닦았다.
“가족들에게 백 대표님 이야기를 했던 게… 조금 와전된 것 같아요.”
“저에 대해서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까?”
순간 엄아영은 얼굴에서 열이 오르는지 손으로 부채질했다.
“그냥 뭐, 이것저것요. 아무튼 저희 아버지께서 명중환 회장님께 말씀드렸다고 들어서 곧장 온 거예요.”
하지만 신우는 명중환에게 들은 것이 없었다.
“제가 바빴던 터라 본사에 갈 일이 없어서 아직 전달되지 않은 듯싶네요.”
“저는 이미 들으셔서 고민 중이실 줄 알았어요. 근데 이럴 줄 알았다면 명중환 회장님께 직접 찾아가서 말씀드려볼 걸 그랬네요.”
살짝 빨개진 그녀의 볼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신우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괜히 신경 쓰시게 만들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쪽 바닥에서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건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느꼈다.
옆 사무실의 반투명한 유리 경계선 위로 장만수와 동료들의 머리가 슬쩍 올라온 것이 보였다.
지난번에 엄아영이 방문했을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
우우웅―
【제발 화이팅!】
메시지도 저번과 똑같이 장만수가 보냈다.
신우는 답장을 보내지 않고 무시하고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해당 이야기는 저한테 말이 나오면 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엄아영이 명중환을 찾아가는 것으로 무슨 이야기가 더 나올지 몰랐기 때문이다.
다만, 신우의 대답과 함께 엄아영의 얼굴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스쳤다.
“백 대표님이 직접 말씀하시게요?”
“제가 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할 테니까요.”
명중환도 그렇고, 그 밑의 형제들이 QA그룹과의 접점으로 어떤 꿍꿍이를 벌일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에 신우는 빌미를 더 주기보다 확실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하세요. 저는 일단 볼일이 끝났으니 가볼게요.”
“조심해서 가세요.”
“아! 얼마 후에 ‘극한형사’ 시사회가 있는데, 오실 수 있죠?”
해당 영화의 최대 투자자가 MH퓨처시큐리티였다.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생각보다 진행이 빠른 편이긴 해요.”
“흠… 시사회는 일정을 보고서 결정하죠.”
“꼭 오셨으면 좋겠어요.”
엄아영은 여전히 아쉬움이 담긴 표정이었다. 그러다 신우와 인사를 마치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런 뒷모습을 지켜보던 신우는 얕게 탄식을 흘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