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73)
전직용병 재벌서자-173화(173/305)
173화. 불쾌한 접촉 (1)
【MH전자 대표에 본사 임희연 상무 발령. 현 MH전자는 MH그룹의 기반이라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이번 인사는 파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가운데…….】
【MH그룹 2024년 초유의 상부 인사 개편. 장남 명인철은 물러났던 MH건설 대표로 발령, 차남 명성철 대표는 MH식품을 내려놓고서 MH리테일만 맡게 되었고… 명중환 회장의 서녀인 임희연 상무는 MH전자 대표직으로 발령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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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언론을 통해서 전해진 MH그룹의 소식은 세상을 다시 한번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신우는 아침부터 그런 기사를 집에서 보고 있었다.
“이건 꽤나 파격적인 인사네. 명중환 회장이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이야.”
MH전자 대표 자리에 명인철이 아닌 임희연을 앉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이번 일로 더 많은 미래가 바뀔 것이었다. 이미 원래 궤도를 크게 이탈했기에 상관은 없었지만, 명인철의 갈등이 더 커질 것은 확실했다.
“쓸데없는 일은 생기지 말아야 할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거실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여기는 진짜 쓸데없이 넓단 말이지.”
50평 규모의 집은 방 4개에 화장실이 2개. 거기서 신우는 방과 화장실을 하나씩만 사용 중이었다.
이내 욕실로 들어가 빠르게 씻은 후 옷까지 갈아입고서 거실로 다시 나왔다.
띵동― 띵동―
기다렸다는 듯이 울린 초인종 소리와 함께 현관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장~! 회사 가자!”
현관문 바깥에서 장만수의 목소리가 울렸다.
재킷을 챙겨 든 신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장만수, 릴리안이 서 있었다.
“매일 아침마다 이럴 거야?”
“나도 얘 때문에 시끄러워 죽겠어.”
“이게 뭐 어때서!”
장만수는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에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들과 같이 1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차 앞에는 메이안과 경호원들만 있고, 다른 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웨이랑 헥터, 릭은 어디 갔어? 먼저 출발한 거야?”
세 사람은 대외적으로 KITE 소속이니 함께 움직이는 것도 당연했다.
“일찍 출발하긴 했지.”
“…근데 왜 차들은 저기 있어?”
반대쪽 자리에는 세 사람에게 지급한 회사 차량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걔네는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겠대.”
“갑자기 웬 대중교통?”
“서울에서 차로 이동하는 건 엄청 오래 걸리잖아. 특히 출근 시간에는 지옥이고. 비상시를 위한 MPR을 체크해본다고 갔어.”
MPR(Movement Point Route). 이동 지점 경로란 의미로, 임무 시에 필요한 경로와 방법을 미리 숙지해두는 것도 내포했다.
신우는 황당한 표정이 지어졌다.
“걔들도 달라진 게 전혀 없네.”
“습관이지 뭐. 너나 나나 여기서 자리를 잡고 그것부터 확인했잖아.”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보다 여기서 회사까지는 1시간 가까이 걸릴 텐데. 괜찮으려나?”
“솔직히 릭이 좀 걱정되긴 하지.”
릭은 키가 2m가 훌쩍 넘는 만큼 사람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덩치도 상당하니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불편한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거리지만, 차로는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되도록 릭이 사용할 차도 빨리 마련해줘.”
릭의 덩치가 워낙 크니 일반 차량에는 아무리 편하게 앉으려 해도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으로 주문해놨어. 늦어도 일주일 안에 출고시켜 준다고 했고.”
그렇게 말하던 장만수는 다른 차에 타려던 릴리안에게 말했다.
“아, 릴리안! 너도 같이 타. 이동하면서 할 말도 있으니까.”
“그럼 내 차는?”
“비상용 차량은 회사에 비치해뒀잖아.”
그렇게 세 사람은 한차에 같이 탑승했다.
차가 출발하자, 장만수는 태블릿 하나를 꺼내서 내밀었다. 그리고 한국어가 아닌 음어를 사용해서 말했다.
“웨이가 챙겨왔던 놈들의 핸드폰에서 나온 거야.”
“…GPS 기록? 놈들은 지금까지 이런 걸 남긴 적이 없잖아.”
“그 핸드폰 소유자가 안덕칠이래. 아마 조직 몰래 개인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것 같아. 물론 놈도 기록이 안 남게 설정해놓긴 했지만,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아니고.”
신우는 설명을 들으면서 태블릿에 뜬 지역을 확인했다.
“…서해?”
“정확한 좌표는 36.616960, 125.576700. 인천 남항에서 남서쪽으로 130km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지점이야.”
보조석에 앉아 있던 릴리안도 그 말을 듣고서 끼어들었다.
“맵을 확인하니 거긴 무인도 같은데? TSF 한국 지사에서 거기다 뭔가를 숨겨둔 건가?”
“아마도 그렇겠지.”
장만수의 옆에서 신우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위치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알아차릴 수 있을 곳이네.”
“맞아. 일단 위성사진으로는 뭔가 보이지도 않아. 근데도 거기서 GPS 신호가 남았다는 건 이상할 수밖에 없지.”
신우는 문득 떠오른 것이 있었다.
“…혹시 캠프?”
하지만 장만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666부대 캠프를 말하는 거야?”
“외딴곳에 있을 만한 시설은 그것뿐이잖아.”
“우리가 예전에 공격했던 캠프 중에는 대한민국이 없었잖아. 놈들이 미쳤다고 광활한 땅을 가진 나라들을 마다하고, 여기다 세울 리도 없고.”
“네 말도 틀리지 않지.”
예전에 트라이드 아이와 666부대가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한 이후부터 첫 타격점은 그들이 용병들을 육성하는 캠프였다.
하지만 아까 장만수가 말한 대로 그 캠프의 위치는 남미나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등등 인적 자체가 거의 없는 깊숙한 곳이었다.
물론 무인도도 그런 조건에 적합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만큼 까다로운 부분도 많았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영해상 감시 레이더망 구축이 꽤나 탄탄해. 그런 곳에다가 캠프? 이건 치밀한 것을 넘어서 무모한 거지.”
원래 미래에서는 알지 못했던 수상한 거점. 그곳이 안덕칠, 666부대과 연관되었다는 부분까지…….
신우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해군의 영해상 레이더망 기록을 해킹해볼 수 있을까?”
“안 그래도 어젯밤에 상황을 확인하자마자 LEUCO에 걸어뒀어. 이동하는 선박량이 많아서 늦어도 점심 전까지는 기록이 나올 거야.”
“잘했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 회사에 도착했다.
다들 사무실로 들어가 일하기 시작했다.
신우도 업무를 시작하려던 중에 노크 소리와 함께 들어온 장진호를 바라보았다.
“여러 기업에서 미팅 제안을 해왔습니다.”
“어디인데?”
“플레이트바이오, HES제약, 해온실업, BF 인터내셔널입니다.”
그 이름들을 듣던 신우는 모니터 안의 서류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BF 인터내셔널?”
“그렇습니다. 거기 백승한 대표가 연락해왔습니다. 일정은 대표님 일정에 맞춘다고 전했고요.”
지금 신우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투자회사 대표였다. 당연히 이전에도 미팅을 요청해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투자 설계는 장만수의 계획대로 진행되기에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일단 보류하지. 그리고 방금 말한 회사들은 운영1실을 통해 어떤 상황인지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그리고 MH유통 부장단에서 추가 임원 선정과 고과 책정 관련해서 회의를 요청했습니다.”
얼마 전 신우는 고과 평가 시스템 개혁안을 내놓았다. 동시에 임원 선정도 그것으로 인해 보류되어서 부장, 차장급 직원들의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비는 일정이 있나?”
“…그건 많습니다.”
신우는 진짜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바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불필요하게 기업인을 만나는 일이 포함되지 않아 보통 회사의 대표와 다르게 여유가 있었다.
“아, 그래? 오후 중에 괜찮으면 잡아보든가.”
“오후 중에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한 장진호는 밖으로 나갔다.
이후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사무실로 들어섰다.
“다른 녀석들은 아직이야?”
정식 출근 시간까지 5분 정도 남았지만, 대중교통으로 온다던 웨이, 헥터, 릭이 보이지 않았다.
“아까 전화하니까 거의 다 왔대.”
“그래?”
“바로 일 시작하는 거 같더니, 무슨 일이야?”
신우는 장만수의 반문을 들으며 옆으로 다가갔다.
“BF 인터내셔널 쪽 상황 좀 알아봐줘.”
“응? 거긴 대장…….”
뭐라 덧붙이려던 장만수는 말끝을 흐렸다. 신우의 핏줄 관련해서 자주 장난치며 말하긴 했지만 진지한 분위기 때문에 망설여진 것이다.
“맞아. 내 친부 쪽 회사지. 아까 장 비서한테 들으니까 거기 백승한 대표가 미팅을 제안했다고 하더라고.”
“네 친…할아버지?”
“그것도 맞아. 지금 확인 가능하지?”
“어렵지 않아. 조금만 기다려봐.”
똑똑똑―
그때 다급한 노크 소리가 울리며 장진호가 들어왔다.
“대표님!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옆으로 앉아 있던 장만수, 릴리안도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응? 경찰서에서 왜?”
“릭 왓슨이라는 분이 전철에서 사람을 폭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웬 웨이 본부장과 헥터 하몬드, 릭 왓슨이 저희 회사 직원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장만수와 릴리안은 탄식을 흘리며 이마에 손이 올라갔다.
물론 신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디 경찰서인데? 그리고 대답은.”
“일단 맞다고 했고, 위치는 송파경찰서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하아―! 지금 바로 갈 테니 차 대기시켜 줘.”
“대표님께서 직접 가실 겁니까? 그룹 법무팀에는 바로 연락해둘까요?”
현재 MH퓨처시큐리티와 MH유통에서는 법무팀을 MH그룹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야. 당장 법무팀은 됐고. 만수야, 경찰서에 사건 접수된 거면 상황 좀 확인해서 알려줘.”
하지만 지금 그들을 부르면 MH그룹 본사에도 해당 소식이 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동시에 별거 아닌 일로 호들갑 떨 사람들도 생길 테니 말이다.
“Ok―!”
“그리고 쓸 만한 변호사들도 같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생길지도 모르니 우리 회사 안에도 법무팀을 따로 준비해놔야겠어.”
“고생해라.”
신우는 그의 대답을 들으며 밑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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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경찰서 형사과에는 전철 폭행 사건으로 웨이, 헥터, 릭이 형사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담당 형사인 이상국 경위는 세 사람에게 받은 여권과 얼굴을 대조하듯 쳐다봤다.
“그러니까… 세 분 모두 중국, 러시아, 멕시코에서 온 외국인이라는 거죠? 현재 소속은 MH퓨처시큐리티이시고요.”
이에 웨이가 나서서 말했다.
“맞습니다. 아까 명함도 드렸고, 회사에 확인 전화까지 하셨잖아요.”
그 말처럼 이상국은 방금 통화로 확인을 마쳤다.
“하아…….”
“그리고 아까 일은 그 남자가 저기 여성분을 추행했고, 그걸 제지하다가 생긴 사고입니다.”
“사고로 사람 팔이 그렇게 부러지기도 쉽지 않죠.”
“공격은 그 남자가 먼저 했습니다. 릭은 그걸 막았을 뿐이고요. 그건 저 여성분이 증언도 해주셨잖아요.”
형사과 사무실 한쪽에는 피해자 여성도 함께였다.
아까 증언을 전부 마쳤지만, 이상국은 세 사람이 너무 수상하다고 여겨졌다.
물론 이상국도 MH퓨처시큐리티가 어딘지는 잘 알았다. 그런데 상황을 대변 중인 중국인과 더불어 한국인처럼 생긴 러시아인, 덩치 큰 멕시코인이 그곳의 직원이라고 하니 말이다.
“확실한 것은 조사를 더 해봐야 나오겠죠.”
“여기서 뭘 더 조사한다는 말입니까?”
“팔이 부러진 사람이 저 사람을 고소했으니 이러는 겁니다. 게다가 추행 상황도 정확한지 아직 모르고요.”
웨이는 형사가 계속 말을 빙글빙글 돌리는 통에 답답했다.
그러던 중에 복도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여기가 형사과 맞습니까?”
안에 들어온 것은 신우였다. 옆으로는 비서인 장진호와 경호원인 메이안과 마크도 같이 있었다.
신우는 한쪽 책상에 앉아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하고서 다가갔다.
“…누구십니까?”
“저는 MH퓨처시큐리티 대표인 백신우라고 합니다. 저희 직원이 폭행으로 조사 중이라고 들어서 왔습니다.”
“대표님이요?”
그의 반문에 신우는 명함을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