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77)
전직용병 재벌서자-177화(177/305)
177화. 패셔니스타의 농락 (2)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바스티안은 로사 테일러를 보며 다시 입을 뗐다.
“파이몬 프로젝트는 그렇다 치고, MH퓨처시큐리티 쪽은 그 블랙홀이란 인간이 만든 보안 시스템 때문에 뚫을 수 없다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당장 방법을 찾기 어려울 듯싶습니다.”
바스티안에게 로사는 굉장히 유능한 비서이자 666부대원이었다. 그녀에게서 방법이 나오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블랙홀이라… 지금 상황에서 백신우 대표를 납치해다가 물을 것이 아니라면 답을 얻기 힘들겠지.”
백신우가 블랙홀의 존재를 인지하고 포섭했을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백신우와 더불어 MH퓨처시큐리티는 곽치영 역시 여러 차례 노렸던 것을 바스티안도 잘 알았다.
지금까지 성공하지 못했던 것만 봐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으니 지금보다 더 나은 정보를 확보지 않는 이상 무리한 접근은 삼갈 필요가 있었다.
“지사장님.”
“…왜 그러지?”
“안 그래도 한국 지사 서버를 해킹해보던 중에 찾은 것이 있었습니다.”
“뭐지?”
로사는 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어 내밀었다.
“곽 지사장 휘하 666부대원들의 이동 기록인데,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과 대조해보니 특정 사건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태블릿에는 방금 말한 이동 기록과 뉴스가 떠 있었다.
【경기도 북부 야산에서 총기로 살해된 시신 2구 발견. 시신의 신원은 남○○ 씨(24세)와 김○○ 씨(22세)로 추측되는 정황상, 남○○ 씨가 김○○ 씨를 총기로 살해하려다 실패. 이후 총기를 빼앗은 김○○ 씨가 남○○ 씨를 살해한 후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이라고 파악되며…….】
바스티안을 그 내용을 보고서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
“이 사건이 한국 지사에서 벌인 일이라는 건가?”
“GPS의 이동 기록과 일자가 일치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누군가?”
“경찰 서버를 해킹하니 두 사람의 이름은 남민준과 김석환. 다크웹에서 그린웨일, 개미지옥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던 위자드급 해커였습니다.”
다시 해커로 이어지는 의문에 바스티안은 미간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곽치영이 해커들을 가지고 뭔 일을 벌였다는 건가?”
“대외적으로 나온 사실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서 처리한 흔적으로 보이고요.”
로사의 설명에 태블릿 화면을 넘기던 바스티안은 눈이 크게 뜨여졌다.
“…블랙홀? UAD 프로젝트?”
“MH그룹 서버를 공격하면서 곽 지사장도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던 듯합니다. 그리고 UAD 프로젝트는 국방부 서버에서 입수된 파일인데, 처음부터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다만, 내용의 맥락을 보면 한국 정부 휘하의 군부에서 시행했던 작전으로 보입니다.”
노이즈로 이곳저곳 제대로 안 보이는 이미지 파일이었다. 대충 내용만 봐도 상당수의 페이지가 누락된 것도 알 수 있었다.
그걸 진지하게 훑던 바스티안은 어떤 때보다 표정이 구겨졌다.
“마하바드의 카람?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의 다우드와 라이얀……?”
낯익은 이름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해당 작전 프로젝트가 사실이라면 대외적으로 크게 논란이 될 문제일 듯싶습니다.”
“절대 대한민국 정부 혼자서 벌일 짓은 아니야. 그렇다고 연관된 정부가 인정할 사항도 못 되고.”
기록에 명시된 이름들은 타국의 정부, 정치, 경제 쪽 인물들과 연관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그들이 죽은 이유는 인터폴에서도 인지한 사항도 많았기에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웠다.
“곽 지사장이 상당히 위험한 카드를 숨기고 있었군요.”
“속에 뭘 숨긴지 모를 인간이야. 그러니 666부대 관리자였다 TSF의 지사장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지.”
바스티안은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서 다시 로사에게 말했다.
“일단 지금 사항은 따로 보고서를 만들어두지.”
“상부에 보고를 올리는 용도면 될까요?”
지금까지 발견한 사항으로 바스티안은 곽치영을 흔들어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지.”
.
.
.
같은 시각.
MH퓨처시큐리티에서는 한참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던 장만수가 짜증이 난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요것 봐라? 아슬아슬하게 도망쳤네.”
신우도 그 옆에서 상황을 같이 지켜보던 참이었다.
“놓친 거지?”
“기회다 싶었는데… 심히 아쉽네.”
“다짜고짜 찾아와서 너한테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던지나 싶더니. 곽치영처럼 만만하게 볼 놈들이 아니었어.”
“그래도 흔적은 잡았어. 놈들 중에 아가레스가 있는 거 같아.”
그런 설명에 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가리스? 그건 또 뭐야? 개미지옥 같은 해커 이름이야?”
“…아. 가. 레. 스. 악마 이름이야. 도망자를 멈추게 하거나 돌아오게 만든다고 하는데, 아가레스는 리턴 바이러스를 주로 사용하거든.”
여전히 신우가 잘 모르는 영역의 설명이었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실력이 제법인가봐?”
“아직까지 녀석에게 진 적은 없지만 추적을 잘하는 만큼 도망치는 실력도 일품이거든. 그래서 나도 이놈의 정체를 몰라.”
신우는 아까 바스티안과 찾아왔던 비서 로사 테일러와 경호원들을 떠올렸다.
“놈들 중에 너랑 막상막하인 녀석이 있다는 거네.”
“에이, 막상막하는 아니고. 방금 내가 진 적이 없다고 했잖아.”
“녀석이 잡힌 적도 없다며.”
그때 맞은편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릴리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니까. 막상막하 맞지. 아니면 한 번쯤 진 적이 있는 거 아니야? 솔직히 만두만 알고 있는 거니까 우리야 모를 일이고.”
“아니거든?!”
끝내 장만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릴리안에게 버럭했다.
“어쭈―! 어디서 누나한테 언성을 높여?”
“나이만 많으면 누나냐?”
이에 신우와 주변으로 앉아 있던 웨이, 헥터, 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 헥터가 진지한 표정으로 의견을 내놓았다.
“위험인물이라면 바로 노리면 되는 거 아닌가?”
“기각. 여기는 전쟁터가 아니야.”
“…….”
신우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우리의 최종 목표는 브릴리언트그룹의 완성을 막고, 그 밑의 놈들인 666부대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거야.”
그때 장만수가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하르파스 인더스트리도 있어. 아까 바스티안 마션이 제안한 것 때문에 그쪽을 파보니 TSF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쪽 자금을 크게 운용하는 곳 중 하나더라고.”
“규모는?”
“공식적인 자금은 작년만 5억 달러. 약 6,700억 원 정도 되네. 그 외에 미국 증권거래소 쪽으로 확인해보니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의 회장인 글렌 라슨 개인이 보유한 TSF Investment의 지분은 2%나 되고.”
TSF Investment의 현재 시가 총액은 155조. 거기서 2%는 약 3조 1,200억 원의 규모였다.
하지만 장만수의 설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금 거래 상황을 보니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와 연관된 회사 몇몇 곳에서도 TSF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네. 거기서 글렌 라슨의 개인 지분 2%까지 합하면 TSF 지분 보유량은 총 5%. 오우! 약 7조 8,000억. 이거, 실질적인 TSF의 최대 주주일지도 모르겠는데.”
상장된 기업에서 경영권자가 대량의 지분을 가진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지주회사면 모를까. 보통은 회사가 다량의 지분을 소유할 뿐, 개인은 대부분 3% 미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TSF의 제임스 캐넌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2.7%야. 2,430만 주. 하르파스의 보유 지분과 비교하면 절반 조금 넘는 정도지.”
“실질적으로 TSF의 상부 조직이라고 볼 수 있겠네.”
신우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사이, 장만수가 설명을 덧붙였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가 죽기 전에 브릴리언트그룹에서 군수기업체로 운영된 계열사의 전신은 하르파스 인더스트리를 집어삼킨 건 노스월이었어.”
노스월은 현재 시점으로 하르파스 인더스트리보다 상위의 군수기업체였다.
미래에서 과거로 돌아온 만큼 죽음과 연관된 브릴리언트그룹의 뼈대가 될 기업은 최우선 감시 대상이었다.
당연히 그 뼈대 중 하나인 군수기업체 노스월은 장만수가 주의 깊게 확인해왔다.
하지만 마땅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서 계속 의아했다.
“노스월이 배성물산 꼴을 당한 걸 수도 있는 거지.”
신우의 의견에 장만수는 릴리안와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도 그게 맞겠지. 녀석들에게 계획과 시간만 있다면 회사 하나를 무너뜨리는 건 일도 아니니까.
“실제로 원래 미래에서는 MH그룹이 그렇게 무너졌다며.”
“진짜 순식간이었어. 국정원 경제안보국에서도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을 정도였으니…….”
특히 MH그룹은 명인철이라는 카드가 TSF에게 있었다. 실세였던 임희연과 회장인 명중환이 차례대로 사망하면서 그들의 앞을 막는 건 조금도 없었다.
물론 명인철과 그의 형제들은 TSF가 MH그룹을 집어삼키자마자 버려졌지만 말이다.
“네가 오큘러스 펀드의 차명계좌로 확보한 TSF의 지분은 얼마나 되지?”
“현재까지 2,070만 주까지 모았으니 2.3% 정도일걸.”
무려 3조 8,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모은 것이었다.
“TSF의 제임스 캐넌 회장이랑 0.4% 차이네.”
“두세 번 정도만 더 흔들어주면 좀 더 확보할 수 있어.”
“지금 정도면 뿌려둔 걸 슬슬 거둬들여도 되겠지.”
장만수가 한껏 기대한 표정을 지었다.
“Ok. TSF가 흔들릴 때마다 최대만 매집해볼게.”
“나는 청우그룹의 천혜린 회장과 접촉해보면 되겠네.”
“의조모님이랑 손잡아보려고?”
장난스러운 장만수의 말투에 신우는 눈을 날카롭게 떴다.
“…당장 중국 쪽 TSF에 파놓은 함정이 제일 쓸 만하잖아.”
“거기다 천혜린 회장이면 금상첨화이긴 하지. 뭐, 거기라면 네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높기도 하고.”
그런 대화에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던 헥터와 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청우의 천 회장이 대장의 의조모라니? 그리고 청우라면 예전에 우리에게 의뢰했던 곳 아닌가?”
“알고 보니 대장의 어머니가 천혜린 회장의 은인이더라고. 원래 돌아가셨어야 할 분인데, 대장이 구한 이후로 중국에서부터 사건이 좀 생기면서 인연이 생겼어.”
장만수는 그 외의 사항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설명해줬다.
이에 두 사람은 바로 이해가 되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 끝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으면서도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깝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야.”
“그래서 최종적으로 당장 계획은 어떻지?”
헥터는 신우가 뭔가 감을 잡았다는 걸 캐치했다.
“여전히 눈치는 빠르네.”
“대장의 눈빛이 변하는 것만 보고서도 알지.”
다들 그런 말을 들으며 익숙하게 진한 미소가 걸렸다.
“진짜 정신이 없게 될 거야. 그만큼 TSF와 하르파스, 666부대는 우리보다 더 정신이 없도록 만들어야 할 테니까.”
“좋지∼!”
“당연한 거 아니야?”
“이제야 제대로 움직이는 건가? 그동안 완전 찌뿌둥했는데, 진짜로 몸을 풀 수…….”
“웨이는 입 다물어라.”
헥터가 웨이에게 주의를 주고서 마지막으로 릭이 외쳤다.
“가자―!”
그런 동료들의 말을 듣던 신우는 오랜만에 느끼는 분위기에 웃음만 지어졌다.
사지(死地)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금의 동료들과 함께라면 저승사자조차 찢어 죽이고서 돌아올 거란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죽음과 함께 과거로 돌아오기도 했으니…….
이에 신우는 손목시계를 벗고서 어느새 가운데로 모인 동료들의 앞으로 왼쪽 손목 아래가 위로 향하도록 내밀었다.
회귀하면서도 지워지지 않은 눈동자 문신이 동료들에게 보여졌다.
“The ordeal is―! (시련은―!)”
신우의 외침과 함께 동료들도 완전히 드러난 왼손의 손목을 내밀었다.
다들 손목에 같은 눈동자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Not over! (끝나지 않았다!)”
눈동자 문신 아래에 쓰인 문구.
동시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임무에 들어가 직전에 함께 외치던 트라이드 아이의 구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