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79)
전직용병 재벌서자-179화(179/305)
179화. 안타까운 관계 (2)
신우는 MH전자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에서 일을 하던 임희연은 서류를 마무리하고서 일어났다.
“이 시간에는 어쩐 일이니?”
“본사에 볼일이 있어서 들른 김에 왔습니다.”
“그래? 마실 건?”
“괜찮습니다.”
대답과 함께 소파로 가서 앉았다.
“무슨 일 때문에 온 거니?”
“오늘 방문한 이유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 신제품에 들어갈 기술 특허 관련 사항 때문입니다.”
신우는 사무실에 들어올 때부터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 안에는 장만수가 개발한 TGE8974 배터리를 비롯해 향후 쓰일 기술 특허들이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이 내용이라면… 얼마 전에 보내준 자료들이구나. 안 그래도 MH퓨처시큐리티 장만수 부장과 따로 미팅을 잡아보려던 참이었어.”
임희연도 그곳에서 개발된 기술 특허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물론 한시라도 급한 사안이었지만, 한식구라는 명목으로 후려치기는 할 수 없기에 합당한 제안이 필요했다.
“비공식 초기 테스트는 자체적으로 거쳤고, MH전자 연구소에서 공식적으로 실용화 테스트까지 마치면 될 겁니다.”
“…굉장히 빠르구나.”
“내년 상반기 제품용이니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이에 임희연은 책상으로 가서 서류를 챙겨와 내밀었다.
“기술 특허 사용에 관한 계약서야. 사용료는 제품 순이익의 5%.”
“꽤나 후한 조건이네요.”
5% 수치만 보면 크지 않은 듯하지만, 1,000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한다는 가정 하라면 50억 원이 된다. 물론 MH전자의 신제품 매출은 그 정도에서 그칠 리 없으니 어마어마한 사용료가 들어오게 될 것이었다.
“기술의 상용화와 응용성, 발전 가능성까지 굉장히 높으니까. 계속해서 사용하려면 제휴 계약 유지를 위해 감당할 부분도 필요하지.”
신우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임희연을 보며 살짝 감탄했다.
“…괜히 전략기획본부장까지 오르셨던 게 아니었네요.”
“회장님은 능력 없는 사람에게 의미 있는 자리를 주시지 않으니까.”
“그건 맞죠.”
“그리고 이건 MH퓨처시큐리티에 제안하는 투자 기획서와 MH유통 쪽과 연계하는 배송 전담 계약서야.”
설명과 함께 임희연은 다른 서류들도 건넸다.
그걸 받아 든 신우는 하나하나 확인하고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MH유통 쪽 사항은 이해가 되는데, MH전자에서 MH퓨처시큐리티의 투자를 원하는 건 최근 주가 방어로 인해 생긴 손실 때문일까요?”
지난번 LAOJIA 측 기술 도용 사건으로 MH전자 주가는 상당 기간 동안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손해액은 약 42조 원.
물론 MH전자 측에서도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주가 하락 방지와 지분 확보를 위해 기업 자체에서 주식을 매입해 그 정도에서 그칠 수 있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MH전자는 유동 자금에서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으니 기업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맞아. 물론 내가 아니라 당시에 명인철 사장이 뒤늦게 지시해서 벌어진 일이고. 솔직히 방어의 역할을 다했다기보다 손해만 입히게 된 전략이었지.”
신우는 명인철이 어떤 의도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으로 대량의 주식을 MH전자에 귀속시키고, 향후 최대 주주가 바뀌게 된다면 경영권 확보와 함께 회사 전체를 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배후에는 TSF의 곽치영이 있을 것이다.
“그렇군요.”
“아무튼 그런 이유로 MH전자는 MH퓨처시큐리티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게 됐어. 가능할까?”
“MH전자의 주식을 담보로 하죠. 그리고 추가 조건이 있는데, 그건 회장님께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임희연은 신우의 표정에서 의미심장한 분위기를 읽었다.
“MH전자의 일이니 나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조건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아직 확실히 결정난 사항은 아니라 말씀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찜찜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러다 신우는 확인을 마친 계약서를 봉투에 넣었다.
“계약서는 전달해서 검토 후 체결하도록 하죠. 다른 사항이 더 있을까요?”
“아니, 이제 없어.”
“그럼…….”
신우는 일어나려다가 임희연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일은 잘되어가고 있는 거니?”
666부대와 TSF에 관해 물은 것이었다. 임희연은 중국에서 신우에게 그들의 존재에 대해 듣고서 마음만 졸여왔다.
“나쁘지 않아요.”
신우는 조심히 대답하면서 주변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걸 본 임희연은 신우가 왜 그런 것인지 알아챘다.
“회장님이 조언해주셔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어. 틈틈이 불시에 확인도 하고. 여기랑 회의실까지 말이야.”
도청기와 카메라를 말함이었다.
명중환이 신우가 찾아냈던 것을 말해주며 신신당부한 것이다.
“…잘하셨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는 말해줄 수 없는 거니?”
“모르고 계시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그러니 제가 말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알아내려고도 하지 마시고요.”
현재 TSF 곽치영을 웬만큼 궁지에 몰아넣었다. 거기서 관심이 다른 곳으로 간다면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굳이 알아내지 않고 있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네가 알려줄 수 있잖아.”
그녀의 걱정은 한계치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신우도 슬슬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차였기에 조심히 입을 뗐다.
“MH그룹 내에 TSF의 곽치영 지사장과 손을 잡은 사람이 있습니다.”
“뭐……?”
사실 임희연도 아예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은 아니다. TSF Investment가 아무리 대단한 곳이라고 한들, 내부 협력자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가기는 어려웠다.
“명인철, 그 사람이 곽치영 지사장과 손을 잡고서 일을 벌였습니다. 지난번 회장님 일도 그렇고요.”
“…그게 정말이니? 하지만 명인철이 왜?”
명중환 회장의 장남인 명인철은 가만히만 있어도 MH그룹을 손에 넣게 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TSF의 곽치영과 손까지 잡아가며 일들을 벌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셨던 건 아니잖아요. 카페에서 그 일도 있었고요.”
“그건…….”
23년 만에 신우를 처음 만났던 임희연이 죽을 뻔했던 상황. 때마침 MH전자 실사를 앞두고 있던 타이밍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666부대원의 흔적이 남았으니, 의심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
“물론 접점은 그때뿐이었긴 하죠. 이후로도 명인철은 곽치영과 접촉한 흔적이 전혀 없었기도 하고요.”
“…맞아. 수상한 행적이 몇몇 있긴 했지만, 거기서 따돌리는 바람에 확신할 수 없었고.”
신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무튼 그런 상황이에요. 명인철이 벌인 일에 관해서는 회장님께도 말씀드렸고요.”
“그래서 이번에 인사 발령이 그런 식으로 났던 건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죠.”
명중환의 입장에서도 명인철을 처벌할 증거가 없었다. 동시에 가족으로서 배신당한 것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기도 했다.
“일단 알겠어. 거기까지라도 말해줘서 고마워.”
“MH전자를 위해 나서다 보면 MH건설과 함께 명인철을 견제하게 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그렇게 된다면 거기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
“조심하도록 할게.”
신우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태블릿과 계약서를 챙겼다.
“저는 이만…….”
우우웅― 우우웅―
마무리하려던 중에 품속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에 있을 장만수가 보낸 WAVE CHAT의 메시지였다.
【만수(MANDU) : 서해 쪽 관련 이상 기록 포착. 30분 안에 집합.】
안덕칠의 스마트폰에서 찾아낸 서해 쪽의 수상한 동태를 알아본 결과였다.
“…빨리 가봐야겠네요.”
“무슨 일이 생긴 거니?”
“설명드릴 수는 없겠네요.”
신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곧장 바깥으로 나갔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중 릭이 신우의 옆으로 다가와 음어로 말했다.
“Mkuu, uliangalia ujumbe? (대장, 메시지 확인했어?)”
“봐서 빨리 나온 거야.”
곧장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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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H퓨처시큐리티의 운영0실 사무실에는 동료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신우와 릭까지 도착해서 한쪽으로 앉자 장만수는 설명을 시작했다.
“서해상 순찰 기록을 확인하던 중에 이상한 점이 발견됐어. 안덕칠의 스마트폰으로 잡힌 좌표로 확인한 동렬비격도라는 무인도. 그곳을 방문한 일자에만 순찰 구역이 그곳을 제외하고 있더라고.”
“다른 일자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어?”
설명을 듣던 신우의 물음에 장만수는 계속 이어갔다.
“물론이지. 안덕칠이 다시 나타나기 이전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었어.”
“순찰 구역을 정하는 관계자에 대한 사항은?”
“그것도 당연히 조사했지. 최종적으로 그걸 담당한 태안해양경찰서장의 신상을 털어보니 벌이에 비해 씀씀이가 커졌더라고.”
장만수는 사무실 한쪽에 빔프로젝터를 띄워서 보여주었다.
그걸 같이 보던 릴리안도 이해하면서 말했다.
“벌이가 늘어난 것은 없는데, 서울에 고가의 아파트까지 구입했네. 기록이 없다면 현찰로 샀거나 다른 계좌가 있다는 것이겠고.”
“놈들도 바보가 아니니 불법 자금이라면 차명계좌를 사용했겠지. 그래서 구매처를 통해서 역으로 추적하니 정답이었고.”
아파트 구매 명의자의 결제 계좌를 역으로 추적한 것이었다.
이에 화면이 바뀌면서 계좌의 내역이 주르륵 떠올랐다.
웨이가 그 내용에 탄식을 흘렸다.
“와, 달마다 5,000만 원? 무슨 월 정액제야? 웹플릭스 몇 명 치를 결제할 수 있는 거야?”
그 순간 릭이 대답했다.
“프리미엄으로 결제 시에 2,941,176명.”
소숫자리까지 말하자 다들 장만수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릭에게로 돌렸다.
그러자 웨이가 웃으며 말했다.
“릭은 여전히 임무 브리핑 중에 계산할 것만 나오면 대답해대네.”
“미안, 미안. 습관이 안 고쳐져.”
“공부가 하고 싶으면 어느 나라든 정착해서 검정고시라도 보고 대학에 가든가.”
릭은 곰 같은 덩치에 우락부락한 외모와 달리, 지식에 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다른 동료들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은퇴 후 릭이 하고 싶었던 걸 하길 바랐다.
“나중에 해봐야지.”
신우도 마찬가지였기에 릭의 대답을 들으며 말했다.
“한국에서도 괜찮으면 귀화 시험을 보고서 준비해보든가. 여기면 만수가 도와줄 거고, 미국이어도 릴리안이 있잖아.”
“생각해볼게. 대장.”
“자, 자! 지금 릭의 수능시험이 중요한 게 아니고.”
잠시 옆으로 빠졌던 이야기는 장만수의 말에 다시 돌아왔다.
장만수는 그렇게 동료들의 시선이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아무튼 돈이 차명계좌로 입금된 시기가 월마다 한 번씩이야. 근데 날짜가 주기적이지 못해. 게다가 오늘 이렇게 모이도록 한 이유는 이틀 전에 그 계좌로 자금이 또 입금됐어.”
다들 표정이 진지해졌다.
신우는 어떤 상황인지를 바로 떠올리며 말했다.
“그 비격도라는 섬으로 누군가 간다는 거네.”
“빙고∼! 그래서 차명계좌 주인의 컴퓨터로 털어보니 바로 3일 뒤에 특정 시간대의 순찰 구역이 변경되었어.”
정확한 일정까지 알아낸 것이다.
신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