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8)
전직용병 재벌서자-18화(18/305)
18화. 유능한 광대
회귀 전 신우가 장만수와 알고 지낸 것은 8년 정도 되었다.
트라이드 아이를 만들기 전 자유 용병으로 활동할 때부터였다.
당시 장만수와의 만남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렬했다.
임무를 마치고 프랑스 파리에서 쉬던 중 얼룩말 무늬 재킷에 붉은색 셔츠, 파란색 유광 바지를 입은 남자가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남자가 장만수였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누군가 장만수의 노트북과 가방을 훔쳐갔고, 신우가 그들을 잡아주며 인연이 되어 서로의 능력을 토대로 트라이드 아이의 기반을 만들었다.
그때 장만수에게 들었던 패션의 이유는 가끔 꾸미고 싶을 때였다. 긴장할수록 패션의 자제력을 잃는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번 MH그룹으로의 첫 출근이 바로 그날이었다.
“…저걸 진짜 어쩌면 좋을까.”
출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잠시 멈춰 서 있던 사람들이 빠르게 줄었다.
듬성듬성 비워진 자리 너머로 조용히 서 있던 신우의 모습을 장만수가 발견했다.
“대… 아니, 백신우!”
장만수는 순간 습관대로 대장이라고 부르려다가 이름으로 바꿨다.
휘황찬란한 패션으로 다가온 장만수의 모습에 신우는 순간 압도되어 살짝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아… 그냥 혼자 올라가버릴까.”
어떤 때보다 진심이었다.
이내 가까이 다가온 장만수가 신우를 보며 말했다.
“네가 출근하라고 해놓고 왜 그렇게 멀뚱히 서 있어?”
“…너, 평소에도 이러고 다닐 건 아니지? 오늘만 이럴 거지?”
“응? 내가 뭐?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자신만만한 표정이 된 장만수는 연두색 재킷 끝자락이 펄럭일 정도로 몸을 돌렸다.
대체 뭐가 괜찮다는 것인지.
“…아니다. 그냥 올라가자.”
오늘 장만수의 출근에 대해서는 전략투자본부 송태훈 부장을 통해서 인력관리본부에 전달해두었다.
전략투자운영실장의 권한으로 T/O를 받아 뽑은 것이니 문제는 없었다.
다만, 장만수의 패션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부터가 고역이었다.
‘진짜 매일 출근할 때마다 저러고 오는 건 아니겠지……?’
나름 걱정하면서 전략투자운영실이 있는 32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무실 복도를 지나쳐 신우의 방으로 갈 때까지도 직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 방이 완전 좋은데?”
장만수는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소파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았다.
“그냥 넓기만 한 거야.”
“대우가 괜찮은가 보네. 그래서 내 자리는?”
“내 사무실 바로 옆에 따로 마련할 거야. 나중에 네가 원하는 팀원이 있으면 추가로 더 뽑아서 그쪽에 배치할 거고.”
이에 고개를 끄덕이던 장만수는 사무실 유리 너머로 슬쩍 보이는 전략투자운영실 직원들을 둘러봤다.
“저 사람들은? MH그룹 본사에서 근무할 정도면 실력이 나쁘지 않을 텐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저번에 지영숙 팀장이 말한 것처럼 MH그룹 내에서 뽑은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들을 장만수 휘하에 넣을 직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명 씨 일가에서 심어둔 사람이 있어.”
“뭐?! 시작부터 그쪽에서 사람을 박아둔 거야? 와… 견제 쩌네.”
“어제는 MH리테일과 식품의 사장인 명성철의 아들도 전략투자감사실 차장으로 발령이 나서 왔어.”
그런 설명에 장만수는 더욱 놀랐다.
“장남인 명인철 사장의 아들은 기획실장이라며. 그런데 둘째 아들은 감사실 차장? 이거 완전 대놓고 견제하는 티를 내네.”
“저번 수익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거겠지. 그래서 나도 대비해놓긴 했지만, 혹시 모르니 마음 놓고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신우는 이제 KITE의 대표로서도 내부 상황 파악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래서 직급은 대장이 말했던 대로?”
“과장으로 될 거야. 이따가 인력관리본부에 가면 사원증이랑 필요한 서류도 말해줄 거고.”
“인사과 말하는 거지? 좋네. 대장 덕분에 내 생에 대기업 과장을 다 해보네.”
“아, 너 호칭도 조심하고.”
지금까지 장만수는 신우를 툭하면 대장이라고 불렀다.
회귀 전 8년이나 알고 지내면서 입에 밴 버릇이었다.
아까도 1층 로비에서 실수할 뻔했으니…….
“실장님이라고 부르면 되나? 아니면 대표님?”
직책이 두 개인 탓도 있지만, 장만수는 순수하게 놀리는 것이다.
“그냥 편하게 해. 어차피 우리 둘이 친구라는 건 뻔히 드러날 텐데.”
“Ok―!”
“일도 네가 알아서 해. 대신 저번에 말했던 작업은 예정대로 문제없이 처리해주고.”
“석 달 안에 수익 400% 말하는 거지?”
“KITE 대표 자리가 걸려 있는 조건부 프로젝트야. 명진석이 투자감사실로 온 만큼 네가 기획한 투자 설계를 분석할 거야.”
조심하자는 의미였다. 그런데 장만수는 생각해둔 것이 있는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투자 근거가 확실한 회사들로 찔러야겠네.”
“그렇게 해주면 나야 고맙고.”
“내가 국정원에 있을 때도 들키지 않게 비자금 만들었던 사람이야∼!”
“그 소리도 조심하고.”
전부 회귀 전 호칭과 경험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사무실에 도청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잘못해서 새어 나가면 이상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다.
“Ok! Ok―!”
장만수는 능글맞게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아, 전략투자본부장이 보자고 할 수도 있어.”
“응? 아주머니가?”
저번처럼 놀리는 말이었다.
“죽을래?”
“장난이야. 아무튼 부르면 뭐? 저번에 말한 거 외에 내가 따로 알아둬야 할 사항 있어?”
“일단 말한 대로만 해. 표면적으로 걸릴 건 없으니까.”
“군대에서 알게 된 사이고, 가끔 연락하며 지내다가 투자 트레이너로 일하던 중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는 전개로 말이지?”
지금 시기에서 신우는 장만수와 접점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장만수가 군대를 일찍 다녀온 것이다.
신우는 대외적으로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군수과 부사관으로 전역했다. 그 기간 중에 타 부대로 파견을 나갔다가 장만수를 만났다고 둘러댈 수 있었다.
복무 기간 중에 그 정도의 일은 자세한 기록으로 남지 않으니 나쁘지 않은 접점으로 만들기가 가능했다.
“이후에는 연락만 주고받아서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해. 거기서 그걸 이상하게는 생각해도 파볼 수는 없을 거야.”
“완전 첩보 작전이 따로 없네. 아무튼 알겠어. 일단 네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내가 이어받으면 되는 거지?”
“부탁한다.”
“그럼 내 자리로 가보실까?”
“어딘지 알려줄게.”
신우는 장만수를 데리고 사무실에서 나가 지정된 자리로 향했다.
【전략투자운영실 3팀장(과장) 장만수】
책상 앞 파티션에 직책, 직급과 이름이 박힌 패널도 세워져 있었고, 자리에는 주식 트레이드와 수많은 정보 분석을 위해 여섯 개의 모니터와 고사양 컴퓨터가 세팅되었다.
“오호~ 자리는 좋네. 이름도 박혀 있고.”
자리에 앉은 장만수는 컴퓨터부터 켜더니 벨트버클에서 뭔가를 뽑았다.
깜짝 놀란 신우가 작게 말했다.
“USB?”
“여기서 무슨 짓을 해놨을지도 모르니 몰래 챙겨왔지.”
철 재질로 된 벨트버클로, USB를 위장하여 가지고 들어온 것이다.
장만수는 곧장 시스템 부팅 중이던 컴퓨터 포트에 USB를 꽂고서 돌렸다.
타다다다닥―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한 장만수는 MH그룹 시스템의 보안을 돌파하여 비인가 USB를 인식시켰다.
USB의 프로그램이 돌아가더니 장만수의 작업실에서 보았던 프로그램 화면이 떠올랐다.
【LEUCO Operating System Access】
【Log-in】
신우는 아까보다 더 놀라면서 순간 목소리가 커질 뻔하다가 급히 줄였다.
“야―! 너 이거 어떻게 된 거야?”
LEUCO는 장만수의 작업실에서만 가동 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방금 처음으로 켠 컴퓨터에서 작동되는 중이었다.
“회사로 출근하라고 해서 어디서든 쓸 수 있게 OS로 개조했지. 근데 이거 역시 장난질을 쳐놨네.”
설명과 함께 화면에는 LEUCO OS가 잡아낸 프로그램 목록들이 떠올랐다.
화면과 더불어 사용자가 접속한 사이트의 아이디, 비밀번호 등 모든 기록을 저장하여 어디론가 전송시키는 프로그램들이었다.
“바로 지운 거야?”
장만수의 손가락은 키보드로 화면을 빠르게 만들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아니. 방금 라우터로 우회 접속해서 패킷 스니핑으로 돌려버렸어.”
네트워크를 통해 컴퓨터 감시 프로그램을 다른 곳으로 연결시켜 놨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 정도 지식은 신우에게도 있었다.
“어디로?”
“감시 프로그램이 드러나면 골치 아플 것 같은 곳으로?”
“그게 어딘데?”
장만수는 감시 프로그램으로 연결시킨 대상의 컴퓨터 아이피로 이름과 직급을 찾아냈다.
“…MH그룹 본사 인력관리본부 김용식 부장이란 사람. 프로그램 기록을 전송받는 사람은 그 밑에 문지훈 대리란 놈이네. 근데 이 정도면 네 컴퓨터도 위험한 거 아니야?”
“내건 오자마자 사용하기 전에 인력관리본부 사람을 불러서 한 번 포맷시키고, 기본 프로그램만 설치하도록 지켜봤어.”
당연히 신우도 이런 견제를 예상하고서 움직였다.
게다가 신우의 컴퓨터는 임희연도 신경을 써서 명 씨 일가의 자식들이 손을 쓰지 못했었다.
다만, 신우는 그런 상황까지는 알 수 없었다.
“잘했네. 혹시 모르니 점검은 해줄게. 누가 나중에라도 설치하면 삭제될 수 있게 만들고.”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근데 이거 MH그룹 시스템에 안 걸리겠어?”
“만능열쇠라고 했잖아. LEUCO면 서버가 독립체계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닌 이상 다 연결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
LEUCO는 국정원에서도 노렸던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위험도가 굉장히 높았다.
“걱정하지 마시게. 나는 일 좀 하다가 인력관리본부라는 곳에 알아서 찾아갈게. 너도 할 일 해라.”
“알았어.”
대답과 함께 신우는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
.
.
MH그룹 본사 인력관리본부.
삐익― 삐익―
부장인 김용식은 아침부터 열심히 일하다가 갑자기 컴퓨터 화면에 뜬 보안 알람 소리에 깜짝 놀랐다. 동시에 컴퓨터가 완전히 멈춰버리면서 패스워드 입력창이 떠올랐다.
“이거 뭐야? 왜 이래?”
처음 겪는 상황 때문에 당혹스러웠다.
이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져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누가 이것 좀 봐주겠어? 갑자기 컴퓨터가 이상한데?”
김용식의 요청에 휘하 직원 하나가 다가와서 화면을 봐주었다.
“시스템관리본부에서 깔아둔 세이프티 프로그램이 작동한 거 같아요. 위험한 바이러스 같은 게 감지된 거 아닐까요?”
인력관리본부는 MH그룹 내 인사를 전담한 부서였다.
당연히 수많은 직원의 정보를 담당한 곳인 만큼 보안은 생명과도 같았다.
“뭐? 바이러스? 그럼 어떻게 해?!”
“일단 시스템관리본부에 연락해야죠.”
“빨리 불러봐!”
얼마 지나지 않아 시스템관리본부의 직원이 도착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직원은 곧장 화면을 스톱시키고 떠오른 화면에 관리자용 패스워드부터 입력하고서 상태를 확인해 나갔다.
“아… 이거 컴퓨터에 감시 프로그램들이 깔려 있는데요?”
김용식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짜증과 분노가 치밀었다. 누군가 그의 회사 컴퓨터를 노렸다는 의미로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뭐?! 그딴 게 왜 깔려 있어? 누가 그딴 걸 컴퓨터에 깐 건데?”
“잠시만요. 기록이 전송되게 만들어진 거 같은데… 역추적해보면…….”
시스템관리본부 직원도 그쪽으로 유능한 실력자였다.
이에 오래 걸리지 않아 감시 프로그램에 설정된 IP를 따라서 들어갈 수 있었다.
“아… 이거… 기록이 전송되게 만든 사람이 여기 본부 사람 같은데요?”
“뭐?! 그게 누구야!”
시스템관리본부 직원은 난처해진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뗐다.
“인력관리본부 문지훈 대리라는 사람의 컴퓨터로 나오네요.”
“문 대리?! 문지훈 대리 어디 있어? 문지훈 대리!!”
김용식도 아는 직원이었다. 이에 그는 눈에서 불을 내뿜듯이 둘러보며 이름을 불러댔다.
그때 탕비실 쪽에서 문지훈이 방금 탄 커피를 들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