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81)
전직용병 재벌서자-181화(181/305)
181화. 서해의 지옥도(地獄島) (2)
곽치영의 비격도 캠프의 전력이 끊기기 1시간 전.
하루 전 저녁,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선박에서 인천항까지 140km쯤 앞두고 있다가 속도가 느려졌다.
곧이어 선박의 측면에 달린 리프트가 작동하더니 매달고 있던 검은색 보트를 밑으로 내렸다.
보트는 바닥 부분이 해면에 닿자마자 안에서 시동이 걸렸다. 그와 동시에 검은 헤드 마스크에 밀리터리 사양의 드라이 슈트 차림을 한 남녀가 나오더니, 리프트 클립을 제거하자마자 바다를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트라이드 아이 여섯 명 전부가 타고 있었다. 선박과 멀어져서야 다들 잠시 헤드 마스크를 벗고서 한숨을 흘렸다.
“MANDU. 도착 예정 시간은 언제야?”
신우도 다른 이들처럼 헤드 마스크를 벗고서 물었다.
이에 장만수는 보트의 운전대를 잡은 채로 다른 손으로 GPS 위치를 확인하며 대답했다.
“현재 속도 250km/h. 인근 해역까지 도착 소요 시간은 15분. 이후 무음 접근까지 고려하면 총 25분 예상.”
“좋네. 다들 장비…….”
철컥― 철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변으로 앉아 있던 릴리안, 웨이, 헥터, 릭은 권총과 소총, 그 외의 장비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너무 흥분하지는 말고. 그러다 사고치겠다.”
걱정이 담긴 신우의 중얼거림에 릴리안은 헤드 마스크 속에서 웃어 보였다.
“왜? LOX. 난 너무 오랜만이라서 좋은데.”
릴리안은 그나마 제대로 싸워본 적이 파티장에서 삼흉의 림도화랑 붙었을 때였다.
물론 그때도 주변에 임희연과 경호원들이 있던 탓에 전력을 다하긴 어려웠다. 림도화의 실력이 릴리안에게 한참 못 미치기도 했고 말이다.
그 모습에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다들 알다시피 이번 미션 포인트는 정보가 없어. 일단 최소 파악된 요주의 인물은 곽치영과 바스티안 마션, 그 휘하의 오한성과 안덕칠, 로사 테일러. 그리고 최근 입국한 유진 슈와르츠.”
동료들은 장비 점검 중인 손을 멈추지 않고서 신우의 설명을 계속 들었다.
“3개 팀으로 나눈다. Zero ONE 교란팀은 나와 SILVER.”
“Nice―! 교란이면 한바탕 제대로 하겠네.”
릴리안이 좋다는 듯이 대답했다.
“Zero TWO 돌파팀 KIRIN과 RHINO.”
이번에 호명된 것은 웨이와 릭이었다.
“오랜만에 붙어서 하네. 안 그래, 릭?”
“좋지. 웨이 형님.”
반가움이 가득한 두 사람의 대답에 신우는 웃음이 나왔다.
“Zero THREE 수색팀은 HOUND와 MANDU.”
“Ok.”
“싹 긁어오면 되지?”
마지막은 헥터와 장만수였다. 그렇게 동료들의 대답은 굉장히 힘찼다.
이에 신우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작전 시간은 총 60분. 나와 RHINO가 적들을 교란하고서 진입. 이후 수색과 함께 적들을 소탕한다.”
다들 고개만 끄덕이며 집중해서 들었다.
“중간에 퇴각 신호가 떨어지면 어떤 상황이든 포기하고서 빠진다. 그리고 혹시 모를 민간인 등장에는 보고 없이 자체적으로 판단 후 행동한다. 절대 다치거나 죽지 마라.”
보트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목적지인 비격도 근처까지 온 것이었다.
운전석에서 장만수가 나오자 헥터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자리로 들어가 천천히 몰기 시작했다.
그사이 장만수는 한쪽 구석에 놓인 사각 형태의 가방을 꺼내오더니 안에서 드론을 꺼냈다.
“슬슬 움직여봅니다.”
작동 세팅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드론은 미세한 프로펠러 소리만을 울리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주변 탐색까지 소요 예정 시간은?”
“섬 자체가 크지 않아서 외관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대신 출입구가 하나뿐이라면 고생 좀 하겠고.”
“그래서 천 회장한테 이것저것 빌려왔잖아.”
섬으로 향한 장만수의 드론은 주변을 적외선 야간촬영 모드로 카메라를 비추면서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나고, 장만수는 미소가 지어졌다.
“찾았다. 입구로 추정되는 곳은 북동쪽과 남쪽에 하나씩. 섬 밖으로 나온 시설이 없는 걸 보니 지상에는 남동쪽 부근에 위성 수신용 안테나만 장착되어 있네.”
지금 드론은 한 바퀴를 돌고서 남쪽 입구를 비춰주었다.
이내 화면이 야간 모드에서 열화상 모드로 바뀌었다. 그러자 출입구 좌우에서 붉은빛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이 보초병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둘이네. 바로 시작?”
“접근해. SILVER, 우리는 준비하자.”
“Ok. 대장.”
신우는 릴리안과 함께 총기 장비들을 방수팩에 넣었다. 복장은 전투복처럼 생기긴 했지만, 잠수가 가능한 밀리터리 사양의 드라이 슈트라서 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는 동안 보트는 시커먼 바다 위에서 섬과 가까이 붙었다.
“Time Check.”
신우의 외침에 다들 시계를 앞으로 가져왔다.
?―
1시간으로 맞춘 타이머가 소리와 함께 작동하면서 시계의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절대 우리 정체가 드러나서는 안 돼.”
“당연하지.”
이내 신우는 수경을 쓴 후에 릴리안과 같이 장비가 든 방수팩을 크로스로 메고서 뛰어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섬 절벽의 동굴 부근에서 잠수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동굴 입구 절벽에서 보초 서고 있던 666부대원들은 두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사이 동굴 안에서부터 뒤쪽으로 돌아간 신우는 그들 중 하나를 뒤에서 덮쳤다.
우드득―
“Zero ONE LOX. 보초 하나 처리 완료.”
[Zero ONE SILVER. 처리 완료.]뒤를 이어 릴리안의 밝은 목소리도 무전기를 통해 들려왔다.
이에 신우는 통로를 걸어서 동굴 안을 마저 확인했다.
“내부 CLEAR. 진입 개시. CCTV는 없는 것으로 확인.”
신우가 안쪽과 연결된 통로를 확인하는 사이, 릴리안도 주변을 확인하면서 사주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보트는 그렇게 안으로 들어와 세워지고, 다른 동료들까지 내릴 수 있었다.
두두두두두―
동굴 안에는 묘한 소음이 울렸다.
그 근원지를 찾아낸 장만수는 헤드 마스크를 쓴 채로 웃었다.
“이거, 소리를 들으니 선박용 디젤 발전기를 전력원으로 쓰는 거네. 근데 이 정도 전력이면 CCTV까지 사용하기는 어려운 게 당연하지.”
동굴 안쪽 구석에 세워진 배를 본 것이었다.
“전력 차단은 바로 가능한 거지?”
“1분이면 돼.”
“그럼 신호에 맞춰서 떨어뜨리고, 폭파까지 시킬 수 있도록 준비해둬.”
“Ok―!”
신우와 함께 출발하려던 릴리안이 장만수를 보며 말했다.
“세팅 버튼 헷갈리면 안 된다.”
폭탄은 이동 중에 릴리안이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넌 줄 알아?”
“나는 안 그러거든?”
“얼른 잘 다녀오기나 하셔!”
다들 그 모습에 웃다가, 가슴 바로 위쪽의 목 부분에 보이스 체인저를 붙였다.
“아, 아―!”
테스트하는 동료들의 입에서 바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도 헤드 마스크와 함께 정체에 대한 흔적을 조금도 남기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럼 출발하자.”
릴리안은 신우의 뒤를 따랐다. 복도는 천장에 일렬로 이어진 전선과 중간중간 매달아둔 전구로만 밝혀져 있었다.
그러다 갈림길이 나오자 자연스럽게 옆으로 따라붙었던 웨이와 릭이 눈을 마주치고서 양쪽으로 나눠서 빠졌다.
“보기보다 안이 꽤나 넓네.”
“자연 동굴치고는 규모가 상당해.”
“왼쪽? 오른쪽?”
다른 갈림길이 나왔다.
이에 신우는 동굴로 울려 퍼지는 선박의 발전기 소리와 함께 다른 소리가 없는지 집중했다.
“왼쪽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리네. 칼 부딪치는 소리도 같이.”
“Ok―!”
신우는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Ready.”
동시에 신우와 릴리안은 눈을 감았다.
60초 정도 지났을까. 속으로 초를 세던 신우는 뒤에 말을 이어갔다.
“Fire.”
무전기로 넘어간 중얼거림과 함께 동굴을 어슴푸레 비추고 있던 전구의 불빛들이 전부 꺼졌다.
그 순간 눈을 뜬 신우는 릴리안과 함께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빠르게 달렸다.
“E구역! 전력 확인 바란다! E구역!”
어둠 속에서 동굴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전력이 나간 탓에 출입구 쪽을 담당한 보초에게 연락하는 것 같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신우는 동굴 한쪽에서 걸어 나오는 기척을 잡아냈다.
탁― 퍼퍽!
우드득!
“으읍!”
신우는 그의 입을 장갑 낀 손바닥으로 움켜쥐고서 몸통의 급소를 가격한 후 그대로 목까지 비틀었다.
외마디 비명만 남긴 사내는 그렇게 바닥으로 천천히 누여졌다.
“여기는 Zero ONE. 1명 처리. 현재까지 셋.”
[여기는 Zero THREE. Ok.]무전으로 카운팅하는 장만수였다.
그사이 옆으로 온 릴리안이 감탄했다.
“LOX, 실전 실력은 여전하네.”
“중국에서 제대로 움직일 기회가 있던 덕분이지. 그보다 더 빨리 움직이자.”
“Roger.”
치지직―
[여기는 Zero Two. 2명 처리.]이번에 들린 목소리는 웨이였다.
[노트북 발견, 자료 확보 들어간다.] [여기는 Zero THREE. Nice shot.]작전은 문제없이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이에 신우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 자료 확보는 큰 성과이긴 했지만, 당장 비격도라는 섬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는 것인지 알아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동료들끼리 용병 캠프라는 추측이 있긴 했지만, 이전의 생에서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기에 의구심이 들었다.
슈아악―
그 순간 앞에서 뭔가 튀어나오며 휘둘렸다.
신우는 기척을 미리 알아차린 덕분에 옆으로 뛰면서 반격하려 했다.
그런데 릴리안이 뒤에서 먼저 튀어나와 그의 목으로 나이프를 내질렀다. 그런데 사내는 뒤로 몸을 빼면서 피했다.
‘뭐지?’
어둠 때문에 얼굴은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신우는 바깥쪽으로 빠졌다가 그를 향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이번에도 사내는 두 사람처럼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상태인지 옆으로 피하며 거리를 벌리려 했다.
“우리 일을 방해했다던 그놈들이냐?”
신우는 어둠 속에서 울린 목소리를 듣고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오한성? 아니야. 뭔가 조금 다른데. 머리도 길고.’
장발의 남성이었다. 다만, 비슷한 느낌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훈련장에서 갑자기 정전이 되자 상황을 확인하러 온 오재성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그의 정체를 더 신경 쓰지 않고서 거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가까이 붙었다.
퍼퍼퍽― 퍼퍽―
“크읍!”
오재성은 신우의 공격이 더 빨라지자 아슬아슬하게 방어하며 나이프를 휘둘렀다.
카각― 칵―
허공을 가르던 나이프는 분명 주먹과 부딪쳤다. 그런데 쇠 긁는 소리만 시끄럽게 울리면서 나이프를 쳐냈다.
“브레스 너클인가?”
“…….”
신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오재성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나이프의 속도를 더욱 올렸다.
파파팍― 카가각!
하지만 궤도가 막히며 쇳소리는 더 요란하게 울려댔다. 그러면서 찰나의 틈이 생기자 신우의 주먹과 무릎이 오재성의 복부와 목 부근에 박혀 들어갔다.
퍼퍽―
“크읍―!”
신음을 흘린 오재성은 충격을 입으며 다급히 뒤로 물러났다.
‘생긴 것도 오한성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신우는 소음기를 낀 권총을 꺼내 들어 겨누었다.
방금 전 실력으로 보아, 좁은 동굴에서 가볍게 제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권총? 대체 네놈들은 뭐지?”
이번에도 신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오재성의 뒤쪽에서 기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