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86)
전직용병 재벌서자-186화(186/305)
186화. 누구를 위하여
신우와 동료들을 태운 컨테이너 선박은 한나절 가까이 지나 웨이하이 항구에 도착했다.
아침이 되어갔던 하늘은 다시 밤이 찾아와 있었다. 이에 조용히 나와 인근에 세워두었던 커다란 승합차에 올라탔다.
뒷좌석에서 헤드 마스크를 벗은 릴리안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좀 살겠네.”
이에 신우와 다른 이들도 얼굴을 드러내고서 안도할 수 있었다.
“근처 CCTV는 전부 작업된 거지?”
보조석에 앉아 있던 신우의 물음에 장만수는 중간 자리에서 대답했다.
“선박 안의 CCTV까지 전부 끝났어. 근데 녀석들도 꽤나 발이 빠르네.”
신우는 그런 중얼거림을 듣고서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왜?”
“놈들이 들어간 태안항 CCTV가 그새 지워졌어. 흔적을 보니 아가레스의 수법 같고.”
“최대한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 거네. 여전히 아가리스인지 아가레스인지 누군지도 모르는 거야?”
“아. 가. 레. 스. 잼민이 찾던 메이안 닮아가냐? 그리고 녀석도 만만치 않아. 나 정도가 되니 그나마 흔적을 찾는 거지.”
대화하면서도 장만수의 손가락은 노트북 위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사이 운전석에 있던 웨이가 차를 출발시켰다.
“대장! 숙소로 가면 되지?”
“그렇게 하자. 내일부터는 중요한 일정이 있으니까.”
신우와 동료들이 중국에 온 이유 중 하나는 MH퓨처시큐리티의 사업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작전을 위해서 세운 일이기도 하지만 표면적으로 서툰 흔적을 남길 수 없었다.
이에 그들을 태운 차량은 웨이하이 항구를 떠나서 칭다오로 향했다.
그사이 신우는 다시 장만수에게 말을 걸었다.
“수거한 자료들은 언제 확인할 거야?”
비격도에서 웨이가 확보한 노트북의 자료를 말함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 확인 중이다. 난 잠시 집중할 테니 피곤한 녀석들은 좀 자든…….”
“크어어어어어어―! 크어어어어어―!”
정확한 타이밍으로 릭의 코 고는 소리가 차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이에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헥터는 옆의 릴리안에게 5.56mm 권총 탄환 2발을 자연스럽게 나눠주었다. 그리고 각자 귀에 꽂더니 곧장 눈을 감았다.
그러던 중에 장만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을 끝내면서 입을 뗐다.
“노트북에 든 자료는 별거 없네. 비격도에 있던 훈련병들 명단과 놈들이 온 곳에 대한 자료뿐이야.”
“하긴, 거기서 비밀스러운 자료를 다룰 일도 없겠지.”
애초에 큰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아쉬움도 없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진짜 666캠프에는 비밀로 하고서 운영하던 곳이 맞아. 캠프끼리 이어져 있어야 할 네트워크 흔적이 전혀 없어.”
이번에도 추측은 틀리지 않았기에 신우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신상 자료와 비격도에 관한 자료는 대검 쪽으로 넣어줘. 폭발 때문에 출동해서 가더라도 놈들이 남아 있던 흔적을 지울 수 있으니까.”
“Ok―!”
신우는 여전히 곽치영을 처리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그사이 차량은 칭다오의 숙소를 향해 계속 달리다 중간에 2번 정도 차량을 갈아타고서 계속 이동했다.
.
.
.
3시간 정도 지났을까.
트라이드 아이를 태운 승합차는 칭다오 스난구의 웨스트리 호텔에 도착했다.
도착 전에 동료들은 전부 일어나 있었다.
다만, 정식으로 호텔 로비를 통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맨 밑의 지하 3층에 차량을 세운 후 내려서 주차장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호텔의 냉난방을 관리하는 시설실이 있었다.
다들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가 더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내 이런저런 설비를 지나치다 가로 1.5m, 세로 2m 크기의 컨트롤 박스 앞에 섰다.
“주변에 누가 다녀간 흔적은 없네.”
관찰력이 가장 좋은 릴리안이 말하자, 옆에서 장만수는 컨트롤 박스의 버튼을 정해진 순서대로 눌렀다.
그러자 불이 깜박이며 컨트롤 박스 통째로 문처럼 열리더니 엘리베이터 하나가 나왔다.
신우와 동료들은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펜트하우스 층인 로열 스위트룸에 도착했다.
“죽겠다, 죽겠어~!”
운전을 담당한 웨이가 소파에 드러눕고, 신우도 안도한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았다.
이에 장만수는 방금 타고 온 엘리베이터의 옆에서 뭔가 조작했다. 양옆으로 갈라져 있던 붙박이 수납장은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 엘리베이터를 완전히 감추었다.
“진짜 저거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네. 웨이, 진짜 고맙다.”
장만수의 중얼거림에 신우도 공감했다.
비밀 엘리베이터의 존재는 호텔 측에서도 전혀 모르는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해당 호텔 건물은 현재 중국 최대 불법 조직이었던 칠원회의 전신인 흑성회가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 흑성회의 우두머리인 회주가 로열 스위트룸을 자신의 거처로 사용하면서 적의 습격 시 대피를 위해 비밀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두었다.
웨이가 회귀 전 칠원회 소속이었을 때 그런 호텔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방금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고맙긴 뭘. 나도 운이 좋아서 안 거지.”
그러던 중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띵동―
어느새 방으로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은 릴리안이 나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앞에는 신우의 경호를 전담한 마크 프리먼이 서 있었다.
“상황 보고를 위해 왔습니다.”
공식적으로 신우와 동료들은 내일 있을 일정을 위해 약 24시간 동안 호텔 방 안에서 중요한 회의 중인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에 경호팀장인 마크 프리먼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가 방 안에서 소리가 들린 것을 확인한 후에 찾아왔다.
“일단 들어오세요.”
그렇게 안으로 들어온 마크 프리먼은 스위트룸 거실 이곳저곳에 놓인 화기와 장비들을 보고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전쟁이라도 하고 오신 겁니까?”
글록과 자동소총 M4, 반자동 저격총 SR―24, 나이프, 그레네이드 등등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에 신우는 그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비슷하죠. 그보다 저희가 회의하던 중에 찾아온 사람은 없습니까?”
“최대한 조용히 입국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이곳저곳에서 찾아와 대표님과 만나길 요청했습니다.”
신우의 MH퓨처시큐리티는 계속해서 성공만 해온 덕분에 어떤 기업에서든 연을 잇고 싶어 했다.
“어디죠?”
“리스트를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대답과 함께 마크는 처음부터 들고 있던 태블릿을 건넸다.
그 안의 내용을 확인하던 신우는 몇몇 이름에서 눈이 크게 뜨여졌다.
“TSF 중국 지사장도 찾아왔네.”
이에 장만수가 노트북을 만지면서 물었다.
“도로시 맥다니엘은 요즘 잠잠한가 싶더니, 뭘 또 원해서 연락한 거래?”
“추이쉰과 곽치영 때문이겠지.”
지금 도로시 맥다니엘은 추이쉰을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녀의 흔적이 한국에서 사라진 상태에서 그 외 증거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으니 안달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지들이 혼선되도록 오해하고서 난리네.”
“우리한테는 잘된 일이잖아.”
신우를 찾아온 다른 기업은 대충 이름만 봐도 투자가 필요한 곳들이었다.
“마크, 앞으로도 예정되지 않은 방문은 전부 거절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다른 일이 있나요?”
“위수안 대표도 메이안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연락을 받지 않으셔서 직접 찾아왔다고 하더군요. 특히 메이안은 대표님 언제 오시냐고 30분마다 연락을 해왔습니다.”
마크도 신우와 위수안이 비지니스보다 더 친밀한 관계라는 걸 알았기에 목록에다가 적지 않고 따로 전한 것이다.
“그건 제가 연락하죠.”
물론 마지막 말에 대해서는 가볍게 무시했다. 이번에 메이안을 경호팀으로 놔두면 부재중 상황에서 사고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저번처럼 위수안에게 잠시 보내둔 것이다.
다시 마크가 밖으로 나가자 신우는 탁자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을 들어서 켰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들이 연달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서인 장진호를 비롯하여 명중환 회장이나 임희연, 엄아영 등등에게 와 있었다.
딱히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중 엄아영은 지난번에 말했던 ‘극한형사’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는지 일정과 함께 물은 것이다.
그사이 다른 동료들은 장비를 가방에 웬만큼 정리해서 넣은 후 씻으러 가거나 쉬러 들어갔다.
이에 신우는 무의식적으로 살짝 주변 눈치를 보다가 엄아영에게 메시지로 답장했다.
【참석 가능합니다.】
그때 뒤쪽에서 장만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대장은 뭐 해∼?”
능글맞은 분위기에 신우는 눈살부터 찌푸려졌다.
“뭐가?”
“옛날에는 핸드폰이 있는 둥 마는 둥 살더니, 웬일로 핸드폰부터 확인하네?”
“연락 온 것이 많아서 그렇지.”
“그게 아닌 거 같은데… 누구한테 답장하는 거야?”
“일이야.”
신우는 신경 쓸 것이 없었기에 핸드폰을 켜둔 상태였다.
그걸 뒤에서 보던 장만수는 신우가 누구에게 답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응? 엄아영 대표?”
그 순간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있던 동료들이 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다들 뭔가 흐뭇해하는 분위기의 표정이었다.
그걸 본 신우는 데자뷔와 동시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너희들, 왜 그래?”
“엄아영 대표가 뭐라고 하는데?”
릴리안은 물음과 함께 신우가 앉아 있던 긴 소파로 다가왔다. 다른 동료들도 옹기종기 모여들더니 옆으로 섰다.
“너희는 씻고 잘 거라더니 왜 나한테 와?”
“우리야, 대장이 걱정되어서 그렇지.”
“맞아, 맞아. 이번 생에도 혼자 늙기는 좀 그렇잖아. 안 그래?”
마지막 웨이의 물음에 다른 동료들 전부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가 왜 혼자서 늙어?”
다른 동료들을 대변하듯 릴리안이 나서서 대답했다.
“우리가 대장을 몰라? 옛날에도 만나는 사람이 전혀 없었잖아. 이번에도 대장이 그렇게 살면 우리가 미안해서 못 살아.”
신우는 뭔가 불쾌해짐을 느꼈다.
“나보다 너희들 걱정이나 하지? 서로 다를 것도 없는데 웬 참견이야?”
“Are we∼? (우리가∼?)”
대답과 함께 릴리안은 진심으로 당혹스러웠는지 자신도 모르게 영어가 튀어나왔다.
“왜? 아니야?”
“나는 옛날에 임무 맡으면서도 틈틈이 만났거든? 뭐, 진심으로 좋아할 사람이 없어서 오래 만나진 않았지만.”
“그렇게나 바빴는데?”
“바빠도 만날 사람은 다 만나. 안 그래, 웨이?”
웨이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임무 때문에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녀서 오래 만나긴 어려웠지만.”
신우는 두 사람의 말을 듣다가 장만수에게로 고개가 돌아갔다.
“설마… 너도?”
“난 패션의 도시 파리에서 몇 명 사귀어봤지. 트라이드 아이에 들어간 후로는 진짜 바빠서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릭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설마, 너도?”
“몇 번 있긴 하지. 대장은 없어?”
릭의 대답은 일말의 나쁜 마음 없이 순수했다.
하지만 신우는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희망처럼 헥터 하몬드에게 시선을 던졌다. 평소 말이 워낙 없고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본 적도 없었다.
이에 다른 동료들의 시선도 헥터에게 옮겨졌다.
그들도 헥터가 여자와 사귀는 걸 보거나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결혼했었다.”
신우와 동료들은 그 말을 듣고서 어떤 때보다 눈이 커졌다.
“뭐?! 결혼을 했다고?”
“헥터 형님! 정말이야?”
“진짜로?”
“…헐.”
질문들이 터지던 사이, 신우는 헥터의 표정과 분위기가 묘하게 안 좋은 걸 느끼고서 조심히 물었다.
“결혼을 했었다는 건 무슨 의미야?”
“…사별했으니까.”
다들 처음 듣는 말이었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그 이상은 묻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헥터는 웬일로 길게 말을 이어갔다.
“3년 전쯤… 나 때문에 세상을 떴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그동안 왜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알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