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89)
전직용병 재벌서자-189화(189/305)
189화. 덩치보다 빠른 준비 (1)
몇 시간 후.
신우는 폐건물 부지에서 천금성과 적호방을 전부 쓰러뜨린 후,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의 저택에 도착했다.
마당 도로를 지나서 입구 앞에 서니 천혜린의 집사인 황진유가 서 있었다.
“오셨습니까. 백신우 대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리고 빌려주신 장비는 잘 사용했습니다. 어디로 옮기면 될까요?”
그사이 동료들과 경호원들이 차에서 총기와 잔여 장비가 든 가방을 꺼냈다.
“잘 사용하셨으면 되었지요. 짐은 저희가 알아서 옮기겠습니다.”
황진유의 눈짓에 옆으로 서 있던 청우그룹 경호팀원들이 그 가방들을 넘겨받았다.
이후 신우는 동료들과 함께 황진유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회장님께서는 저번에 뵈었던 온실에 계십니다. 다른 분들은 응접실에서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메이드가 다가와서 동료들을 안내했다.
그동안 신우는 황진유를 따라 온실로 들어섰다.
안에서는 데자뷔처럼 천혜린이 메이드인 채민아의 시중을 받으며 독서 중이었다.
“생각보다 늦었구나.”
천혜린이 책을 덮으며 물었다. 그러자 채민아가 옆에서 책을 받아 들고서 옆에 내려놓았다.
그런 모습을 본 신우는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처리할 사람이 좀 많았습니다.”
“적호방이라고 하더니, 고생 좀 한 건가?”
“딱히요. 그냥 좀 화풀이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까 황 집사님에게도 말했지만, 장비는 잘 썼습니다.”
“쓸모는 있었고? 한국 쪽 소식을 보니 난리가 난 듯싶던데.”
신우의 반문에 천혜린의 옆에서 채민아가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서해안에서 의문의 폭발? 태안에서 약 50km 떨어진 동렬비격도란 섬에서 폭발이 일어나…….】
【폭발이 발생한 서해 무인도에서 수십구의 시신이 발견되어…….】
【서해 동렬비격도에서 사망한 신원 불명의 시신들에 관한 자료가 대검찰에 제보?】
.
.
아침까지는 보지 못했던 기사들이었다. 신우와 동료들이 천금파와 적호방을 박살내는 사이에 나온 듯했다.
“그러게요. 꽤나 난리네요.”
“배편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줬는데, 여러 일들이 많았나 보구나. 혹시, 전쟁이라도 벌이고 온 거니?”
“뭐… 비슷합니다.”
마크 프리먼이 했던 질문과 똑같았다.
이에 천혜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신우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같이 움직인 사람들의 이력이 꽤나 특이하더구나.”
“이번 일에 대해서는 관심 가지지 않기로 하신 걸로 아는데요. 그에 합당한 투자 정보도 충분히 드렸고요.”
“경호팀은 호텔에 남아 있었으니 너무 뻔한 거 아니니.”
신우도 납득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그것도 그렇긴 했네요.”
“물론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어. 너와 그 친구들은 약 24시간 동안 호텔 방에서 중요한 회의를 한 것이니까.”
“도움을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 인사에 천혜린은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일은 잘 마무리된 듯해서 다행이네. 기사만 봐도 충분하긴 하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앞으로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고요.”
천혜린은 메이드인 채민아가 따라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일이야 의손자가 알아서 잘하겠지.”
“아, 그러고 보니 LAOJIA 쪽은 회장님께서 손을 써주신 듯하던데요.”
중국에 오기 직전, MH전자와 기술 특허 도용과 디자인 표절에 대해 시비가 이어지던 LAOJIA에서 꼬리를 말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우가 도로시 맥다니엘과 거래하여 얻어낸 효과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LAOJIA에서도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덕분에 MH전자는 원래 예정이었던 신제품을 문제없이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천혜린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신우를 쳐다봤다.
“그건 어떻게 알았대? 나름 숨긴다고 숨겼는데 말이야.”
“저도 듣는 귀가 있으니까요. 물론 임희연 대표 때문이겠죠?”
신우의 뻔한 물음에 천혜린의 미소가 짙어졌다.
“딸의 일이니 신경 써야지. 아, 그보다 우리 비지니스 이야기도 해야 하지 않나?”
“그러시죠.”
“한국 쪽 DAX 인터내셔널과 DAX 쇼핑 사항은 검토를 마쳤어. 단, 거기에 모이라이라는 명품 브랜드와 제휴 런칭 내용이 있던데. 그건 해당 회사와 협의가 된 걸까?”
신우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그 웃음을 본 천혜린은 의아하여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왜 그러는 거지?”
“지금 그 회사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제 앞에 있으니까요.”
순간 천혜린은 계속 머물고 있던 웃음기가 지워질 수밖에 없었다.
모이라이는 약 10년 전 이탈리아에서 창업하여 성공한 유명 명품 브랜드다. 유럽 명품 브랜드 순위로는 3∼5위권에 계속 머물 정도로 유럽과 미국 쪽에서 수많은 고객에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회사의 대표는 천혜린이 아닌 엘리자벳 디무치라는 여성이었다.
“대체… 그건 어떻게… 처음부터 그걸 알고서 나를 설득하러 온 거였구나. 그래서 검토 서류에도 그 내용을 넣어뒀던 것이고.”
그 말처럼 모이라이의 실제 소유주는 천혜린이었다.
하지만 중국 대기업의 회장이라는 입지 때문에 패션 브랜드 이미지가 낮아질 것을 대비하여 완전히 독립 운영해왔다.
대표조차 청우그룹과 관계가 없는 사람으로 앉혀놓고서 말이다.
물론 자금도 절대 교차점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었기에 누구도 알기 어려웠다.
“맞습니다. 그리고 모이라이는 아직 한국에 입점하지 않은 브랜드죠. 지금도 여러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모이라이를 입점시키기 위해 손을 쓰는 것도 압니다.”
천혜린은 그런 설명을 듣고서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모이라이의 가치만큼 웬만한 조건으로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겠네.”
이에 신우는 챙겨왔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어 내밀었다.
그 안에는 모이라이 입점과 DAX 쇼핑과 제휴하는 계약 조건들이 명시되어 있었다.
“청담동 소재의 독채로 직영점 매장 건물과 매출이 가장 높은 MH 백화점 지점 입점까지… 그 중간에서 DAX 쇼핑은 수수료만 먹겠다는 건가? 그럴 거면 우리가 직접 협상해도 되는 부분일 텐데. 게다가 굳이 MH 백화점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일이고.”
틀린 말은 아니었다. 청우그룹은 그만한 자금과 여유를 가진 곳이니 신우가 제안한 조건을 들어주지 않고서도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물론 신우도 그 사항을 모르지 않았다.
“그에 합당한 조건을 가져왔습니다.”
이번에는 신우의 손에서 서류가 아닌 태블릿이 건네졌다.
천혜린은 화면에 띄워진 자료를 하나하나 넘기며 확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지했던 표정에서 눈이 크게 뜨이기 시작했다.
“…신소재 기술 제휴?”
“의복 소재입니다.”
내용을 계속 읽어가던 천혜린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다.
“이건 일반 의복이라기보다… 군사용 의류 아닌가?”
“맞습니다. 케블라와 우블렉을 조합하여 개발한 밀리터리 스펙의 의류죠. 물론 소재 배합에 따라 상품 등급도 나눌 수 있습니다.”
신우의 덤덤한 대답에 천혜린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MH그룹에는 MH테크가 있잖아. 군사용품이라면 거길 통해서 제품화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
“거긴 의류 계열사가 없으니까요. 물론 계열사를 만들든지 국내의 다른 의류기업과 제휴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기술 유출에 대해서도 민감한 부분이라서요.”
단순히 믿고 맡길 곳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천혜린도 납득되면서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이런 기술이 타국에서 상품화된다면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반발이 있을 거 아닌가? 자칫 일이 복잡하게 꼬일 수도 있겠는데.”
“실질적으로 해당 기술 특허를 소유한 회사는 MH테크가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신우는 천혜린에게 다가가 태블릿의 다른 화면을 띄워주었다.
그 안에는 모이라이와 MH퓨처시큐리티, MH테크. 거기서 모이라이와 교집합으로 따로 떨어진 DAX 쇼핑, MH 백화점의 이름이 여러 설명과 함께 쓰여 있었다.
“이거… 의손자께서 상당히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나 보네. 그런데 신소재 특허권이 MH테크에 없다면 누가 가지고 있는 거지? 소유주가 확실해야 우리도 믿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거잖아.”
“정확히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그곳과 작성한 독점 사용 계약서이고요.”
다른 서류가 꺼내졌다.
그 내용을 확인한 천혜린은 아까보다 더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오큘러스 펀드? 이곳이라면 지금 유럽 쪽에서 난리인 곳이던데. MH퓨처시큐리티는 벌써 이곳과 비지니스를 진행해왔던 건가?”
“사업에도 패션처럼 트랜드가 있으니까요. 시기를 놓치면 따라잡기가 어렵죠.”
신우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면서 천혜린을 쳐다봤다.
그사이 천혜린의 시선은 기술 특허 독점 사용에 관한 계약서를 빠르게 훑었다.
“오큘러스 펀드에서 요즘 온갖 사업에 손을 댄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이런 기술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이미 오큘러스 펀드가 한국에서 중소기업을 사들였다던 소식까지 전해진 것이다.
“아무튼 모이라이와의 제휴만 결정되면 나머지 회사들과 같이 움직이는 건 문제가 없을 겁니다.”
“두 가지 대형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한다라…….”
“MH퓨처시큐리티와 DAX 쇼핑, DAX 인터내셔널 쪽에서는 최소한의 수수료만 먹을 겁니다.”
그 조건에 천혜린은 깜짝 놀랐다.
“고작 그걸로? 그보다 DAX는 위수안 대표라는 사람이 있을 텐데. 왜 의손자께서 대리인으로 온 거지? 이 정도 제안이라면 직접 와서 이야기 나눠야 하지 않나?”
“거긴 추가적으로 할 일이 많아서요. 그리고 수수류만 먹는 입장에서 제가 설명하는 것 이상으로 늘어놓을 사항은 없죠.”
신우는 번거로운 절차를 깡그리 날려버린 것이다.
“하하―! 시원시원한 성격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귀찮은 걸 싫어하는 것으로 하죠.”
“나쁘지는 않네. 그런데 방금 말한 소재의 시제품까지 나온 건가?”
“확인이 필요하실 것 같아서 챙겨왔습니다. 응접실에 있는 동료들을 경호원들이 사용하는 사격 연습장으로 불러주시죠.”
이에 천혜린이 채민아에게 눈짓을 주어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그사이 신우는 태블릿과 서류를 챙긴 후 천혜린과 같이 사격 연습장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도 도착했다.
미리 알고 있다는 듯 릭이 비격도 캠프에서 입었던 밀리터리 사양의 드라이 슈트를 입고서 사격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저거니?”
“맞습니다.”
“시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완성도가 꽤나 높은 것 같은데?”
“이번 전투에서도 사용했습니다. 거기서도 소총 탄환까지 문제없이 막아냈고요. 물론 경량화에 따른 두께 한계치 때문에 충격 흡수율이 60% 정도라 데미지가 아예 없기는 어렵지만 버틸 만합니다.”
사격장에는 천혜린의 경호원들도 같이 나와 있었다.
다들 믿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저런 물건을 실전에서도 가능한 정도까지 만들었다고? 대체 어디서?”
케블라와 우블렉을 조합하는 과정부터 섬유 제조까지 상당한 기술력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정도 장비가 제품에 가까운 정도로 만들어지는데 소문이 안 나기도 어려웠다.
“MH테크와 관계없이 운영하는 연구실이 있습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알려진 곳이 아니고요.”
“그런데 직접 입고서 시험해보려는 거니?”
“확실한 것이 좋으니까요.”
신우의 대답과 함께 헥터가 소총을 들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