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9)
전직용병 재벌서자-19화(19/305)
19화. Knight In The Elements
전략투자본부 감사실.
최근 MH식품 제품기획실장으로 있던 명진석은 전략투자감사실 차장으로 발령받아 이동해왔다.
기존 실장이 있다 보니 직책까지는 받지 못했지만, 일단 본사로 들어온 것으로 만족했다.
대신 차장 직급으로 개인 사무실을 따로 받긴 했다.
동시에 아버지 명성철에게 본사에서 기반을 다지라는 지시를 받고 나름 정보를 수집해서 인력관리본부 직원 하나를 포섭하는 일까지 마쳤다.
본사에서 성공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어디서 그런 등신 같은 놈을 데려와서는…….”
천재일우의 기회인지 얼마 전 백신우가 과장직 직원을 하나 뽑아 낙하산을 박아버렸다.
방금 출근하면서 1층 로비에서 그 직원이 출근하던 것까지 보았다.
광대 같은 패션에 미친듯이 웃을 뻔했던 걸 겨우 참았다.
“이제 운영실에서 둘이 뭘 하는지만 확인하면 게임 끝이지…….”
포섭한 인력관리본부 직원을 통해 장만수라는 낙하산 과장의 컴퓨터에다가 감시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 발각될 위험도 걱정이긴 했지만, 지시를 내린 과정에서 대포폰까지 사용하여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았다.
명진석은 그런 자신의 완벽함에 도취하듯 미소 지으며 화면에 띄워둔 이번 운영실 실적 자료를 검토했다.
전략투자운영실장인 백신우가 최근 수익을 낸 주식 차트였다.
솔직히 지금 자료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식 차트 안에서 치고 빠지는 시기가 너무 절묘했다.
“대체 이렇게 될 거란 정보를 어디서 알아낸 거지? 이런데도 내부 거래가 아니라고?”
해당 자료는 투자감사실에서 검토가 이미 끝났기도 했다. 그럼에도 명진석은 과정이 궁금했기에 업무 파악이란 핑계로 확인 중이었던 것이다.
“군바리였던 새끼가 내부 거래를 할 인맥이 있을 리는 없긴 하겠지… 그럼 혹시 그 광대 같은 새끼?”
출근하면서 보았던 휘황찬란한 패션의 소유자인 장만수를 떠올려봤다.
포섭한 인력관리본부 직원을 통해 미리 접수된 인사 기록도 확인했다. 그런데 고졸에 군대를 다녀온 이후부터 신경 쓸 만한 기록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내용이 너무 같잖아서 웃음만 나올 정도였다.
“친한 사이라면 주식 정보에 대한 출처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명진석의 노림수는 바로 그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로비에서 본 백신우와 장만수의 친한 모습은 그 가능성을 높게 만들어주었다.
자신의 방에서 성공에 대한 예상을 잔뜩 기대했다.
그러다 책상 어디선가 진동이 울렸다.
우우웅― 우우웅―
서랍에 넣어둔 대포폰이 울리는 것이었다.
“아, 뭐야. 내가 전화는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는데…….”
짜증이 치솟은 명진석은 거칠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
물음과 함께 포섭되었던 인력관리본부 직원인 문지훈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차, 차장님! 큰일났습니다!]“왜 그러는데?”
[그 낙하산으로 들어온 놈 컴퓨터에 깔아둔 게 걸린 거 같습니다!]“…뭐? 그게 왜 걸려?”
명진석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러니까, 그게… 설명하기 좀 복잡한데… 분명히 그 프로그램을 낙하산 컴퓨터에 깔아뒀는데, 어느새 저희 부장님 컴퓨터로 옮겨져 있었습니다.]최대한 정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명진석은 장만석의 컴퓨터에 깔아둔 것이 왜 부장이란 사람에게 갔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아무튼! 그걸 시스템관리본부에서 발견하는 바람에 감찰실에서 호출까지 받았습니다. 어쩌면 좋습니까?]순간 명진석은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걸 깨닫고서 핸드폰을 꺼버렸다.
“시발―!”
사무실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소리가 질러졌다.
그 소리로 인해 바깥에서 일하던 전략투자감사실 직원들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명진석은 아랑곳하지 않고서 핸드폰을 땅에 떨어뜨려 밟아버렸다.
콰직― 콰직― 콰직―
“그 새끼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증거는 남겨두지 않았으니 상관없겠지.”
나름 철저하게 움직인 덕분이었다.
물론 중간에 사람을 껴서 움직였다면 좀 더 수월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명진석도 잘 알았지만, 당장 기반도 없는 본사에서 줄줄이 엮어놓을 만한 인맥이 부족했다.
* * *
MH그룹 본사는 부서 이곳저곳이 시끄러웠다.
“인력관리본부 문지훈 대리가 김용식 부장님 사찰했다면서?”
“그거 때문에 감찰실에서 호출까지 받았다는데?”
“미친 거 아니야? 대리가 부장님을 사찰해?”
“듣기로는 위에서 누가 시킨 거라고 하던데.”
“근데 저기 새로 온 과장님이라는 분은 패션이 왜 저래요?”
“난 어디서 행사 나온 사람인 줄 알았어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전략투자운영실 안의 직원들도 그 소문으로 인해 시끄러웠다.
신우는 장만수의 자리에 있다가 그런 목소리를 듣고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제대로 물렸나 보네.”
“당연하지. 누구 솜씨인데. 근데 진짜 배후인 놈이 우리를 더 예의주시하겠네. 적진 안에서 너무 드러내는 거 아닌가?”
장만수는 살짝 걱정인 눈빛이었다.
“당장 놈들도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 파악 못 하는 이상,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야.”
“그거야 그렇겠지만…….”
“혹시나 누가 너한테 접촉해오면 나한테 오더받을 대로 움직이는 거라고만 해줘. 너는 시키는 대로 매수랑 매도를 진행하는 것뿐이라고.”
표면적으로는 신우가 투자 운영 일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으로 장만수를 박아놓은 것이라 생각될 것이다.
“너한테 몰빵시키려는 거구만.”
“그게 상대하기 편하니까. 아, 나는 슬슬 출발해야겠네.”
“KITE에 간다고 했었지? 근데 대표로 임명된 지 며칠 됐다면서, 너무 늦은 거 아니야?”
정확히 일주일이 지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KITE 쪽에서 신우의 대표이사 선임에 불만이 많은지 먼저 연락해오지도 않았다.
“가보면 알겠지.”
“그럼 고생해라.”
“적당히 하고서 퇴근해.”
신우는 곧장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를 타고서 나왔다.
도로에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백미러와 양쪽 사이드미러로 시선이 갔다.
“진짜 지치지도 않는 사람들이네.”
미행이 붙었기 때문이다. 아까 차에 올라타기 전에는 추적기까지 발견해서 부숴놓았다.
“나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찾아와 묻기라도 하던가.”
신우는 차의 속도를 높이고서 올림픽대로로 들어섰다. 여전히 뒤에서 검은색 차량이 중간에 차량을 끼고서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4차선 도로에서 2차선으로 계속 달리던 중에 급히 속도를 올리다가 브레이크와 함께 핸들을 돌렸다.
‘여기서 턴―!’
끼이이이이익―
신우의 차는 3차선에서 달리던 차량의 앞을 드리프트로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 샛길로 들어가버렸다.
이에 뒤따라오던 미행 차량은 올림픽대로에서 브레이크를 잡지 못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징한 놈들이야. 매번 이런 꼴을 당하면서도 따라붙다니.”
솔직히 오늘은 장만수의 아지트로 가는 것이 아닌 KITE로 가는 것이라서 미행이 붙었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매번 미행을 따돌리는 것이 습관화되다 보니 오늘도 해주지 않으면 찜찜할 것 같았다.
이내 신우는 여의대로로 들어가 KITE 본사가 있는 인천으로 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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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한 시간 정도 걸려서 KITE 본사 근처에 도착했다.
MH테크 본사이자 인천 공장인 탓에 주변은 다른 공장 건물로 가득한 곳이었다.
“분위기 삭막하네.”
주변에서는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중이었다.
그러다 공장 부지로 들어가는 입구 쪽 차단기 앞에 차를 세웠다.
중년의 경비원이 조그만 창문을 열고서 신우의 얼굴을 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여기 일하러 왔는데요.”
“직원이시면 사원증을 앞의 기계에 대시면 됩니다.”
신우는 주머니에서 MH본사 사원증을 꺼내어 댔다.
삐삐삐― 삐삐삐―
하지만 인식 불가 소리가 울리면서 경비원의 시선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었다.
“직원 맞으세요?”
“맞습니다. 오늘 첫 출근이라서요.”
“아∼ 근데 지금 시간이 오후 3시가 넘어가는데…….”
몇 시간 후면 퇴근할 때였다. 경비원은 이해가 힘든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정이 있어서요.”
“잠시만요.”
이내 경비원은 신우에게 다가가 기계에 가져다 대던 사원증을 확인했다. 그리고 사원증 안에 붙여진 사진과 직책을 보고서 깜짝 놀랐다.
【MH그룹 전략투자운영실】
【실장(차장) 백신우】
“진짜 보, 본사 차장님이십니까?!”
일반적인 회사의 차장이라면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 차장은 급수가 달랐다. 게다가 하나의 사무실을 총괄하는 실장이라는 직함까지 붙어 있으니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맞아요. 오늘은 여기 KITE 대표로 첫 출근 하는 거라서요. 오래 기다려야 할까요?”
“…네? KITE의 대표…님이요?”
“확인이 필요하시면 KITE 인사팀에 연락해서 물어봐주시겠습니까?”
순간 경비원은 일주일 전쯤 MH테크와 붙어 있는 KITE의 인사팀으로부터 공지를 전달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아―! 자, 잠시만요.”
내용은 기억났다. 그러나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기에 경비원은 곧장 전화기를 들었다.
인사팀 직원과 통화하는지 짧은 설명과 함께 연신 ‘네―, 네―’거리다가 전화를 끊었다.
동시에 굳게 내려와 있던 차단기가 올라갔다.
“드, 들어가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신우는 경비원에게 사원증을 넘겨받고서 공장 부지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커다란 공장 건물 서너 개가 사방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중 한 개를 제외하고서는 전부 MH테크의 본사이자 공장들이었다.
이에 신우는 ‘KITE’라는 심플한 폰트의 간판이 박힌 공장 건물 쪽으로 차를 끌고 가 세웠다.
“생각보다 크네.”
기본적인 경비업체와 더불어 오너 일가를 담당하는 특수경호팀이 소속된 곳이다.
다만, 특수경호팀은 담당 업무를 위해 본사에 있기보다 각자 배속된 사무실이 따로 있었다.
그러던 중에 KITE 건물에서 한 사람이 차분한 걸음으로 나왔다.
깔끔한 갈색 정장과 검은색 구두, 신장 180cm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50대 초반의 중년 남자.
‘KITE의 운영이사인 유형진.’
KITE의 실소유주인 명중환 회장을 제외한 실질적인 운영자였다.
신우는 그의 얼굴을 미리 확인했던 그룹 내 KITE 조직도로 알고 있었다.
이에 차의 시동을 끄고 내려서는 유형진의 앞으로 걸어갔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KITE의 운영이사인 유형진라고 합니다.”
진중하면서도 차분한 인사였다.
그런 유형진와 눈을 마주친 신우는 악수부터 나눴다.
“백신우입니다. 본사 쪽 일이 많아서 좀 늦었습니다.”
조금이라고 하기에 일주일은 짧지 않은 기간이었다.
그럼에도 유형진은 불편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괜찮습니다. 대표 사무실로 안내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아니요. 회사부터 한번 둘러보죠.”
“알겠습니다.”
신우는 유형진의 뒤를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로비를 지나면서 건물 이곳저곳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