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93)
전직용병 재벌서자-193화(193/305)
193화. 광자(狂者)를 위한 시사회 (1)
【최근 출시한 MH전자의 GLACY21 200만 돌파! 고객을 사로잡은 기능은? GLACY21은 이번에 30,000㎃ 배터리와 티타늄 프레임, AI 양방향 통역 기능을 탑재하여…….】
【MH전자 GLACY21, 동남아와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상승! 中, 빠르게 추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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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OJIA와의 소송 문제가 해결된 MH전자의 신제품들은 크게 성공하며 시작되는 중이었다.
신우는 기사들이 계속 올라오는 사이,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메이안과 마크 프리먼만 데리고서 강남의 하이퍼박스 극장에 들어섰다.
그곳에서는 이번에 개봉될 ‘극한형사’ 시사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수많은 기자와 관객, 시사회의 초대 손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얘는 왜 이렇게 안 와?”
지금 신우는 장만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같이 출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샵에 들렀다 온다면서 아침 일찍부터 먼저 나간 것이다.
그사이 신우는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씩 받았다. 대부분 메이안을 향한 것들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연락 한번 부탁드립니다.”
몇 사람은 메이안에게 그런 말을 하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다.
【딥앤퍼플 Ent】
【플러스파트너 엔터테인먼트】
【런앤투 컴퍼니】
【매니지먼트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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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배우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이 초대받는 시사회이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메이안을 보고 접근한 것이었다.
그렇게 받은 명함은 10장을 훌쩍 넘겼다.
신우는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괜찮으면 한번 해봐.”
“됐어. 내가 무슨 연예인이야.”
솔직히 신우도 장난으로 던진 말이었다. 애초에 중국 뒷세계에서 야차라고 불리던 메이안이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음을 잘 알았다.
그러던 중에 방금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 쪽에서 사람들의 이목이 몰렸다.
“…설마.”
불길해진 신우의 예상은 적중하고 말았다.
그 순간 메이안이 그걸 보고 중얼거렸다.
“와… 메뚜기다, 메뚜기.”
엘리베이터 쪽에서 신우를 향해 다가온 사람은 장만수였다. 그리고 메이안의 말처럼 보자마자 메뚜기를 떠올릴 만한 쨍한 느낌의 연두색 정장 차림이었다.
이내 장만수는 멍해진 신우의 앞까지 와서 반갑게 인사했다.
“Yo∼ 대표님.”
“…너, 아침에 나갈 때는 멀쩡한 복장이었잖아. 설마 페이크였냐?”
“내가 수 좀 썼지. 그리고 한사민 배우님의 첫 영화 데뷔작 시사회인데 대충 입고 올 수는 없잖아.”
“분명히 나는 아침 차림대로 입어야 같이 가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때만 해도 장만수의 옷차림은 저번에 영화 촬영장에 입고 갔던 정장이었다.
“에이∼ 오늘만 좀 봐줘! 이런 날이 또 어디 있겠어?”
신우는 한숨을 깊게 흘렸다.
“여기까지 온 걸 어쩌겠냐. 근데 웨이는?”
아침부터 장만수 혼자 움직일 수는 없으니 웨이가 경호로 따라붙었다.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헤어졌어. 차에서 기다린대.”
“그래? 일단 들어가기나 하자.”
“Ok―!”
네 사람은 시사회가 진행될 영화관으로 향하려 했다.
그때 한쪽에서 영화 제작사인 브레스필름의 대표, 엄아영이 다가왔다.
“정말 와주셨네요.”
“약속했으니 와야죠. 오늘 잘 보고 가겠습니다.”
“대표님 덕분에 잘 완성할 수 있었어요.”
“저보다는 배우분들과 제작에 참여해주신 분들이 고생하신 덕분이죠.”
“그것도 그렇지만, 백 대표님께서 해결해주신 일들이 많잖아요. 특히 지난번에 한사민 배우가 잘못될 뻔했던 걸 구해주신 것이 가장 커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 여인이 신우의 뒤쪽에서 걸어와 엄아영의 옆으로 섰다.
“대표님! 여기서 뭐 하세요?”
이번 시사회의 주인공이자 배우인 한사민이었다.
한사민은 배우답게 가죽 재킷에 하얀 티, 청바지만으로 깔끔하면서도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마도 극한형사의 배역 느낌처럼 입은 듯싶었다.
“아, 사민아. 왔어? 여기 백신우 대표님.”
“안녕하세요, 대표님! 정말 오랜만에 뵈어요. 잘 지내셨죠?”
활기찬 그녀의 인사에 신우는 웃으면서 대답해주었다.
“그럭저럭 지냈습니다.”
“저를 구해주셨는데 따로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해요. 어떻게든 감사 인사부터 전했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시간을 못 냈어요.”
진심으로 미안한 표정이었다. 물론 한사민이 얼마나 바쁜지는 장만수가 틈날 때마다 중얼거리던 것이 있어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 그리고 여긴… 응?”
신우는 그렇게 대답하고서 장만수를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불과 몇 초 전까지 옆에 있던 장만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우측, 극한형사 배우들로 만들어진 등신대 뒤에서 눈만 빼꼼히 내민 걸 발견했다.
“…….”
“저분은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으신가 보네요.”
한사민도 지난번 촬영장에서 인사하던 찰나 사라졌던 장만수를 떠올린 것이다.
“뭐, 똑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하시죠.”
“그럴게요. 아무튼 시사회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영화를 완성하는 데 가장 큰 공헌자께서 안 오시면 어쩌나 했어요.”
“투자자로서 와봐야죠. 오늘 영화는 잘 보겠습니다.”
한사민의 매니저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사민아, 이제 대기실로 가야 할 것 같아.”
“그래? 알았어. 재미있게 보세요!”
한사민이 그렇게 돌아가자 신우도 장만수를 부르려 했다. 그러나 장만수는 부를 새도 없이 어느새 등신대에서 돌아와 옆에 서 있었다.
“…너,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응? 내가 뭘?”
“한사민 팬이라면서 왜 자꾸 숨어?”
“부끄럽잖아∼!”
“…들어가자.”
그제야 시사회 초대장을 내고 들어갔다. 경호원인 메이안과 마크는 상영관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상영관 안 좌석에는 매표소 근처에서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혔던 배우들도 상당수였다. 거기서 신우와 장만수는 좌석을 찾아 앉고서 기다렸다.
신우는 장만수가 방금 어깨에서 벗어서 내린 빨간색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까지 노트북을 챙겨온 거야?”
그 물음에 장만수는 검지를 들어 흔들었다.
“아니, 아니. 비장의 무기지. 물론 노트북도 챙겨왔지만 그건 차에 놔뒀지.”
“…철저하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의 불이 빠르게 어두워지고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시사회 순서는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감독과 배우들이 나올 예정이었다.
‘코믹 액션 영화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영화는 처음인 거 같네.’
캄캄해진 상영관 안에서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 ‘극한형사’는 잠복근무를 나갈 때마다 위장으로 차린 영업장마다 대박집을 만드는 모나영이란 형사의 이야기였다.
거기서 모나영은 국정원과 어떤 사건으로 국정원과 공조수사하다가 위장 가게를 노린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의 비밀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중간중간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러다 약 100분이 흐르고 영화가 끝나면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나쁘지 않네. 만수의 불쾌한 눈빛만 빼면.’
옆에서 장만수는 모나영 역의 한수민이 나올 때마다 한껏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변했다.
물론 신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옆에서 뿜어지는 괴상한 분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와―! 진짜 재미있었다.”
“넌 이미 여러 번 본 거 아니야?”
장만수라면 회귀 전에 수차례 아니, 수백 번 봤을 것이 분명했다.
“당시에는 국정원에 잡혀 있을 때라 극장에서 보는 건 처음이야. 거기에서 도망친 후에는 DVD로 매일 봤지.”
“…매일?”
순간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당연하지!”
“하아… 진짜 대단하다.”
그사이 엔딩 크레딧이 끝나자 상영관 앞쪽 문이 열리고, 사회자와 함께 ‘극한형사’의 감독과 배우들이 들어왔다.
“와아―!”
“한사민! 한사민! 한사민!”
동시에 사람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개중에는 한사민의 팬이 꽤나 되기에 큰 목소리로 이름을 외치는 이들도 있었다.
“한사민! 한사민! 한사민!”
물론 신우의 옆에 앉아 있는 장만수도 그들 중 하나였다.
“…….”
가운데로 서던 이들은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이거나 양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었다.
그때부터 사회자가 진행하며 여러 질문과 감독, 배우들의 말이 이어졌다.
장만수는 잠시 조용해지더니 가방에서 기다란 대포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꺼냈다.
“Nice!”
그 카메라의 렌즈는 한사민에게 향하더니 주변의 기자들과 함께 열심히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찰칵! 찰칵―! 차차찰칵!
신우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지켜만 봤다. 그렇게 짧은 포토 타임이 끝나고, 약 30분 정도 시사회 인사가 진행되었다.
이후 모든 순서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어날 수 있었다.
“이제 다른 건 없는 거지?”
“아마도 그럴걸.”
그렇게 대답한 장만수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방금 찍은 사진들을 확인했다.
“너는 안 일어나냐?”
“응? 아, 가야지.”
신우는 장만수와 함께 통로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온 기척을 느끼고서 앞으로 몸을 숙였다. 동시에 뭔가 신우의 어깨가 있던 자리를 지나고서 장만수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짜악―
“…….”
신우의 뒤로 서 있던 것은 명유희였다. 뭐가 그렇게 반가웠는지 위에서 다급히 걸어 내려와 신우의 어깨를 치려 했던 것이다.
이에 장만수는 오른쪽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뭐죠?”
어이가 없어진 장만수의 물음에 명유희도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슬쩍 고개 돌린 신우를 보며 다급히 말했다.
“오빠! 그걸 피하면 어떻게 해요?!”
“그럼 제가 맞아야 했을까요?”
“아니, 그건 아닌데…….”
그때까지 장만수는 여전히 어이가 상실한 표정으로 명유희를 쳐다봤다.
명유희는 그런 장만수와 눈이 마주치자 더 다급해졌다.
“진짜 죄송해요. 신우 오빠한테 장난치려던 건데… 그렇게 피할 줄은 몰랐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하기에는 손을 내린 장만수의 오른쪽 볼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다시 정적이 흘렀다.
“전부 오빠 때문이잖아요!”
“…내가 뭘?”
신우는 아무렇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휴. 일단 사람들 내려오니 앞으로 가요.”
그녀의 말과 함께 신우는 두 사람과 같이 상영관을 빠져나갔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메이안과 마크가 곧장 신우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대표! 영화는 잘 봤어?”
“그럭저럭.”
명유희는 그사이 영화관 매점으로 달려가 얼음이 든 봉지를 부탁해서 받아다가 돌아왔다.
“이것 좀 대고 계세요.”
“아… 고맙습니다.”
이내 메이안도 장만수의 얼굴을 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수 오빠 얼굴은 왜 저래?”
“누구한테 좀 맞았어.”
그러면서도 명유희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신우를 노려봤다.
눈이 마주친 신우는 다시 어깨만 으쓱거렸다.
“근데 오빠는 바로 집에 돌아가는 거예요?”
“회사로 갈 겁니다.”
“전에도 그렇고, 저한테 왜 계속 존댓말을 써요?”
“반말할 사이는 아니니까요.”
명석하고 현명한 것만 본다면 아버지인 명성철이나 오빠인 명진석보다 딸인 명유희가 더 나았다.
회장인 명중환이 명유희를 왜 아끼는지 알 정도였다.
대체 어떻게 그런 두 사람을 곁에 두고서 이런 딸로 성장할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편하게 말하면 좋을 텐데요.”
“생각해보죠.”
그때 엄아영이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가왔다.
명유희가 그녀를 보고서 물었다.
“엄 대표님! 오빠는 시사회 뒤풀이에 안 가는 거예요?”
“마침 시사회 전에 말씀을 미처 못 드려서 지금 온 거야. 백 대표님, 어떠세요? 감독님이랑 배우분들도 전부 가시거든요. 최대 투자자가 안 가실 수 없잖아요.”
“점심 말입니까?”
그 물음의 결정은 신우가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신우는 옆에서 치킨을 먹는 중에 옆으로 다가온 고양이 표정이 된 장만수를 보았다. 순간 그 눈을 손가락으로 찌를 뻔했다.
게다가 한쪽 볼은 여전히 빨개서 불쌍해 보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