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94)
전직용병 재벌서자-194화(194/305)
194화. 광자(狂者)를 위한 시사회 (2)
결국 신우는 장만수와 메이안, 마크 프리먼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웨이까지 데리고서 영화관 근처의 뒤풀이 장소로 갔다.
식당은 커다란 룸이 있는 중식집이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다들 원형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오셨어요? 이쪽에 자리 비워뒀어요. 다른 분들도 같이 앉으세요.”
엄아영은 자기 주변의 빈자리를 신우와 장만수, 경호원들에게도 권했다.
이에 그들의 시선을 받고서 대답해주었다.
“그러죠. 메이안이랑 마크도 편하게 앉아서 드세요.”
KITE의 본부장인 웨이면 몰라도 두 사람은 신우의 경호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신우가 괜히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수긍하며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아싸! 밥이다!”
메이안은 마크가 팀장이기에 결정을 내리자마자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녀의 모습에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화장실을 다녀오며 늦게 들어온 배영헌 감독이 신우를 보자마자 빠르게 다가왔다.
배영헌 감독에게도 신우는 영화가 무사히 완성될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었다.
“백신우 대표님!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초대가 있어서 와봤습니다. 괜히 불청객으로 온 건 아닐까 염려되네요.”
“어이쿠―! 불청객이라뇨! 백신우 대표님과 MH퓨처시큐리티가 아니었다면 완성도 못 했을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나름 잘 만들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성과가 나올지는 봐야겠지만요.”
“아까 영화를 보니 재미있던데요. 잘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먼저 자리에 앉아 한사민을 힐끗힐끗 쳐다보던 장만수가 중얼거리며 끼어들었다.
“당연하죠. 1,700만을 넘겨서 역대 2…….”
동시에 신우는 장만수에게 다가가 입을 틀어막았다. 방금 그건 미래에 극한형사가 올릴 관객 수였기 때문이다.
“이 친구가 가끔 심하게 과장해서 말합니다.”
신우의 둘러댐에 배영헌은 기분 좋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1,700만이라니! 꿈만 같은 숫자네요.”
배영헌은 16년 차 감독으로,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거기서 최고 기록을 찍었던 것은 2014년에 개봉한 ‘우리’라는 영화로 78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후 10년 가까이 큰 성적을 내지 못했기에 배영헌도 고민이 많긴 했다. 물론 이번에 그 고민을 제대로 해결하게 되지만 말이다.
“잘되실 겁니다.”
신우는 장만수를 한번 째려보고서 그렇게 말했다.
이에 엄아영이 앞으로 나섰다.
“감독님. 아까 인터뷰에서 1,000만을 넘기면 광화문 광장에서 춤을 추신다고 공약하셨는데, 만약 장만수 부장님 말대로 1,700만을 넘겼을 때도 공약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럴까요? 한사민 배우랑 차지형 배우는 어때요? 두 사람도 1,000만 넘기면 나랑 같이 춤추기로 했잖아요.”
다들 1,000만만 넘겨도 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이번 ‘극한형사’는 1,000만을 넘기기 어려운 코미디 액션 장르이다 보니 더 그랬다.
“저야 좋죠. 지형 선배는 어떠세요?”
“나? 나도 괜찮지.”
두 사람의 결정으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이내 아까 주문한 음식이 나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이에 일어나 있던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잠시 정적이 흐르던 중에 엄아영이 배영헌을 보며 말했다.
“감독님께서 한마디 하시는 건 어때요?”
“제가요?”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잖아요.”
며칠 후면 영화 ‘극한형사’의 개봉이었다.
시사회 반응도 좋았고 기대치도 높았지만, 그것만으로 성적을 확실히 예상할 수는 없었다.
“음… 다들 제 결정에 따라서 촬영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배우분들은 앞으로 무대 인사 일정과 홍보를 위해서 더 고생하겠지만, 저도 그만큼 더 노력하겠습니다.”
배영헌과 함께 사람들은 잔을 들었다. 아직 점심이고 스케줄이 남은 이들도 있다 보니 음료수가 담겨 있었다.
다들 음료수를 시원하게 마시고서 식사했다.
엄아영은 신우의 옆자리였다.
“맛은 어떠세요?”
“…괜찮네요.”
“사람이 많고 고기를 굽기에는 너무 복잡할 거 같아서 무난한 걸로 골랐는데 다행이네요.”
“딱히 가리는 건 없습니다.”
빠각―
그 순간 신우의 왼쪽 두 번째 건너에 앉아 있던 곳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메이안이 접시를 포크로 쪼개버린 것이다. 그것도 지그시 눌러서…….
동시에 밥을 먹던 방 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메이안…….”
“?,?不起. (아, 미안.)”
“适可而止?. (적당히 해라.)”
두 사람의 대화에 시선이 모여들었다. 이번에는 아무렇지 않게 중국어를 하는 신우에게 향한 것이었다.
그들 중에서 엄아영만 신우가 중국어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중국어 실력은 여전하시네요. 저도 해외 판권 문제로 직접 소통하려는 것 때문에 배워보는 중이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어렵긴 하죠.”
“대표님은 어떻게 그렇게나 잘하시는 거세요? 혹시 잘 가르쳐주는 학원이 있나요?”
“독학입니다.”
“와―! 거의 원어민이던데. 진짜 대단하세요.”
빠각―
끝내 메이안의 손에서 두 번째 접시가 조각조각 깨졌다.
그러자 옆에서 식사하고 있던 웨이가 쳐다봤다.
“쓰읍―! 메이안! 대표님 말대로 적당히 해.”
“?不起, ?不起. (미안, 미안.)”
엄아영은 그런 상황을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저번에도 그렇지만 저 조그만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어떻게 나와요?”
“타고난 거죠.”
묵직한 쌍도끼를 마음대로 휘두를 정도였다. 물론 휘두르는 반동으로도 가능하지만, 방향 전환과 힘을 확실히 싣기 위해서는 일반인을 뛰어넘는 손목 힘이 필요했다.
“괜히 대표님의 경호원이 된 것이 아닌가 보네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오갔다. 물론 그사이에 직원이 들어와 메이안이 깬 접시를 치워주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울리더니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다들 여기 계셨습니까?”
남자는 성진어패럴이란 기업의 기획본부장인 조민규였다.
그의 등장과 함께 분위기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시사회 뒤풀이가 있다고 해서 와봤는데. 제가 방해한 겁니까?”
불청객처럼 등장한 조민규는 그렇게 말하면서 신우의 뒤쪽을 지나가 엄아영의 옆으로 걸어갔다.
“그런 겁니까? 엄아영 대표님.”
그의 거만한 말투에 엄아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가 원래대로 돌렸다.
“…아니요. 성진어패럴도 저희 극한형사 제작 투자자인데, 경황이 없어서 미처 초대하지 못했네요. 저쪽의 빈자리로 앉으세요.”
반대편 빈자리를 가리킨 것이었다.
그러나 조민규는 그쪽으로 가지 않고서 신우를 빤히 쳐다봤다.
“그쪽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자리를 좀 비켜줬으면 좋겠네요. 난 여기 이 자리가 마음에 들어서 말입니다.”
신우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서 빤히 쳐다봤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니 조민규가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하는 말이 안 들립니까?”
“비켜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서요. 그리고 그쪽이 저를 모르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저는 그쪽을 웬만큼 알고 있네요.”
“제가 그쪽을 알아야 합니까?”
이에 신우는 신기한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저 같으면 남의 주식 정보로 뽕 뽑아 먹으려다 뒤통수 맞은 건 잊기 힘들 것 같은데요.”
“뭐?! 주식?”
조민규는 뭔가를 떠올리다가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러나 신우가 먼저 그를 보며 말해줬다.
“안승주한테 병문안을 한 번도 안 가셨나 보네요. 거기서 만나보기라도 했으면 그 꼴을 누가 만든 건지 충분히 기억하고도 남을 텐데요.”
순간 조민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친구인 에스원파이낸스 2세인 안승주의 양쪽 무릎이 박살난 것은 소문을 들어서 알았다. 물론 그 원인이 누구라는 것까지 말이다.
“설마… 백신우?”
이에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민규의 귓가로 머리를 바싹 붙이고서 말했다.
“저 때문에 텔리콤 주식에서 그 꼴을 당하고, 안승주는 휠체어 신세까지 지는 중인데도 관심이 전혀 없으셨나 봅니다.”
주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조민규만큼은 누구보다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네, 네 녀석이 여긴 왜……?”
“MH퓨처시큐리티가 이번 영화의 최대 투자자인 것도 몰랐습니까?”
당시 50억 원대 투자 금액에 관한 뉴스는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당연히 조민규도 모를 수가 없었다.
“당연히 알지. 그게 아니라, 여기 왜 있는 거냐고.”
아까는 존댓말이 꾸준히 나오다가 어느새 반말로 바뀌어 있었다.
이에 신우는 불편한 표정으로 조민규를 빤히 쳐다봤다.
“투자자로서 초대받았으니 왔죠.”
순간 조민규는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스스로 초대받지 않은 것도 잘 알았다. 그러나 영화의 투자자로서 지금 자리에 끼어들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자리는 그만큼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민규의 시선이 당혹스러워하는 중인 엄아영에게로 향했다.
“나도 투자자로서 왔을 뿐이야.”
신우는 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쳐다봤다.
그렇게 눈을 마주친 순간, 조민규는 등골에서 소름이 돋아서 소리쳤다.
“왜? 뭐!”
“아까부터 왜 반말을 하나 싶어서 말입니다.”
“너, 내 친구 사촌동생이잖아.”
지난번 명운석이 반말하고서 던졌던 이유과 똑같았다.
그럼에도 신우는 계속 조민규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서요?”
“뭐?”
“그래서 왜 반말을 하냐는 말입니다.”
무거우면서도 진지해진 신우의 물음에 조민규는 침까지 삼켰다. 그러다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더니 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크음―! 오늘은 이만 돌아가죠. 엄 대표님께는 다음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결국 조민규는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삽시간에 무거워진 분위기는 주변 사람들의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신우는 문이 확실히 닫힌 것을 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거… 저 때문에 분위기가 어색해졌나 봅니다.”
옆에서 잠시 얼어 있던 엄아영이 말했다.
“아, 아니에요. 솔직히 조민규 본부장님은 저희도 불편하긴 했거든요.”
다들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씩 끄덕인다.
신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성진어패럴도 이번 영화의 투자자 중 하나라는 건 압니다. 거기다 의상 협찬까지 파격적으로 진행했다고 듣긴 했는데, 그것 외에 다른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이에 다들 우물쭈물하다가 엄아영이 다시 입을 뗐다.
“투자랑 협찬을 빌미로 저한테 찝쩍거렸거든요. 뭐, 촬영에 큰 불편을 줬던 건 아닌데… 의도가 뻔히 보이니 불편할 수밖에 없네요.”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뭔가 더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다 좌측의 장만수를 슬쩍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장만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깨만 으쓱거렸다. 해당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대답과 같았다.
‘저건 한사민이 걸려야 신경을 쓰는 거구만…….’
그사이 엄아영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촬영이 끝나니 더 심해지더라고요. 물론 계속 거절하고 있지만, 오늘은 일부러 말하지도 않은 이 자리까지 무작정 들이닥쳤네요.”
방금 엄아영이 별거 없었다고 하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표정은 그게 아니라고 말했다.
“모기 같은 인간이네요.”
“…예?”
갑작스러운 비유에 엄아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에 신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심하게 거슬려서 말입니다.”
다들 그 말을 듣자마자 무거웠던 분위기가 풀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감독인 배영헌도 한몫을 보태려는지 덧붙였다.
“하하하! 아까 백신우 대표님의 눈빛이랑 분위기는 진짜 진국이었습니다. 웬만한 스릴러 연기에서도 본 적이 없을 정도인데,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정말 사람을 죽여본 살인마로 착각할 정도네요.”
그 순간 조금 풀어진 분위기가 다시 싸해진다.
이에 주변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빛이 배영헌을 향해 꽂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