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98)
전직용병 재벌서자-198화(198/305)
198화. 제 무덤을 파는 무지렁이 (4)
신우는 여전히 공항고속도로 위의 차에서 앉아 있었다.
도로 위에 쓰러진 컨테이너 트럭 건너편의 차들은 거의 다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공항에서 경찰과 소방서, 크레인들이 출동해서는 조치하기 시작했다.
일단 컨테이너 트럭부터 옮겨서 막힌 길을 조금이라도 뚫기 위해서였다.
“조금 후면 조치가 될 듯싶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겠네.”
장진호의 설명에 신우는 다시 기다렸다.
이내 크레인으로 트럭의 선두 부분을 들고 당겨서 길이 트이고 있었다. 사고 지역 맨 앞에 있던 차들부터 줄지어 빠져나갔다.
그제야 신우와 경호원들이 타고 있던 차들도 천천히 컨테이너 트럭 옆을 지나칠 수 있었다.
다시 길이 뻥 뚫리면서 속도를 올렸다.
우우웅― 우우웅―
장만수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만수(MANDU) : 탈출 축하. 아직 공항 5층 VIP 라운지에서 나오지 않음.】
차는 점점 빨리 달리며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 신우는 바로 앞에 내려서 장진호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서 VIP 라운지로 들어섰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여러 사내가 서 있었다.
그 사이에 섞여 있던 조민규는 빠르게 다가서는 신우에게 급히 걸어 나와 앞을 가로막았다.
“네가 여길 어떻게…….”
신우는 걸음을 멈추고서 그런 조민규를 빤히 쳐다봤다.
“저번에도 분명히 말했던 거 같은데 말입니다.”
“…뭘?”
“왜 반말하냐고 말이야.”
눈빛이 날카로워진 신우는 조민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에 그의 옆으로 서 있던 경호원들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서 끼어들려 했다.
“물러서시죠.”
사내의 팔이 신우의 가슴을 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신우는 세게 밀려난 듯 일부러 몇 걸음 뒤로 주춤거렸다.
“…먼저 치셨네요.”
“지금 뭐라는 겁니까?”
“이제부터 정당방위입니다.”
신우의 말에 메이안과 마크, 로랜스가 앞으로 나왔다.
“죽이면 안 되지?”
천진난만한 메이안의 물음에 신우는 덤덤히 대답해주었다.
“조금만 죽여놓든가.”
“知道了∼ (알았어∼)”
세 사람은 성진어패럴의 경호원들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그사이 신우는 자신을 밀쳤던 경호원의 팔을 잡아채 꺾고서 무릎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
퍼억―
“크억!”
퍼퍽― 퍽― 퍼퍼퍽―
그것을 신호로 세 사람은 다른 경호원들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이내 혼자 남아버린 조민규는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지금 뭐, 뭐 하는 거야?”
“뭐긴. 내 손님을 되찾아가려는 거지. 그런데 계속 막고 있을 거?”
아직 VIP 라운지의 방에서는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었다.
조민규는 아버지인 조영천이 계약을 마칠 때까지 그런 문 앞을 지켜야만 했다.
“못 지……!”
퍼억―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우는 무릎을 내질러 복부에다가 꽂아 넣었다.
“크읍…….”
“안승주처럼 휠체어 타게 만들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신우는 허리가 기역자로 꺾인 조민규를 밀어버리고서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 있던 이들이 깜짝 놀라며 신우를 쳐다보았다.
“누가 멋대로 들어오라고―!”
고개를 돌린 조영천은 안으로 들어선 신우의 모습을 보고 말을 끝맺지 못했다.
“요즘 패션 업계는 깡패처럼 일을 처리하나 봅니다. 조영천 회장님.”
“…백신우 대표였군.”
조영천은 지난 MH그룹 창립 40주년 행사에서 신우의 얼굴을 잠깐 본 적이 있었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제 손님은 잘 설득하고 계셨습니까?”
“지금 협상 중인 거 안 보이나? 회사 대표라는 사람이 예의가 너무 없군.”
그의 물음에 신우는 시선을 옮겨 엘리자벳 디무치에게 이탈리아어로 물었다.
“디무치 대표님, 어떠십니까? 성진어패럴의 조건이 더 혹하시나요?”
엘리자벳은 흥미롭다는 듯이 신우의 뒤쪽 바닥으로 쓰러진 이들을 보면서 말했다.
“전혀요. MH퓨처시큐리티가 제안한 조건보다 터무니없이 부족하네요.”
그 대답은 통역사를 통해서 조영천의 귀에도 흘러들어갔다.
동시에 조영천은 얼굴이 붉어지며 신우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대체 뭘 얼마나 퍼주길래, 모이라이가 너희와 손을 잡는 거지?”
신우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퍼주는 것 없이 MH퓨처시큐리티와의 계약이 더 이득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나?”
“뭐가 어떻게 이득이라는 건가?”
“그걸 제가 말해줄 이유는 없는데요. 그리고 디무치 대표님이 방금 결정하시지 않았습니까. 성진어패럴의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최고의 조건을 제안했다. 그런데도 부족하다면 MH퓨처시큐리티에서 불합리한 방법을 사용한 것 아닌가?”
되지도 않는 소리에 신우는 웃음이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조영천 회장님은 사고부터 수습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사고?”
“컨테이너 트럭으로 벌이신 사고 말입니다. 다리 위 공항고속도로의 한복판을 막아버릴 정도의 일인데 수습도 하지 않고 지나가실 생각이었습니까?”
그런 설명에 조영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 사고가 있었나? 그래서 늦었었나 보군. 하지만 나와 무관한 일인데? 왜 내가 그 일을 수습해야 하지?”
“상관이 없으시다라… 그 사람들 생각도 마찬가지인지 궁금하네요.”
“그 사람들?”
“오전부터 제 경호원들이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거든요. 사고가 벌어진 후 도망친 운전기사를 수배했는데, 방금 잡았다고 보고받았습니다.”
“…잡아?”
신우는 그의 물음에 핸드폰으로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밧줄로 묶인 듯한 두 사람이 재갈까지 입에 물린 채로 사이좋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조영천의 옆에 있던 비서 이광훈이 그 얼굴을 보고서 새하얗게 질렸다.
“인천공항을 통해 도망치려던 길이라고 하더군요. 지금 경찰서로 가는 중이니 인계될 겁니다. 누가 시킨 것인지는 오래 걸리지 않아 밝혀지겠죠.”
“…….”
“꼬리 자르기를 해도 상관없지만, 그렇게 되면 비서란 분만 불쌍해지겠네요.”
아까 입국장 앞에서 이광훈이 마지막 일 처리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당연히 번호가 남았을 것이니 경찰도 그걸 토대로 배후를 추적할 것이었다.
“나한테 원하는 게 뭔가?”
거래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신우는 거기에 응해줄 생각이 쥐똥만큼도 없었다.
“그딴 말은 집어치우시고, 여기서 꺼져주셨으면 좋겠네요. 어떤 식이든 빨리 조치하지 않으시면 성진어패럴의 주가는 내일부터 반토막이 날지도 모를 테니까요.”
“이딴 식으로 나오면 내가 겁먹을 것으로 생각하나?”
그런 걸 기대한 것도 아니었기에 신우는 여전히 덤덤했다.
“겁을 먹든 말든 조 회장님이 알아서 하시죠. 그보다 여기 계속 계실 겁니까? 비서분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걸 보니, 빨리 단속부터 해야 할 듯싶은데요.”
신우의 말대로 이광훈은 조영천이 자신을 버릴까봐 잔뜩 걱정 중인 표정이었다.
“크음―! 우리는 이만 돌아가지.”
“아,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간 조영천은 주변에 쓰러져 있는 조민규와 경호원들을 보고서 다시 한번 놀랐다.
“빨리 안 일어나나!”
그의 호통이 VIP 라운지의 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이에 조민규와 경호원들은 힘겹게 일어나 절뚝거리며 조영천의 뒤를 따라갔다.
신우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짓고서 엘리자벳을 쳐다봤다.
“한국에 오시자마자 불쾌한 일을 겪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그분께 백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곧장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네요. 그래도 심하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다행입니다. 그보다 자리부터 옮기실까요?”
“좋죠.”
그렇게 신우는 엘리자벳과 함께 밖으로 나가 미리 준비시켜 둔 차에 올라탔다.
* * *
【인천공항고속도로 트럭 전복 사고의 배후에는 패션그룹 S기업? 해당 사건의 피의자인 운전기사는 S기업 직원인 A씨에게 사주받았다고 진술했으며, 그 배후에는 S기업 경영자가 있다고…….】
【S기업의 교통사고 사주? 이유는? 최근 벌어진 인천공항고속도로 트럭 전복 사고는 약 30분간 차량 통행을 방해하여…….】
.
.
사건은 기사와 인터넷을 통해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여유만 있었다면 성진어패럴은 재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적당히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사고를 냈던 피의자들이 공항에서 잡힌 것과 더불어 기사까지 연달아 터졌다.
당연히 조영천 회장은 막을 새 없이 당한 것이다.
“연타 좋았고, 마무리까지 완벽하네.”
MH퓨처시큐리티 운영0실 사무실에서 장만수가 모니터를 보며 말한 것이다.
이에 신우도 옆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제 무덤을 제대로 판 거지.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그딴 얄팍한 수를 쓸 줄은 몰랐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지. 그래도 혹시 몰라 성진어패럴의 내부 자료를 뒤져보니 모이라이 직영점 건설 시공 건으로 상당한 자금을 빼돌릴 계획이었더만.”
모니터에 다른 자료가 띄워졌다.
화면을 확인한 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명인철이구나.”
“성진어패럴 공장 시공 건이랑 같이 묶어서 노나 먹으려고 했던 거지. 모이라이에 제시한 리베이트 조항은 거기서 나올 금액에 새 발의 피고. 하여간 조용하다 싶으면 난리다.”
“끼리끼리 노는 거지. 근데…….”
신우는 그렇게 말하다가 사무실 안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굳이 여기까지 목인장(木人?)이랑 표적을 놔야 하나?”
목인장은 중국의 권법 수련 때 쓰이는 샌드백이다. 그 외 여러 자루의 나이프가 꽂힌 원형 표적과 폭탄을 만들 때 쓰일 법한 전선과 부품들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누구 건지는 뻔히 알잖아.”
“당연히 웨이랑 릴리안이겠지.”
“걔들이 치우란다고 듣겠어? 특히 릴리안은 출장 전에 치우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저래 놓고 갔어.”
장만수는 심하게 기분이 나쁜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턱으로 릴리안의 책상을 가리켰다.
“어차피 여긴 다른 직원들이 잘 들어오지도 않잖아. 그래봤자 장진호 정도?”
“내가 싫어.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사무실도 완전히 분리할 걸 그랬네.”
“그랬으면 더 난리였을걸.”
“에혀…….”
아까 말했던 것 말고도 아령과 무동력 트레드밀, 마이마운트, 멀티랙 등의 운동기구들이 잔뜩 있었다.
“차라리 여기 층에다가 헬스장을 따로 만드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지.”
지하 KITE 훈련장에도 갖춰진 것들을 사무실에다가도 가져다놓은 것이다.
“공간도 없어. 그보다 슬슬 준비해야지?”
“마침 일어날 생각이었어. 그것도 가져가야 하고.”
신우는 릴리안의 자리 쪽으로 가서 책상 밑에 놓인 메이크업 박스를 꺼냈다.
“착용은 해봤어?”
“저번에 해보고서 릴리안이 조정해준 거야.”
“그럼 문제없겠네. 수고해라.”
“너도.”
신우는 메이크업 박스를 들고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일단 가방을 소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서는 좌우로 열었다.
그 안에는 남성의 얼굴을 진짜처럼 만든 마스크가 들어 있었다.
“괜찮네. 이 정도면 웬만해서는 알아보지 못하겠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가방의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