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199)
전직용병 재벌서자-199화(199/305)
199화. 고의로 표적이 되는 존재 (1)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의 BF 인터내셔널 본사.
MH퓨처시큐리티 재무부장인 백주선은 그곳으로 들어서서 안내 데스크에 말한 후 곧장 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그녀가 도착한 곳은 BF 인터내셔널 재무이사 사무실이었다.
“아빠!”
안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백주선의 아버지인 백진한은 깜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봤다.
“네가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근처에 외근 나왔다가 들렀어요. 그보다 투자 건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런 물음에 백진한은 주춤거렸다.
“생각보다 너한테 들어간 것이 늦었구나. 좀 더 빨리 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BF 인터내셔널은 백주선의 친할아버지이자 지금은 고인이 된 백중호가 백우상사라는 이름으로 시작해서 이룬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2대째 대표는 큰아버지 백승한이 이어받아 경영 중이었다.
어떤 것보다 소중할 수밖에 없는 회사라는 걸 백주선도 잘 알았기에 걱정되었다.
“호연 선배가 결정이 다 끝난 후에야 알려줬어요. 그런데 회사는 이제 정말 괜찮은 거예요?”
“오늘 오큘러스 펀드에서 사람이 오기로 했다. 그곳이 한국에서 인수한 중소기업들의 수출 계약만 마무리되면, 투자까지 문제없이 진행될 거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백주선도 주호연이 보여준 자료로 그 사항까지는 잘 알았다.
“저도 들었어요. 그런데 오큘러스 펀드랑은 어떻게 계약 이야기까지 나온 거예요? 거긴 다른 회사에서도 노리고 있지만 접촉조차 어렵다고 알려졌던데요.”
이에 백진한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
“…거기서요?”
“솔직히 나도 지금까지 믿기지 않는다. 진짜 위험하다 싶었는데, 그 타이밍에 다른 곳도 아니고 오큘러스 펀드라니…….”
“그래서 계약하는 데 문제는 없는 거 맞죠? 이러다 갑자기 돌아서기라도 하면―.”
오큘러스 펀드는 BF 인터내셔널에게 있어서 철저한 갑(甲)이었다. 만약 계약이 파기된다면 잠시 미뤄졌던 손실들이 무너진 댐의 물처럼 터지게 된다.
“만나서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어봐야 확실하겠지.”
똑똑―
그때 문이 두드려지더니 누군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큰아빠?”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백주선의 큰아버지이자 BF 인터내셔널의 2대 대표인 백승한이었다.
“주선아!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지나가다가 들렀어요. 너무 오랜만에 뵙네요.”
“네가 일하느라 얼굴도 안 비치지 않냐.”
“죄송해요. 그리고 오늘 온 건 요즘 회사 소식을 듣기도 해서요.”
백승한은 그 말을 듣고서 착잡해졌다.
“결국 너도 알았구나.”
“이런 상황이 생겼으면 가족끼리 말씀을 하셨어야죠. 게다가 제가 일하는 곳에서 투자받으면서 모를 거로 생각하신 건 아니죠?”
“낯부끄러워서 어찌 먼저 말하겠냐.”
그렇게 말하던 중에 백주선은 백승한의 얼굴을 더 신기하게 쳐다봤다.
얼마 전부터 본 백신우의 얼굴이 사촌오빠인 백정훈에 이어 그와도 겹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24년 전 하나뿐인 아들과 조카를 잃었던 아픔은 여전히 남아 있었기에 함부로 꺼내지 못했다.
“아무튼 그냥 좀 걱정되어서 와본 거예요.”
“그러고 보니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 대표가 그렇게나 능력자라고 하던데, 네가 보기에는 어때?”
백승한도 투자 문제로 백신우를 만나보기 위해 몇 번이나 만남을 요청했다. 물론 지금은 투자 이야기가 진행 중이긴 했지만, 여전히 얼굴조차 보질 못해서 안타까움이 있었다.
“저도 처음에는 소문만 들어서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능력자더라고요. 손을 대는 족족 성과가 터져대니까요.”
“경영 상태도 그렇게나 깔끔하다며?”
재무이사인 백진한의 물음에 백주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깔끔하죠. 살면서 이런 기업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니까요.”
“광호를 뛰쳐나간 보람은 있겠네.”
그러다 큰아버지인 백승한이 웃으면서 물었다.
“남자로서는 어떻고?”
“큰아빠―! 저랑 백 대표님 나이가 몇 살이나 차이 나는 줄 몰라서 그래요?”
“요즘은 연상연하가 대세라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10살이나 어리잖아요.”
“그러다 결혼은 언제 하려고?”
이에 백진한이 다시 끼어들었다.
“어허, 형님. 주선이한테는 호연이가 있잖습니까.”
“아빠―! 거기서 호연 선배가 왜 나와요?!”
백주선은 너무 흥분했는지 얼굴까지 빨개졌다.
그런 모습에 두 사람은 웃음이 잔뜩 흘러나왔다.
“하하하―! 솔직히 MH퓨처시큐리티까지 호연이 따라간 거 아니냐?”
“누가 뭘 따라가요! 그냥 회사에 관심이 생겨서 들어간 거거든요? 아이씨―! 괜히 왔어! 난 이만 가볼게요.”
“점심도 같이 안 먹고?”
“됐어요!”
“호연이랑 같이 먹으려는 건가 보네.”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두 사람의 너스레에 백주선은 문을 박차고서 나갔다.
.
.
.
같은 시각.
한 남자가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BF 인터내셔널 본사에 들어섰다.
정감 있으면서 편안한 관상의 남자였다. 그는 곧장 로비의 안내 데스크로 가서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큘러스 펀드의 차경수라고 합니다. 이준상 영업부장님과 약속이 있어서 왔습니다.”
“바로 확인하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내선전화로 통화하기 시작한 여직원의 대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 내려오신답니다.”
“감사합니다.”
차경수는 그렇게 로비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사이 한 여자가 잔뜩 빨개진 얼굴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밖으로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백주선 부장?’
안내 데스크 앞에 서 있던 차경수의 정체는 바로 신우였다.
지금은 릴리안이 만들어준 특제 변장용 마스크와 보이스 체인저를 사용해 차경수라는 인물로 위장 중이었다. 그리고 오늘 BF 인터내셔널을 방문한 이유는 오큘러스 펀드가 인수한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물론 실제 모나코에 있는 오큘러스 펀드 직원에게 지시하여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TSF의 곽치영에게 빼앗듯 인수한 회사의 일이다 보니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신우가 직접 나섰다.
‘투자 건에 듣고서 와본 건가 보네.’
그렇게 생각하던 중 다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황급히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영업부장 이준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차경수입니다.”
“업무 메일로만 대화를 나누고 이렇게 처음 뵙네요. 오늘 모나코에서 한국으로 오신 겁니까?”
“아니요. 중국에 업무가 있어서 들렀다가 오늘 입국했습니다.”
실제로 신우는 출장 명목으로 중국에 간 후, 거기서 차경수라는 위장 신분으로 온 것이다.
“한국계 영국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시는군요. 외모도 그냥 한국인이라고 하셔도 될 정도입니다.”
“아버지가 영국 토박이셨고, 어머니가 한국인이셨거든요. 집에서는 한국어 위주로 쓰다보니 잘 하게 됐습니다. 이름은 어머니의 뜻으로 한국식으로 가지게 됐고요.”
“그러셨군요. 일단 올라가시죠.”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런데 회의실이나 영업부 사무실이 있는 층이 아닌 더 위쪽으로 향했다. 아까 신우는 안내 데스크 앞에서 각층마다 어떤 부서가 있는지 봤기에 이상함을 느꼈다.
“어디로 가는 거죠?”
“아,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미팅은 대표님 사무실에서 진행될 겁니다.”
“부장님께서 주관하시던 것 아니었습니까?”
“그만큼 대표님께서 신경 쓰시는 일이다 보니 이렇게 된 듯싶습니다. 혹시 불편…하실까요?”
이준상은 차경수로 위장한 신우의 눈치를 잔뜩 살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는 대표 사무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이준상의 안내로 사무실에 들어가니 BF 인터내셔널 대표인 백승한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안녕하십니까. 백승한입니다.”
“오큘러스 펀드 아시아 지부장 차경수입니다.”
백승한은 신우의 소개에 살짝 놀랐다.
“지부장님이셨습니까?”
그런 물음과 함께 신우는 명함을 건네주었다.
“최근에 매니저에서 아시아 지부장으로 올라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신우는 차경수의 모습으로 백승한의 모습을 훑어보았다.
사진으로도 보았던 친부 백정훈과 그는 상당히 닮아 보였다. 그리고 회귀 전에 거울로 보았던 자신의 모습과도 많이 흡사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백주선 부장이 내 얼굴을 보고 놀랄 만도 하지.’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일단 계약 이야기를 하자면, 저희 오큘러스 펀드에서 인수한 중소기업들의 제품 수출을 BF 인터내셔널에서 맡아주시면 됩니다.”
백승한은 그 설명을 듣고서 탄식과 함께 되물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수출입이니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부분입니다. 다만, 어떤 부분에서 저희 BF 인터내셔널을 오큘러스 펀드에서 선정한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회사였다면 어떤 식으로 보든 좋은 조건이니 냉큼 받았을 일이었다.
이에 신우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일단 한국의 제품을 수출하는 플랜에서 국내 무역회사를 기준으로 선별했습니다. 그중에 BF 인터내셔널의 이력이 가장 눈에 띄었고 말입니다.”
“나름대로 조사하셨다는 의미로군요.”
“처음에는 수수료 비율을 건 공개 입찰로 진행해볼까도 싶었지만, 저희 오큘러스 펀드가 인수한 후 지체된 기간도 있다 보니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습니다.”
오큘러스 펀드가 곽치영이 관리하던 중소기업과 함께 인수한 회사는 약 30곳이다. 방금 말한 대로 그 회사들이 원래 진행하던 수출이 있었다 보니 인수와 함께 소유자가 바뀌면서 딜레이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신우는 BF 인터내셔널과 연계하여 진행할 계획을 떠올린 것이었다.
“상황은 들어서 알고 있긴 했습니다.”
백승한도 BF 인터내셔널 대표로 지낸 것이 수십 년이었다. 당연히 수출과 관련한 기업들의 소식은 계속 접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했다.
“수출에 관한 수수료는 제품별로 BF 인터내셔널이 책정한 선으로 진행하고, 그 외의 조건이 있다면…….”
시간을 잠시 끄는 신우의 대답에 백승한은 걱정이 되었다.
“말씀해주시죠.”
“해당 중소기업들의 추가적인 영업도 BF 인터내셔널에서 담당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미 웬만한 협상은 업무 메일을 통해 영업부장인 이준상과 논의를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 수출 라인을 담당할 뿐이지, 다른 영역까지 BF 인터내셔널이 감당할 부분은 아니었다.
“…전부 말입니까?”
“맞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중소기업들을 인수한 건 그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술만 빼먹고 회사를 버리기에는 아까운 부분이 크니 고용 승계하여 운영하는 것이고요.”
물론 백승한도 중소기업들의 가치를 꼼꼼히 확인하여 잘 알았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투입해야 할 저희 쪽 인력도 만만치 않을 겁니다.”
“기존 수수료 8%에 12%를 더 얹도록 하죠. 그 정도면 가능하겠습니까?”
총 20%.
현재까지 예상한 수출품의 1분기 순이익은 1,000억 원 규모이니 최소 200억이 BF 인터내셔널에 떨어지는 것이다.
물론 오큘러스 펀드가 휘하 중소기업을 통해 벌어들일 수익이 한두 번으로 끝날 리가 없다.
계약만 지속된다면 BF 인터내셔널은 위험해진 경영난을 단번에 극복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예전부터 노려오던 사업 영역의 확장을 고려해보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게나 많이 올려주신단 말입니까?”
“저희 오큘러스 펀드가 덜 신경 쓰는 만큼 넘어가는 이익도 있어야죠. 어떻습니까?”
그러다 백승한은 의문이 들었다.
“이 정도의 내용이라면… 펀드의 대표님께도 보고돼야 하는 사항 아닙니까?”
이에 신우는 미소를 머금었다.
특수분장으로 만들어진 차경수의 얼굴이었지만, 릴리안의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 덕분에 어색한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보고된 사항입니다. BF 인터내셔널의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요.”
“아…….”
“어떻습니까?”
백승한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로서는 나쁜 제안이 아니니 계약을 진행하죠.”
“잘 결정하셨습니다.”
백승한은 내선으로 밖에서 대기 중이던 이준상 부장을 불러 방금 말한 내용의 추가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