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
전직용병 재벌서자-2화(2/305)
2화. 혼자가 아니었다
카페 안에서 임희연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사내가 일어나 다가섰다.
“본부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녀의 비서이자 밀착 경호원인 송태훈이었다.
이에 임희연은 차갑게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 한숨을 내뱉었다.
“후우… 다음 스케줄은 어떻게 되죠?”
“MH전자 실사가 있습니다.”
“준비는 문제가 없고요?”
“명인철 사장도 웬만큼 눈치챘을 겁니다. 그래도 저희가 확보한 자료가 명확해서 문제는 없을 겁니다. 물론 그쪽도 나름 횡령 증거들을 최대한 은닉했겠지만, 조용히 마무리되지는 못할 겁니다. 이번 실사로 이중장부 증거만 확인해서 크로스 체크만 들어가도 끝입니다.”
임희연은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마도 그렇겠죠.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가도록 해요.”
그녀는 주변에 앉아 있던 경호원들과 함께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비서인 송태훈이 열어준 문을 통해 야외 주자창 쪽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바스락― 바스락―
그때 숲 쪽에서 말라비틀어진 낙엽을 밟는 소리와 함께 아까 헤어진 신우가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
신우의 손에 의해 수상한 복장을 한 남자가 질질 끌려왔다.
주변에 있던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며 임희연을 촘촘히 둘러쌌다.
그 모습을 보던 신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근처까지 다가가 말했다.
“이 사람이 숲에서 그쪽을 노리는 것 같던데. 이유를 모른다고 하지는 않겠죠?”
“나를……?”
“고출력 단파 무전기도 끼고 있던데요? 내용을 조금 엿들으니 카페 앞 도로에서 당신과 주변 사람들을 트럭으로 한꺼번에 밀어버리려고 대기 중인 것 같았고요.”
순간 임희연과 사람들의 표정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사람은… 죽은 거니?”
“기절한 거예요. 그보다 이제 말씀해보시죠. 대체 뭐 하는 분이길래 이딴 식으로 목숨까지 위협받는 건가요?”
신우도 무전 내용을 확보했을 때는 황당했었다. 게다가 기절시킨 사내의 행동이나 장비는 절대 아마추어가 아니었다.
장비나 체계,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만 봐도 최소한 전문적인 청부 살인 업체였다.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고. 송 비서님.”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일정은 어떻게 할까요?”
“상황을 보니 그쪽에서 눈치챈 것이겠죠. 일단 보류시키는 게 낫겠어요. 어디서 정보가 샌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듯싶네요.”
“알겠습니다.”
송태훈은 대답과 함께 주변의 경호원들에게 눈짓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들 몇몇과 다른 차량에서 대기 중이던 경호원들이 차를 타고서 주차장을 나섰다.
“우리는 다시 들어갈까?”
“아니요. 개방된 자리에서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으니 그쪽 차에서 하죠. 아, 이 사람은 어떻게 하죠?”
“송 비서님.”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남아 있던 다른 경호원들이 그 사내의 팔과 다리를 케이블 타이로 묶고서 옮겨두었다.
그사이 신우는 임희연과 함께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으로 올라탔다.
“말씀해보세요. 뭐 하시는 분이길래 그런 험악한 일까지 겪을 뻔한 겁니까?”
“…MH그룹이라고 알지?”
MH그룹은 전자, 통신, 건설, 리테일, 백화점, 호텔, 푸드 등등 수많은 계열사를 휘하에 둔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이다.
지금 신우가 쓰는 핸드폰도 MH전자에서 나온 것이다. 당연히 모를 수가 없었다.
“그곳은 왜요?”
“나는 그 MH그룹의 전략기획본부장이란 자리에 있어. 그리고 그룹의 주인인 명중환 회장의 딸이기도 하고.”
순간 신우는 표정이 굳어지며 의문을 가졌다.
“딸이요? 하지만 성이…….”
임희연과 명중환의 성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곧장 핸드폰을 들어 검색도 해보았다.
명중환 회장의 자식은 2남 1녀. 거기서 딸은 임희연이 아닌 명수연이란 사람이었다.
“서녀야. 밖에서 태어난 자식이지. 원래는 따로 살다가 열일곱 살 때, 네 외할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 후 먹고살기 위해서 명중환의 밑으로 들어갔어. 물론 너도 회장님의 핏줄인 거지.”
MH그룹의 회장인 명중환이 신우의 외할아버지란 의미였다.
신우는 너무 어이가 없어져서 구겨진 미간이 풀어지지 않았다.
“그럼 제 목숨까지 위험해질까 봐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서 같이 살자고 했던 겁니까? 물론 지금 상황대로면 거기에 맞는 대비를 해놨던 거겠죠?”
프로까지 고용해 사람을 트럭으로 밀어버리려 했었다.
당연히 그 이유는 임희연이 제공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거기까지 말해줄 수는 없단다.”
“그래서 일이 전부 해결되고 저랑 같이 살면 뭐가 달라지나요?”
“그건……!”
갓난아기였던 신우를 버린 죄책감.
이십 년이 넘도록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리움.
여러 가지 이유가 소용돌이쳤지만, 결국 임희연의 개인적인 욕심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버려두고 살았으면,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았어도 되잖아요.”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어!”
MH그룹은 회장의 자식들이 성인이 되기 전부터 후계자 전쟁이 벌어졌다.
물론 임희연은 서녀이지만 자격은 충분했다.
그런 상황에서 임희연의 자식까지 등장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당신 상대가 그 얄팍한 계획마저 알아차려서 전부 무산된 듯하네요.”
“전부는 아니야.”
임희연은 계승 서열 첫 번째이자 MH그룹 본사 사장인 명인철의 부정 증거를 웬만큼 모았다.
오늘 예정된 MH전자 실사로 명인철이 횡령한 자금을 덮어둔 표면 장부와 기타 자료들만 확보하면 마무리될 일이었다.
“과연 그럴까요?”
“그보다, 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그 사람은 네가 직접 기절시킨 거야?”
“뭐… 그렇죠.”
사내가 반응할 틈도 없이 제압했다. 물론 사내도 웬만한 실력자였지만, 지금의 육체가 가진 이전 경력과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전투 경험치는 엄청난 격차를 만들어주었다.
다만, 임희연은 그 과정을 모르니 단순하게 싸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배운 거니? 하지만 거기서 너는…….”
“군수계 부사관이었습니다. 그쪽도 미리 조사해서 아시잖아요.”
“…그렇지.”
표면적으로 신우는 육군 특수작전사령부 군수과 담당 중사로 전역했다.
하지만 실상은 육군 특수작전사령부에서 비밀리에 운영한 특수작전팀, 프로젝트 지하공격부라고 불리는 UAD(Underground Attack Department)의 부대원으로 복무하다가 전역한 것이다.
해당 사항은 국방부에서도 특별히 취급하는 사항이기에 몇 안 되는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제 어쩌시게요? 제가 신경 쓸 사항은 아니겠지만, 상대가 눈치챈 만큼 그쪽 위치도 위험해진 거 아닌가요?”
“나는 걱정할 필요 없어. 그보다 미안하다. 내 욕심에 네가 불편해질 일만 만들었구나. 그래도 네가 해외에 나가서 지낸다고 하니 그건 다행인 것 같고.”
원래 미래에서 신우는 군대 전역 후 미리 이야기된 미국 군수기업 산하의 용병부대로 들어갔었다.
다만, 부대 특성상 부대원 신원이 추적되면 안 되어서 공식적인 출국이 아닌 밀항으로 나가 다른 신분으로 살게 된다.
“MH그룹에게 노려지지 않아서 말인가요?”
“아직 네가 누군지는 모를 거야. 앞으로도 내가 모르게 만들 거고.”
“곁에 둔 사람들을 꽤나 믿으시나 보네요.”
“믿지 못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지.”
“오늘 일정이 새어 나갔는데도 말이죠?”
아까 상황만 봐도 원래 미래에서 임희연은 트럭에 치여 죽었을 확률이 높았다.
거기서 신우는 용병부대 활동을 위해 밀항으로 해외에 나갔으니, 임희연의 목숨을 노린 이들이 추적하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건 확인해봐야지. 일단 너는 출국하는 일에만 집중해.”
신우는 그녀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더 하실 이야기가 없다면 가볼게요.”
“신우야!”
“아! 조금 궁금해져서 그러는데, 제 성씨는 친부에게서 따온 건가요?”
백신우라는 이름으로 고아원에 맡겨졌었기 때문이다.
임희연과도 성이 다르니 지금까지 친부의 성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
“친부는 누구고요? 그것도 비밀인가요?”
“…네 아버지는 내가 널 가지고 얼마 후에 교통사고로 죽었어. 혼인신고도 할 수 없던 상태여서 조용히 보낼 수밖에 없었고.”
“이름은요.”
“…백정훈.”
그 이름과 함께 신우는 차에서 내렸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송태훈과 경호원들이 차에 올라타고서 출발했다.
혼자 남게 된 신우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이전에 동료들과 함께 새겼던 트라이드 아이의 상징인 눈 모양의 문신.
지금은 있어서는 안 되는 문신이 계속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지금이 2023년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친모란 사람은 재벌집 서녀에… 왜 이 문신은 하지도 않았을 시기에 새겨져 있는 거야?”
이전과 같은 삶을 살기에는 자신이 몰랐던 것들을 너무 많이 알게 됐다.
일단 트라이드 아이 멤버들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들을 만나는 건 지금으로부터 6년이 지난 후였다.
이런저런 대화로 대충 어떤 일을 했었는지는 알긴 해도, 2023년 지금 시점에서 동료들이 정확히 어디서 뭘 하며 살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만수부터 찾으면 나머지는 문제없을 거 같은데.”
트라이드 아이에서 정보를 도맡았던 장만수.
동시에 팀원들에 대한 정보와 자금 관리, 의뢰 접수 등을 도맡았었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는 장만수의 소재도 몰랐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신우의 핸드폰이 울리며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번호표시제한】
【The ordeal is not over】
“이건…….”
의미는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였다.
이에 신우는 손목시계를 풀어서 아래의 문신이 전부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눈 모양 아래로 방금 메시지로 온 문장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애초에 용병부대의 이름인 는 ‘시험받은 자의 눈’를 뜻했다. 그리고 문장의 내용은 언제나 긴장을 늦추지 않기 위한 동료들과의 맹세였다.
신우는 전화를 걸 수도 없던 탓에 답답해졌다. 그런데 같은 상태로부터 다시 메시지가 왔다.
【서울 구로구 고척동 103―4, 가동 옥상】
그 내용을 빤히 보던 신우는 살짝 웃으면서 오래 고민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곧장 메시지에 적힌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주소지인 고척동 공구상가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흐음… 주소는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차로 가동 옥상까지 올라가 내린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우웅― 우우웅―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신우는 그걸 보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중얼거린 신우는 핸드폰으로 뭔가를 적은 후 주차장 위에 서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근처에서 듣고 있지? 고등학생 때 첫사랑한테 고백했다가 차이고서 일주일 동안 울고, 찌질하게 행운의 편지까지 보냈다가 다시 얼굴 보기 어려워서 전학까지 갔다고 라디오 사연으로 보낼까 하는데! 장! 만! 수! 안 나오면 이거 누른다!”
덜컥―!
동시에 주차장 한쪽에 세워져 있던 승합차의 뒷문이 열리더니 한 남자가 뛰어나왔다.
호리호리한 몸에 걸친 파란색 트레이닝 복장. 눈까지 덮은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장만수였다.
“악―! 잠깐! 잠깐! 타임! 타이이이임―! 당장 핸드폰에서 손 떼!”
신우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핸드폰을 들어 보였다.
“됐지?”
앞까지 다가온 장만수가 신우의 핸드폰을 뺏었다.
“와― 이 미친 새끼! 진짜 라디오 사연으로 보내려고 했어.”
방금 신우가 핸드폰으로 쓴 내용은 라디오 어플 사연 게시판에 떡하니 적혀 있었다.
“장난이야. 장난. 그보다 너 이때는 이러고 다녔구나? 하하하하!”
트레이닝복이나 안경, 머리 스타일이 너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만수도 눈을 흘기면서 한심하게 신우를 쳐다봤다.
“지는… 딱 봐도 군바리구만.”
서로 미친 듯이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다 신우는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아, 먼저 물어볼 게 있었는데.”
“굳이 말할 필요가 있어? 판타지 소설처럼 너나 나나 2035년에서 2023년으로 돌아온 거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식으로 만날 수 있겠냐?”
“그럼 혹시 너도 이게 남아 있어?”
신우는 왼쪽 손목 아래의 트라이드 아이 문신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장만수도 자신의 손목을 들어서 확인시켜 줬다.
“나도 이거 보고 혹시나 했는데… 너도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