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00)
전직용병 재벌서자-200화(200/305)
200화. 고의로 표적이 되는 존재 (2)
변경된 계약서를 기다리는 동안 신우를 보던 백승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피가 입맛에 맞지 않으시면 다른 걸로 내올까요?”
아까부터 신우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걸 보았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음료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러셨군요.”
습관이 무서운 법이었다. 물론 분장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캔 음료를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분장의 입 부분이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서 망가질지도 몰랐다.
그런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계약서가 완성되어서 전해졌다.
신우는 이준상이 가져온 계약서가 앞에 놓이자 다시 한번 내용을 검토하고서 곧장 서명까지 마치며 말했다.
“오큘러스 펀드 휘하의 한국 중소기업들과는 BF 인터내셔널에서 직접 소통하시면 됩니다. 그에 대한 권한도 각 담당자들에게 일임해두었으니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백승한은 신우의 말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일사천리군요.”
“저희 오큘러스 펀드는 신속과 정확이 업무의 모토라서요.”
이에 백승한도 신우처럼 서명하고서 계약서를 한 부씩 나눠 가졌다.
“저희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죠.”
대답과 함께 신우는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그러다 백승한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입을 뗐다.
“혹시… 언제까지 한국에 계십니까?”
“아시아 지부장이란 위치 때문에 출장이 빈번해서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괜찮으시다면 저녁이라도 같이 한번 하시면 어떨까 해서 말입니다.”
감사의 마음이 담긴 순수한 호의였다.
신우도 그걸 알지만 BF 인터내셔널과 만나는 건 이번을 마지막으로 할 생각이었다.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확답은 드리지 못할 듯하네요.”
“오큘러스 펀드가 세를 확장하는 것만 봐도 바쁘실 수밖에 없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사무실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사진을 보았다.
아까부터 계속 눈에 띄었음에도 일부러 신경 쓰지 않다가 조심히 입이 떨어졌다.
“…저건 가족사진입니까?”
백승한과 아내, 아들이 화목하게 모여서 찍은 사진이었다. 다만, 오래전에 찍었는지 그 안에서 백승한은 상당히 젊은 모습이었다.
물음과 함께 그걸 보던 백승한은 코로 얕게 탄식을 내뱉으며 말했다.
“아… 맞습니다. 대표 사무실에 가족사진을 걸어놓는 것이 조금 이상하긴 하죠.”
“뒤에 서 계신 분이 아드님이신가 보네요.”
“…그렇죠. 다만,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이입니다.”
“제가 괜한 것을 물었네요.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이내 신우가 밖으로 나가자 한 중년의 여인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신우를 배웅해주려고 같이 나오던 백승한은 그녀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당신이 여긴 웬일이야?”
여인은 백승한의 아내인 조예진이었다.
그런데 조예진은 그의 물음을 듣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같이 점심 먹기로 했던 거 잊었어요?”
“아―!”
백승한은 방금 체결한 오큘러스 펀드와의 계약으로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툭하면 까먹어요?”
“미안, 미안.”
“어휴! 그런데 이분은……?”
차경수의 모습을 한 신우에게 향한 질문이었다.
이에 백승한이 나서서 소개했다.
“오큘러스 펀드라는 회사의 차경수 아시아 지부장님이셔. 방금 우리 회사와 대규모 수출 계약을 체결해주셨고.”
“아, 그분이셨군요.”
보통 중요한 회사 일은 가족들과 잘 공유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예진은 전업주부가 되기 전 백승한의 비서였던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러난 지는 꽤 되었지만, 사업적인 부분에서 이런저런 논의를 주고받을 정도의 지식을 보유했다.
“BF 인터내셔널의 경영 방식이 저희 오큘러스 펀드의 기준에 잘 들어맞은 덕분이죠. 두 분께서는 식사 잘하시길 바랍니다.”
신우는 그 자리를 벗어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양쪽 문이 닫히면서 티격태격하는 백승한과 조예진의 모습이 비쳤다.
* * *
TSF Investment 한국 지사 사무실.
그곳에서 곽치영은 잔뜩 불편한 기색으로 한 여인을 맞이한 상황이었다.
“로사 테일러, 당신이 여길 다시 올 줄은 몰랐습니다.”
TSF 프랑스 지사장인 바스티안 마션을 처형하고서 돌아갔던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휘하 666부대 BLACK 요원인 유진 슈와르츠를 대동한 상태였다.
“유럽 지역은 빅터 브라이언트가 전부 맡기로 했거든요.”
“역시 그렇게 됐군요. 그래서 당신이 여길 온 이유는 뭡니까?”
로사 테일러는 표면적으로만 WHITE 부대원일 뿐이지, 진짜 정체는 조직 내에서 8명밖에 되지 않는 GRAY 등급이었다.
실질적인 위치는 장로와 동급으로 대우받기 때문에 지사장인 곽치영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로사는 얕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찾아야 할 것과 확인해야 할 것이 있어서요.”
“…그게 뭡니까?”
“일단 찾아야 할 것은 블랙홀. 상부에서 어떻게든 확보하라는 지시가 떨어졌거든요.”
그녀가 말한 상부란 조직의 수장을 의미했다. GRAY 중 ROVER에 속한 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건 그뿐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곽치영은 블랙홀이란 이름을 듣고서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은 해커 삼인방을 처리하면서 UAD 프로젝트와 함께 알아냈던 이름이었다.
하지만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았던 내용이었기에 로사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오니 초조해진 것이다.
“저희 지사의 서버를 확인하셨나 보군요.”
말이 좋아 확인일 뿐, 접근 권한을 승인해준 적도 없으니 해킹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곽치영은 그녀의 위치를 이제 알았기에 문제 삼을 수 없었다.
“기회가 되어 찾아봤을 뿐이죠.”
“그런데 블랙홀은 왜 찾으시는 겁니까?”
곽치영도 블랙홀이 실력 좋은 해커라는 걸 알았다. 기회만 된다면 포섭하고 싶을 인물이긴 하지만,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와 연관된 인물인 탓에 고려하지 않았다.
로사는 그런 물음을 듣고서 잠시 조용히 지켜보다가 말했다.
“곽 지사장님은 장로님들과 동급의 대우를 받고 계시는 네메아의 사자이니, 알고 계시는 것도 좋겠죠.”
“…감사합니다.”
진심이 담긴 대답은 아니었다.
그건 로사도 충분히 느꼈지만 토를 달지 않고 설명으로 넘어갔다.
“프로젝트 파이몬에 대해서 알고는 계시겠죠?”
곽치영도 조직 내의 이런저런 일들을 웬만큼 알았다.
“그건 완전히 실패해서 철수한 것이 아닙니까?”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블랙홀은 거기에 가장 필요한 열쇠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블랙홀은 저희도 아직 찾지 못한 상태입니다.”
동시에 로사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래서 제가 온 거죠. 백신우 대표와는 제가 접촉하도록 할게요. 이에 곽 지사장님은 MH퓨처시큐리티와 붙일 수 있을 사업안을 찾아봐주세요.”
“말씀하신 부분이라면 많습니다. 하르파스 인더스트리와 연계해 진행할 프로젝트로 있으니 말입니다.”
지금도 MH퓨처시큐리티는 MH테크와 협업 중인 방산기술 프로젝트가 상당했다. 그걸 하르파스 인더스트리 쪽으로 잘만 연결한다면 상당한 이익을 도모할 수 있었다.
“괜찮네요.”
“하면,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이번 물음에 로사는 잠깐 고민하고서 말했다.
“…추이쉰.”
“상부에서도 그 여자가 정말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곽 지사장님은 죽었다고 판단하는 건가요?”
“지금까지 발견된 추이쉰의 행적은 매우 수상하니까요. 그만한 자금을 가지고 사라진 인간이 갑자기 한국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곽치영의 설명에 로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누군가 일부러 내분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런 흔적을 남겼다는 추측이군요.”
“일단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되려 추이쉰이 그런 혼선을 예상하고서 계획한 것일 수도 있지 않나요?”
도로시 맥다니엘도 똑같이 말했었다.
이에 곽치영은 한숨을 내쉬며 로사를 쳐다봤다.
“그 가설이 맞다고 한들, 추이쉰이 미쳤다고 조직의 정보망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로사는 실소를 터뜨렸다.
“맞아요. 추이쉰도 누구보다 조직에 대해서 잘 아는 인간인데, 말이 안 될 정도로 흔적을 흘리고 다녔죠.”
묘한 뉘앙스에 곽치영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저를 떠보신 겁니까?”
“일단 생각하는 방향이 같아야 움직이기도 수월할 테니까요. 그래서 추이쉰이 사망했다는 전제하에 그 흔적을 남긴 인물에 대해 쫓는 중이에요.”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지금까지도 흔적을 남겼던 추이쉰조차 어디로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쪽에서도 움직이기로 했어요.”
“…당신과 같은 위치의 인물을 말하는 겁니까?”
또 다른 GRAY 등급의 666부대 용병을 의미했다.
“아마도 그렇게 될 듯싶어요. 누가 움직일지는 모르지만요. 아무튼 보고가 들어올 테니 기다려보죠.”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기는가 싶던 중에 로사는 또 다른 화두를 꺼냈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국방부 서버에서 입수한 UAD 프로젝트에 관한 자료는 중국 MSS로 흘리고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가요?”
그것까지 로사가 알고 있자 곽치영은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블랙홀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기에 혹시나 했더니, 여기 계시는 동안 꽤나 깊숙한 부분까지 알아내셨군요.”
“저도 특기인 분야가 비슷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된 거죠?”
곽치영은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
“너무 시간이 걸려서 확인해보니 MSS 상부에서 킬을 시켰다고 하더군요. 북한군 쪽하고도 연관된 일이다 보니 그럴 수 있겠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누군가 따로 관여했다는 예상인가요?”
“백신우 대표와 청우그룹 천혜린 회장의 관계를 몰랐다면 아까의 정보만으로 납득했겠지요.”
TSF의 정보력을 이용해 청구그룹의 손길이 중국 정부와 더불어 MSS까지 뻗어 있다는 걸 알아냈다.
동시에 MSS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는 UAD의 정보가 홀드된 것이 이상할 수밖에 없으니 그렇게 추측될 수 있었다.
“확인하기로는 현 정권과 국방부가 같이 움직이고, NIS와는 사이가 별로라죠?”
“…솔직히 심히 좋지 못합니다. 그러니 국방부가 그런 무모한 프로젝트까지 아무도 모르게 가동시켰던 것이겠죠. 애초에 첩보 영역은 국정원의 것이니 말입니다.”
“한국 지사에서 NIS에 달아둔 인맥이 있을까요?”
그런 물음에 곽치영은 미묘한 표정이 지어졌다.
“있긴 합니다. 정세훈 국정원장과도 만남을 원하시면 가능할 겁니다. 조금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역시 한국에서 세력을 잘 갖춰놓으셨네요. 하면, 4차장인 반상원하고도 가능할까요?”
곽치영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반상원 차장은 어떻게 아십니까?”
4차장의 존재는 대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것까지 로사 테일러가 알고 있다면 뭔가 더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국정원 내에서 경제안보국이란 곳을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민영만 국장 위에 반상원 차장이란 인물이 있던데요.”
곽치영은 해외에서 활동 중이었던 로사가 거기까지 파악했음에 속으로 크게 놀랐다.
“반상원 차장이라면 가능은 합니다.”
“한번 자리를 마련해보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옆에서 머물 수 있을 자리도 같이 부탁드려요. 물론 휘하 사람들의 입단속도 말이죠.”
이번에도 로사는 프랑스에서처럼 WHITE 요원이자 일개 직원으로 위장 신분을 유지하려 했다.
“알겠습니다. 숙소와 함께 오한성 과장과 비슷한 직급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로사는 싱긋 웃어보였다.
똑똑―
그러던 중에 문이 두드려지더니 오른팔을 팔걸이에 걸친 오한성이 들어왔다.
“무슨 밀이지?”
곽치영의 물음에 오한성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신우 대표가 노스월의 필립 웹스터 회장과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뭐?”
맞은편에서 보고를 듣고 있던 로사의 표정도 살짝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