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02)
전직용병 재벌서자-202화(202/305)
202화. 폭풍이 치는 아메리카 (2)
신우는 미 항공사에서 전세기까지 빌려 미국 내 스케줄을 빠르게 진행해 나갔다.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해 유타 웨스트조던, 웨스트버지니아 휠링, 버지니아 리치먼드까지 3일 만에 돌고서 뉴욕으로 향했다.
물론 일정을 대충 소화한 것은 아니었다.
KITE 미국 지사들은 문제점과 부족한 점을 집어내어 한바탕 뒤집어놓았고, RD일렉트로닉스는 장만수가 칩렛 기술 공정에 필요한 추가 사항들을 공유하여 더 돈독한 관계를 다졌다.
뉴욕 라과이다 공항에 도착하자 그쪽에서 활동 중인 KITE 경호원들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경호원들 중 맨 앞에 서 있는 것은 KITE의 총괄 운영이사인 유형진이었다. 마침 뉴욕 쪽 기업의 경비 계약으로 장기 출장을 나와 있던 참이었다.
“일부러 나와주시지는 않아도 됐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대표님이 오시는 건데 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유 이사님이 허례허식을 챙기시는 분인 줄은 몰랐네요.”
입국장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유형진의 시선이 신우의 주변으로 향했다. 동료들과 FEROX 출신의 경호원들을 보는 것이었다.
“뉴욕 지부의 이목도 있으니 신경 써야죠. 소속 경호원들도 대표님을 직접 보고 싶어 했으니 말입니다.”
그들의 시선은 유형진처럼 신우와 그 주변으로 향했다.
대부분 FEROX 출신의 마크 프리먼과 그의 동료들을 보는 것이었다. FEROX는 용병 업계에서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제가 아닌 듯싶은데요.”
신우도 그들의 시선이 향한 방향을 충분히 알아챘다.
이에 유형진은 살짝 머쓱한 표정이 지어졌다.
“저들이 대표님의 실력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 거죠.”
“아니요. 그쪽이 아니라 다른 쪽 때문에 시선이 몰린 듯싶어서요.”
KITE 뉴욕 지부의 경호원들과 더불어 주변 사람들의 이목까지 끌고 있는 존재…….
사람들의 시선 끝에는 모든 미국 일정 동안 형형색색의 정장 패션을 선보이는 장만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장만수는 오늘의 착장이라면서 알프스에서 내려온 스위스의 강물을 떠올릴 듯한 옥빛 슈트를 입고 있었다.
“아…….”
유형진도 바로 납득되었는지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체 저런 정장은 어디서 맞추는 거야? 애초에 파는 곳이 있나?’
신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대화를 일단락시킨 후 유형진이 준비한 차량으로 이동했다.
“텔리콤으로 모시면 될까요?”
“곧장 노스월으로 가죠.”
“필립 웹스터 회장과 약속을 잡으신 겁니까?”
원래 일정은 리비오 소프트의 자회사가 된 텔리콤부터 투자 시찰하고서 KITE 뉴욕 지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도착 전에 시간이 괜찮다고 연락이 왔네요.”
“다행이군요.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공항 앞에 줄 세워져 있던 차량은 신우와 동료들이 올라타자마자 출발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걸려서 뉴욕 오이스터 베이에 있는 노스월 본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공장 단지처럼 보였다. 거기서 본사는 고작 3층짜리 건물로 주변으로 넓게 퍼진 형태의 건물이었다.
신우는 경호원들은 차에 둔 채 동료들과 메이안만 이끌고 들어섰다. 로비에 도착해서 목적을 말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여인이 다가왔다.
“저는 회장님의 비서인 조앤 로스라고 합니다. 바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녀를 따라서 노스월 본사 건물 2층의 안쪽으로 향했다.
신우와 동료들의 분위기 때문인지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러다 회장실 앞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다.
“혼자 들어가시면 됩니다.”
이에 신우는 동료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서 조앤 로스와 함께 들어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MH퓨처시큐리티의 백신우입니다.”
“필립 웹스터라고 합니다.”
두 사람은 커다란 회장실 가운데의 소파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사이 조앤 로스는 따뜻한 차를 가져와 앞에 놓아주었다. 이후 그녀는 익숙하게 벽 쪽의 의자로 가서 앉았다.
“요즘 MH퓨처시큐리티의 위명을 잘 확인하고 있습니다. 투자면 투자, 군수면 군수… 손을 대는 것마다 성공시키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고 하던데요.”
필립 웹스터도 신우에 대해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으로 알려진 것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원하는 대로 성과가 나와서 다행이죠. 운이 좋았던 것들도 있었고요.”
“올해로 24살이라고 들었습니다. 물론 근래에 어린 나이에 성공하는 이들이 꽤나 있지만, 그거야 특정된 하나의 분야에서나 가능한 것이지요. 백신우 대표처럼은 불가능에 가깝죠.”
솔직히 필립 웹스터도 자신을 보자고 한 사람이 백신우가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것이었다. 그만큼 호기심이 가면서 지금 그에게 닥친 일을 해결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심마저 들었다.
“회장님께서 립서비스가 좋으신 분인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에게나 이러지는 않죠. 그래서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는 일단 비지니스라고 아는데… 정확히 어떤 내용인 겁니까?”
신우는 그 물음을 받고서 살짝 웃어 보였다.
“서면으로 먼저 말씀드렸던 대로 서로에게 이득이 될 사업 이야기입니다.”
“사업이라면… 이번에 MH테크 개발한 R2ED와 같은 것 말입니까?”
“맞습니다.”
이에 필립 웹스터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쪽의 방산기술은 MH테크가 독점으로 가져가는 것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하지만 MH퓨처시큐리티가 중개하는 기술 특허까지 거기에 포함되지 않죠.”
“…중개요? 어떤 기업에서 방산기술의 특허를 맡긴단 말입니까?”
방산기술은 실용성과 효율성에 따라 엄청난 규모의 이익을 가져다준다.
당연히 그걸 소유한 기업은 자체적인 사업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오큘러스 펀드라는 곳을 아십니까?”
그 이름이 신우의 입에서 나오자 필립 웹스터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요즘 그곳을 모를 기업인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데, 갑자기 왜 오큘러스 펀드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번에 저희 MH퓨처시큐리티에서는 오큘러스 펀드에서 보유한 방산기술 특허에 대해 에이전시 권한을 가지게 됐습니다.”
필립 웹스터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오큘러스 펀드가 방산기술 개발 사업에도 손을 대고 있을 줄은 몰랐군요.”
“생각보다 많은 곳에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다만, 주력 분야가 다르다 보니 사업을 중개할 곳이 필요했던 듯싶고요.”
신우의 설명에 필립 웹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거기서 보유한 방산기술이라면 MH테크를 통하면 될 일이 아닙니까? 그리된다면 MH그룹의 이익도 엄청날 텐데요.”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신우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저희는 에이전시 계약을 맺었을 뿐입니다. 기술의 사용처는 최종적으로 오큘러스 펀드에서 결정할 일인 거죠.”
“그렇다면 오큘러스 펀드에서 직접 저희를 골랐다는 의미입니까?”
“비슷합니다. 쉽게 설명하면 첫 번째 후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순간 필립 웹스터의 눈빛이 반짝였다.
상당히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물론 신우의 말만 듣고서 100% 신뢰하기도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혹시 기술 특허 내용을 지금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애초에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장만수 부장을 불러주시겠습니까?”
그런 요청에 비서인 조앤 로사가 나가서 데리고 들어왔다.
미리 이야기되었던 부분이라 자연스럽게 태블릿을 꺼내어 건넸다.
필립 웹스터는 그 안에 든 오큘러스 펀드의 방산기술 포트폴리오를 보고서 아까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게, 정말 구현이 가능한 기술이란 겁니까?”
필립 웹스터의 놀란 물음에 신우가 아닌 장만수가 영어로 설명했다.
“3차 시연까지 마친 기술들입니다.”
“여기 PTA(다각형 추적 알고리즘)라는 건 기존 시스템에 적용 가능합니까?”
“일본의 N 시스템, 여기 미국의 ALPR(자동 차량 번호판 조회기)처럼 ANPR(자동 번호판 인식)을 주체로 된 프로그램에 가능합니다. 단, ACLU(미국자유인권협회) 쪽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필립 웹스터는 태블릿으로 시연된 시뮬레이션 영상까지 확인했다.
“…도심 내 CCTV까지 적용한다면 국가 정보조직 쪽에서 충분히 탐낼 만한 기술이겠군요.”
“그런 용도로 개발된 겁니다. 대외적으로는 공표하기 어려운 부분이 크니까요.”
평소 실실거리던 장만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져 있었다.
이에 필립 웹스터는 다른 기술 특허의 포트폴리오도 확인해 나갔다.
“교란과 코팅 없이 스텔스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니… Frequency Reflection System(FRS, 주파수 반사 시스템)이란 것도 대단하군요.”
“군사적으로 실용성이 큰 기술입니다.”
기술 포트폴리오는 그렇게 두 가지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기술 응용에 들어간다면 무궁무진한 가치가 발생한다.
그러한 내용을 재차 확인하던 필립 웹스터는 의문이 들었다.
“누가 이런 기술들을 개발한 것인지는 모릅니까?”
지금 본 정도의 기술력이라면 이미 이름이 알려진 개발자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신우는 그 물음을 받으면서 나섰다.
“거기까지는 저희도 듣지 못했습니다. 기술의 완성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오큘러스 펀드 나름 기밀 사항일 테니 말입니다.”
“흐음… 하긴, 그것도 그렇겠군요. 일단 제가 아는 선에서 이 정도의 기술 능력을 가진 개발자는 없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어떠십니까? 오큘러스 펀드는 노스월을 통해 해당 기술 제품의 생산화하는 것 말입니다.”
필립 웹스터도 충분히 탐날 만한 기술 특허였다.
하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뗐다.
“솔직히 당장 결정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군요.”
“어떤 부분 때문에 그러십니까?”
“내부적으로 문제가 조금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기 꺼려지는 분위기였다.
물론 신우는 그가 지금처럼 말한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
“장비 사고로 DOD(미국 국방부)와 소송 중인 건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민감한 사항이다 보니 미국 내에서도 공식 발표하지 않은 채 진행 중인 일이었다.
그걸 신우가 알고 있자 필립 웹스터는 깜짝 놀랐다.
“…나름 새어 나가지 않도록 했다고 생각했는데, 한국까지 그 소식이 들어갔나 보군요.”
“저도 건너 건너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오큘러스 펀드에서는 저희 노스월을 첫 번째로 꼽았다는 건가요?”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일단 그렇습니다. 그보다 DOD와 소송 중인 사고는 미공군 주력 전투기인 F-22의 고밀도 위성 항법장치 불량이었죠?”
매우 자세한 설명에 필립 웹스터는 씁쓸한 표정이 지어졌다.
“건너 건너 들으신 것 치고는 꽤나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듣는 귀가 제법 좋은 편이라서요.”
정보력에 대해서 둘러 말한 것이다.
필립 웹스터도 그 의미를 알기에 따져 묻지 않고서 조용히 넘겼다.
“솔직히 푸념을 좀 늘어놓자면… 지금도 영문을 모를 사항입니다.”
“문제 파악에 이상이 있는 겁니까?”
“양산품의 최종 테스트에서 불량률이 2%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품 불량이 나와버리더군요.”
설명과 함께 필립 웹스터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지만 이어진 신우의 말로 그의 얼굴은 완전히 굳어졌다.
“그러고서 테스트를 책임졌던 담당자들은 포상 휴가 중 사고를 당해 전부 사망했고요.”
당시 양산이 결정된 고밀도 위성 항법장치의 정밀 측정장치는 노스월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상품이었기 때문에 포상 휴가가 주어졌던 것이다.
“맞습니다. 그로 인해서 검사 과정 중 담당자들의 실책 증거가 드러났음을 당사자들에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제품 불량의 증거만 남고 피의자가 전부 사라져버렸으니, 그 제품을 만든 노스월만 독박을 쓰게 되었다.
실로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만약 문제의 원인이 노스월에 없다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그 순간 필립 웹스터는 눈을 부릅뜬 채로 신우를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