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03)
전직용병 재벌서자-203화(203/305)
203화. 폭풍이 치는 아메리카 (3)
회장실 안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신우는 웹스터와 눈을 마주치고서 차분하게 말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100%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노스월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걸 입증한다면, 미 국방부에서도 감안해주지 않겠습니까.”
“그게 사실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말입니까?”
그의 반문에 신우는 장만수를 부르고서 다시 벽 쪽의 의자로 돌아가 앉았던 조앤 로스를 쳐다보며 말했다.
“해결 방법을 말씀드리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잠시 뜸을 들이던 신우는 필립 웹스터를 진지하게 쳐다보았다.
“…비서분은 일부러 용병 출신으로 뽑으신 겁니까?”
영문 모를 소리인지 그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로스 양 말입니까? 용병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지…….”
“실례인 줄 알지만, 오큘러스 펀드의 요청으로 노스월과 접촉하기 전에 회장님과 DOD 관련 소송 그리고 주변인들에 대해 확인해봤습니다. 거기서 비서인 조앤 로스 양의 해외 기록을 찾았고, 666부대라는 곳에서 활동했더군요.”
신우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곧장 조앤 로스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재차 물었다.
“안 그렇습니까? 조앤 로스… 아니, 델마 맥커티라고 불러드려야 할까요?”
그 순간 델마 맥커티라고 불린 비서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동시에 맞은편에서 장만수가 몇 개의 사진을 꺼내어 내밀었다. 거기에는 사막 지대 같은 곳에서 촬영된 듯한 총기를 든 비서의 모습이 명확하게 찍혀 있었다.
사실 신우는 그녀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델마 맥커티의 진짜 소속은 666부대의 용병으로, 이전 삶에서 신우와 동료들에게 죽었었다.
그런 사진을 본 필립 웹스터는 놀라서 비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대체 무슨 말인 겁니까? 로스 양! 지금 이분들의 말…….”
그때였다.
비서는 굳어진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곧장 창문 유리를 깨며 뛰어내렸다.
쨍그랑― 쾅!
2층 높이의 회장실에서 밑으로 주차되어 있던 차량의 지붕으로 떨어졌다.
그러한 상황에 필립 웹스터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아니, 저게 무슨―!”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려던 그를 신우가 막아 세웠다.
“조치는 이미 취해뒀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조치라니요?”
.
.
.
정체가 발각되고 1층으로 떨어진 델마 맥커티는 곧장 자신의 차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앞을 막아선 두 사람으로 인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앞에 선 이들은 릴리안과 웨이였다.
원래라면 뚫고서 지나갔을 테지만, 두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에 델마 맥커티는 멈출 수밖에 없던 것이다.
‘뭐 하는 녀석들이지? 알아봤던 사항에서는 분명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로비에서 보았던 차분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지고 조금의 틈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릴리안은 서늘한 분위기를 풀지 않은 채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가위바위보?”
웨이에게 향한 물음이었다.
그러자 두 사람의 뒤쪽에서 다른 사람도 끼어들었다.
“나도 할래!”
바로 메이안이었다.
릴리안과 웨이는 황당하게 쳐다보다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래. 너도 같이해.”
“아싸―!”
그렇게 세 사람은 델마 맥커티를 앞에 두고서 가위바위보를 하기 시작했다. 이내 몇 번의 수가 던져지다가 웨이와 메이안이 낸 주먹을 릴리안의 보자기가 이겼다.
“아싸!”
“아……!”
“에잇!”
메이안과 웨이는 심히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릴리안은 하이힐과 재킷을 벗고서 앞으로 나갔다.
맞은편에서 그런 상황을 지켜보던 델마 맥커티는 치마 속에 손을 집에 넣어 허벅지에 숨겨두었던 나이프를 꺼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뭐긴 뭐야. 당신이랑 싸울 사람을 정하는 거잖아.”
델마 맥커티는 이를 악물고서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방금 틈이 생겼다고 생각하고서 도망칠 방향을 찾아봤다.
하지만 신우가 회장실 앞까지 동행했던 다른 이들까지 나와서 막고 있었다. 그들도 앞의 세 사람처럼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기에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네.”
“원래 인생이라는 것이 한 치 앞도 모른다잖아.”
“그래서 맨손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지금 델마 맥커티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당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앞에 마주 선 릴리안의 자만심을 이용해 인질로 삼아 탈출하는 것이었다.
“나이프를 상대로 맨손은 좀 그러려나?”
잠시 뒤로 돌아간 릴리안은 방금 자신이 벗어두었던 녹색 하이힐 한 짝을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본 델마 맥커티는 더욱 어이없어하며 쳐다봤다.
“내가 심할 정도로 쉽게 보였나 보네.”
“딱히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
릴리안은 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이에 델마 맥커티는 나이프를 거꾸로 쥐고서 릴리안에게 달려들었다.
슈욱― 슉―
빠르게 휘둘린 나이트의 궤적이 릴리안의 팔과 목을 노렸다.
하지만 릴리안은 그걸 가볍게 피하면서 하이힐 뒷굽으로 델마 맥터키의 팔뚝과 허벅지를 찍었다.
파팍―
“제법 손놀림이 좋긴 하네. 어디서 배운 거야?”
릴리안은 그녀가 비틀거리는 틈에 혼잣말하며 하이힐로 공격을 계속 퍼부었다.
퍼퍼퍽― 퍼퍽―
나름 델마 맥커티도 그걸 막기 위해 나이프를 휘둘러댔다. 그러나 에스크리마로 다져진 릴리안의 몸놀림은 그걸 빠르게 피하거나 하이힐로 쳐냈다.
그때 뒤쪽에서 웨이가 외쳤다.
“릴리안! 대장이 절대 적당히 하지 말라고 했잖아!”
지난번 비격도 때 일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알아!”
릴리안은 한순간에 웃음기를 지운 후 더욱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에 하이힐을 쥔 손이 델마 맥커티의 나이프를 날렵하게 피하고서 휘둘렸다.
파파팍― 퍼퍽―
쇄골과 옆구리, 허벅지로 이어진 타격에 델마 맥커티의 몸이 다시 한번 휘청였다.
“Finish.”
그 순간, 릴리안은 팔꿈치를 휘둘러 그녀의 머리가 크게 돌아갈 정도로 가격했다.
퍼억―
델마 맥커티의 입에서 뭔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 후 릴리안은 몸을 숙이면서 회전해 그녀의 오금을 차면서 엎어지도록 만들고서는 곧장 팔을 꺾어서 제압해버렸다.
“잘 마무리했네.”
웨이가 메이안과 같이 다가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델마 맥커티는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입 속에서 무언가를 찾았다.
하지만 혀로 훑어대던 이빨 사이에 빈 공간이 느껴졌다.
그사이 메이안이 아까 바닥으로 떨어졌던 무언가를 집어 들더니 인상을 구겼다.
“?是?化?. (이거 청산가리인데.)”
이내 퇴로를 막고 있던 헥터와 릭도 옆으로 걸어왔다.
그러다 릭이 메이안에게서 이빨 모양의 청산가리 캡슐을 받아 코로 가져갔다. 동시에 특유의 아몬드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맞네. 청산가리.”
물론 메이안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그 물건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으니 처음 보는 척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밖에서의 상황이 정리되는 동안, 신우는 필립 웹스터와 함께 창문 앞에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다행히 잡았네요.”
“허어,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필립 웹스터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었다.
“저 여자가 산업스파이였다고 하면 이해가 빠르실까요?”
“그럼 조앤이 우리가 DOD에 납품한 상품에 무슨 짓을 했다는 겁니까? 하지만 조앤은 비서일 뿐입니다.”
“협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겠죠. 도망친 상황만 봐도 정황은 확실하니 수사국에 넘겨서 자세히 조사해보면 될 겁니다.”
신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필립 웹스터의 반응을 지켜봤다.
사실 조앤 로스로 위장한 델마 맥커티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에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그래야 필립 웹스터가 신우의 말을 더 믿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수사만으로 그게 입증되겠습니까?”
“아까 제가 입증할 방법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러고 보니… 대체 그게 뭡니까?”
필립 웹스터의 반문에 장만수가 소파에서 일어나 다른 서류를 건네주었다.
그와 동시에 신우는 자연스럽게 설명을 이어갔다.
“차명계좌 내역입니다. 계좌 주인은 사고로 사망한 노스월 제품 생산 공장의 담당자들이고요. 물론 지금 이대로는 사용할 수 없으니 자체적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시면 좋을 겁니다.”
신우의 설명에 필립 웹스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건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자칫 저희도 불리해질 수 있을 일이다 보니, 설명드리기는 어렵겠네요.”
서류를 넘겨받은 필립 웹스터는 한 장씩 확인했다. 그 안에는 특정 은행을 방문한 공장 담당자들의 모습과 신상 기록까지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확실히 누군가 문제 삼는다면 조용히 넘어갈 수 없을 자료이긴 하겠군요.”
필립 웹스터는 신우가 노린 대로 납득하며 침음을 삼켰다.
이에 신우는 상황 정리를 위해 한마디를 덧붙였다.
“델마 맥커티는 아까 말한 대로 용병 출신입니다. NYPD나 검찰 수사국으로는 수습이 어려울 수 있으니 CIA로 연계해서 인터폴에 넘기시죠. 미 국방부에도 관련 자료를 같이 넘기면서 말입니다.”
“제압을 해뒀는데도 말입니까?”
“저희 쪽 실력이 좋아서 가능했던 겁니다. 그걸 벗어나면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니 대비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옆에서 방금 상황을 같이 본 필립 웹스터도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그만큼 델마 맥커티라고 불린 비서와 싸운 릴리안의 몸놀림은 노스월 휘하의 경호원들보다 월등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우는 필립 웹스터가 연락을 넣는 사이 소파로 돌아왔다.
옆으로 와서 앉은 장만수가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거 좀 과격한 거 아닌가? 666부대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놈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상황이잖아. 물론 그 여자를 조용히 처리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상한 쪽으로 의심을 살 수도 있고.”
상황이 겉으로 드러난 만큼 TSF와 666부대에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까지 감안한 것이다.
이내 장만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통화를 마친 필립 웹스터가 돌아왔다. 노스월이란 대형 군수기업체의 회장인 만큼 CIA와의 연락이 길 필요가 없었다.
“20분 안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빠르네요.”
“첫 만남에서 백신우 대표님의 덕을 보게 되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신우는 그 말을 듣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드릴 말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뭐가 더 남아 있습니까?”
“노스월의 주주총회 말입니다.”
신우의 말에 필립 웹스터는 아까보다 표정이 더 굳어졌다.
“거기까지 알고 오신 거였군요.”
현재 군사 기업인 노스월은 재작년부터 터진 여러 차례의 소송으로 지분 구조가 상당히 바뀐 상태였다.
당연히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져 필립 웹스터의 회장 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거기에도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MH퓨처시큐리티에서 말입니까? 하지만 어떻게…….”
필립 웹스터도 바쁘게 변하는 지분 구조로 인해 주주 명단을 정기적으로 확인했다.
그중에 MH퓨처시큐리티가 있긴 했지만, 고작 0.3% 정도로 2억 1,300만 달러. 한화로는 2,870억 원 정도의 규모였다.
물론 그 수치도 적지는 않지만, 당장 필요한 지분의 양이 상당하기에 착잡해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