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05)
전직용병 재벌서자-205화(205/305)
205화. 아가리 찢는 법 (1)
MH그룹 임원·대표단 회의가 끝난 후 명중환을 비롯하여 휘하의 자식들이 회장실에 따로 모였다.
명중환이 일부러 호출한 것이었다. 그렇게 회장실 안에 앉아서 잠시 조용히 있다가 명중환은 입을 뗐다.
“아까 회의실에서도 말했지만, MH퓨처시큐리티는 이제 온전히 신우의 것이니 앞으로 불필요한 일은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묵직한 목소리에 실린 설명은 부탁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다들 그걸 잘 알았다. 그러나 명성철은 거기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아버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가 말이냐?”
“솔직히 백신우에게 MH퓨처시큐리티의 지분을 산 돈이 어디서 났겠습니까? 결국 그 안에서 나온 자금으로 산 것일 텐데, 그건 엄연히 횡령입니다.”
명성철의 외침에 명중환의 표정은 더욱 무거워졌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는 거냐?”
“자그마치 6,500억입니다. 아버지는 그 자금이 순수하게 백신우의 돈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명중환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에 명성철의 옆에서 명수연이 의견을 덧붙였다.
“저도 성철 오빠랑 같은 생각이에요. 백신우 대표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한들, 어떻게 그 정도 자금이 사재일 수 있어요? 분명히 MH퓨처시큐리티 재무제표에 구멍이 있는 거예요. 그걸 빼돌린 돈으로 지분을 사들인 것이고요.”
그들의 주장에 임희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당장이라도 따지고 싶었지만, 명중환과 대화 중이었기에 일단 꾹 참았다.
이내 명중환은 명수연과 옆에서 대답을 기다리는 명성철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상황의 맥락을 전혀 못 잡고 있구나.”
“무슨 맥락이요?”
“신우가 능력이 없어서 MH퓨처시큐리티를 MH그룹 산하 계열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느냔 말이다.”
“그건…….”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명수연의 대답을 명성철이 이어갔다.
“백신우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MH퓨처시큐리티를 만든 것이 온전히 녀석의 능력이겠습니까? 전부 MH그룹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아버지의 손자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가당키나 하겠냐는 말입니다.”
그런 구구절절한 외침에 명중환의 미간은 깊게 일그러졌다.
“너도 그렇고 수연이까지…! 이래서 이 사달이 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러니 내가 헛 키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아버지!”
명중환은 그의 부름을 무시하고서 침묵만을 지키고 있던 명인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간 명인철은 MH건설의 대표를 맡게 된 후부터 딱히 큰 움직임을 보인 것이 없었다. 조용히 시공 사업과 분량에만 무난히 처리하면서 지냈다.
“인철이, 네가 말해봐라. 성철이와 수연이가 말하는 것이 납득되냐?”
눈을 마주친 명인철은 천천히 입을 뗄 수밖에 없었다.
“백신우 대표의 자금 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검찰 조사나 재무 감사 때 드러났겠죠. 그러니 저는 이의 없습니다.”
“형님!”
“오빠―!”
우애 좋은 남매 사이는 아니었지만, 백신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나름 앞장섰던 것이 명인철이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돌변한 명인철의 태도를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명인철은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아버지, 더 하실 말씀이 없으면 저는 회의가 있어서 먼저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래라.”
명인철은 그렇게 일어났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명성철과 명수연도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
복도로 나와 걸음을 옮기던 명인철을 명성철이 불러세웠다.
“형님!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뭐가?”
“이러는 게 이해가 안 되잖아. 그냥 이렇게 포기한다고?!”
답답하긴 명인철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동안 신우를 계속 파악해봤음에도 방법을 찾지 못했다. 거기다 TSF의 곽치영까지 손을 놓아버린 상태이니 막막할 뿐이었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라.”
“진짜 왜 이러는 건데? 아까는 아버지 눈치까지 보고 말이야.”
“명성철―!”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인 명중환이 유언장을 바꾼 듯한 정황 때문이다.
변경된 유언장의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명중환이 뭔가를 눈치챘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면전에 대고 물어볼 수도 없으니 초조한 마음만 최대한 감출 수밖에 없었다.
“…….”
“적당히 하고 네 할 일이나 집중해. 이런 식으로 굴다가 MH리테일까지 놓치지 말고.”
이내 명인철은 두 사람을 놔두고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사이 명성철과 명수연은 명인철의 모습을 보며 벙찐 표정만 지어 보였다.
.
.
.
회장실에는 명중환과 임희연만이 남아 있었다.
명인철과 명성철의 목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두 사람에게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가만히 듣고만 있다가 조용해지자 명중환이 먼저 입을 뗐다.
“이래저래 난리구나.”
솔직히 임희연도 지금 상황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아들인 신우가 그 정도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과 더불어 명중환이 MH퓨처시큐리티를 너무 쉽게 넘겼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으로 신우에게 지분을 파신 거예요?”
의문이 가득한 물음에 명중환은 잠시 침음을 흘렸다.
“너는 뭐가 그렇게 걱정인 거냐?”
“…명인철 대표가 너무 잠잠해서요.”
지난번에 신우를 통해서 TSF의 곽치영이 명인철과 연관되었다고 들었다.
이후 TSF 한국 지사의 움직임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임희연은 신우의 어미로서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인철이가 허튼짓으로 신우의 심기를 건드려서 일이라도 저지를까봐 걱정되는 건 아니고?”
명중환도 신우의 군 시절 경력이 무시무시하다는 걸 알았다. 국방부장관에게 자세히 들은 건 아니지만 창립 40주년 파티 때 벌어진 일만 생각해도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려도 믿지 않으시겠죠.”
“어떤 상황이든 우리보다 앞서 있는 아이다. 이제 와서 우리가 뭘 도와준다고 해도, 그게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리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바닥으로 깔린 임희연의 중얼거림은 명중환도 이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신우는 지금 미국 출장 중이라지?”
“샌프란시스코부터 뉴욕까지라고 들었어요. 지금쯤이면 뉴욕 일정 중이겠네요.”
“정신이 없겠구나. 너는 별일 없고?”
걱정이 담긴 물음이었다.
“괜찮아요. MH전자 일도 웬만큼 파악되어서 문제없이 진행되어가고 있고요.”
“MH퓨처시큐리티 쪽의 기술 특허 제휴까지 마무리되었다지.”
“일단 배터리 기술 특허인 TGE8974를 토대로 내년 신제품 라인업은 나름 획기적일 거로 예상하고 있어요.”
해당 보고는 명중환도 1차적으로 받아본 후였다. 더불어 LAOJIA 일도 깔끔하게 해결된 상태라 모든 일들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무사히 정상화되었다는 말이구나.”
64,000원대까지 떨어졌던 MH전자의 주가도 신세품 출시 후 74,300원까지 올랐다.
물론 LAOJIA 사태로 주가 하락만 없었다면 그보다 더 높게 올랐을 수도 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기는 불가능해서 나름 만족할 따름이었다.
“내년 신제품 출시 때는 로플 쪽과 제대로 붙어볼 수 있을 듯해요.”
“그 정도라고?”
“MH전자 내부에서 쓸데없이 벌어진 파벌로 지지부진했던 괜찮은 아이템들이 꽤나 되더라고요. 물론 수습이 필요하겠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아요.”
명중환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잘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다른 업무 이야기로 넘어갔다.
* ?* ?*
신우는 노스월에서의 미팅을 마친 후에도 뉴욕에서 머무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노스월의 답변을 기다리며 잠시 미루었던 일정인 KITE 뉴욕 지부에 도착해 있었다.
그곳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경비·경호원들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에 옆으로 서 있던 뉴욕 지부장인 브루스 레이가 설명했다.
“저희 KITE 뉴욕 지부의 경비·경호원들은 최소 스페셜포스, 델타포스, 네이비 씰, 마린 레이더스 등등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실전에도 능하기에 위험한 상황의 대처 능력도 뛰어납니다.”
굉장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신우와 동료들은 별다른 감흥 없이 유리창 너머로 훈련 상황을 지켜만 보았다.
브루스 레이의 말처럼 나쁘지 않은 실력을 확인하긴 했지만, KITE 한국 본사의 직원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조용했던 탓인지 브루스 레이는 계속 말했다.
“출신 덕분에 FRT(화기대응훈련)과 SRT(저격대응전술)도 뛰어난 편입니다. 총기가 불법인 나라와 큰 차이가 있죠. 물론 MAT와 FFC, WDS에서도 차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는 다인공격훈련, 자유격투시합, 무기타격훈련을 말하는 것이다.
동시에 약간 한국을 무시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미국 동부·서부 지사와 더불어 인구 밀집도가 높은 LA와 뉴욕에 따로 지부를 마련해둔 것이다. 그래서 연봉만 내세워 경력자를 선발한 것이 독으로 작용한 듯싶었다.
이에 신우는 지켜보던 시선을 움직이지 않은 채 영어로 말했다.
“최근 뉴욕 지부의 분기 감사 보고서를 보니, 클라이언트와 마찰이 잦던데요.”
분기 감사 보고서는 뉴욕 지부장의 권한이 아닌 본사에서 비밀리에 나와 작성된다.
그런 물음에 브루스 레이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한 부분인데, 경비·경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의도대로 행동하길 바라는 것에 무리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마찰은 불가피한 부분입니다.”
“클라이언트를 폭행 또는 협박하거나 경비를 담당한 회사의 직원과 불륜, 본 업무 외의 개인 경호를 맡아 수습이 어려운 사태까지 몰고 간 것들이 말입니까?”
꽤나 상세한 내용에 브루스 레이는 표정부터 서늘한 느낌을 풍겼다.
“해당 문제를 일으킨 경호원들은 전부 회사 차원에서 충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의 당당한 대답에 신우는 날카로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말씀하신 충분한 조치라는 것이, 애매한 감봉 조치 또는 문서로만 지방 발령을 냈다가 복귀시킨 사항들인가요? 규정상 그 정도의 문제는 강제 해직 대상일 텐데요.”
“대표님께서 군인 출신이시라 이 바닥 생리를 잘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경비·경호업계는 실무 능력을 우선시해야 하기 때문에 경력자가 귀합니다. 물론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하나둘 쳐낸다면 미국에서 KITE에 들어오려는 이들이 없어질 겁니다.”
뉴욕 지부와 더불어 다른 지사들을 앞세운 협박이었다.
하지만 신우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대답했다.
“방문 전에 요청한 대로 해당 직원들은 지금 훈련장에 전부 모여 있는 거죠?”
“일단 그렇습니다.”
신우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 옆에 같이 서 있던 동료들과 함께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훈련을 주도하고 있던 교관이 곧장 상황을 멈추고서 직원들을 도열시켰다.
다들 금일 KITE 대표의 방문 소식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신우를 보는 시선이 대부분 곱지 못했다.
공항에 나왔던 이들이 FEROX 출신의 경호원들만 쳐다봤던 것처럼 뭔가 벽을 세워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