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0)
전직용병 재벌서자-210화(210/305)
210화. 부지런한 덤터기 (2)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118―△△.
현재 개포도시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어 사람이 없는 허름한 동네였다.
하지만 그곳 외곽의 맨 안쪽에는 일반인들이 발견하지 못한 국정원 4차장 휘하의 경제안보국 비밀 사무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반상원은 방금 겉으로는 망한 배드민턴 클럽 건물 주차장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섰다. 여러 겹의 보안이 걸린 문을 지나치자 겉과 완전히 다른 깔끔한 복도가 나왔다.
동시에 그의 옆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요원 하나가 가까이 걸어왔다.
“차장님. 서울 지역 국회의원·비례대표 당선 추측 프로그래밍 보고서 올려두었습니다.”
곧 있으면 22대 국회의원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안보국에서는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치인들을 구성하기 위한 방법을 테스트 중이었다.
“적중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되지? 지난번과 비교해서 말이야.”
“지난 총선 때 테스트 결과는 32.48%였고, 이번에는 여론조사와 비교했을 때 54.12%까지 예상됩니다.”
저번보다 21.64%나 상승한 수치였지만, 반상원은 못마땅한 표정이 되었다.
“저번에도 여론조사 때 40% 이상으로 추측했다가 32.48%까지 떨어졌지. 이번에도 그 정도의 감소 수치를 예상해야 하나?”
“그때보다는 좀 더 보완했으니…….”
“그래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반상원은 그런 요원을 놔두고서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책상 서랍에서 핸드폰 진동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꺼낸 핸드폰 액정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안 받을 수도 없기에 통화 버튼을 누르고서 조용히 있었다.
[Никто не доволен своим состоянием. (아무도 자기 재산에는 만족하지 않지만.)]영문 모를 말에 반상원은 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Никто не может довольствоваться своей мудростью. (누구나 자신의 지혜에도 만족할 수 없다.)”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리나’에서 나오는 대사를 바꾼 암호였다.
상대는 러시아 SVR의 해외정보실장인 안드레이 볼코프였다.
그만큼 보안이 중요한 통화였기에 그 확인으로 수화기 너머에서 안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 통화 가능하십니까?]“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일로 이렇게 연락을 주셨습니까? 제 쪽에서 먼저 연락드리기로 했던 것 같은데요.”
[우리 쪽에 필요한 정보가 생겼습니다.]반상원은 눈빛을 반짝였다. 정보는 습득 유무에 따라 관계에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정보입니까?”
[유즈니 연구소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그런 안드레이 볼코프의 물음에 반상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즈니라면, 러시아 북부의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있는 그곳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정확히는 1961년 당시 러시아의 차르 봄바 실험이 수백 차례 행해졌던 곳으로 유명했다.
[…맞습니다.]“하지만 그곳에 연구소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미국과 유럽 연합 쪽에서 그곳에 핵 연구소가 있냐며 물어오고 있습니다. 국정원에서 그 소문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아봐주셨으면 합니다.]핵 실험이 진행되었던 곳인 만큼 척박한 지역이었다. 국정원에서도 그곳에 관해 다른 정보를 취득한 적이 없었기에 반상원은 의문이 깊어졌다.
“미국과 유럽 연합에서 말이 나온 것인데, 왜 국정원입니까?”
[그 정보가 타고 온 IP가 국정원 라인을 거쳤으니 그러는 겁니다.]“뭐요? 유즈니 연구소라는 정보가 우리 국정원을 통했다고요? 하지만 저희는 그런 정보 자체를 취급한 적이 없습니다.”
반상원은 현 국정원장인 정세훈의 최측근이었다. 덕분에 4차장직을 맡으면서 국정원에서 취급하는 모든 정보를 열람할 수도 있었다.
만약 러시아의 문제가 될 만한 연구소 정보가 있었다면 국정원 입장에서도 큰 무기가 될 수 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반 차장님께서 모든 걸 아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 확인이 필요합니다.]안드레이 볼코프의 목소리가 무거웠다.
이에 반상원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었다.
“설마, 실존하는 연구소인 겁니까?”
[유즈니섬의 특정 구역은 기밀 사항에 속한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차르 봄바란 핵무기 실험이 진행되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웬만큼 개방되어 있긴 하지만, 특정 구역 상당수는 안드레이 볼코프의 말처럼 통제되어 있었다.
“우리 사이에 이럴 겁니까?”
[출처를 확인해주시면 저희도 웬만큼 정보를 공유해드리죠.]그런 물음에 반상원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정말 정보가 저희 국정원 IP를 거친 것이 확실한 겁니까?”
[관련 자료를 방금 보냈으니 확인하시면 알 겁니다. 그러니 준비되시면 다시 대화 나누도록 하죠.]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그 후 반상원은 책상에 앉아 태블릿을 꺼내어 메일에 접속했다. 쇼핑몰 광고 메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내용 이미지에서 우측 아래의 SSD 상품을 클릭하자 Not found 페이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서 주소창 끝에 몇 개의 문자를 쳐서 넣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더니 또 다른 메일 서버에 접속되었다.
해당 송신함에는 안드레이 볼코프가 보낸 IP 자료가 있었다. 그리고 국정원 서버와 연결된 컴퓨터로 해당 IP의 유무를 검색했다.
“이 IP는……?”
내용을 확인한 반상원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밖에 누구 있나!”
그런 외침에 보좌역을 담당한 요원 하나가 다급히 들어왔다.
“민 국장, 당장 오라고 해!”
요원은 곧장 밖으로 나가 민영만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호출받은 민영만이 반상원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이리 와서 이것 좀 확인하지.”
반상원의 앞으로 다가온 민영만은 책상에 놓인 태블릿과 컴퓨터에 뜬 자료를 보았다.
“저희 보안용 IP 중 하나이지 않습니까.”
그게 바로 반상원이 민영만을 급하게 부른 이유였다. 안드레이 볼코프가 보내준 자료가 진짜 국정원에서 사용하는 IP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정원 내 다른 부서도 아닌, 현재 경제안보국에서 사용하는 보안용 IP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누가 그걸 몰라서 불렀겠나?”
“하면… 어째서…….”
“얼마 전에 유럽 연합과 미국으로 러시아 쪽의 민감한 정보가 흘러들어갔다고 하더군. 그런데 하필이면 거기에 이용된 IP가 이거야. 사용 기록을 보니 시기도 일치하고. 설명이 가능하겠나?”
민영만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지어졌다.
“저희 경제안보국에서 러시아 쪽 자료를 다룰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럼 이 기록은 뭐고? 버젓이 기록이 남아 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건가?”
“진짜 알지 못하는 사항입니다. 그리고 보안용 유동 IP는 외부에서 우회용 VPN으로 겹치면 그런 식으로 기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IP에 관해서 반상원이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하필이면 우리 IP라는 거지. 게다가 러시아 쪽에서도 추적하다가 우리 쪽 관리하에 있는 IP라는 걸 알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모른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나?”
“그건…….”
“하아―!”
답답함이 깊어진 반상원은 긴 한숨을 흘리고서 계속 말했다.
“지금 러시아 북부 쪽에서 움직일 수 있는 요원이 있는지부터 확인해.”
“네? 거긴 왜…….”
“당장 우리가 불리해질 상황이지 않나.”
가뜩이나 UAD 프로젝트의 러시아 임무 정보를 넘겼던 터라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거기서 국정원 쪽 실책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일이 터진다면 문제를 수습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만약 가능한 요원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요?”
“조용히 유즈니섬으로 조사를 보내. 거기에 대체 뭐가 있길래 러시아에서 이리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지 말이야.”
“그런 문제라면… 1차장 쪽에서 문제 삼지 않겠습니까?”
1차장 김원식을 말함이다. 해외와 북한 쪽 업무를 담당한 곳인 만큼 지금까지 거론한 이야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김 차장이 이 소식을 들으면 신나서 나를 물어뜯겠지. 그러니 최대한 조용히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영만은 그렇게 대답하고서 나갔다.
그사이 반상원은 혼자 남아 모니터에 띄워진 IP 정보를 보았다.
“이건 누가 우리를 엿 먹이려고 벌인 짓이 분명해. 하지만 대체 누구지? 러시아 쪽 연구소는 또 뭐고.”
향후를 노리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반상원은 러시아가 민감하게 나올 상황에 대비하여 미리 확실한 정보를 잡아두려는 것이었다.
.
.
.
같은 시각.
MH퓨처시큐리티 운영0실 사무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드디어 물었다!”
장만수의 외침이었다.
이에 대표 사무실에 있던 신우가 곧장 달려왔다. 다른 동료들도 자신의 책상에 앉아 있다가 그런 장만수의 옆으로 의자를 끌며 다가왔다.
“뭘 물어?”
“반상원 그놈이 드디어 물었어. 동시에 유즈니섬에 대해서도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할 그림이 만들어졌고.”
러시아 북쪽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있는 아르한게리스카야주의 유즈니섬.
그곳은 신우와 더불어 동료들이 죽음을 맞이한 핵미사일 기지가 있던 위치였다.
“생각보다 빨리 물었네.”
이번 계획은 러시아 쪽으로 들어간 UAD 프로젝트의 투르체보 작전에 관한 자료 때문이었다.
물론 그 자료를 대외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으니 러시아 스스로 신경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에 신우는 자신과 동료들이 죽었던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지의 위치를 무기로 사용한 것이다.
“미국이랑 유럽 연합 쪽에서 솔깃할 만한 정보들로 채워서 뿌렸으니까. 거기다 출처 라인은 내가 사용했던 경제안보국 유동 IP를 통했으니 반상원 그 인간은 똥줄이 타겠고.”
“국정원도 뒤집어지겠네.”
“반상원 성격이라면 유즈니섬에 뭐가 있어서 호들갑인지 확인부터 하겠지. 다만, 그걸 거치려면 국외 담당인 1차장의 인력을 통해야겠지만.”
일부러 일이 꼬이도록 상황을 설계한 것이다.
신우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서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만수가 원하던 대로 제대로 한 방을 먹일 수 있겠네. 동시에 유즈니섬의 핵기지까지 미리 해결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그림이겠고.”
“우리가 죽을지도 모르는 가장 큰 원인부터 처리하면 베스트니까.”
장만수의 말에 신우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적당한 시기에 정보를 더 찔러줘. 추적만 당하지 않게 만들면 미국과 유럽 연합, 인터폴까지 가세해 러시아와 국정원을 알아서 압박해줄 테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이미 필요한 자료도 준비해놨어.”
언제나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러다 신우는 장만수의 모니터 중 하나에 띄워져 있던 쇼핑몰 사이트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대체 뭘 사려는 거야?”
화면에 떠 있는 상품은 진한 녹색 바탕에 기묘한 상형문자 같은 무늬가 하얀색으로 잔뜩 그려진 턱시도였기 때문이다.
애초에 턱시도란 옷 종류에서 저런 디자인이 존재하는 것을 처음 알았다.
“뭐긴 뭐야. 파티에 가려고 준비하는 거지.”
“…파티? 무슨 파티?”
“QA그룹 창립 60주년 기념 파티! 너도 갈 거잖아.”
“…아, 근데 너는 저걸 입고서 가겠다고?”
“일단 픽.”
신우는 한숨과 함께 눈을 질끈 감고서 대표 사무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