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ormer Mercenary is a Chaebol Heir RAW novel - Chapter (211)
전직용병 재벌서자-211화(211/305)
211화. 감정적인 파티 (1)
며칠 후, 저녁이 되어가는 시각.
강남 KONEX 센터로 고급스러운 차량의 긴 향연이 이어졌다.
안에서는 파티가 진행 중이었다. 넓은 곳에 꾸며진 장소 가운데에는 커다란 얼음 조각상과 그 밑으로 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QA그룹 창립 60주념 기념행사】
주변으로 턱시도와 슈트,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런 사람들 중 일찍부터 도착해 있던 무리가 있었다.
“역시 QA그룹이네.”
샴페인을 마시면서 중얼거린 여인은 MH퓨처시큐리티의 재무부장인 백주선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BF 인터내셔널의 대표이자 큰아버지인 백승한과 아버지 백진한도 함께였다.
“우리 조카는 이런 자리가 처음이던가? 광호에서 참석해본 적은 없고?”
백승한의 물음에 백주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시니어 매니저가 되고서 몇 번 초대받긴 했는데, 별로 갈 생각은 안 들어서요.”
“그럼 이번은?”
BF 인터내녀서널 쪽에서는 백승한과 백진한만 초대장을 받아 참석한 것이었다.
“뭐, 그냥요. 어차피 엄마는 이런 자리를 안 좋아해서 초대장도 남았잖아요.”
부부 동반으로 초대장을 받은 걸 백주선이 대신 따라왔다.
그사이 백승한의 옆으로 단정한 드레스 차림을 한 조예진이 다가왔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어요?”
“주선이가 웬일로 이런 자리에 왔는지 말하고 있었지.”
조예진은 그 대답을 들으며 웃어 보였다.
“호연이가 온다고 해서 그런 거 아니었어요? MH퓨처시큐리티 재무이사라면 초대받았을 텐데.”
동시에 백승한과 백진한은 뭔가 깨달은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 맞네.”
“주선아! 정말 그런 거냐?”
백주선은 대답하지 않고서 회피하듯 고개를 돌려 샴페인만 들이켰다.
그러던 중에 BF 인터내셔널 사람들 옆으로 QA그룹의 엄선동 회장이 다가왔다.
“잘 지내셨습니까. 선배님.”
“어이쿠, 엄 회장님! 오셨습니까.”
QA그룹 회장인 엄선동은 백승한의 대학 1년 후배였다.
“선배님! 자꾸 이러실 겁니까? 편하게 대해주세요.”
“QA그룹 회장님께 어찌 그러겠습니까.”
서로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그 모습에 엄선동의 옆으로 따라온 부인 유나희와 다른 이들도 웃음이 나왔다.
“BF에서 생긴 일은 잘 해결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었을 텐데 먼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미디어 기업인 QA그룹이 공적으로 무역회사에 도움을 주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백승한도 누구보다 그의 마음을 잘 이해했기에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자네 마음대로 되나. 우리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긴 일인걸.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졌어.”
“오큘러스 펀드의 국내 중소기업 수출 건과 MH퓨처시큐리티의 투자에 대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 그러고 보니 자네 막내딸과 백신우 대표 사이를 주선한다던 말이 있던데. 정말인가?”
나름 MH그룹 명중환 회장과 최대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눴다고 생각했음에도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럴까도 했는데, 서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죠.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요즘 애들이야 무거운 분위기에서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하니 그것도 괜찮겠지.”
그때 엄선동의 옆으로 파란 드레스 차림을 한 엄아영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백승한 대표님. 오랜만에 뵈어요.”
“아영이구나. 정말 오랜만이네. 잘 지냈고? 아, 이번에 제작한 영화도 봤다. 이번에 1,000만 관객을 넘겼던데, 진심으로 축하한다.”
“영화 제작에 힘써주신 분들 덕분이죠.”
오손도손 대화가 오가던 중에 행사장 입구 쪽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방금 안으로 들어온 여섯 명의 남녀가 풍기는 분위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2m가 넘는 덩치의 외국인 사내와 그 앞으로 녹색 바탕에 회색의 기하학무늬가 박힌 정장 차림을 한 사내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바로 신우와 동료들이었다.
“마침 MH퓨처시큐리티에서도 왔군.”
엄선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뻐했다.
다만, 그사이 옆에 서 있던 백승한, 조예진, 백진한의 표정은 묘해졌다.
“…저게 어떻게.”
안쪽으로 들어오던 무리 중 신우를 보고 반응한 것이었다.
이내 세 사람 앞으로 이 상황을 예상하던 백주선이 걸어 나왔다.
“큰아빠, 큰엄마! 괜찮으세요?”
그런 물음에 백주선의 아버지인 백진한이 말했다.
“너, 설마… 알고 있던 거냐?”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데 모를 수 있나요. 솔직히 저도 처음 봤을 때는 정훈 오빠랑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어요.”
“하아―! 어떻게 저 정도로 닮은 거지?”
백진한도 언제나 형의 사무실에 걸려 있던 가족사진을 보았기에 조카인 백정훈의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으로 걸어가는 신우가 그 얼굴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저야 모르죠. 그런데 큰아빠랑 큰엄마는 괜찮으세요?”
그렇게 백주선은 두 사람이 계속 걱정돼서 물었다. 사실 미리 가족들에게 말해둘까도 생각했지만, 이상한 혼란과 오해를 만들까봐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괜찮다. 살면서 누구 하나 닮은 사람을 볼 때도 있다던데. 이 정도로 닮은 사람을 보게 될 줄은 몰랐구나.”
“…….”
옆에서 조예진은 그리움에 대한 충격으로 여전히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런 모습을 보던 백승한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며 천천히 토닥였다.
“…선배님?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백승한과 조예진의 분위기가 안 좋아져서 물은 것이다.
“저 사람이 정말 백신우 대표라는 건가?”
“…맞습니다. 저번에 명 회장님이랑 같이 뵙고서 이렇게 만나네요. 일단 인사 좀 나누고 오겠습니다.”
“자네가 먼저 말인가?”
아무리 친숙한 분위기라고 해도 엄선동은 QA그룹의 회장이었다. 다른 이들이 줄을 서서 인사하러 와도 모자란 정도의 위치였다.
“누구에게든 쉽게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람이라서요. 그러니 아쉬운 사람이 먼저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전에 명중환과 같이 만나면서 백신우가 어떤 성격인지 대충은 파악했기 때문이다.
“저도 같이 가요.”
엄아영이 엄선동의 옆으로 와서 팔짱을 꼈다.
이에 두 사람은 신우를 향해 걸어갔다.
가만히 자리에 서 있던 백승한, 백진한 형제는 주변 사람들과 인사 나누기 시작한 신우를 계속해서 쳐다봤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아들과 조카의 모습이 계속 겹쳐 보였다.
그러다 자신들 쪽으로 고개를 돌린 신우와 눈이 마주쳤다. 눈빛과 표정, 분위기까지 더 비슷해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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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던 신우는 옆으로 다가온 엄선동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엄선동 회장님.”
“그러게요. 저번에 명 회장님과 같이 본 이후로 처음이네요. 백신우 대표님. 그런데 주변 분들은…….”
엄선동의 시선이 옆으로 나란히 선 동료들에게 향했다.
“MH퓨처시큐리티 본부장 릴리안 포스터라고 해요.”
“운영부장 장만수입니다.”
“KITE 본부장 웬 웨이라고 합니다.”
“…헥터 하몬드입니다.”
“릭 왓슨이라고 합니다.”
대충 봐도 각양각색인 모습에 엄선동은 신기한 눈빛이 지어졌다.
“구성이 특이하군요.”
“여기 헥터와 릭은 KITE에서 교관과 제 실무 경호를 같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금 요란하게 참석한 모습이 되어 죄송합니다.”
QA그룹 창립 기념 파티에 참석한 대부분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다. 당연히 그들도 경호원이 있었지만 QA그룹이 주관하는 파티인 만큼 따로 들어왔다.
하지만 엄선동은 조금도 불편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아닙니다. 근래 백 대표님의 영향력이 대단해진 만큼 위험도 많아졌다고 듣긴 했습니다. 저희도 그걸 감안해서 허락한 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웬만큼 인사가 끝나자 신우의 시선은 그의 옆으로 서 있던 엄아영에게로 향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백 대표님.”
“그러게요. 엄 대표님. 창립 기념 파티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영화 성공하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요즘 대한민국 경제에 크게 관여하시는 분을 초대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 그리고 저도 미국 쪽 소식, 봤어요. 백 대표님도 축하드려요.”
오큘러스 펀드와 노스월 쪽이랑 연계된 대형 계약을 말함이었다.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한 계약인 만큼 향후 기대 이익만 따진다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운이 좋았죠.”
“그게 운이라면 다른 사업가들은 죄다 눈이 멀었겠군요.”
이야기가 오고 가던 중에 엄선동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저는 자리를 비켜드려야겠군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식사라도 같이하면 어떻습니까?”
“일정이 맞으면 그렇게 하시죠.”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니 꼭 그랬으면 좋겠네요. 오늘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엄선동은 그렇게 이야기하고서 엄아영만 두고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던 신우는 뒤쪽에서 불쾌하면서도 따끔한 시선을 느꼈다.
“…너희는 왜 그렇게 보는 건데?”
장만수를 비롯한 다른 동료들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지켜보는 중이었다.
“아니야. 우리는 알아서 놀 테니, 대장도 편히 대화해.”
“뭘 편히 대화야?”
반문이 던져지던 중에 한쪽에서 누군가 빠르게 걸어왔다.
“엄 대표님!”
미디어 그룹의 창립 기념 파티인 만큼 행사에 참석한 연예인도 상당했다. 그리고 지금 엄아영에게 다가온 사람은 이번 영화의 주연인 한사민이었다.
“한사민 배우님은 언제 오셨어요?”
“방금요. 아, 안녕하세요. 백신우 대표님.”
그녀의 옆으로 신우의 사촌인 명유희도 함께였다.
“오빠도 와 있었네요.”
“아까 왔습니다.”
뒤쪽으로 명중환과 임희연을 비롯한 MH그룹의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가족들이랑 다 같이 왔어요. 그런데 옆에 분들은…….”
아까 엄선동처럼 신우의 동료들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중이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장만수를 소개하려던 신우는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어느새 비어버린 자리를 보았다.
“만수는 또 어디 갔어?”
“응? 그러게?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이 녀석, 어디 갔어?”
바로 옆에 있는 릴리안과 웨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워낙 튀는 녹색 정장 차림이던 장만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없었다. 얼음 조각상 뒤쪽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이쪽을 쳐다보는 중이었다.
“…저걸 진짜 숨을 생각으로 숨은 건지.”
“쟤… 왜 저래?”
“뭐 위험한 거라도 있어?”
다들 그런 장만수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끄러움이 한도 초과해서 저러니까 그냥 둬.”
그런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한사민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분은 여전하시네요.”
“그냥 똑같습니다.”
신우는 그렇게 말하고서 엄아영에게 했던 것처럼 영화 천만 관객 돌파를 축하해줬다.
그러다 한쪽 구석에서 신경이 거슬리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재계 인사들이 모인 만큼 TSF 한국 지사장인 곽치영도 참석한 것이었다.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곽치영은 신우와 눈이 마주치자 천천히 걸어왔다.
“저는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신우는 엄아영와 한사민, 명유희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그쪽으로 다가갔다.
뒤쪽으로 동료들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뒤따라와서는 곽치영과 마주 섰다.